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텔로미어와 수명, 상관관계 있다" -금관조 연구

금관조 99마리의 텔로미어와 수명, 오랜 동안 관찰 결론

"통계적 상관 관계로 개체의 수명 예측에 적용은 신중히"


00Zebrafinch금관조(Zebra finches). 출처/ Wikimedia Commons



은 생물종의 염색체 끝부분에는 ‘텔로미어’라는 부위가 있다. 세포분열 때 디엔에이 정보가 안전하게 복제되도록 끝부분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보호 마개’ 구실을 하는데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닳아 짧아진다. 그동안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는 ‘텔로미어 가설’이 제시돼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런 가설은 주로 세포나 하등동물 실험 수준에서 입증돼 왔다.


고등동물에선 어떨까? 최근 고등동물인 새 집단에서도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은 금화조 99마리를 대상으로 이들 각각의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을 오래 관찰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금화조의 수명은 최대 9년이다 (링크: PNAS 논문, 네이처 보도).


특히 연구팀은 태어난 지 25일째인 금화조의 텔로미어를 쟀을 때에 자연 수명이 가장 정확하게 예측됐다며, 이 때문에 어린 시기에 텔로미어 길이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결론은 집단 데이터를 통계 처리해 얻은 것으로 금화조 개체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12일치에 실렸다.


번 연구결과는 최근 일부 나라에서 텔로미어 길이를 재어 수명을 예측해주겠다는 생명공학 기업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받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텔로미어 연구자인 이준호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면역반응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잦아 텔로미어가 짧아질 수 있는데 그렇더더라도 개체의 수명엔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텔로미어가 수명을 보여주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므로 텔로미어 길이를 기대수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로선 과학적이지 않다”고 경계했다. 그는 2004년 선충의 텔로미어를 일부러 길게 만들면 다른 서식환경이 동일할 때에 수명도 길어지는 현상을 관측해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초파리(곤충류)에는 텔로미어가 없으며 선충과 사람의 텔로미어는 염기서열 구조가 달라, 여러 생물종들이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텔로미어 구조를 갖춰온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수명예측 분야보다는 텔로미어의 노화 기능을 작동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한 의학 분야에서 텔로미어가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00telomere염색체 끝부분에 달려 반복되는 염기서열 구조를 이루는 텔로미어(밝은 빛 부분)는 세포분열 때마다 길이가 짧아져 노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참조] ‘텔로미어 연구 현황’ - 이준호 교수 이메일 답장



1. (<네이처>에 보도된 해설 기사를 간략하게 읽어보았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텔로미어(telomere) 길이와 수명 간의 상관관계를 많은 수의 동일 개체들을 자세하게 오랜 동안 관찰해, 기록한 결과를 가지고 추정을 하였기 때문에 더 믿을 만한 자료라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관 관계’이지 원인-결과 관계는 아닌 거로 보입니다. 제 생각으로 원인-결과를 보여 준 논문이 저희 연구실에서 2004년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논문에서는 강제로 텔로미어를 길게 만들어 주고 다른 조건은 똑같이 유지를 해 줄 때 개체 수명이 길어짐을 보였기 때문에 오로지 텔로미어의 길이 때문에 수명이 길어진 거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텔로미어 길이를 길게 하는 과정에서 과발현시킨 단백질이 하나 있는데 그 단백질 과발현의 결과가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관점에서 보면 더 그럴 수 있는 거 같습니다.


2. 위 논문 이전에는 <랜싯(Lancet)>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으로 미국의 한 주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텔로미어 길이와 치사율을 비교한 결과가 있습니다.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연구도 상관관계 연구이고, 유전적 배경이 다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순전히 텔로미어 길이의 차이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3. 텔로미어를 길게 만드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는 여전히 항암제의 표적으로 간주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현상은 약 10% 정도의 암세포는 텔로머레이즈 활성 없이도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함이 밝혀졌습니다. 그 기전은 다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교차 (recombination)가 관여할 것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아직 연구를 많이 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텔로머레이즈를 항암제의 표적으로 하더라도 이 10%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제가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모든 진핵생물체가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로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텔로미어 자체도 상당히 다른 염기서열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텔로미어의 진화가 여러 번 독립적으로 일어났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초파리(곤충류)는 텔로미어가 없습니다. 대신 레트로트랜스포존(retrotransposon)이라는, 옮겨 다닐 수 있는 DNA 조각(상당히 큰)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는 것은 텔로머레이즈가 아니라 레트로트랜스포존의 복제 이동에 관여하는 효소인 것입니다. 또 다른 예는 선충입니다. 사람은 TTAGGG라는 텔로미어 반복 서열을 가지는데 선충은 TTAGGC라는 약간 다른 서열을 가집니다. 이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서열에 결합하는 단백질도 상당히 다릅니다. 이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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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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