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미국 "합성생물학 기대와 우려 '중간의 길' 선택"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 합성생물학 첫 윤리평가 보고서]
    00synbio » "새로운 방향: 합성생물학과 신생 기술의 윤리" 보고서의 표지.

 

‘합성생물학이 미래에 안겨줄 혜택과 위험을 모두 고려해 관련 연구 활동은 지속되어야 하며 안전성 감독은 지금보다 체계화해야 한다’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위원회가 첫번째 합성생물학 윤리보고서에서 최근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 연구팀이 인공으로 만든 합성 유전체(게놈)을 삽입해 '합성 미생물' 제작에 성공하면서 '생물 안전성' 우려가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합성생물학 기술의 의미를 평가해달라며 요청한 지 6개월만에 생명윤리위원회가 정식 보고서를 펴낸 것이다. 이런 보고서(<새로운 방향: 합성생물학과 신생 기술의 윤리>)의 권고안에 따라, 합성생물학 연구개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가시적 정책 변화는 그다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만 정부 내 연구개발 감독 기관들의 행정적 체제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글: 에이미 거트먼 생명윤리위원장 인터뷰)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설계하고 합성하고 조립해, 백신이나 약물·바이오연료 같은 쓸모 있는 물질을 새로 또는 더 많이 분비하는 ‘유전자 합성 미생물’을 만들려는 생물공학 분야로,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의 합성 미생물 제작 성공 이후에 크게 주목받아왔다.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의 성과를 올해의 10대 과학뉴스 중 하나로 꼽았다.  


이번 보고서에서 생명윤리위원회는 '연구의 자유'와 '안전성 규제 강화' 사이에서 중간의 길을 선택하는 쪽으로 대통령 권고안을 마련했다. 위원회 보도자료(“생명윤리 대통령위원회, 합성생물학이라는 신생 분야에서 연방 감독의 강화를 요구하다”)를 보면, 윤리위원장인 에이미 거트먼(Amy Gutmann)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은 “우리는 감독 최소화와 속박받지 않는 연구 자유를 내세우는 주장부터 합리적 의심 없이 완전히 안전하게 규제될 때까지 실험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까지 일련의 주장들을 고려했다”며 “우리는 공공 혜택을 최대화하면서 위험을 줄일 안전장치를 만드는 중간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을 지속하되 감독 체계를 강화한다는 ‘두 갈래의 길’을 보여주는, 유럽 식의 엄격한 사전예방 원칙과는 다르게 미국 식의 실용적 대처 방안을 보여주는 원칙으로 풀이된다.  


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에 건의한 보고서의 뼈대는 다음과 같다. 보고서의 전문은 온라인에서 피디에프(PDF) 파일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위원회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권고한다.

 

• 대통령 행정국(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은 과학기술정책국(OSTP)을 통해 합성생물학과 관련한 영역, 예컨대 감독, 생산허가, 기금지원 등을 감독하는 연방 기구들을 통합 조정해야 한다.

 

• 정부 안의 위험 평가 활동들은 통합 조정되어야 하며, 야생 방출은 합리적인 위험 평가를 거친 뒤에만 허용돼야 한다.

 

• 대통령 행정국은 ‘자가 연구(do it yourself)’ 그룹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적용할 수 있는 안전과 안보 이슈를 소통하고 토론해야 한다.

 

• 국제적 협력이 안전과 안보에 핵심임을 인식해, 국무부는 보건복지부, 내국안보부와 조율을 이뤄, 전 세계 정부는 물론이고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주요 국제 기구들과 협력해 합성생물학 같은 신생 기술들에 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도모해야 한다.

 

• 미국립보건기구(NIH), 에너지부, 그리고 기타 연방 기구들은 가장 유망한 과학 연구가 공공을 위해 수행될 수 있도록 동료심사를 통해 연구 제안서를 평가해야 한다.

 

• 합성생물학이 제기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교육 과정이 이런 신생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연구자, 엔지니어 등의 의무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한다.

 

• 일반 대중이 이 분야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포럼이 구축돼야 한다. '펙트 체크(FactCheck.org)'와 같은 것이 생물학에서도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민간그룹이 과학에 관한 진술을 추적하고 그런 주장의 진위에 관한 독립적 견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인류에 잠재적 혜택과 동시에 잠재적 위험을 안겨줄 수 있는 신생 기술들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원칙들이 담겨 눈길을 끈다. 여기에서는 공익 우선의 원칙이나 책임성, 민주주의, 정의, 공정 같은 열쇳말들이 강조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윤리보고서이기에 이런 제안이 곧바로 연구개발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해도, 연구개발 정책에서도 윤리적 측면이 강조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보고서의 앞쪽에 실린 "신생 기술 평가를 위한 윤리적 기본 원칙" 부분을 서툴게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신생 기술 평가를 위한 윤리적 기본 원칙"

권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생명윤리위원회는 새로 등장하는 기술들의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는 데 관련되는 다섯 가지의 윤리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즉 (1)공공의 이익(public beneficence), (2)책임 있는 직무(responsible stewardship), (3)지식의 자유와 책임성(intellectual freedom and responsibility), (4)민주적인 숙려(democratic deliberation), 그리고 (5)정의와 공정(justice and fairness)이 그것이다. 이들 원칙은 합성생물학을 비롯해 신생 기술이 윤리적으로 책임 있게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정책의 선택을 설명하고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공 이익>의 이상은 공공의 혜택을 최대화하고 공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는 한 사회와 정부의 의무도 포함되는데, 사회와 정부는 공공의 번영을 개선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닌 과학과 생의학 연구 같은 개인과 기관의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지키려면, 대중과 대표자들은 합성생물학의 혜택을 추구할 때에도 위험과 피해를 경계해야 하고 충분히 신중하지 못한 채 잠재적 혜택을 추구하려는 정책이 있다면 이를 개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책임 있는 직무>의 원칙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예컨대 어린이와 미래 세대들)에 대해, 그리고 미래 세대가 번영을 누리거나 고통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고려하며 행동해야 할 의무가 국내와 세계 공동체의 일원들 사이의 공유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책임 있는 직무는 만인의 개선을 지지하며 집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민과 그 대변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프로젝트 실행 이전과 이후에는 안전과 안보 위험을 평가해야 하며 동시에 잠재적인 혜택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 때에는 '신중한 경계(prudent vigilance)'가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술이 발전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로 확산할 때에 책임 있는 과정은 지속적으로 안전과 안보를 평가한다. 또한 거기에는 필요할 때 그 기술의 사용을 제한하는 메커니즘이 포함된다.

 

민주주의는 <지식의 자유>에 의존하며, 이 때에 지식의 자유는 개인과 기관들이 창조적 잠재력을 도덕적으로 책임 있게 사용하는 <책임감>과 결합해 있다. 지속적이며 헌신적인 창조적 지식의 탐구는 상당한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낳아왔다. 여러 신생 기술은 ‘이중적 사용(dual use)’의 우려(선용을 위해 마련된 신기술이 해를 끼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를 불러일으키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위험만으로는 지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식의 자유와 책임성' 원칙의 당연한 귀결로서, 우리 위원회는 '규제의 최소화(regulatory parsimony)' 원칙을 확인하면서,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정의, 공정, 안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정말 필요한 만큼의 감독만을 행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여전히 형성 중에 있으며 세세한 분야를 제한하기에는 부적절한 신생 기술들에서 특히나 중요한 문제다. 생물 안보와 생물 안전성을 보호하는 분명한 지침이 마련돼야 하지만, 부적절한 규제가 행해진다면 새로운 혜택의 확산이 막힐 수 있으며 또한 연구자들이 효과적인 안전장치(safeguard)를 개발하는 데 걸림돌이 돼, 안보와 안전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민주적 숙려> 원칙에는 상반되는 견해들의 정중한 논쟁과 시민의 적극 참여를 아우르는 협력적인 의사결정 과정의 관점이 담겨 있다. 개인과 대표자는 합의가 가능할 때엔 언제나 합의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상호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이해당사자 사이에 개방적인 상호 교류가 유지된다면 공공적 토론과 논쟁은 논쟁 결과물이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키지 못해도, 결과물의 인정된 정당성은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사실들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고 윤리적 관심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숙려의 내적 과정을 거치면, 가능한 한 공동의 기반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촉진될 것이며, 화해할 수 없는 정도로 다를 때에도 상호존중의 분위기를 키우려는 논쟁과 의사결정 과정의 분위기가 촉진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참여자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정의와 공정> 원칙은 혜택과 부담의 사회적 분배와 관련돼 있다. 생명공학 그리고 합성생물학 같은 신생 기술은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모든 사람한테 영향을 끼친다. 합성생물학 같은 신생 기술은 지구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모든 나라는 정보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게 하며 신생 기술의 부담과 혜택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데 필요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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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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