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핵' 독일에선 한국과 달리 '반핵 과학'도 활발

::: 사회 속 과학, 소통의 현장 (7)


::: 독일 원전폐쇄 어떻게?



 

원전폐쇄 결정까지


‘위험성 경고’ 과학자들 있었다




지난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7인 윤리위원회’를 소집하자, 녹색당과 분트(BUND), 그린피스 독일 등 환경단체는 이에 반대했다. 결국 원자력발전소를 적당히 유지하는 선에서 결론이 나면서 정부의 ‘들러리’만 설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는 결정을 윤리위가 이끌어낸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내각을 소집해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상하원에 투표를 부쳤다.


00nuclear결과적으로 ‘탈핵 프로세스’에서 배제된 녹색당은 곤궁에 처했다. 장시간의 토론이 이어졌고 결국 찬성표를 찍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여전히 이에 반대한다. 13일 만난 독일 최대의 환경단체 분트의 안트제 본 브룩 기후에너지팀장은 “지금 당장 원전 폐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독일의 탈핵 선언을 ‘선도적인 실험’으로 보고 있지만, 독일 내부 상황을 따져보면 좀 다르다.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이번 윤리위의 결정은 거꾸로 돌아간 역사의 시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다. 지난해 10월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자민당 연정은 독일 내 원전 17기에 대한 수명연장을 단행했다. 2000년 사회민주당·녹색당이 집권한 이른바 ‘적녹연정’  이후 사회적으로 합의된 ‘2021년까지 원전의 단계적 폐쇄와 수명연장 금지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그뒤 독일 전역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직전까지 대규모 반핵시위가 주말마다 벌어졌다. 후쿠시마는 반핵시위의 기폭제가 됐고, 4월에는 크륌멜 원전에서 브룬스뷔텔 원전까지 120킬로미터 사이에서 수만명이 인간띠 잇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브룩 팀장은 “(메르켈 총리의 탈핵 선언은)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지난해 10월 이전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라며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이상 기존 적녹연정 때 합의된 일정표보다 더 빨리 탈핵 일정을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사회에서 원전 폐쇄는 여론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때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심리적 공포가 크기도 했지만 원자력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과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반핵 과학’이 ‘찬핵 과학’과 당당하게 겨룬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원전은 안전하다’, ‘건강 영향은 미미하다’는 천편일률적인 주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원자력 이용에 비판적인 과학자들이 활동하는 독일생태연구소 등이 반핵 과학을 이끌고 있다. 원자력에 비판적인 과학자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과는 대비된다. 브룩 팀장은 “시민단체가 국민의 정치·사회 집단 신뢰도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등 정치인과 기업을 앞서고 있는 점도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글, 사진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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