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추적과 격퇴, 면역세포들의 멋진 공조

김민수 로체스터의대 교수 연구진 논문


감염지역 먼저 찾은 면역세포, 장소 알리는 화학물질 흔적 남겨

‘헨젤과 그레텔’의 조약돌처럼, 흔적 좇아 T세포는 병원체 공격

‘면역세포들 커뮤니케이션’, 새로운 현미경기법으로 실시간 관찰

00immunity1.jpg » 면역세포 T세포가 다른 면역세포가 남긴 흔적을 좇아서 바이러스 감염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다중광자 현미경 관찰). 출처/ 미국 로체스터대학 의대 (* 그림을 누르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 동영상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5-09/uorm-ict082615.php ]


안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면역세포들이 ‘분업’과 ‘공조’를 통해 물리치는 면역방어 과정이 새롭게 밝혀졌다. 병원체를 먼저 식별하는 면역세포는 감염장소로 가는 길에 화학물질을 ‘흔적’으로 분비해 남기고, 뒤이어 다른 면역세포는 그 ‘흔적’을 좇아 감염 장소를 찾아 병원체를 제거한다. 연구진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조약돌처럼 길 안내자 구실을 하는 화학물질 흔적을 면역세포들이 분비하고 또 그 흔적을 좇아 이동하는 모습을 첨단 현미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김민수 미국 로체스터의대 교수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논문에서, 바이러스가 호흡기관(기도)을 감염할 때 백혈구의 일종인 과립형 면역세포 ‘호중구’와 병원체를 공격해 제거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화학물질 ‘키모카인(chemokine)’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 하며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흥미로운 점은, 무엇보다 호중구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감염 장소를 찾아가면서 분비해 남기는 ‘키모카인’이라는 물질이 T세포의 기능을 도와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키모카인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 작은 폴리펩티드로, 이번 연구에서는 ‘CXCL12’라는 키모카인이 그런 길 안내자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의 설명과 <사이언스>에 실린 해설을 종합하면, 바이러스가 몸안에 침입해 감염을 시작하면 혈관을 따라 순환하던 호중구가 먼저 이에 반응해 감염 장소를 향해 나아가는데 이때에 호중구는 그 길에다 키모카인(CXCL12)을 분비하며 남긴다. 바이러스를 공격해 물리치는 T세포는 한참 뒤에야 감염장소로 몰려든다. T세포는 어떻게 감염장소를 정확히 찾아갈까? 연구진은 키모카인 물질이 중요한 길 안내자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이번 실험과 관찰에서 밝혀냈다. <사이언스>에 실린 해설은 “이번 연구는 어떤 종류의 면역세포가 위치와 방향을 알리는 랜드마크를 남겨둠으로써 다음에 오는 다른 종류의 면역세포한테 길 지도를 그려주는 방식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김 교수 연구진은 살아 있는 모델동물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호중구 면역세포 자체를 지니지 못한 마우스, 그리고 특정 키모카인인 CXCL12만을 분비하지 못하는 마우스에서, T세포가 감염장소로 제대로 찾아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이 관찰됐다. 키모카인 CXCL12가 T세포의 이동을 유발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런 면역세포들의 이동 과정을 다중광자 현미경이라는 첨단 관찰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김 교수는 “살아 있는 동물 모델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다중광자 현미경 기법을 새롭게 사용해, 마치 개미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며 생활하듯이 다양한 종류의 면역세포들이 몸안에서 협력하며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키모카인이 면역세포의 분업과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화학물질을 적절히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자가면역 질환이나 인플루엔자 감염질환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살아 있는 면역세포의 관찰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얻어진 성과”라며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논문 초록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는 동안에, 우리 몸 안의 키모카인[chemokines, 작은 폴리펩티드]이라는 화학물질이 합성되어 활성화 T세포를 감염 장소까지 안내한다. 그렇지만 이런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데 관여하는 세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화학물질이 T세포를 어떻게 동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 우리 연구진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기관(氣管, trachea)에 호중구[과립형 백혈구의 일종]가 먼저 동원되는 것이 ‘CD8+T세포’ 매개의 면역 방어에서 필수적임을 마우스 실험을 통해 밝혔다. 우리 연구진은 호중구가 이동할 때에 오래 유지되는, CXCL12라는 화학물질이 풍부하게 담긴 그런 흔적을 뒤에 남겨둔다는 것을 관찰했다. 유전적으로 CXCL12가 제거된 마우스와 CXCR4[CXCL12 수용체]의 길항제(antagonist)를 가지고 행한 실험에서, 호중구가 남긴 흔적에서 유래한 CXCL12가 바이러스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CD8+T세포의 동원과 T세포 인자의 기능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밝힐수 있었다. 종합하여 볼 때, 이런 결과들은 호중구가 오래 지속되며 화합물이 든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흔적은 CD8+T세포가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인플루엔자 감염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도록 하는 데 화학적(chemotactic), 접촉적(haptotactic) 단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 논문: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9/6252/aaa4352 ]


  ■ 일문일답/ 김민수 로체스터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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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외부 물질이나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를 감지해서 제거하는 생명체의 방어체계는 면역세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역세포들 간에, 특히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서로 다른 종류의 면역세포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즉 방어체계에서 서로 다른 면역세포들은 어떻게 공조를 하는가는 면역학 연구에서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된다는 것을 이번 논문을 보고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이언스>에 함께 실린 간략한 해설 기사를 보면, 면역세포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는 폴리펩티드의 일종인 화학물질(키모카인, chemokines)이 이용된다고 하는데요, 키모카인을 분비하고 식별하는 생화학적 작동에 관해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바는 어떤 것인지요?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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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진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키모카인은 감염이 진행되는 장소에서 분비되어 면역세포를 혈관에서 그쪽으로 유도한다고 하는 대략의 간단한 모델을 통해 알려져왔는데, 우리 연구는 기존의 작용 모델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세포들도 이 키모카인을 이용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좀 더 효과적인 분업을 이룬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들이 단순하게 키모카인을 합성하고 세포 밖으로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특이하게 이 물질들을 작은 입자(particle, 주머니?)에 담아 이동하는 경로에 남겨놓음으로써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조약돌처럼 나중에 따라오는 CD8+T세포의 이동을 도와주는 길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00KMS2.jpg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나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에 혈액에 섞여 순환하다가 먼저 그 병원체를 식별하는 기능을 주로 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e)와, 이후에 호중구가 식별한 병원체의 감염 장소에 도착해 병원체를 해치우는 T세포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혔습니다. 일반 독자를 위해 연구자로서 직접 연구성과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기술적으로 이번 연구는 살아 있는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호흡기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우리몸의 면역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실시간(real-time)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큰 업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다양한 면역세포들 간의 세세한 상호작용을 처음으로 밝혀 앞으로 많은 면역기능 연구에 기여할수 있으리라 봅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비유와 실제 현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동화에서는 헨젤이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조약돌을 남기지만(제 기억으로는 불행히도 나중에는 조약돌 대신에 던져둔 빵부스러기를 동물들이 다 먹어버려 길을 잃고 말지만), 우리 연구에서는 호중구가 그런 흔적을 이용하여 다른 면역세포(특히 CD8+T세포)의 이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행동이나 결정에 영향을 주는것을 사회학에서는 집합행동(collective behaviour)이라고 하는데(더 쉬운 예로 개미들의 이동이나 새들이 이동할 때 무리를 지어 서로 도우면서 이동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집합행동이 세포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다중광자 현미경이 관찰에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이 관찰장비는 무엇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 것인지요? 다중광자 현미경이라는 용어도 낯설긴 합니다만.


 “다중광자 현미경은 영어로 Multi-photon microscopy라고 합니다. 기존 현미경보다 훨씬 안전하고 몸 안 깊숙한 곳까지 관찰할 수 있어서 살아 있는 동물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기능의 현미경 기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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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중구가 이동 중에 흔적으로 남긴 키모카인이라는 화합물의 특성은 어떠한가요? 호중구가 남긴 장소에 그대로 오래 머물며 유지되어 T세포가 병원체를 추적하는 데 단서로서 작용한다는 점이 무척 특이한데요. 매우 유동적인 분자의 세계에서 어떻게 특정 장소에 고착적인 성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런 지속성이 얼마나 되는지(하루? 이틀?) 등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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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좀 더 많은 후속 연구를 진행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감염 초기에 이동한 호중구는 초기 2~3일만에 모두 사라지고 CD8+T세포가 형성되어 감염 장소로 이동하는 데 2~3일이 더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보통 우리가 감기가 걸리면 회복되기까지 6~7일이 걸립니다). 이러한 2~3일 동안 호중구가 남긴 흔적들은 기관에 남아 있어서 이후에 오는 CD8+T세포들에게 이동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험 방법에 관해 여쭙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매개물이 되는 키모카인을 생성하지 못하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만들고서, 이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을 때에, T세포가 제대로 감염장소를 식별하지 못하여 그곳으로 이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인지요? 이런 결론을 얻을 수 있었던 실험의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처음 실험은 살아 있는 쥐에서 모든 호중구를 제거한 뒤 T세포가 이동을 못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고, 이 결과에 기인해서 호중구에서만 특이적으로 CXCL12를 발현하지 않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만들어 호중구에서 발현된 CXCL12가 T세포 이동을 매개하는 중요한 인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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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이런 키모카인을 매개로 한 면역세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을 밝힌 것인지요? 또는 그런 메커니즘의 특이한 사례로서 호중구와 T세포 간의 경우를 새롭게 밝힌 것인지요?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와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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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사항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키모카인을 이용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좀 더 효과적인 분업을 이룬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입니다.”



기초연구의 응용 분야를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이런 연구결과는 어디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요?


 “이번 연구는 인플루엔자나 메르스와 같이 치명적인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때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앞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향후 연구 과제는 무엇인지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다양한 면역 기능에 대한 연구를 최첨단 광학 기술을 적용하여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님과 연구팀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얼마전에 고려대 신문에 인터뷰한 기사를 첨부하였습니다.  (저는 1988년 고려대학교 유전공학과에 입학하여 졸업 후 잠시 한국 얀센 주식회사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이후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2001년에 약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세포의 이동과 상호작용을 통한 우리 몸의 면역기능 조절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연구 경험을 쌓기 위해 하버드 의대에 있는 Timothy Springer 박사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살아있는 세포 속의 물질 이동을 10억 분의 1미터까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형광공명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면역세포가 어떻게 우리 몸 안에서 활동하는가 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였고 이 연구는 저명한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 브라운대학(Brown University) 의대에 처음 조교수로 부임하였고 2007년에 로체스터대학 의대에 있는 미생물/면역학과에 옮겨와 현재 부교수(정년보장)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는 미국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면역학과 염증 치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OKU, 2013년 겨울호)”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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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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