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립 과천과학관 법인화 추진 '허점 투성이'

공공기관 법인화 방향 공감 없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상정

과학관 직원도 반대, 정부도 법안 난색..국민 의견수렴은?







00mueum2 » 국립과천과학관 안의 전시 광경. 한겨레 자료사진



‘대체 뭐가 급하다고…’


국회의원들이 국립과천과학관을 국립법인으로 바꾸는 특수법인화 입법안을 국회에 냈으나, 법안에 대한 관련 부처와 전문가 평가에서는 법안의 주요 뼈대들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 국립과학관의 경영 효율성과 자율성을 높이자는 좋은 뜻의 법안이지만 과학관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고 의견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며 과학관의 대부분 직원들과 공무원노조가 이에 반대하고 있고 있습니다. 아니, 입법 전문가들인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허점들이 지적되고 의견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니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당연히 졸속 추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질 만합니다.


이 법안은 지난 4월14일 박영아 의원(한나라당) 등 국회의원 11명이 ‘국립과학창의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이름으로 낸 의원 입법안으로서, 지금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아직 법안소위도 거치지 않았으니 본격 심사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법안의 발의에는 김재경, 김정권, 김태원, 박영아, 서상기, 원희목, 윤석용, 이화수(이상 한나라당), 송훈석, 정동영(이상 민주당), 노철래(미래희망연대) 의원이 참여했습니다. [*정동영 의원실은 취재과정에서 기자한테 발의 철회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발의 의원들이 밝힌 법안의 제안 이유입니다.


"[제안 이유] 과학적 창의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과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도 증진을 위한 과학관의 중요성은 점차 증대됨. 우리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소속기관인 국립과천과학관의 운영을 통해 과학전시, 과학교육, 과학대중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무원조직(책임운영기관)으로 탄력적 조직, 예산의 운용이 어렵고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 구조적 특성에 따라 시대적 요구사항에 적극 대응하는 데 어려움. 이에 현행 국립과천과학관을 특수법인인 국립과학창의관으로 개편하여 기관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한편,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 과학문화 교류 및 확산을 위한 중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려는 것임." (‘국립과학창의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에서)


사실 지난 2008년 때에도 과천과학관의 법인화 전환 논란이 있었습니다. 2008년 당시에 국립과천과학관을 민영 법인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검토됐으나, 그다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되었지요. 당시에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교과부지부는 “과학관은 청소년에게는 과학기술의 호기심과 미래의 꿈과 도전을, 성인에게는 과학기술의 기초 소양을 제공하는 공공성 높은 서비스 기관”이라며 “과학관 법인화는 관람료의 무리한 인상으로 이어지고 연구원을 돈벌이를 위한 영업사원으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민영 법인화가 아니라 국립 법인화로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과천과학관을 법인화하되,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립 특수법인으로 하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법인화 논란을 촉발한 이번 법안 자체의 허점이 여럿 드러나면서, 서울대에 이어 과학관 법인화도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졸속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법인 과학창의관은 ‘문어발 사업 확장’?



00mueum3법안을 보면, 먼저 발의 의원들은 국립과천과학관을 ‘국립과학창의관’으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특수법인 과학관이 할 수 있는 사업의 분야를 넓게 정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이런 이름이나 사업 범위가 다른 기관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정한 것인지, 또 과학관이 정말 이렇게 많은 일들을 다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다음은 법안에 담긴 국립과학창의관 법인의 사업 범위입니다. 이걸 과학관이 다 하겠답니다.


1. 미래 과학기술의 트랜드 분석 및 확산 기반 조성
2.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내는 과학전시
3. 통합적 사고력을 갖춘 과학인재양성을 위한 창의적 과학교육
4. 국민의 과학적 창의성을 키우는 과학문화 확산
5. 창의적 아이디어의 사회적 기여를 위한 지원
6. 국가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보전·관리 및 대국민 이해도 증진
7. 국내외 과학기술 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
8. 창의적 과학전시, 과학교육, 과학문화 촉진을 위한 조사·연구
9.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법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10. 그밖에 국립과학창의관의 설립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업

 

이런 내용을 한번 훑어만 봐도 금세 떠오르는 다른 기관이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 대중화와 창의적 과학 인재 육성을 위해 활동하는 기관인데, 과학창의관의 ‘창의’라는 이름부터 확장된 사업 내용까지 과학창의재단과 상당히 중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 과학기술의 트랜드 분석과 확산 기반 조성“은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나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활동과도 겹칩니다. 자연히, 과학관이 이 모든 일에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전시 업무를 주로 하는 과학관의 본래 기능이 상당히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냅니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이 최근에 이 법안을 검토하고서 제출한 검토의견서를 보면 이런 우려는 현실적인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을 법인화하는 주된 목적은 기존 과학관의 효율성과 자율성 제고로서, 별도의 사업범위 확대를 위한 법인화가 되어서는 아니됨. 과학관의 법인화에 대하여 공공성 저하와 수익사업 확대 우려가 있는 만큼 자칫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큼”(교육과학기술부 검토 의견, 2011년 5월30일)

“법인화에 따른 창의관 사업 중 창의와 영재 관련 사업은, 2011년 교과부가 …...창의적 과학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변화를 꾀하면서, 이와 같은 사업을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위탁하여 과학문화 확산사업(258억원), 창의인재 육성사업(135억원), 과학기술 영재 양성사업(306억원), 녹색성장 인재 육성사업(12억원)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사업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으며, 제1호의 미래 과학기술 트랜드 분석과 제7호의 국내외 과학기술 교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및 한국연구재단의 수행 기능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으므로…”(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이용원 검토보고서, 2011년 6월14일)


과학관 법인화에 따른 특례 조항들도 문제



00mueum3법안의 뼈대를 이루는 다른 주요 조항들에서도, 법안 준비의 소홀함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입법화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서 법안이 마련됐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것입니다. 예컨대, 법안은 과천과학관이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면, 현재 공무원 신분인 과학관 직원들이 원할 때까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천과학관 직원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교과부 쪽은 “행정안전부의 의견을 반영해 수용 불가하다”는 강한 반대의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법안은 공무원 연금과 관련해 재직기간이 20년 미만인 과학관 직원에 대해서는 재직기간 20년이 될 때까지 공무원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특례를 적용하자고 규정했습니다. 이 역시 현실에서 동떨어진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교과부는 다른 경우들과 형평을 고려할 때 이런 특례 조항은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회 전문위원도 이런 조항들에 대해 다른 유사 입법의 사례를 참조해 유예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 시행령에 명시하자거나 “공무원연금법 특례를 반영하지 않는 추세에 따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의견을 밝혀, 법안 조항들의 비현실성을 지적했습니다.


과학관 특수법인에 특례를 요구하는 또다른 조항도 문제가 됐습니다. 법안은 국유재산과 공유재산을 법인 과학관에 공짜로 넘겨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항들도 역시 과학관에 예외적인 특혜를 허용해달라는 ‘희망’일 뿐입니다. 교과부는 국유재산의 '무상 양여'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다만 국유재산의 '사용허가'는 국유재산법이 정하는 바를 따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은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양여하는 특례는 과학관의 '공익성' 기준에는 부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용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특례요건에 맞는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전문위원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설립된 법인에 대한 지원은 국가예산을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고, 법인에 공유재산을 무상 양여할 수 있게 되면 공유재산의 보존·활용 정책과 상충되어 열악한 지방재정 상황을 더 취약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결국에 이번 과천과학관 법인화 법안에서 ‘하일라이트’ 쯤으로 꼽을만한 조항들에서 한결같이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된 셈입니다. 과천과학관의 이름을 과학창의관으로 바꾸고 사업 범위를 확장하려는 계획은 기존의 다른 정부 출연 기관들의 기능과 겹칠 우려가 있어 어렵고, 또한 전시 업무를 주로 하는 과학관의 본래 기능을 흐트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습니다. 국유·공유 재산의 무상 양여도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과학관 직원의 공무원 신분 유지와 공무원연금 적용 특례를 보장하는 것은 기존의 여러 경우들과 형평을 맞추어야 하기에 실현하기가 무척 어려운 문제입니다.




박영아·정동영 의원실에 물었습니다 “법안 발의 과정은?”



00mueum3왜 이처럼 갖가지 문제들을 지적받을 게 뻔한 법안이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들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학자 출신의 의원인 박영아 의원이 과학에 대한 애정이 넘쳐 조금 무리한 조항까지 담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일 오후 박영아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과천과학관 법인화 법안의 주요 조항들에 대해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됐는데, 사실 누가 봐도 현실적으로 무리한 조항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법안이 작성된 과정은 어떻습니까?”(사이언스 온)

“이 법안을 제안한 기본 취지는 과학관의 법인화입니다. 공무원 신분을 과하게 보장하고 있다는 지적은 맞는데, 그건 법안을 앞으로 세부 조정하면서 수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법인화라는 기본 목적을 봐주십시오. 사실 공무원 신분을 (인력의 자연감소 때까지) 보장하고 공무원연금 적용 특례를 보장하는 것 같은 조항이 없었다면 이런 법안을 제출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을 테니까요. 노조에서 합의한 내용을 법안에 담느라 그렇게 됐습니다. 교과부의 노조본부[공무원노조 교과부 지부를 말함]는 법인화를 반대하지만 지부[공무원노조 과천과학관 지회를 말함] 쪽은 사정이 다르거든요. 법안 내용은 과학관 노조지부와 합의한 내용입니다(이 부분에 대해 나중에 과천과학관 노조지회 쪽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는데, 노조지회 쪽은 “노조가 합의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박영아 의원실)


“과학창의관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과학창의재단이 떠올랐습니다. 이름이나 사업 범위가 다른 기관과 겹치는 부분도 꽤 있어요.”(사이언스온)

“사실 ‘창의’라는 이름은 과천과학관장이 제안해서 받아들여진 겁니다. 이름이야 법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겁니다.”(박영아 의원실)


“이번 법안에 과천과학관의 이상희 관장(전 국회의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건가요?”(사이언스온)

“이상희 과학관장의 법인화 추진 의지가 대단하시죠. 그런 의지를 박 의원께서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그러니 관장의 뜻이 많이 반영되었겠지요. 하지만 관장이 제시한 초안을 두고 협의하면서 노조 의견도 많이 받아들여 원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박영아 의원실)


“과학관은 국민이 이용하는 시설인데, 국민의 의견 수렴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었나요?”(사이언스온)

“개정법률이 아니고 제정법률일 때에는 의무적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하는데 아직 열지 못했습니다. 이번 6월 국회에서는 다른 법률안 때문에 과천과학관 법인화 법률안을 다루기는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아마 7, 8월을 지나 정기국회 때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런 일정에 맞춰서 공청회를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청회 말고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네, 토론회 같은 장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박영아 의원실)


최근인 5월17일 민주당은 이 법안과 관련해 ‘현안 브리핑’ 형식을 빌어 당의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교과위에 계류 중인 '국립과학창의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국립과천과학관을 특수법인인 국립과학창의관으로 개편하기 위한 법안으로 정부 청부 입법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을 법인화하려는 것은 효율성과 수입구조 개선이나 법인화 이후 정부 부담이 줄어들 경우 입장료 인상으로 이어져 과학관의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고, 수입 증대를 위해 과학 분야와 관련 없는 흥미 위주의 단순 오락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위락시설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법인화 시 정부 지원 경상경비가 60% 이상 증가하게 되어 법인화의 취지가 무색하다. 법안 내용을 보면 법인화후 국·공유재산 무상 양여, 국립과천과학관 재직 직원 신분 특혜 등 과다 특혜 제공의 우려가 있다. 서울대 법인화에 이어 정부는 국립과천과학관도 법인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이 법인화될 경우 일반 학생들의 접근성은 더 떨어지고 국가 과학 발전에도 저해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차영 민주당 대변인 ‘오전 현안브리핑’, 2011년 5월17일)


민주당이 공식으로 이 법안에 우려와 반대의 의견을 밝힌 상황에서, 법안 발의자로 참여하고 있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의원실에서 답변 전화가 나중에 걸려왔습니다.


“민주당에서는 과학관의 법인화에 반대 견해를  밝혔는데, 정동영 의원은 발의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입장이신지요?”(사이언스온)

[나중에 걸려온 답변 전화] “전화를 받고 뒤늦게 답변 전화 드립니다. 확인해보니 법안을 담당하는 실무진의 착오로 발의자 명단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시에 법안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고 여러 의견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발의자로 정 의원의 이름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대표 발의를 한 박영아 의원실에 지금이라도 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으며, 박 의원실에서는 이미 법안이 상정된 단계라 발의자 명단을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가능한 일인지 의사국에 확인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충분히 법안을 검토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정동영 의원실)


과학관 직원들 “우리가 법인화 법안에 찬성한다고요?”



00mueum3과천과학관 노조지회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과학관 법인화 추진에 대한 의견은 상당히 부정적인 쪽에 쏠려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조 쪽 관계자는 법인화와 관련해 치러진 두 차례의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사이언스 온>에 자료로 제시했습니다. 그걸 보면, 법안에 공무원 신분 유지와 공무원연금 특례가 있고, 국유·공유 재산의 무상 양여 조항까지 담겨 과천과학관의 앞날에 매우 좋은 청신호가 될 수 있는데도, 뜻밖에도 법인화에 대한 과학관 직원들의 거부감은 매우 커 보였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노조지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0명 중 53명이 법인화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반대 의견을 낸 53명은 법인화가 된다면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고, 심지어 법인화에 찬성 의견을 낸 7명 중에서 6명도 법인화 때에는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법안이 발의되고 한참 지난 6월17일에 또 한번의 설문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번에는 과학관장과 전시사업단장(부관장)을 뺀 전 직원(72명) 중에서 무려 67명이나 설문조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과학관 직원들이 각자 의견을 표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 설문조사에서는 ‘과학관 법인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의 의견수렴이 원활히 이루어졌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55명(82%)이 “아니다”(50.7%) 또는 “전혀 아니다”(31.3%)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원안(박영아 의원 대표 발의안)과 다르게 제시된 교과부와 국회 전문위원 검토 의견의 수정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22.3%가 “원안 통과 때 찬성”이라고 답하고, 4.4%는 “그래도 법인화 찬성”의 의견을 냈으나, 직원의 4분의 3가량인 73.1%는 “원안 통과 여부 관계없이 반대”라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과학관과 직원들에게 특혜적인 법안이 마련됐는데도 왜 법인화에 거부감이 여전히 클까요? 과학관 직원 두 분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과학관 노조가 법인화 법안에 합의를 해주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까?”(사이언스온)

“누가 그런 말을 하나요? 아마도 와전된 것 같습니다. 이상희 관장이 법인화에 큰 애착을 갖고 계시고, 여러 직원들을 회유하려고 애쓰셨습니다. 공무원 신분 보장과 공무원연금 특례 조항이 있는, 이렇게 좋은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데 왜 반대하느냐, 찬성하라 하며 직원들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요. 그 법안이 박영아 의원실로 제출됐는데 그 과정에서 노조와도 합의된 것이라고 와전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과학관 직원 1)


“왜 법인화에 반대하는 겁니까? 경영의 효율화와 자율성을 넓히면 더 좋을 텐데요.”(사이언스온)

“원안 법안의 문제점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회 전문위원 검토의견서에서 잘 지적돼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안의 주요 내용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게 거의 없어요. 우리들은 원안대로 가면 과학관의 공공성은 크게 훼손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사업 범위를 봐도 아시겠지요? 물론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다면 법인화에 찬성하겠다는 의견도 22%나 되지만, 지금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고 그러니까 앞으로 반대하는 직원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화에 왜 반대합니까?] 물론 법인화가 잘만 운용된다면 기관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강점도 있지만,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그게 쉽잖은 문제라고 보는 거죠. 외국에도 법인 과학관들은 꽤 많아요. 그런데 그런 나라들에서는 '기부문화'가 발달해 밑바탕이 되고 있어요. 어느 나라에서나 과학관이 수익을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관에 기부하는 그런 문화도 없는데 섣불리 법인화를 하면 이제 과학관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력을 당연히 받게 되겠지요. 국가 예산 지원이 줄어들고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고요. 그러면 과학관이라는 공공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과학관 직원 1)


“다른 기관으로 떠나겠다는 응답이 이렇게 높은 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사이언스온)

“각자 조금씩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과학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대국민 서비스 기관이라는 과학관의 의미에 끌려 대기업이나 대학을 마다고 과학관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공공성을 잃은 돈벌이 기관에서 일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일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과학관 직원 2)


“그럼 법인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좋겠습니까?”(사이언스온)

“지금의 책임운영기관 체제에서도 충분히 자율성과 전문성을 잘 살릴 수 있습니다. 마치 법인화가 만병통치약인양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법인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핵심은 정부에서 과학관을 활성화할 관심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과학관에 일하는 행정직들은 교과부 본부에서 밀려나서 어쩔 수 없이 와 있거나 승진을 위해 잠시 쉬다 가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국민과 정부의 인식 변화와 관심이 동반되지 않는 한 현 상태로 법인화 될 경우 4500억 원을 들여 건설한 과천과학관은 놀이공원이 되거나 과학 입시 학원으로 겨우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과학관 직원 2)


취재 후기: '누구를 위한 법인화인가' 사회적공감이 필요



00mueum3‘대체 뭐가 급하다고….’


이번 취재를 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무언가 사회 공익에 유익한 제도를 만들자고 하는 법안이라면 여러 견해들을 청취하고 기존 제도들과 충돌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가장 현실적이면서 건설적인 법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과학관에 대해 가장 잘 알만한 과학관 관람객이나 과학관 직원, 또는 과학전시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가 법안에 반영된 흔적은 찾기 힘듭니다. 법안의 핵심 조항들이 관계 부처와 국회 전문위원한테서 이토록 심하게 지적받는 일이 입법 과정에서는 흔한 일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으나, 건전한 상식으로 법안을 읽더라도 좀 무리하다 싶은 조항들이, 그것도 입법 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안에 담겨 있다는 점은 놀랍고도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법안이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표 발의를 한 박영아 의원실은 이 법안이 이상희 과천과학관장의 법인화 의지를 받아들여서 입법화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다보니 법안이 너무도 개인 의지에 의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과학관 노조와 합의해 마련한 법안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동영 의원실에서는 정 의원이 발의 과정에 참여한 것은 법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뒤늦게 발의자 명단에서 빼줄 것을 발의대표 의원실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역시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취재 과정은 또한 국립과학관 법인화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갈래로 생각해볼 거리를 주었습니다. 사실 과학관 법인화가 언제나 옳은 정책이라거나 또는 언제나 그른 정책이라고 단언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제가 과천과학관 법인화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트위터에 관련 글을 올렸을 때에, 어느 분은 자신이 대전 중앙과학관의 비정규직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무사안일하고 권위주의에 빠진 공무원 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라도 법인화라는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무원이거나 공무원 출신인 듯한 또 다른 트위터 친구는 법인화가 언제나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기에 해당 기관의 소임과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며 현실에서 법인화가 필요한지 따져볼 문제라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법인화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 당연히 거기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있지 않습니다. 어떤 공공기관의 법인화가 우리 사회 안에서, 또는 해당 기관 안에서 관심사나 쟁점이 되었을 때에, 그런 쟁점에서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법인화 찬성 또는 반대라는 절대적 답안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면, 여러 사람들의 견해가 합리적으로 평등하게 경쟁하면서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보장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렇게 보면,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 기관인 국립과학관의 법인화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져야 하고 또 그 문제를 생각할 기회를 주고, 그리하여 여러 의견들과 관심사가 공론의 장에서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몇 분과 과천과학관만의 관심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립과학관은 왜 법인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과천과학관의 법인화 문제가 과천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서울대 법인화 이후에 지방 국립대학의 법인화가 논란이 되듯이) 이를 계기로 전국의 여러 국립과학관들에서도 법인화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기에, 첫 단추가 될 과천과학관의 법인화 문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합리적이고 평등하게 주장들이 경쟁하며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결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국립과학관 법인화가 그리 시급한 문제도 아닌데도 충분한 준비 없이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법인화를 추진하는 지금의 과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고침] 위의 글 중에서 "사실 지난 참여정부 때에도 과천과학관의 법인화 전환 논란이 있었습니다"라고 썼으나 이는 기자의 착오였습니다. 2008년 법인화 논란은 현 정부가 출범한 해에 있었습니다. 이에 "사실 지난 2008년 때에도 과천과학관의 법인화 전환 논란이 있었습니다"로 바로잡습니다. 2011년 6월23일 오후 6시15분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박기영 혁신본부장 반대’ 서명 확산‘박기영 혁신본부장 반대’ 서명 확산

    뉴스오철우 | 2017. 08. 10

    과학기술인단체 ESC의 성명서에 동참 1851명으로 늘어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와 관련해 연구윤리 등 논란을 일으켰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임명에 반대해, 과학기술인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시작한 온라인 서명에...

  • ‘개미가 개미지옥 못 빠져나오는 이유는?’ -물리실험의 설명‘개미가 개미지옥 못 빠져나오는 이유는?’ -물리실험의 설명

    뉴스오철우 | 2017. 08. 09

    “모래 경사면 변형과 마찰계수의 영향” 물리학술지에 발표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일때 빠져나오기 힘들어 ‘개미귀신’으로 불리는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는 모래에다 쉽게 쏟아져 내리는 미끄러운 구멍을 파놓고서 곤충 먹잇감을 기다린다. 아...

  • ‘황 사태’ 관련 박기영 혁신본부장에 비판·반대 잇따라‘황 사태’ 관련 박기영 혁신본부장에 비판·반대 잇따라

    뉴스오철우 | 2017. 08. 08

    공공연구노조, 과학기술·시민단체 등 반대 목소리* 과학기술인단체 ‘ESC’의 9일 성명을 기사에 추가했습니다. -2017.8.9. 오전 10시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와 관련해 연구윤리 논란을 일으켰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인 박기영...

  • “성평등이 과학 발전 밑돌” 이공계에 페미니즘 바람“성평등이 과학 발전 밑돌” 이공계에 페미니즘 바람

    뉴스오철우 | 2017. 08. 07

    ※ 이 글은 한겨레 8월7치 <한겨레>의 “미래&과학” 지면에 실렸습니다. 취재 중에 이뤄진 이메일 일문일답들 중 일부를 덧붙여서 웹진용 기사로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성 더...

  • 유전자 드라이브에 야생의 저항성 만만찮네유전자 드라이브에 야생의 저항성 만만찮네

    뉴스오철우 | 2017. 07. 27

    특정 유전자를 심어 후손들에게 빠르게 퍼뜨리도록 하여 해충 종을 제어하려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전략이, 야생에선 저항성 돌연변이의 출현으로 인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초파리 실험에선 저항성 돌연변이 출현이 적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