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저선량 방사선의 건강영향, 충분히 알지 못한다"

[ 과학저널 네이처, '저선량 방사선 연구의' 현수준과 의미, 필요성 부각 ]


지금은 ‘언제나 위험하다’ ‘위험 전혀 없다’ 단정결론 어려워

역학 조사에서도, 분자 메커니즘 연구에서도 불확실성 여전

미국선 ‘원전 인근 저선량 영향 연구’ 둘러싸고 여러 목소리

네이처 사설 “회의적인 대중에 정부·원자력업계는 투명하게"




00LDR » 지난 6일 서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내 방사선 영향" 주제로 열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긴급토론회에서 여러 원자력공학, 원자력의학자들은 국내에 현재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이 극히 미량이어서 사람한테 사실상 무해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철우

 


일본 후쿠시마의 사고 원전들에서 나오는 방사성 오염 물질이 일본의 전역은 물론이고 지구촌 여러 곳으로 퍼지면서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이 사람 몸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극히 미량으로 검출되자  '너무 미미한 양이어서 위험이 사실상 아무런 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원자력공학·의학계 전문가와 '미미한 수준의 위험에 걸맞게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예방의학·환경계 전문가의 다른 목소리들이 나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에서 검출된 방사선 양이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 저선량 방사선이란 대체로 0~100밀리시버트 수준의 방사선을 말하며, 일반인의 평상시 연간 허용한도 기준치로 통용되는 ‘참조준위’는 1밀리시버트(mSv)이다.)


한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금까지 이뤄진 과학연구의 여러 결과를 종합해 볼 때에 저선량의 방사선이 사람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충분히 알기는 어렵다는 미국 방사선 전문가의 글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방사선학연구소의 데이빗 브레너 박사는 네이처 뉴스 란에 쓴 ‘우리는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학계가 그 위험을 추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우리가 정말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글에서 그는 “알지 못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이 분야의 연구 결과들이 지금으로선 논쟁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방사성 물질의) 방출이 주민이주 지역(소개 지역) 안과 인근의 주민은 물론이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한테 잠재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고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장기간에 걸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연구하는 게 무척 어려우며, “여러 세대에 걸쳐 음식, 물, 다른 환경에 잔류하는 아주 낮은 수준의 방사능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구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브레너에 따르면, 방사선에 노출된 인구 규모가 아주 크거나 또는 개인별 피폭 선량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 보통 사람 40%가량이 일생 중에 걸리는 암 질환 중에서 방사선과 직접 연관된 암의 사례만을 골라 찾아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체르노빌 원전 참사(1986년) 이후에 더 활발해졌으나, 주로 갑상선암과 백혈병 외에서는 별다른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것도 이런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인구 집단을 장기간에 걸쳐 살피는 역학 조사 외에, 저선량 방사선이 암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실험실의 기초연구는 어떨까? 그는 유전자, 염색체, 세포, 기관 수준에서 이뤄지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도 발전 속도가 느리고 그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너무 복잡해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일본의 사고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양과 인근 인구 분포를 정확히 알더라도, 이주 지역을 반경 몇 십 km로 정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엔 사실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어느 정도의 밀리시버트 방사선이 나타나는 지역까지 주민 이주 대상으로 정할지, 그 분명한 기준값을 과학적 근거에 의지해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6일 한국과학기술자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 열린 방사선방어학회 긴급토론회에서도, 이재기 한양대 교수는 “연간 개인 선량 한도인 연간 1밀리시버트도 이 값을 넘을 때 위험하고 넘지 않을 때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참조준위’일 뿐”이라며 “꼭 필요한 의료방사선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에서 개인 선량 한도를 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참조준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더 열악한 비상시에는 이런 참조준위가 불가피하게 상향 조정(원전작업자 최대 1000밀러시버트까지, 일반인 최대 50밀리시버트까지)될 수 있는데, 이번 일본 비상 사태에서도 원전 작업자의 허용상한이 조정되는 등의 조처들이 이뤄졌다.)


네이처 글에서 브레너 박사는 이처럼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에 관한 기초 연구가 크게 진척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에 관한 논쟁은 극단적인 주장들 사이에서 맴돌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보더 훨씬 더 정확하게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방사선은 보편적으로 위험하다’와 ‘저선량 방사선은 위험하지 않다’는 극단적인 주장들 주변에서만 논쟁의 틀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핵사고나 방사선 테러에 대처하는 정책 결정을 하고자 한다면, 또 원전의 미래나 급속히 증가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공항의 새로운 엑스(X)선 스캐너에 관해 합리적 정책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면, 저선량의 건강 영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원전 인근 저선량 방사선 영향’ 조사방식 쟁점


또 다른 네이처 뉴스는 미국에서도 최근 저선량 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관한 논란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계기로 미국 연구자들 사이에서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처 보도를 보면,  정상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주민한테서 암 발병 위험이 높은지를 둘러싸고 오랜 동안 이어져온 일반인의 불안을 풀기 위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미국과학아카데미(NAS)에 연구조사 의뢰를 했으나 조사 유효성과 방식을 둘러싸고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90년 연구 조사에 이은 이번 미국 전역 조사는 2011년 말까지 원전 인근 주민에 대한 조사 방식을 결정한 뒤에 201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의 다른 목소리는 아주 낮은 선량의 방사선이 끼칠 수 있는 건강 영향을 실질적으로 밝혀내는 조사 방법이 있는지를 둘러싸고 나오고 있다. 네이처 보도를 보면, 일부에선 이런 조사가 일반인의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아주 낮은 선량의 방사선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차라리 그런 주제를 다루는 실험실 연구를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과 관련해, 인류가 오랜 동안 방사선의 자연세계에서 진화해왔기 때문에 특정한 문턱값(역치, threhold) 아래에서는 디엔에이 손상에 대해 디엔에이 복구 메커니즘 등이 적절히 작용해 그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디엔에이 복구 시스템은 100%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량이 아주 작더라도 위험은 없는 게 아니라 그 작은 만큼의 위험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사설 “저선량 방사선의 장기적 영향을 제대로 연구하자“


이에 앞서 <네이처>는 지난달 31일치에선 후쿠시마 참사로 인해 원전과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의 일종인 ‘정치적인 낙진’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며,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에 관해 여러 연구들과 논란이 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명증하게 풀기 위해선 관련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설을 실었다. '과거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네이처는 “방사선 노출에는 안전함의 문턱값이 없다는 개념과 부합하는,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 심장질환, 유방암 등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단서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아주 낮은 방사선량에 노출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사람들이 일본 전역에 떠도는 낮은 수준의 방사능이 안전한지 묻는 것은 정당하며, 지금으로선 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더 나은 답을 위해선 체르노빌 참사 이후 저선량 방사선의 장기적인 영향에 관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설은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 정부와 원전 산업계가 더 투명하고도 개방적인 태도로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의문들에 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나라들, 특히 신규 원전을 추진하는 나라들은...힘을 쏟아 신규 또는 기존 원자로가 충분히 안전하며 최악의 상황에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음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인들과 원자력업계는 회의적인 대중과 그들의 관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신규 건설이 치러야 하는 불확실한 비용에 관해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임하는 것이...출발점일 수 있다. 원전을 짓는 데 공공자금이 필요하다면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말을 흐리거나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 그러면서 네이처 사설은 “(이제는) 여러 나라의 정부들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건강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관해 명증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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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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