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농경집단이 민족집단과 언어 형성에 큰 영향"

김욱·김원 교수 연구팀, Y염색체 분석 "80% 농경집단서 유래...한국인 특이 유전형도 30%"

일본 도쿄대 연구팀, "현대 일본어의 진화계통 분석, 2200년 전 이주한 농경집단에서 유래"



00bone » 유전자를 이용한 민족 기원 연구들을 보면, 한반도의 신석기 시대엔 이미 정착한 수렵채취 집단들에 견줘 새로 이주한 농경 집단들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부산 가덕도에서 발굴돼 최근 공개된 8000년 전(추정) 신석기 시대의 사람뼈. 사진/ 한국문물연구원



동북아시아의 현재 민족 집단은 나중에 이주한 원시 농경 집단이 먼저 정착했던 수렵채취 집단을 대체하면서 형성됐음을 다시 확인해주는 유전학과 언어학 연구들이 나왔다. 하나는 한국인의 부계 유전자를 분석해 동남아와 중국을 거쳐 온 농경 집단이 한민족의 중요한 뿌리가 됐음을 보여주며, 다른 하나는 지금 일본어가 2200년 전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이주한 농경 집단에서 비롯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연구들은 농업이라는 특정 기술문명이 원시 집단의 팽창과 언어의 확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농경 집단 팽창설을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반도 농경집단의 팽창과 분화


김욱 단국대 교수와 김원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한국 남자 506명을 대상으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부계로만 유전되는 와이(Y)염색체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한국인 남자 80%가량에서 농경 집단의 고유한 유전형들이 나타났으며, 상당수는 한국인 고유의 특이 유전형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집단들은 6만~8만 년 전 쯤 아프리카에서 나온 뒤, 동남아와 중국을 거쳐 팽창하며 이주한 농경 집단의 갈래들이다. 논문은 법의학 중심의 온라인 국제저널인 <수사유전학 ( Investigative Genetics) >에 최근 발표됐다.


와이염색체는 부모 유전자의 뒤섞임 없이 부계를 통해 거의 그대로 유전되기 때문에 현재 남자의 와이염색체엔 과거 수 만년 동안 인류 이동과 민족 분화의 과정에서 생겨 유전되는 고유한 돌연변이 유전형들이 마치 퇴적층처럼 차곡차곡 누적돼 있다. 그래서 와이염색체는 과거 인류의 기록이 간직된 ‘유전자 화석’으로 여겨진다. 디엔에이 돌연변이율을 계산하면 어떤 돌연변이 유전형이 언제 출현했는지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인한테선 중국 농경 집단과 같은 계통이 45%가량, 북방 몽골 계통이 15%가량, 동남아나 시베리아 계통이 10%가량 나타나, 우리 민족이 다른 시기에 여러 갈래로 들어온 여러 집단들로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에 더해 30%가량에선 1만년 전쯤 한반도 근처에서 새로운 돌연변이를 얻어 분화한 농경 집단의 유전형(O2b)도 새로 발견됐다. 여기에서 갈라진 또 다른 유전형(O2b1)은 현대 일본인한테서 다수 발견된다. 우리 민족이 단일한 기원을 지니지 않으며 여러 시기에 여러 갈래의 집단들이 섞이며 형성됐으며 그 일부가 일본으로 이주했다는 유전학적 주장은 이전의 여러 연구들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김욱 교수는 “이는 1만 년 전쯤에 한반도나 만주 근처에 머물다 한반도에 이주한 농경 집단이 팽창해 한민족의 중심 계통 중 하나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김순희 박사(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동부분원 유전자분석실장)은 “흔히 신석기, 청동기 시대에 우리 민족의 기반이 형성됐다고 말하는데 이번에 그런 학설을 입증하는 유전학적 근거를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00Y-chrom » 아프리카에서 나온 집단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다시 여러 갈래의 유전형으로 분화하며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정착했다. 그림은 동남아사아에서 분화한 유전형(M175)에서 갈라져나온 유전형(O2, O3 등)들이 이 지역들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지역별 분포로 보여준다. 출처/ Investigative Genetics




“일본어, 나중 농경집단에서 유래”


민족집단의 기원과 언어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도 나왔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영국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최신호에 “현대 일본어의 59개 지방어에서 더디게 변하는 신체 용어, 기본 동사, 숫자, 대명사 같은 단어 210개씩을 뽑아 통계기법(베이지언 방법)으로 언어 진화의 계통을 분석해보니 일본어는 2200년 전쯤 이주한 농경 집단에서 비롯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  연구팀은 "생물학으로 비유하면,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처럼 진화적 계통 정보를 비교적 잘 보존하는 디엔에이와 같은 것을 언어에서 추출한 뒤에 유전학적 방법과 비슷하게 단어가 변이를 일으키는 속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해서 연대를 측정했다"고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언어 변천 속도를 계산해 언어 진화 연대를 추정해보니 현대 일본어는 2200년 전 무렵에 비롯했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이미 정착해 있던 수렵채취의 ‘조몬 족’에 더해 농경 집단인 ‘야요이 족’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하던 때와 겹친다.


제1저자인 션리(인지행동과학 박사과정)는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인간 언어도 생물처럼 진화한다는 데 착안해 생물 진화 역사를 연구하는 통계기법을 언어 역사에 적용해 분석한 것”이라며 “일본어족의 진화 역사가 농경 집단의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농경 집단이 새로운 영토에서 유전자와 언어를 통해 정복의 역사 흔적을 남겼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집단의 생물학적 역사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게 이 논문이 제시하는 중요한 해석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런 민족 기원 연구들이 두 민족의 관계를 직접 보여주진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욱 단국대 교수는 “어느 민족의 기원이 된 민족이 더 우월함을 얘기해주지는 않으며 다만 인류와 민족의 형성이 과거에 어떠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션리는 “침팬지와 사람이 공통조상을 지닌다 해서 사람이 침팬지에서 유래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어가 일본어의 뿌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두 언어는 한국어도 일본어도 아닌 공통조상의 언어에서 각각 유래해 다른 진화의 길을 걸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원' 연구의 의미와 관련해 "미시적인(micro) 차원에서 기원이라는 퍼즐 조각을 짜맞추어 들어가다보면 우리는 결국에 거시적인(macro) 차원에서 볼 때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고대 인류를 공통 조상으로 여기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인류가 인종과 민족과 국가와 종교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모두 큰 한 줄기라는 정체성을 과학적 근거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기원 연구의 크나큰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대 연구팀의 논문은 최근 알려지면서 일본 우익단체들한테서 비난과 공격 대상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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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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