[뉴스] "중성미자로 메시지 송수신 가능" 첫 확인

미국 페르미랩 실험그룹, 0과 1 신호로 'NEUTRINO' 문자 정보 보내

"막힘없는 입자, 해저나 달 반대쪽과도 통신가능...당장 용도는 글쎄"





00MINERvA » 미국 페르미랩의 입자 검출기인 '미네르바(MINERvA)'. 출처/ fermilab

‘중성미자(뉴트리노)가 빛보다 더 빠르다’라는 관측 실험 결과이를 반박하는 관측실험 결과, 그리고 애초 실험 관측에 오류 가능성이가 있다는 진단 등이 제시돼 과학 논쟁이 빚어지는 가운데, 중성미자를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른바 ‘중성미자 통신’ 시험이 처음으로 시연됐다. 기본입자인 중성미자는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우리몸은 물론이고 지구 행성까지 막힘없이 뚫고 통과하는 속성을 지녀, 일부에서는 전자기파 통신을 하기 어려운 잠수함에서도 가능한 통신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실험은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페르미랩)에서 출력을 내리며 가동 정지에 들어가던 입자가속기(NuMI)를 이용해 이뤄졌으며, 그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공개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아카이브(arXiv.org)’에 논문으로 최근 보고됐다.


연구팀의 일원이 속한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대학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 연구팀들은 페르미랩의 입자 가속기에서 양성자를 가속하다가 탄소원자 판에 충돌시킴으로써 고집적의 중성미자 빔(다발)을 만들어내고, 이렇게 생성돼 날아가는 중성미자를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100미터 지하 동굴의 입자 검출기 ‘미네르바(MINERvA)’에서 검출하는 통상의 방식을 이용했다. 중성미자는 240미터 두께의 암석을 통과하도록 했다(맨 아래 그림 참조).


중성미자 통신 시험을 위해서 연구자들은 중성미자 빔을 쏘면 1, 쏘지 않으면 0 식으로 이진법 암호에 정보를 담아 중성미자 신호를 보냈다. 검출기에서 중성미자를 검출한 뒤에 다시 0과 1의 조합신호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번역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중성미자 통신 시험에서 주고 받은 첫번째 문자는 중성미자의 영문인 ‘neutrino(뉴트리노)’였다.


00neutrinocomm2중성미자를 이용한 정보 송수신 실험장치의 개념도. 출처/ 미국 로체스터대학 보도자료


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이면서 질량을 거의 지니지 않아 거의 간섭을 받은 채 모든 물질을 그대로 통과할 수 있다. 행성 전체를 뚫고 지나갈 수도 있다. 반면에 현재 통신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전자기파는 액체와 고체의 장벽을 잘 뚫지 못하는 단점을 지닌다. 이 때문에 깊은 바닷속의 잠수함에서는 통신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중성미자 연구자들 중 일부는 “중성미자 통신 기술이 확립되면 깊은 바닷속의 잠수함에서도 통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과도 직접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달이나 다른 행성 반대편의 지점과도 지상에서 아무런 막힘 없이 통신할 수 있다는 점도 중성미자 통신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댄 스탠실(Dan Stancil)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중성미자를 이용하면 위성이나 케이블 없이도 지상의 두 지점 어디에서건 서로 통신할 수 있다”며 “중성미자 통신은 현재 통신 시스템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통상의 통신 수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전략적 용도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체스터대학 보도자료는 전했다.


하지만 중성미자 통신이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기술만으로 볼 때에는 중성미자에 메시지를 담아 통신하는 게 가능하다 해도, 현재 수준에서는 중성미자 신호를 만들고 이를 검출하려면 거대한 가속기와 거대한 검출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성미자는 검출하기가 매우 어려워 고감도 검출기에서도 대략 중성미자 100억개 중 1개 정도만의 신호를 검출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실험은 중성미자 입자를 이용해 메시지 통신을 하는 게 가능함을 처음으로 직접 보여주었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현재 수준에서 중성미자 통신의 경제성이나 실용성을 볼 때에는 당장 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조: Live Science 보도). (이번 중성미자 통신 실험이 '통신기술의 역사'에 정식으로 기록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지상에서 가장 거대한 송신기와 수신기를 이용한 통신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00neutrinocomm중성미자 통신 실험 개념도. 출처/ D. D. Stancil 등의 논문(2012)



[고침] 본문에서 애초에 썼던 "영국 로체스터대학" 문구를 "미국 로체스터대학"으로 바로잡습니다.  2012년 3월22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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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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