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블랙홀에 빨려드는 태양10만배 규모 수증기 구름

미국 관측팀, 120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에서 발견

"우주 역사에서 물은 매우 일찍 출현해 널리 분포"




00quasar » 수증기를 빨아들이며 에너지를 키우는 블랙홀의 상상 그림. 수증기 기체와 먼지들이 가운데의 블랙홀 둘레로 거대한 반지 모양의 띠를 이루고 있다(그림에서 가운데 짙은 회색 띠). 블랙홀 중심에선 고에너지의 엑스선이 방출되고 있다. 출처: NASA/ESA


태양 질량의 10만배나 되며 지구 바닷물의 140조 배나 되는 거대한 양의 수증기 층이 120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수소(H)와 산소(O)는 우주 역사의 초기 때부터 널리 분포해 수증기(H2O) 구름이 우주 공간에서 관측되는 일이 새롭진 않지만 이번 것은 16억 년이라는 어린 나이의 전체 부근에서 발견된 데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규모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관측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속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카네기과학연구소, 메릴랜드대학미국항공우주국 등 기관들이 각자 따로 낸 자료와 뉴스를 보면, 지구에서 120억 광년 떨어진 초대형 블랙홀 천체인 퀘이사(명명 ‘APM 08279+5255’) 주변에서 거대한 양의 옅은 수증기 층이 발견됐다. 이 퀘이사는 관측 당시의 나이가 우주대폭발(빅뱅) 이후 16억 년 정도로, 우주 역사에서 초기에 속하는 천체인 것으로 추정됐는데,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물의 존재 시기가 이전에 발견된 것에 비해 100억 년이나 앞당겨지게 됐다”고 말했다.


퀘이사란 초대형 블랙홀로 물질들이 떨어지면서 내는 에너지로 빛나는, 굉장히 밝으면서도 매우 작은 특이천체이다. 초대형 블랙홀이란 태양질량의 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엄청나게 무거운 블랙홀을 의미한다 (인용 출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알림마당 ).


이번에 발견된 퀘이사 주변 수증기 구름의  규모는 엄청나다. 질량으로 치면 태양 질량의 10만 배, 지구 바닷물의 140조 배에 달하며 퀘이사의 블랙홀 주변으로 수백 광년의 거리에 걸쳐 퍼져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엄청난 양의 수증기 기체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블랙홀 에너지의 재료가 되는데, 연구자들은 이 정도의 수증기라면 블랙홀을 관측 당시보다 6배가량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수증기 구름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수증기와는 다르다. 먼저 이 수증기 기체의 밀도는 지구 대기의 300조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니 매우 희박한 밀도로 퍼져 있는 상태다. 또한 이 수증기 기체는 얼음 상태는 아니지만 영하 53도의 온도를 지닌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영하 270도나 되는 우주 평균 온도에 비하면 상당히 ‘따뜻한’ 상태인데, 이런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 수증기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다시 방출하는 에너지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아주 짧은 트위터 인터뷰

- 퀘이사 연구논문 썼던 이인덕 박사(@finder79, 대만 국립중앙대 천문연구소)


“안녕하세요. 글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쪽지로는 전달이 안 되네요. 그래서 멘션으로 답장드립니다. 먼저, 물(H2O)은 (우주에서) 아주 흔한 분자인 것이 맞습니다. 참고로 수소, 헬륨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원소가 산소입니다. 그러니, 흔한 원소로 이루어진 물 분자가 흔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셈이죠. 산소는, 별이 수소 융합을 할 때에도 잠깐 생성되고, 헬륨 융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많이 생성되는데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론상 최초의 별인 POP3 별(질량이 엄청 커서 수명이 짧아, 아주 초기에 이미 초신성으로 폭발해 수명을 다했다는군요)들에서도 일부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 나이 16억 살이면, z=4 정도에 해당되는데요, 여기에 있는 퀘이사들은 이미 산소 원소 중 하나인 [OIII] 방출선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 .. 최근의 수증기 퀘이사 연구 결과는, 물 분자가 지금까지 가장 먼 우주에서 발견되었다는 의의가 둘째이고요(관측기술 발전에 따라 언젠가는 발견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죠. 즉, 이론상으로는 놀라울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수증기 양이 많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실체가 무엇이든, 블랙홀 주변에 기체가 많으면 그 만큼 블랙홀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거든요. 초대형질량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여전히 난제이기 때문에, 블랙홀 성장의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참고로 퀘이사의 물 분자는 강착원반(accretion disk)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심(core)에 아주 가까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블랙홀 성장을 도울 녀석들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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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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