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공개접근' 과학논문 10년새 10배 늘어

뉴미디어시대, 과학 학술출판 운동의 새로운 트렌드




2000년 1만9천편, 2009년 19만편으로 크게 증가...전체 논문 7.7%


PLoS 성공 이어, 내년엔 생의학 분야 또다른 대형 공개저널 출간 예정




00OA4 » 공개접근 학술출판 운동의 상징 그림.

 



라인에서 연구 논문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하는 이른바 ‘공개접근(Open Access)’ 형식의 과학 학술저널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공개접근 저널이란, 구독료 수익을 기반으로 하여 논문을 심사하고 종이매체에 인쇄해 출판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학술저널과 달리, 논문 저자들한테 투고료(심사비 포함)를 받아 논문 심사와 출판 비용을 충당하고 독자들한테는 온라인에서 구독료 없이 논문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학술저널을 말한다.


대표적인 공개접근 저널인 <플로스 원>에 최근 실린 "1993~2009년 공개접근 저널 출판의 발전" 제목의 논문을 보면, 웰드와이드웹이 확산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래 2009년까지 온라인에 공개된 과학 저널 출판의 수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으며, 지난해[2009년]만 따져 4769종의 과학 저널에서 19만1천여 편의 논문이 출판된 것으로 추정됐다. 평균 성장률로 보면, 2000년 이래 저널의 수는 해마다 18%씩 늘어났고, 논문의 수는 30%씩 늘어났다. 이 논문은 "이는 전반적인 저널 출판의 증가량인 3.5%에 대조될만 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 논문에서는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치고서 구독료를 받지 않고 온라인에 공개되는 과학 논문들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으며,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되는 물리학 중심의 논문 데이터베이스 ‘아카이브(arXiv)’ 같은 공개접근 출판 논문은 포함하지 않았다.


00OA » 1993-2009년 공개접근 출판의 증가 추세. 자료/ www.plosone.org

 

논문의 다른 주요 내용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공개접근 출판 논문의 수는 10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에 1만9500 편이던 공개 논문의 수는 2009년에 19만1850 편에 달했다. 이 정도는 동료심사를 거쳐 출판된 2009년의 전체 과학 논문들 중에서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공개 저널의 수는 2000년에 704종으로 추정되었으나 2009년에는 4769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과학 출판의 풍경을 상당한 정도로 바꾸어놓았으며 과학 문헌을 퍼뜨리는 새로운 방법의 시장을 열었다"며 "학문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 획득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테크놀러지 덕분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저자들은 공개접근 과학저널들의 긍정적인 효과와 관련해 "공개접근 저널들은 종이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또한 틈새의 신흥 연구 주제 분야에서 연구 결과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기 때문에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공개접근 학술저널 운동은 2000년 미국립보건연구원(NIH) 전 원장인 해럴드 바머스(Harold Varmus) 등이 창설자로 참여한 과학공공도서관(PLoS) 재단이 설립되고, 그해에 공개접근 과학 논문 사이트인 퍼브메드 센트럴, 바이오메드 센트럴 등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대표적인 공개접근 저널로는 과학공공도서관 재단이 발간하는 <플로스 바이올로지> <플로스 원> 등이 꼽히고 있다. 한편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는 최근 내년에 대표적인 연구지원기관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영국 웰컴트러스트와 함께 생의학 분야의 공개접근 과학저널을 새롭게 창간할 예정이라고 밝혀, <플로스>의 성공사례에 이어 공개접근 저널의 확장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러나 공개접근 과학저널이 목표로 내건 바대로 "과학 지식의 확산과 진보에 기여하고 있는가"를 둘러싸고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동료심사 체제가 느슨해져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논문들의 출판이 많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구독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논문 저자들한테 받는 투고료가 공개접근 저널의 주요 수입원이자 출판운용비가 되고 있는데, 투고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도 구독료 상업성과는 다른 또 하나의 상업성의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공개접근 출판운동의 성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런 논란을 다룬 지난해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과학공공도서관 재단이 내는 6종의 과학저널의 경우에 논문 저자들한테 요구되는 출판 비용은 대략 2250달러 내지 2900달러 정도 되는데, 이는 2003년 1500달러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인상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00OA3








( ◊ 아래의 글은 위 기사의 내용을 소재로 삼아서 <한겨레> 7월4일치 칼럼 '한겨레프리즘'에 쓴 글입니다. 나중에 쓴 글이지만 비슷한 내용이어서 이 기사의 뒤에 붙여 이곳에 싣습니다. 2011년 7월4일 오후 3시40분)






온라인 지식공유, 과학에서도



드와이드웹은 대중 미디어의 생태계만 바꿔온 게 아니다. 각고의 연구로 얻은 결과가 논문으로 태어나고 그 옥동자가 마침내 지식의 시장에 출판되는 과학 유통 체제에도 적잖은 변화가 지금 일고 있다. 세계 과학논문의 10% 안팎이 이제 종이 없이 온라인에 공개출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독료를 내지 않고 누구나 웹에 접속해 논문을 볼 수 있다. 이른바 공개접근(OA) 방식의 학술저널 출판이다.


웹이 퍼지면서 1990년대 말부터 소수 과학자들은 공개와 공유의 지식 확산 운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비싼 구독료 정책을 취하는 수많은 학술저널에 의존하다 보니 논문을 자유롭게 읽을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해보자는 디지털 출판 운동이었다. 해럴드 바머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전 원장을 비롯해 이들은 지난 2000년 “국민 세금으로 연구한 연구물의 지식과 정보를 납세자가 다시 구독료를 내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며 과학공공도서관(PLoS·플로스) 재단을 세웠다.


뜻 좋은 소수의 운동처럼 보였다. 그러나 종이저널들을 움찔하게 할 만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같은 공공기관과 여러 저널이 공개접근 정책을 취하면서 조금씩 관심이 넓어졌다. 2003년부터 플로스는 번듯한 공개저널을 잇따라 창간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재정과 인식 부족으로 회의론도 만만찮았다.


근 조사 결과는 공개저널 운동에 다시 청신호를 비춰주었다. 공개저널인 <플로스 원> 이달치에 실린 한 조사연구를 보면, 전문가 심사를 거쳐 온라인에 공개출판되는 학술논문은 2009년 19만편을 넘겨 10년 전보다 10배 늘었다. 전체의 7.7%다. 지난해 4769종의 저널이 발간됐다. 이는 온라인 저널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유행 좇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보수적인 학술 출판도 온라인의 비슷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17세기 과학혁명 이래 발견의 희열을 담은 편지의 왕래에서 발전하여, 19세기 이래 심사·출판 제도를 다지며 태어난 전통의 과학저널들은 과연 온라인 시대에 어떤 변화를 겪을까?


사실 전통 저널들도 많은 변신을 꾀했다. 1869년 창간한 <네이처> 같은 저널도 이젠 블로그를 운영하는 웹 감각을 갖췄고,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라는 거대 학술단체의 블로그들은 직접 뉴스와 비평을 전한다. 학술 웹에서 댓글을 보는 일도 이젠 익숙하다.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는 일도 늘었다.


개 출판은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다. 그래서 과학계에선 논란도 있고 평가도 엇갈린다. 공개저널이 늘면 도서관이나 독자는 구독료를 아껴 좋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공개저널은 심사·출판 비용을 논문 저자들이 내는 투고료로 충당한다. 그러니 연구자는 지원받을 연구비에 미리 투고료를 배정받아야 하고, 가난한 연구자한텐 논문 투고를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또 종이 분량의 제한 없이 출판할 수 있는 공개저널이 우후죽순 늘면 질 낮은 논문 발표도 더 늘고 투고료의 상업성 같은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공개접근 정책을 두고 청문회까지 열었다고 한다. 종이냐 디지털이냐의 문제는 사실 저자, 독자, 도서관, 정부, 연구기관 등 여러 관계의 이해를 조정하는 문제다. 과학의 건강한 진보가 목표라면 종이와 디지털은 도구의 문제다. 얼마 전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 같은 쟁쟁한 연구기관이 뭉쳐 공개접근의 생명의학 저널을 내년에 창간하겠다고 발표했다. 과학계에서 제법 화제가 될 것 같다. [오철우/ 한겨레 7월4일치 칼럼 '한겨레 프리즘'에서]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