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속력측정에 오류 발견"

오철우 2012.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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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와 컴퓨터 연결하는 데이터 전송 케이블 연결에 문제" 사이언스 보도

오페라 실험그룹도 "측정에 영향 줄 두 가지 문제 찾아내"..후속 실험 할듯


00map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의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 개념도.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서 검출된다. 그림/ 오페라(OPERA)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의 속력은 지피에스(GPS) 장치와 컴퓨터의 연결 불량 때문에 실제보다 빠르게 측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이 실험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는 지난해 9월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 빛보다 60나노 초(나노는 10억분의 1)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와 검출됐다고 발표해, 빛보다 빠른 입자는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깨는 새로운 실험결과로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부 물리학자는 "실험 과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으나, 이후에 시행된 보완실험에서도 애초 실험 때와 비슷한 결과를 얻어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22일 사이언스는 짤막한 온라인 뉴스 보도에서 "이 실험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60나노 초의 차이는 중성미자의 비행시간 보정용인 지피에스 수신기에 연결된 광섬유 케이블과 컴퓨터 내부의 전자카드를 잇는 연결이 불량한 탓에서 기인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사이언스는 "이 연결을 조이고서 데이터가 광섬유 구간을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뒤에야, 연구자들은 데이터가 예상보다 60나노 초 더 일찍 도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성미자가 더 빨리 도착한 것은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가설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데이터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피에스와 컴퓨터의 연결장치 문제 때문에 생긴 오차를 보정하면 중성미자의 비행 속력이 빛보다 빠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 쪽도 오차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은 채 "보고된 결과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문제를 찾아냈다"며 속력 측정 장치에 오류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사이언스의 첫 보도 이후에 과학저널 <네이처>가 전한 '오페라 쪽의 발표문'은 다음과 같다.


"오페라 공동연구그룹은 중성미자 속력 측정 결과를 검증하는 작업을 계속하던 중에 보고된 결과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문제(issue)를 찾아냈다. 하나는 지피에스(GPS) 동기화 사이에서 사건(이벤트) 시각기록을 생성하는 데 이용되는 진동자와 관련돼 있다. 다른 하나는 외부 지피에스 신호를 오페라의 주 시계 장치에 보내는 광섬유의 연결 부위와 관련돼 있다.

이런 두 가지 문제는 중성미자의 비행 시간을 반대 쪽으로 수정하게 만들 수 있다. 오페라 공동연구그룹은 조사 활동을 지속하면서, 관측 결과에 끼치는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만장일치로 수치화하기 위해서, 2012년 새로운 빔을 쓸 수 있게 되는 대로 조속히 중성미자 속력 측정 작업을 새로 수행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검증과 실험결과에 관한 폭넓은 보고서는 곧 과학위원회들과 연구기관들이 열람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연구자 대표(spokesman)도 다른 언론매체에 ‘중성미자 입자의 도착 시각을 재는 데 쓰이는 지피에스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2월 초에 발견됐다’며 ’이 문제 때문에 중성미자 입자가 빛보다 더 빠르게 비행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오류가 발생했는지 검증하기 위해 올해 후반에 실험이 계획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페라 그룹은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중성미자가 빛보다 더 빠르다는 속력 측정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에는 더 향상된 검출기와 분석방법을 써서 재검증 실험에 나선다는 대략적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중성미자 연구프로그램인 미노스(MINOS)도 이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중성미자 속력 측정 실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이언스온 1월4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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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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