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국 과학기술 논문 '풍요 속의 빈곤'

KISTEP, 논문 질적 수준 분석해보니

논문 수 9년 새 80% 증가, 질 수준은 세계 평균 미달

지구·우주과학은 상위권, 컴퓨터과학·수학은 최하위




00SCI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해 2006년 7월에 발사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촬영한 대전 대덕연구단지 위성사진. 우리나라 우주·지구과학 분야 논문의 질은 상위권인 반면 컴퓨터·수학 분야는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 과학기술 논문의 질적 수준이 세계 주요국과 격차가 여전히 크고, 특히 논문의 질 하락 폭이 다른 나라와 견줘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구과학과 우주과학 논문의 질은 상위권인 데 비해 컴퓨터과학과 수학 분야는 최하위권으로 분석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기평·KISTEP)은 24일 지난 2007~2009년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학술지에 실린 논문 수 상위 70개국을 대상으로 과기평이 새로 만든 ‘상대 순위보정 영향력지수’(R²nIF)로 분석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를 담당한 김용정 연구개발예산정책실 부연구위원은 “에스시아이 논문 발표만을 목표로 삼는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연구 결과물의 과학적 영향력, 탁월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문 양은 상승, 질은 하락


2009년 우리나라의 에스시아이 논문 발표 수는 2만4174편으로 2000년 1만3459편에 비해 80%가 늘어 세계 16위에서 11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과기평의 상대 순위보정 영향력지수로 계산한 우리나라 에스시아이 논문 질적 수준은 0.933으로 세계 평균 1.0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1.088), 영국(1.074), 프랑스(1.049) 등 상위권과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논문 연평균 증가율이 18.8%로 브라질(28.3%), 중국(19.0%)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반면, 논문의 질적 수준은 2007년 0.952에서 2008년 0.945, 2009년 0.933으로 해마다 1%씩 낮아졌다. 연평균 하락률은 인도(0.22%), 브라질(0.11%), 중국(0.05%)보다도 훨씬 컸다.



지구·우주과학 상위권, 컴퓨터·수학 최하위


00SCI_kor우리나라의 기술분야별 논문 질적 수준은 대부분 중하위권인 것으로 분석됐다. 과기평이 국가과학지표(NSI) 표준분야별로 논문 100편 이상을 발표한 국가를 대상으로 상대 순위보정 영향력지수 평균값을 비교해 순위를 내본 결과, 우리나라는 우주과학(37개국 중 2위)과 지구과학(58개국 중 3위)에서만 상위권을 차지했다.


화학은 68개국 중 30위, 물리학 66개국 중 32위, 식물·동물과학 66개국 중 21위, 농학 50개국 중 26위 등 나머지 분야는 대체로 중·하위권이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권위가 낮은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컴퓨터과학 분야는 44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수학 분야는 57개국 중 53위에 그쳤다.



국제공동연구 논문 질 높아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국제공동저자 여부와 논문 질의 상관관계라고 밝혔다. 외국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은 그렇지 않은 논문보다 상대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렸다. 특히 미국·독일·스위스 등 선진국 연구팀과 함께 저술한 논문이 우수한 학술지에 게재됐다. 국내 연구기관 단독으로 발표한 논문의 상대 순위보정 영향력지수는 0.880으로, 외국 1개국의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의 0.986과 큰 차이를 보였다. 2개국 연구기관과 공저한 경우 지표값은 1.075, 3개국은 1.143, 4개국은 1.163, 10개국 이상은 1.340으로 국가 수에 비례해 커졌다.


우리나라 연구자가 미국·독일·프랑스·싱가포르 등의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들은 해당 분야에서 평균 이상의 질적 수준을 갖는 학술지에 발표됐다. 반면 중국·러시아·베트남·스페인 등 연구진과의 공동논문은 우리나라 연구자 단독으로 발표한 논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국제공동연구 효과가 없었다.


김용정 부연구위원은 “하위권 학술지 논문 게재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논문 양산만을 부추기는 국내 이공계 풍토가 논문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수준은 세계 평균에도 크게 못미치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초연구 역량이 취약한 분야에는 선진국 연구기관을 국내에 유치하고, 외국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초청·활용하는 등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사 방법


한국연구재단은 대표적 과학연구 성과 계량지표인 논문 피인용 횟수와 저널의 영향력지수(임팩트 팩터·IF), 분야별 학술지 순위를 고려한 ‘표준화된 순위보정 영향력지수’(mrnIF)라는 지표를 개발해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표는 분야별로 상위 학술지에 많은 논문이 분포된 경우와 하위 학술지에 논문이 치중된 경우 객관적인 값이 산출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과기평의 ‘상대 순위보정 영향력지수’는 논문의 분포까지 고려한 새로운 계량지표다.



[용어 설명]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지수): 미국 학술정보 전문 민간기관인 톰슨 로이터(옛 과학정보연구소·ISI)가 해마다 학술적 기여도가 높은 과학기술분야 학술지를 엄선해 이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


IF(영향력 지수): 어떤 저널에 게재된 논문들이 SCI급 저널에 실린 다른 논문들에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가를 나타내는 지수.


NSI DB(국가과학지표 데이터베이스): 톰슨 로이터가 SCI 논문과 인용정보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로, 22개 표준분야와 248개의 세부분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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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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