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과학자들은 더 많은 자녀를 원한다"

미국 대학 연구자 대상, 가정생활이 과학연구에 끼치는 영향 설문


여 교수 "과학 경력 때문에 자녀 적게 낳았다" 답변, 남 교수의 2배

결혼생활 걱정 대학원생-연구원 중 "과학계 이직 고려" 답변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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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

집안이 화평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家和萬事成]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의 본뜻과는 조금 다르지만, 가정생활의 중요함은 과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고단한 연구자의 경력을 위해, 가정 생활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연구자의 직업과 생활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사분석 논문이 나왔다.


미국 사회학연구팀은 최근 공개접근 과학저널 <플로스 원 (PLoS ONE)>에 낸 논문(“과학자는 더 많은 자녀를 원한다”)에서 가정 생활이 과학 연구자의 생활과 직업 만족도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연구자 응답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상위 대학의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분야에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박사후연구원, 조교수, 정교수를 비롯해 연구자 345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2503명한테서 얻은 답변(기간 2008년 11월~2009년 2월, 응답률 72%)을 분석한 결과다. 대학원생 684명, 박사후연구원 504명, 조교수 446명, 부수 325명, 정교수 543명이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의 상당수는 ‘과학 경력을 위해 가정을 이루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자 응답자가 그런 걱정을 더 많이 밝혔다. 대학원생의 경우에 여자는 28.5%나 달해 남자(7.2%)의 7배 가까이 됐으며, 박사후연구원의 경우에는 여자가 12.4%로 남자(7.0%)의 2배 가까이 됐다. 과학 연구직을 떠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상당수가 내놓았는데, 여기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학원생 남자 25.2%, 여자 26.4% / 박사후연구원 남자 16.4%, 여자 20.3%).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과학 경력 때문에 아이를 적게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 중에서 과학계를 떠나 이직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그렇지 않은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의 응답에 견줘 각각 21%와 29% 더 많은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수들 중에서도 과학 경력을 위해 자신의 희망보다 자녀를 적게 두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자 교수의 응답이 훨씬 높았다. 그렇게 응답한 여자 교수는 45.4%에 달해 남자(24.5%)의 2배나 됐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여자 교수의 자녀 수(1.2명)가 남자 교수의 자녀 수(1.5명)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여자가 과학계에서 연구자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가정 생활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렇게 여자 연구자들이 현실에서 가정 생활을 더 많이 걱정하고 더 많이 유보하고 있으면서도 실제의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게 나타나는 것은, 직업 만족도에 끼치는 가정 생활의 영향을 남자 연구자들이 더 크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문 저자들은 해석했다.


한편, 자녀 없는 남녀 연구자의 주간 작업시간은 남녀 차이 없이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여자 59.1시간, 남자 57.8시간), 연구자한테 자녀가 생겼을 때에는 전체 작업시간이 줄어들지만 이 경우에도 남녀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여자 54.5시간, 남자 53.9시간).


논문 저자들은 논문에서 가정 요인이 과학자의 직업 만족도와 깊게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대학 당국은 우수 연구인력의 이직을 막기 위해서 연구자들이 과학 활동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이루도록 더 관심을 기울이고 가족휴가 같은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맨앞에 실린 초록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학자들은 과학계에 여자의 수가 적은 이유는 부분적으로 과학 경력이 가정 생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력의 궤적에서 다른 지점에 놓여 있는) 과학계의 남녀 연구자가 이런 영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비교해주는 설명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특히 과학, 과학정책, 그리고 다음 세대 과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차원의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위급 대학과 연구기관의 신진 과학자와 중견 과학자의 인식과 경험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다. 우리의 이번 조사결과는 과학 경력 때문에 희망과 달리 자녀를 적게 낳는 것이 과학자의 생활 만족에 영향을 끼치며, 직업 만족에도 간접 영향을 끼침을 보여준다. 또한 희망과 달리 자녀를 적게 낳은 젊은 과학자들(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이 과학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을 더 쉽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또한 과학이 가정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단지 여자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희망과 달리 자녀를 적게 낳는 것이 생활 만족에 끼치는 영향은 여자 연구자보다는 남자 연구자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졌으며, 생활 만족은 직업 만족과 강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전의 다른 조사결과들과는 달리,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 사이의 성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가정의 요인은 재능 있는 남녀 젊은 과학자들이 학계의 과학 활동에서 연구직을 유지하는 것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 미국 과학의 세계 경쟁력이 위기에 처한 시기에, 미국의 상위 연구대학들에서 훈련 받은 남녀 연구자의 상당한 수가 과학계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과 그런 이직 희망이 가정 생활에 끼치는 과학 경력의 영향과 관련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기사 쓰며 드는 생각]


미국 연구자들보다 더욱 더 빡빡한 연구와 실험 일정에 좇기며 살고 있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앞에 놓인 가정생활의 현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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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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