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세포가 내는 소리 들을 날 올까...'나노 귀' 등장

독일 연구팀, 금 나노입자 진동을 측정해 미세음향 포착

미생물과 마이크로세계의 음향 측정 도구로 발전 가능성


00nanoear2레이저 빛에 떠 있는 상태로 갇힌 금 나노입자(왼쪽)가 근처의 금 나노입자들이 내는 음파의 영향을 받아 진동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출처/ Physical Review Letters, Andrey Lutich



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움직일 때엔 어떤 소리가 날까? 디엔에이(DNA)가 복제될 때엔 또 어떤 소리가 날까? 미시 세계에서나 들릴 법한 아주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노 마이크'가 곧 등장할 것 같다. 독일 대학 연구팀이 레이저와 나노입자, 암시야 현미경,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서 사람이 듣는 소리보다 100만 배나 작은 소리까지 포착할 수 있는 장치의 원리를 개발해 발표했다.


독일 뮌헨의 루드비히-막시밀리안스대학(LMU) 안드레이 루티히(Andrey Lutich)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 물리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낸 논문에서 “—60데시벨(dB)의 매우 작은 음파를 탐지할 수 있는 극초감도의 새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60데시벨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인 0데시벨보다 100만 배 작은 소리의 크기다. 이 대학은 보도자료(“나노귀, 침묵을 듣다”)에서 이번에 개발된 '나노귀(nanoear)'라는 음향 측정 방법이 과학자들한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며 "그동안 감지할 수 없었던 미약한 운동, 미세한 음파를 처음으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나노귀는 1980년대에 발견돼 요즘에는 생물학 실험에서 생체 분자를 집어 이동하거나 조작하는 데 쓰이는 ‘광학집게(광핀셋: optical tweezer)’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레이저 빛을 한 곳에 모으면 그 초점에 인력과 척력이 작용하는 광학적 성질을 이용해 미세 입자를 레이저 초점에 붙잡아두고서 레이저 초점을 이동함으로써 미세 입자를 옮기거나 조작할 수 있다.


독일 연구팀은 이처럼 레이저 초점에 포획돼 떠 있는 상태의 금 나노입자를 미세한 음향을 포착하는 도구, 즉 나노귀로 활용했다. 레이저 초점에 포획된 지름 60나노미터(nm) 크기의 금 나노입자는 주변에서 음파가 전해질 때 미세하게 진동하는데, 이런 금 나노입자의 진동 운동을 측정함으로써 전해지는 소리의 주파수를 계산해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가 실제 구현됨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장치를 만들었다(아래 그림 가운데 참조). 현미경의 커버 슬라이드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그안에 레이저 초점에 붙들려 떠 있는 금 나노입자(지름 60나노미터)의 상태를 만들었다. 첫번째 실험은 확성기의 떨림막에 바늘의 한쪽 끝을 고정하고 다른 한쪽 끝은 물방울에 닿게 한 뒤, 바늘에서 전해지는 음향 진동이 금 나노입자 쪽으로 나아가게 했다. 금 나노입자는 바늘의 음향 진동에 따라 일정하게 진동했다. 이어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음향을 측정하는 실험을 벌였다. 미세한 나노입자의 음향 진동까지 나노귀가 포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주변에 있는 다른 금 나노입자들에 레이저를 쏘아 미세 열을 가함으로써 —60데시벨 수준의 음향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도 미세한 음파는 나노귀의 구실을 하는 금 나노입자에 진동을 일으킴으로써, 미세한 음향 진동을 측정하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었다고 보고했다.


다음은 논문의 초록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광학집게를 이용해 액체 매질 안에서 극초감도로 음파를 탐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 3차원의 광학적 덫(optical trap)에다 1개의 금 나노입자를 고정하고서 그 입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그 나노입자에 최대 90마이크로 전자볼트(eV)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키는 —60데시벨(dB)의 작은 음향 진동까지도 읽어낼 수 있다. 주파수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나노입자의 운동을 (계산)처리함으로써 전례없는 민감도를 지닌 나노귀(nanoear)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에 찾아낸 개념을 이용하면 다른 현미경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생물학적 마이크로 유기체나 마이크로역학 기계의 내부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00nanoear1레이저 빛에 떠 있는 상태로 갇힌 금 나노입자가 바늘(왼쪽) 또는 다른 금 나노입자들(오른쪽)이 내는 음파의 영향을 받아 진동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가운데는 이번 실험의 설계 개념도. 출처/ Physical Review Letters, Andrey Lutich


장에 이 나노귀를 써서 그동안 들을 수 없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장치에서 수행된 것이기에, 갖가지 분자들의 잡음이 생겨나는 미시 세계에서 듣고자 하는 소리만을 골라 듣거나, 설계된 실험과는 달리 무작위로 생기는 소리를 포착하는 정확도는 아직 구현되지는 못했다. 또한 물이라는 매질 속에서 이뤄진 실험이므로 공기나 다른 매질에서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우 높은 민감도를 갖추고서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미시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의 기본 원리가 확인됨으로써, 앞으로 더 정교한 '소리의 현미경' 장치를 개발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덕분에 이번 연구는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장치의 성능이 더 개선된다면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을 이전보다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나노 마이크로폰'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 나아가 살아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또 더 나아가 디엔에이가 복제될 때나 세포가 분열하거나 사멸할 때에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런 음향 정보들이 마이크로 세계를 더 이해하게 도와주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러 과학 전문매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에 없던 실험 도구가 새롭게 널리 쓰일 때마다 전에 없던 연구 주제가 뒤이어 생겨났듯이, 나노귀의 등장이 앞으로 어떤 물음과 연구 주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해외 보도 참조 :  <사이언스>  “과학자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귀를 만들다” | <피직스월드>  “나노귀의 등장” | <더 사이언티스트>  “세계 최초의 나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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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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