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뿌리에서 줄기로 실시간 신호전달 눈으로 관찰"

 식물 분자유전학 실험실 가보니


NHK2 » 남홍길 포스텍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식물의 뿌리에서 줄기 쪽으로 단백질 신호가 이동하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 시스템’으로 관찰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한겨레 기자

 


“눈으로 지금 보는 이게 식물의 노화와 관련한 단백질들이에요. 녹색 형광 표지를 달아서 녹색 점들로 보이죠? 어떤 신호를 전달하려고 뿌리에서 줄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장면이지요. 빨간색 점들은 빨강 염료를 단 활성산소이고요.“  


지난 7월 무더운 어느날 찾아간 남홍길 교수 연구실에서,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운 길다란 관에서 녹색 점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동영상을 관찰하고 있었다(위 사진). 이일환(박사과정·28)씨는 “논문으로 발표한 게 아니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 간략히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단백질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다는 것은 최근 분자유전학 실험실에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 중 하나다. 어떤 단백질이 노화와 관련해 어떤 생화학 기능을 하는지 규명하는 데서 나아가, 단백질들이 세포와 조직 안에서 실제 어떻게 나타나는지, 전체 속에서 부분의 거동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모두 애기장대라는 모델식물을 대상으로 식물을 연구한다지만, 25명 연구원이 생활하는 이곳에는 다양한 연구 주제들이 탐색되고 있다. 이 연구실의 ‘원조’라는 데 은근한 자부심을 지닌 노화 연구팀을 비롯해, 이미 여러 발견을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발표해 왔던 생체시계 연구팀, 광신호전달 연구팀 등이 있다. 물리학, 수학 같은 다른 분야들을 식물 연구에 연계시키는 아이바이오팀도 있다.  


연구자들의 중요한 관심사는 생명현상의 네트워크 쪽에 쏠려 있는 듯했다. 노화 연구팀의 최승희(박사과정·27)씨는 “노화와 관련한 여러 유전자들이 발견돼 왔는데, 이제는 노화 유전자들의 상호작용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히는 게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 이일환씨는 “잎의 광합성 능력이 떨어져 에너지 생산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많아지면 잎으로 가는 영양분이 중단되고 원래 있던 영양분까지 분해해 다른 곳으로 보낸다”며 “잎 한 장의 노화 현상과 식물체 전체의 최적화 문제가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도 풀어야 할 큰 관심사”라고 소개했다.  


광신호전달 연구팀에선 빛 신호를 이용해 식물이 어떻게 환경을 인식하고 대응하는지 그 생존전략을 밝히는 게 관심사다. 연구원인 최현모(박사과정·30)씨는 “식물은 빛의 파장, 세기, 각도, 주기 등을 감지해서 광합성을 어떻게 할지 조절한다”며 “같은 햇빛으로 하나는 포도당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고 다른 하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정보로 쓰는 데 둘의 관계가 어떠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네트워크는 중요한 문제다.  


연구자들은 “모두 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밤 12시 무렵에 실험실을 나선다”며 “하루종일 실험실에서 실험에 매달려 있는 건 아니지만 세포 배양이나 시료 처리 등 실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실험실을 떠나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NHK3 » 생명과학과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연구용 온실에서 식물분자유전학의 모델 식물로 쓰이는 애기장대들의 발육·성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태형 한겨레 기자    


♦ 남홍길 교수 심층인터뷰 관련 글 모음

 

[인터뷰 최종기사] '식물, 우리가 널 모르고 있었구나'

http://scienceon.hani.co.kr/blog/archives/10592

- 인터뷰 동영상 보기

3

  

[관련] "생명의 네트워크와 융합연구가 우리연구실 열쇳말"

 http://scienceon.hani.co.kr/blog/archives/10620

 

[2차 인터뷰] "이런 상상? 동물은 중앙집권, 식물은 연방자치?"

 http://scienceon.hani.co.kr/blog/archives/10502

 

[1차 인터뷰] "식물이 둔감해요? 그건 동물 중심의 생각일뿐!"

http://scienceon.hani.co.kr/blog/archives/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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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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