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중성미자 측정결함, 실험팀 내부노력으로 찾아"

OPERA 실험 참여 한국대표 윤천실 박사 인터뷰

"5월 재실험은 작년 보완실험 방식과 비슷...실제 오류 여부 확인할것"


00operadetector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지하실험실에 설치된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장치. 출처/ OPERA, http://operaweb.lngs.infn.it/




“지난 번 발표(2011년 9월11월) 이후에, 오페라 실험팀은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계통오차’를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적으로 해왔으며, (이번에 찾아낸) 오류 가능성들도 이런 노력의 과정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다른 오류 가능성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에 참여 중인 한국그룹 대표인 윤천실 박사(경상대 고에너지 물리실험실)는 27일 이번 오류 가능성 발표를 실험연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하며 “오는 5월에 수행될 재실험에서 이런 오류들이 명백히 확인된다면 그 결과를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빛보다 빠른 입자는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달리 중성미자(뉴트리노)의 비행 속력이 빛보다 수만 분의 1가량 빠르다는 관측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해 세계 물리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제실험그룹 오페라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세른)는 지난 23일(한국시각) '중성미자 실험 장비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최근에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 공동의 중성미자 실험에 참여해 내부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아는 국내 연구자인 윤 박사는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과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는 5월에 수행될 재실험의 방식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것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번 추가 보완실험과 마찬가지로 수 나노 초의 시간폭을 지닌 양성자 빔(bunched beam)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5월 재실험에서 이뤄지는 검증 대상이 ‘관측실험 장비의 정상작동 여부인가, 중성미자의 새로운 속력 측정인가’를 묻는 물음에는 “두 가지 모두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재실험에서 사용할 예정인 ‘수 나노 초의 시간폭을 지닌 양성자 빔'은 무슨 의미일까? 중성미자 속력 측정은 스위스 제네바 부근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슈퍼 양성자 싱크로트론(SPS) 가속기에서 양성자 빔의 충돌로 생성한 중성미자가 730킬로미터 거리를 날아와 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지하 실험장치에 다다를 때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양성자 빔(입자 다발)을 짧게 쏘고, 또한 빔과 빔의 간격을 넓게 해야 출발한 중성미자와 검출된 중성미자의 출발과 검출 시각을 더 정밀하게 맞비교할 수 있게 된다.


지난 9월에 처음 발표한 실험결과에서는 양성자 빔의 폭이 10.5 마이크로 초로 비교적 넓게 퍼져 있어 중성미자 속력 측정의 정밀도가 떨어져 계통적인 오차가 생길할 수 있다는 방법론 비판이 많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11월에 발표된 추가 보완실험에서는 양성자 빔의 폭을 3나노초 정도로 대폭 좁혔으며, 빔과 빔의 간격도 524나노 초로 더 넓게 벌여 측정의 정확성을 높였다(그림1, 2 참조). 달리 말하면, 양성자 빔을 훨씬 더 짧게 쏘고 빔과 빔의 간격을 더 벌림으로써, 결과적으로 한 무리의 중성미자들이 밀집해 검출될 수 있고 서로 다른 무리들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서 검출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입자물리연구소도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5월에 새로운 실험을 할 계획”이라며 “실험에서는 짧은 폭의 빔(short pulsed beam)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림1] 양성자 빔의 3나노 초 시간폭 (지난해 추가 보완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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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빔과 빔 사이의 간격이 524나노초 (지난해 추가 보완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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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neutrino1[그림3]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의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 개념도.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서 검출된다. 그림/ 오페라(OPERA)



편, 오페라와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쪽은 짧게 낸 공식 성명에서 이번에 계통오차를 일으킬 수 있는 관측장비의 결함으로 △지피에스(GPS) 장치와 컴퓨터 내장 시계를 잇는 광섬유 케이블 연결부위의 불량 가능성과 △시각기록(time stamp)을 생성하는 진동자 장치의 결함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지목한 바 있다. 이런 ‘두 가지 가능성 있는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더 자세한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윤 박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보내왔다.


“첫 번째 결함 가능성은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오페라 검출기의 주 시계(master clock)에 장착되어 있는 진동자(oscillator)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그란사소 지상에 있는 지피에스(GPS) 수신기와 지하의 주 시계를 연결해주는 광섬유(길이 8.3 킬로미터)의 접속부분입니다. 지피에스 신호는 지하까지는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하여 전달됩니다.

중성미자 속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중성미자의 출발지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도착지인 그란사소 지하의 오페라 검출기(중성미자 반응점)까지 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오페라 검출기의 주 시계는 중성미자 반응점의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주 시계는 피시아이(PCI) 카드의 형태로 컴퓨터 속에 들어 있는데, 이 카드속에 진동자라는 부품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결함가능성은 지상의 지피에스 수신기로부터 지하의 주 시계까지 연결하는 광섬유 케이블의 접속부분(PCI 카드와의 커넥터)입니다 (그림4의  빨간 색 부분). 그리고 지피에스 시간동기화라는 것은 중성미자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오페라 검출기까지 걸린 비행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 먼저 양쪽 지점들의 시간의 동시성(1 나노초 정도)을 확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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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박사는 "현재로서는 진동자 부분의 결함은 중성미자의 비행시간을 늘려주는 효과를, 광섬유 접속부분의 결함은 비행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것들은(실제 그런지는) 재실험을 통해서 다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페라와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중성미자 실험과는 별개로,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중성미자 연구프로그램인 미노스(MINOS)도 "측정 장비들의 준비가 거의 다 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독자적인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참조1]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공식 성명 전문


 

“오페라 공동연구그룹은 연구비를 제공하는 기관들과 주관 실험실들에 중성미자의 시각 측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두 가지의 잠재적 효과(effect)를 찾아냈다고 통보했다. 이 두 가지에는 짧은 펄스의 중성미자 빔을 사용하는 후속 시험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만일 확인된다면, 한 가지 효과는 관측된 효과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다른 한 가지는 그것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의 가능성 있는 효과는 지피에스 동기화 장치에 시각기록(time stamp)을 보내는 데 쓰이는 진동자와 관련이 있다. 이것은 중성미자의 비행 시간을 실제보다 길게 측정되도록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외부 지피에스 신호를 오페라의 주 시계(master clock)에 전달하는 광섬유 연결자와 관련돼 있다. 측정 당시에 이것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로 인해 중성미자의 비행 시간이 실제보다 짧게 평가되었을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효과의 잠재적인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는 현재 오페라 실험그룹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짧은 펄스 빔을 사용하는 새로운 측정 실험이 5월에 예정돼 있다.”



[참조2] 오페라의 공식 성명 전문(네이처 보도)



“오페라 공동연구그룹은 중성미자 속력 측정 결과를 검증하는 작업을 계속하던 중에 이미 보고된 관측결과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문제(issue)를 찾아냈다. 하나는 지피에스(GPS) 시간동기화 사이에서 사건(event)의 시각기록을 생성하는 데 이용되는 진동자와 관련돼 있다. 다른 하나는 외부 지피에스 신호를 오페라의 주 시계 장치에 보내는 광섬유의 연결 부분과 관련돼 있다. 이런 두 가지 문제는 중성미자의 비행 시간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오페라 실험그룹은 조사 활동을 지속하면서, 관측 결과에 끼치는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모두 다 인정할 정도로 수량화하기 위해서, 2012년 새로운 빔을 쓸 수 있게 되는 대로 조속히 중성미자 속력 측정 작업을 새로 수행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검증과 실험결과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는 조만간 과학위원회들과 연구기관들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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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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