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때 ‘의식’의 스위치는 어떻게 꺼지나? -신경망모형 연구

피츠버그대학 연구진 ‘확률론적 신호전달의 급격한 상태전이’ 설명

단일 매개변수 변화가 의식과 무의식 스위치 역할- 물리저널 논문


  +   전문가 도움말: 의식/무의식 연구 물리학자 이운철 박사

00neuralnetwork.jpg » 신경 연결망. 출처/ Wikimedia Commons


식에서 무의식으로 바뀌는 뇌의 상태전이가 확률론적인 창발 현상임을 보여주는 컴퓨터 모형이 개발됐다. 이 모형은 상태전이를 지배하는 매개변수 하나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뉴런들 간에 이뤄지는 복잡한 신호전달의 의식 상태가 무의식 상태로 급격히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의대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물리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낸 논문에서 전신마취 중인 환자에 나타나는 뇌파도(EEG)의 특징을 재현할 수 있는 컴퓨터 신경망 모형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서 의식과 무의식이 신호전달의 확률론적인 역동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상태전이(phase transition) 현상과도 같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이 만든 컴퓨터 모형은 감각 신호를 받아들이는 뇌 시상(thalamus) 영역과 그 신호를 처리하며 의식 상태의 활동을 보여주는 피질(cerebral cortex) 영역 간의 신호 처리 연결망을 모사했다. 이는 모두 7381개의 노드를 잇는 네트워크로 구성되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독특한 점은 노드 간의 신호전달이 확률론적으로 이뤄지도록 했으며 이런 확률론적 신호전달을 통제하는 매개변수(parameter) p를 정교하게 개발했다는 점이다. 노드에서 신호를 걸러내는 이른바 '여과 학률'이 1이면 신호는 100% 노드를 통과하며 0일 때엔 통과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 사이 값에서 신호가 각 노드를 지나 전달되느냐 아니냐는 매개변수의 확률값에 따라 확률론적으로 결정된다. (참조 해외 보도 [1], [2])


이렇게 컴퓨터로 구현된 수학적 신경망 모형은, 마취 상태에 빠지는 실제 환자 뇌의 상황을 어느 정도 모사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제 임상 환자가 전신마취 동안에 의식을 잃으며 무의식의 상태로 빠질 때에 나타나는 뇌파도의 주요 특성을 이 컴퓨터 모형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00anesthesia1.jpg » [그림 맨위] 신호전달 확률의 일정한 값 부근에서 신호전달은 급격히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전이'를 일으킨다. [그림 맨아래] 신호전달 확률 0.32과 0.34 사이에서 의식과 무의식 상태전이가 일어남을 보여준다. 출처/ PRL, Zhou et al.(2015)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신호의 여과 확률인 매개변수의 값을 조절할 때에 나타나는 상태 변화의 특징이었다. 연구진은 아인슈타인 얼굴 사진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신경망 모형에서 전달하는 실험을 했는데, 여과 확률을 조금씩 높이자 매개변수 0.3 정도 값에서 신호전달이 급격히 늘면서 전달된 아인슈타인 얼굴 사진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p = 0.32와 p = 0.34 사이에서 본래의 사진 특징이 급격하게 창발되었으며 인식 가능한 것이 되었다”고 전해 상태전이, 즉 창발 현상이 특정 값의 부근에 나타나는 작은 차이(변화)만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형에 나타난 상태전이는 뇌의 신경망 활동에 나타나는 ‘무의식 상태’와 ‘의식 상태’로 해석된다 (위 그림 참조).


[관련 연구]
- “임상적죽음 직후 30초간 뇌는 폭발적 의식활동” (2013, 사이언스온) http://scienceon.hani.co.kr/118066
- ‘의식-무의식 경계’ 뇌파로 분석 (2008,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326814.html


의식과 무의식 상태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이운철 미시건대학 의대 연구조교수는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변이가 복잡한 과정이 아니라 매개변수 하나의 변화에 의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흥미롭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피츠버그 의대 연구진은 아주 간단한 수학적 모델(percolation model), 즉, 뇌 전체를 동일한 네트워크의 노드와 그것들을 연결하는 독특한 뇌의 연결구조, 그리고 그 연결을 결정하는 확률 만으로, 실제 의식이 있을 때 혹은 마취를 통해 의식을 잃었을 때에 나타나는 특징적 뇌 활동(뇌파)을 모사했습니다. 의식 상태부터 의식을 잃기까지 과정에서 보이는 특징적 뇌 활동 변화를 여러 뇌영역들의 연결확률을 결정하는 패러미터(매개변수) 하나 만으로 잘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 연구로 ‘의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가는 상태전이에 나타나는 다양한 뇌 활동을 만들어 내는 원리가 기존의 뇌 활동 모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수십 개의 복잡한 신경화학적 작용을 고려할 필요 없이도, 단지 뇌 구조와 그 위에서의 정보 흐름을 결정하는 연결확률 만을 조절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무의식을 일으키는 뇌의 작용이 생각과는 달리 아주 단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논문 초록

뉴런들은 서로 역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으로 어떻게 의식이 일어나는지는 불명확한 채로 남아 있다. 이번에 우리는 위계적 연결망에서 일어나는 감각 활동과 정보 통합의 역동적 성격을 이해하고자 이론 모형을 제시한다. 거기에서 연결선(edge)은 정보 전달의 여과 확률(percolation probability)을 나타내는 단일 매개변수(parameter) p에 의해 확률론적으로(stochastically) 규정된다. 우리는 전달된 신호 분포와 본래의 신호 분포를 서로 비교함으로써 모형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또한 전신마취(general anesthesia) 동안에 뇌 활동이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전이함을 보여주는 뇌파도(EEG) 기록에 나타나는 임상적인 주요 스펙트럼 특성을 현재 기초 수준의 이 모형이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p가 줄어들면서, 전달된 신호와 본래 신호 사이에서는 가파른 분기가 관찰됐으며, 이때에 신호 동기성(signal synchrony)의 소실과 정보 엔트로피의 급격한 증가가 임계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취 동안의 급격한 의식 상식과 유사한 것이다. 이 모형은 확률론적 과정을 통한 정보 통합의 창발(emergence of information integration from a stochastic process)에 대한 기계론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인지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기초를 제시한다.


  ■ 전문가 도움말/ 이운철 미국 미시건대학 연구조교수

 
 
000Q.jpg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의식/무의식의 상전이를 연구하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요? 왜 물리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하는지요?
000A.jpg  “뇌를 구성하는 수많은 스케일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 그리고 그 상호작용까지 고려하면, 모든 뇌 구조와 기능을 밝히고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정말 뇌는 우리가 이해하기 불가능한 복잡 난해한 생화학적 혹은 수학적 구조로 작동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주 단순한 어떤 수학적 원리로 작용하는 것일까? 물리학자가 후자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것은 볼쯔만에 의한 통계물리학의 눈부신 성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히터의 온도가 왜 오르고 내리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히터 안에 가열된 공기 원자/분자의 운동을 하나하나 알 필요는 없습니다. 볼쯔만의 열역학 공식으로 통계적 처리를 통해서 거시적 스케일에서 히터의 열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같은 관점으로 뇌의 의식이 깨어 있고 없는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100억 개 이상의 뉴런들과 100조 개 이상의 뉴런 연결을 통한 상호작용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이번 피츠버그 의대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아주 간단한 수학적 모델(percolation model), 즉, 뇌 전체를 동일한 네트워크의 노드와 그것들을 연결하는 독특한 뇌의 연결구조, 그리고 그 연결을 결정하는 확률 만으로, 실제 의식이 있을 때 혹은 마취를 통해 의식을 잃었을 때에 나타나는 특징적 뇌 활동(뇌파)을 모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식을 잃었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알파파(8-13Hz)라는 뇌파의 특정 주파수 성분이 전두엽(머리앞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잘 설명하고, 또 의식 상태부터 의식을 잃기까지 과정에서 보이는 특징적 뇌 활동 변화를 이 논문 저자들이 사용한 간단한 모델에서 여러 뇌영역들의 연결확률을 결정하는 패러미터(매개변수) 하나 만으로 잘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연구로 ‘의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가는 상태전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뇌 활동을 만들어 내는 원리가 기존의 뇌 활동 모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수십 개의 복잡한 신경화학적 작용을 고려할 필요 없이, 단지 뇌 구조와 그 위에서의 정보 흐름을 결정하는 연결확률만을 조절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무의식을 일으키는 뇌의 작용이 생각과는 달리 아주 단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좀 더 나가서 의식이라는 것이 뇌의 특정한 연결구조와 그 연결구조 위의 정보 흐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창발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 논문에서 깊이 다루진 않았지만, 뇌에서 그런 창발적 발현(창발, emergence)이 일어나는 조건들을 통계물리학의 임계조건(criticality)으로 설명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간결하게 정리하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요?
 “의식 상태, 그리고 마취에 의해 유도되는 무의식 상태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특징적인 뇌 현상을 아주 단순한 통계적 모델로 설명하였다는 점이 이 논문이 주는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의식 연구와 관련해서는 의식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복잡다단 한 신경생리학적, 수학적 원리들에 의해 나타나는 어떤 현상이 아니라, 단순히 뇌의 연결구조와 그 구조 위에서의 통계적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어떤 것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가 의식 연구에 주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와 관련한 이운철 박사의 연구활동이 있다면 잠시 소개해주셔도 좋겠고요.^^
 “올해 저희가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전체 뇌의 연결구조가 어떻게 로컬한 뇌의 활동(뇌의 영역에 따라 다른 주파수 분포)과 뇌 영역들 사이의 정보흐름 방향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수학적 관계를 발표하였습니다. 의식상태/무의식상태의 뇌 연결구조 변화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뇌파와 뇌파들 사이의 정보흐름 방향성이 변화하는 것을 저희가 발견한 수학적 관계를 통해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뇌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뇌파의 주파수 분포와 변화 그리고 각 부위들 사이의 정보 흐름이 사실은 뇌 전체 네트워크의 연결구조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인 연구입니다. 의식/무의식 상태의 정보 흐름을 저희가 발견한 수학적 관계를 통해서 예측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제 사람에 대한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최근엔 위에서 말씀 드린 인간의 뇌에서 의식 상태가 나타나는 그 임계점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고, 곧 저널에 투고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진행 중인 연구로는 원숭이 뇌의 특정 연결구조에 전기 자극을 줘서, 무의식 상태에서 의식 상태로의 상태전이를 일으키고 그 속도를 컨트롤 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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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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