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랜지스터의 변신, 그래핀 이용 '더 투명하고 휘게'

포스텍-성균관대 공동연구팀,

플라스틱 기판 위에 단일층 그래핀 전극 제조 기술 개발




00graphenT » 고분자 플라스틱 기판 위에다 그래핀 박막 전극을 구성한, 휘면서 투명한 트랜지스터. 사진/ 포스텍 제공

 


쉽게 휠 수 있으면서 유리처럼 투명한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려는 여러 갈래의 연구개발 시도들이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 연구팀이 그래핀 단분자 박막으로 전극을 구성하는 유기박막 트랜지스터를 처음 개발해 발표했다. 단일층의 그래핀이라 투명도가 매우 높고, 플라스틱 기판을 써서 휘는 유연성도 높다.


포스텍의 조길원(화학공학)·김광수(화학) 교수와 성균관대 홍병희 교수(화학)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고분자 플라스틱 기판 위에다 단일층의 그래핀으로 트랜지스터의 전극을 구성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신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최신호(4월19일치)에 관련 연구 논문("플라스틱 기판에 단일층 그래핀 전극을 구현한 투명하고 유연한 유기 트랜지스터")을 발표했다. 트랜지스터는 전자신호를 증폭하거나 껐다 켜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 소자로서 전자제품을 실제 돌리는 데 쓰는 기초 부품이다.


00Kim_Cho_Hong » 공동 교신저자인 김광수, 조길원 포스텍 교수와 홍병희 성균관대 교수(왼쪽부터).

유기박막 트랜지스터는 투명하고 구부러지는 전자 장치나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소자 기술로 주목받아왔으며, 특히 그래핀도 그런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후보 물질 중 하나로 꼽혀왔으나, 실제로 높은 전도도, 투명도, 유연성을 갖춘 그래핀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엔 난관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래핀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고온 때문에 유연한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쓰기 힘들었으며 단일층으로 이뤄진 그래핀 단분자 박막을 만든 뒤 이를 다시 전극으로 설계해 제조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웠다.


이번에 연구팀은 그래핀 단분자 박막을 상온(room temperature)에서 제조하고 이를 고분자 플라스틱 기판 위에다 ‘나노 패터닝’ 기술을 이용해 전극으로 조립해 제작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도도나 투명도가 높은 트랜지스터 전극을 그래핀 박막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함을 실제로 확인해준 셈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조길원 교수는 “트랜지스터는 전극과 활성층(전하가 이동하는 길)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에 그래핀은 전극에 사용되었으며 활성층은 다른 유기반도체 재료로 만들었다“며 “기판도 고분자 플라스틱이고 전극은 탄소 그래핀, 활성층은 유기반도체를 써서, 모든 재료를 유기물로 구성했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래핀 트랜지스터는 뛰어난 전도도와 투명도를 지녔을 뿐 아니라 뛰어난 유연성도 갖춰 ‘휘며 투명한 전자장치’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소자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이라며 “앞으로 그래핀을 유기 태양전지의 전극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어해설] 그래핀이란? : “그래핀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 연구팀이 처음 발견했다. 과학자들이 70년 동안 찾아오던 물질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제작됐다. 연구팀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원자 한 씩을 떼어냈다.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 풀러린 등과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뤄진 ‘형제 물질’(동소체)이지만, 지름 0.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원소 한 층으로만 이뤄진 ‘얇은 종이’여서  물성이 전혀 다르다. 그래핀이 주목받는 것은 높은 전자 이동도 때문이다. 실리콘 반도체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 강도도 탄소나노튜브 등 어느 나노물질보다 강하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랩처럼 잘 휠 수 있고 투명한 데다 열 전도율도 뛰어나 미래의 초소형 장치에 천혜의 물질로 여겨진다.[그래핀을 발견한 성과를 인정받아 안드레이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는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사이언스온 2010.4.28 “물럿거라 실리콘, 그래핀 납신다”, 이근영 한겨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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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



휘고 늘어지고 투명해지고 ‘트랜지스터의 변신’

(2008년 8월21일치 한겨레 과학면)


고무줄·유리같은 트랜지스터 개발…3차원 회로 등장

“자동차·거실 유리에 TV화면 띄우는 일 가능해질 것”



00transistors » 전자제품과 디스플레이를 탈바꿈할 만한 새로운 반도체 트랜지스터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리처럼 투명한 트랜지스터, 구부러지고 휘는 트랜지스터, 늘어나고 비틀리는 트랜지스터. 사진/ 김일두 박사··박재우 교수 제공

현대 전자문명을 이끄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변신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휘거나 늘어나는 트랜지스터가 개발되는가 하면 투명한 트랜지스터도 선보이는 등 이 분야의 기초·원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은 “트랜지스터의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휘고 접히는 전자제품이나 투명한 화면(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뤄지고 있다”며 “신기술들은 시장 수요의 움직임에 따라 곧바로 제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랜지스터는 전자신호를 증폭하거나 껐다 켜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 소자로서 전자제품을 실제 돌리는 데 쓰는 부품이다.



■ 휘고 늘어나고

휘는 트랜지스터의 변신은 일찍 시작됐다. 얇은 플라스틱 판에다 트랜지스터를 심어 구부리거나 둘둘 마는 전자제품의 부품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다. 지난해[2007년] 10월 미국 연구팀과 함께 휘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김일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손목에 감는 휴대전화나 입는 컴퓨터 같은 장치에다 이런 트랜지스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요즘엔 휘는 건 물론이고 늘어나는 트랜지스터가 주목받는다.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놓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줄어드는 신축성 있는 트랜지스터를 지난 [2008년] 3월 안종현 성균관대 교수가 참여한 한국·미국 연구팀이 개발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얇고 투명한 고무 기판 위에다 매우 얇은 실리콘 박막을 붙인 다음 그 위에 집적회로를 구현했다. 쉽게 깨지는 규소 성분의 실리콘이 부서지지 않게, 실리콘을 100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두께의 박막으로 잘라 썼다. 안 교수는 “피부에 붙이거나 수술용 고무장갑에 내장해 환자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하는 전자제품처럼 새로운 용도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신축성’은 트랜지스터의 새로운 열쇳말이라고 말했다.



■ 유리처럼 다 보이고

뭐니 뭐니 해도 투명한 트랜지스터가 최근에 가장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박재우 카이스트 초빙교수가 미국·일본 기업들이 이미 소유한 산화아연 반도체 방식의 원천기술과는 달리, 산화티타늄 반도체를 이용한 투명 트랜지스터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유리에다 30나노미터 두께의 산화티타늄 박막을 실리콘 대신 뿌린 뒤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박 교수는 “투명도가 90%나 돼 보통 유리의 80~90%와 거의 구분하기 힘들다”며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현실이 될 날도 머잖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스스로 빛을 내어 선명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에이엠올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나 휘는 디스플레이에도 응용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이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들과 더불어 발전하면, 자동차 앞유리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우고 거실의 대형 유리에 텔레비전 화면을 띄우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일어선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의 변신은 반도체의 집적도까지 바꿔놓았다. 평면에다 회로 선폭을 더욱더 작게 만들어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심는 현행 2차원 반도체가 집적 한계에 직면하자, 이를 극복하려는 대안 기술의 하나로 ‘3차원 집적회로’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 나노종합팹센터는 한국·미국 공동 연구를 통해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고 집적회로를 층층이 쌓아 집적도를 늘리는 3차원 집적회로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센터의 이완규 기술응용팀장은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차지하는 면적을 더 줄여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며 “한 층을 기준으로 보면 집적도가 10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전통적 반도체 제조기술(CMOS·시모스)의 틀은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평면에 깔았던 트랜지스터를 일으켜 세우고 집적회로를 복층화하는 혁신을 실현해 3차원의 변신을 꾀했다.


반도체의 변신과 관련해, 김일두 박사는 “기존 반도체가 실리콘·유기물·산화물 반도체로 다양화하면서 기존 트랜지스터의 기능 변화가 전자제품의 변화를 계속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규 팀장은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통한 혁신이야말로 당분간 전통적 반도체가 직면한 근본 문제를 푸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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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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