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극한광’으로 살아있는 세포 미시세계를 보다

 [선도연구센터 ‘외길 20년’] ②극한광응용기술국가핵심연구센터

결맞음 엑스선 회절 이미징 기법으로 ‘나노세계 보는 눈’ 만들기

외국시설 빌려쓰느라 ‘실험실 대이동’…학제간 융합 교육도 담당

 

  00KJ » 광주과학기술원 극한광응용기술연구센터 실험실에서 노도영 소장이 극한광을 응용하기 위해 개발중인 ‘결맞음 엑스레이 회절 이미징’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00series21990년 과학기술처(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각 대학의 우수 연구인력을 모아 선도적인 과학자그룹으로 육성해 우리나라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선도연구센터 지원을 시작한 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200여개의 연구센터들이 모두 1조1천여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숱한 성과들을 일궈냈다. 현재도 102개의 센터들이 과학기술 발전의 밑동이 될 진리 탐구에 힘을 쏟고 있다. 선도연구센터 세 곳을 차례로 찾아 어떤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최근 정부가 중복투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축에 들어가기로 한 4세대 및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극한광’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 빛으로는 세포나 전자소자·태양전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현대과학은 얼마나 강한 빛을 보유하느냐가 연구 성패를 가르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극한광을 이용해 연구할 기술이 없다면 1조원이 들어가는 정부의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헛투자가 될 수도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안에 설치된 극한광응용기술국가핵심연구센터(소장 노도영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극한광으로 각종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도구인 ‘결맞음(코히런트) 엑스레이 회절 이미징’ 연구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미래 융합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2003년부터 모두 10개 센터를 선정해 7년 동안 연간 20억여원씩 지원하고 있는 학제간융합분야(NCRC) 선도연구센터의 하나다.      


미시세계를 보는 도구 개발

가시광선을 이용한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머리카락의 200분의 1 정도인 0.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이 한계점이다. 1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 원자의 세계를 들여다보려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빛이 필요하다. 또 펨토초(10의 15제곱분의 1초)의 짧은 펄스(파동)를 가지고 있으면서 굉장히 밝아야 한다.  우리가 물체를 보는 것은 반사된 가시광선이 렌즈(수정체)를 통해 꺾인 뒤 망막에 영상으로 맺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엑스레이는 파장이 극히 짧아 물질들을 그대로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반사된 엑스레이를 모아줄 렌즈는 어떤 물질로도 만들 수 없다.  


과학자들은 파동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는 현상(회절)을 이용해 물질의 모양을 ‘짐작’해 내는 방법을 고안해 사용해왔다. 벽에 비친 그림자(간섭 무늬)로 원래 모습을 재현해내는 방식이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디엔에이 이중나선 구조를 이런 방법으로 발견해냈다. 그러나 벽에 비친 강아지가 실제 모습인지, 손가락으로 만든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광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100여년 동안 빛이 반사되고 나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아왔고 최근에는 이를 컴퓨터로 계산하는 규칙(알고리듬)도 만들었다. ‘고품질’의 빛이 있고 빛에 대해 잘 정리된 지식이 축적돼 있다면 엑스레이를 가지고도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이미지)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나노세계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노도영 교수는 “세포나 나노소자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면 엑스레이로 실시간 영상을 만들어내는 미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5년 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xray laser

그러나 당시 국내에는 연구에 적용해볼 빛이 없었다.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 알곤국립연구소 안에 있는 고성능 광원(APS)을 빌려쓰기로 했다. 빛이 있는 그곳에는 연구시설이 없었다. 시료용기부터 엑스레이 감지기까지 모든 실험도구를 가져가려 싸놓으니 35~50㎏짜리 짐이 10개가 넘었다. 공항에서는 “미국에서 짐꾼들이 이렇게 무거운 짐은 다루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 항공사 직원들을 ‘국가적으로 중요한 장비’라고 설득해야 했다. 미국 연구소에서 빌리기로 한 일주일은 실험장비를 설치하고 다시 해체하는 데도 빠듯했다. 연구팀은 최근에는 일본의 극한광 시설인 ‘스프링8’로도 임대 연구를 다닌다.  


뢴트겐이 1895년 엑스레이를 발견한 이래 세계 과학계는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한 빛을 개발해왔다. 지금도 좀더 강한 극한광을 얻기 위해 두가지 방향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가지는 포항 방사광가속기처럼 전자를 이용한 빛인데, 여기에 강한 빛을 만들기 위해 레이저 성질을 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강한 레이저의 파장을 짧게 만드는 방법이다. 지난해 광주과기원은 1페타와트(1000조와트)의 고출력에 펄스 폭이 30펨토초인 극초단광양자빔(레이저빔) 연구시설을 완공했다. 하지만 아직 파장이 너무 길다. 연구팀의 ‘실험실 대이동’은 광양자빔의 파장을 줄이거나, 포항의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완공될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약물이 세포 벽 뚫고 들어가는 모습 볼 수 있어

연구센터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를 포함해 국내 각 대학의 연구진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근래 ‘빛의 사이언스파크’로 떠오른 독일 베를린 아들러스호프연구단지의 막스본연구소와도 협력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한 그룹은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 나오는 파장 1~0.1㎚의 빛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공간 분해능이 1~10㎚만 달성돼도 세포 내부 구조나 약물이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이차전지 안에서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는 현상을 실제 상황으로 관찰할 수 있다. 두 번째 그룹은 파장은 길지만 시간 분해능이 뛰어난 극초단 레이저를 이용해 분석하는 기술로, 태양전지 소자 안에서 일어나는 전자들의 위상변화 등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지막 그룹은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를 응용한 탁상형 광학현미경으로 물체를 관찰하는 기법을 연구한다. 10㎚의 공간 분해능을 지닌 주사전자현미경(SEM)과 유사하다. 그러나 주사전자현미경이 진공 상태에서 금속표면만을 관찰하는 한계를 갖는 데 비해 이 기술로는 살아 있는 생물까지 볼 수 있다.

빛과 파장 » 빛의 파장대와 관측 가능한 물질들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의 이탁희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유기메모리 분야에서만 4편의 논문이 <어드밴스트 머티어리얼스> 표지에 실리는 등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유기메모리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미시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완성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초연구 차원에서도 뛰어난 성과들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센터는 기초와 응용을 융합한 ‘광공학응용물리학제전공’을 운용하고 있다. 학제간융합연구센터에 설치하기로 돼 있는 융합교육과정으로, 2007년 처음 개설됐다. 연구팀은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 융합연구센터에 지원했다 실패했는데 때마침 정부가 지원하는 ‘탑브랜드’ 사업으로 융합교육을 먼저 시작하게 됐다. 현재 한해 석사과정 15명, 박사과정 10명 정도를 뽑고 있다. 노도영 교수는 “융합연구센터 지원기간이 7년에 불과해 융합교육은 한 차례 석·박사과정이 돌아가면 끝난다”며 “어렵게 만든 교육과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종합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 ①한국중성미자연구센터 "우주 탄생의 비밀, 중성미자 변환상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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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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