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식물이 둔감해요? 그건 동물 중심의 생각일 뿐!"

[미래를 여는 첨단과학] 기획연재 - 남홍길 교수 1차 인터뷰 메모

'식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다

     

[인터뷰 전날 보낸 이메일 중에서]     


남홍길 교수님   안녕하세요. 한겨레 오철우 기자입니다. 한겨레 기획연재의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기획의 취지는 과학자 개인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저명한 과학자를 통해 그 분야의 과학에 담긴 “진수”를 독자들한테 알리자는 데 있습니다. 현대 과학이 너무 난해해져 일반인들은 과학 지식을 향유하지 못하고 늘 과학에 대한 상투적인 이미지만 지니고 있는 게 아닌지, 대중매체가 그런 상황에 일조한 게 아닌지 하는 자성에서 비롯한 기획입니다. 식물분자생물학, 더 넓게는 식물생리학에 관해 큰 업적을 내오신 교수님한테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기를 여러 독자들과 함께 바랍니다.  


1차 인터뷰는 촉박한 일정으로 마련되어 많은 얘기를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식물분자생물학, 식물생리학이 최근에 밝혀온 “식물에 관한 새로운 인식들”이 무엇인지, 또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하고 있는 연구들의 큰 방향은 무엇인지에 관해 주로 말씀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NHK » 온실에서 실험용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와 함께한 남홍길 교수. 2008년 촬영/ 오철우



(만난 때와 만난 곳: 2010년 7월14일 오전 포항 포스텍 남홍길 교수 연구실에서)

     


# 1. “연구할수록 흥미로운 식물의 생명현상”

인터뷰를 하러 와서 시간을 아끼고 미리 생각하고 주시는 답을 듣고 싶기도 하고 해서 질문서를 미리 보내드렸지요. 첫 만남으로 일단 생각나는 걸 질문으로 잡아봤는데요.  


(1)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발표해온 연구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빛을 수용하는 식물 단백질 ‘피토크롬’을 조절해 필요한 만큼의 햇빛만을 흡수하도록 조절하는 유전자를 밝혔으며(2005), 2008년에는 속씨식물의 유성생식 과정에서 하나는 배가 되고 하나는 배젖이 되는 ‘쌍둥이 정자’가 나타나는 건 생식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 복합체((SCF_FBL17)가 정자의 세포분열을 일으키는 스위치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식물의 노화와 죽음에 관한 연구도 내셨지요. 교수님 연구실의 관심사가 이렇게 다양하게 결실을 맺고 있는데 공통적인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아우를 수 있을런지요?

 

다양한 관심사라고 했고 다양하게 고민할 텐데요... 근본적으로 밑에 흐르는 관심사는 생명체의 생성, 성장, 죽음, 그러니까 생명체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죽어가는가 그런 부분에 대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그걸 이해하고 싶어 하는. 기본적으로 식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요. 식물이라는 게 자연계에서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중요한 자연 현상이고 그걸 대상으로 해서 아까 말씀드린 그런 것들을 물어보고 싶고...    


주로 애기장대 식물 위주로 연구하시지요?  


 네. 애기장대 위주로 하고 있는데요. 근데 애기장대라서 하는 이유는 없는 것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이고요.    


하시는 영역이 너무 넓고 일반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중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글쎄요, 얼마나 일반적일까? .. 주변에서 자연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들이 식물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데, 자기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죽어가는지... 그러나가 어느날 죽어가는지 거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인데... 폭넓다 그러게 말할 수 있겠네요 (웃음)...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볼까요?  


그런 것들을 분자생물학의 방법을 써서...  


네에. 방법 자체를 제한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는 게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이죠 사실. 그걸 메이저 툴로 쓰는데요. 근본적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생물학자가 아니라 과학자로서 세상을 잘 이해하고 싶다 이렇게 넓게 ... 방법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교수님은 석박사 과정 때엔 생화학을 전공하셨더라고요. [네 화학과 안에서 생화학 파트를 했지요] 그때에도 식물이 매체가 됐던 건가요?  


그때에는 효모, 이스트를 썼습니다. 당시에는 분자유전학 초기 단계에서 그게 분자유전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데 가장 좋은 생물체였고... 그걸 통해서 저는 생물학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많은 이론들을 제가 원하는 대로 테스트 해볼 수 있었으니까요.    


동물이나 효모, 미생물이 아니라 식물이 관심사가 된 것은 왜일까요?  


네... 저도 가끔 생각해보는데요, 왜 그랬을까 하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어디?] 김해공항 근처에서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접하다보니까 알게 모르게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런 연구를 통해서 농부들한테 농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 같고요.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과학적 이유를 생각해보면 포스닥 할 때에 두 가지를 가지고 고민했는데요. 하나는 신경생물학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식물 분자유전학 쪽으로 갈 것이냐 많이 고심을 했지요. [주로 이 두 가지를 두고서요?] 네. 큰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식물에도 알려진 게 많았지만 당시에 식물 분자유전학은 거의 처녀지였습니다. [이게 몇 년 얘기인가요] 1985년 얘기입니다. 거기에 가면 과학적으로 훨씬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요. 특히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했으니까 [그때에도 끝 무렵이겠지만 당시에만 해도 농업 얘기가 많이 강조되었겠네요] 네 중요한 이슈였지요. [그렇더라도 신경생물학이 더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할텐데] 근데 당시의 생각은 내가 아니더라도 그쪽에서 할 사람 많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정말 큰 공헌을 할 수 있고 내가 좀 더 많이 밝힐 수 있는 부분이 뭘까를 생각을, 고심을 하면서 식물 쪽을 택하게 됐습니다.    

교수님한테 식물은 생명을 보는 하나의 창이네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릴적부터 식물에 대한 신비함이나 호기심에서 비롯해서 식물을 한번 탐구해보겠다 이런 게 없진 않겠지만 여기에서 시작해 어릴적부터 식물 연구를 하겠다 생각했다기보다는 생물학자로서 생명 자체의 여러 호기심이 있었고,...  


네. 그게 잠재돼 있었고요. 저는 학부를 화학과를 다녔거든요. 그러다가 생물학을로 전공을 바꾸었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어릴적부터 생물 관심 있었고 그리고 화학과 다닐 때에 굉장히 많이 했던 질문이 생명이 무엇인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가는지 그런 것에 많이 질문하게 되었고. 그런 부분들을 과학을 통해서 답을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과학 중에서 생물을 직접 연구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생물로 전공을 바꿨구요. 아마 그런 맥락에 있는 것 같습니다.      


# 2. 식물성 생명관?... 영화 '아바타'에선

구체적으로 무엇을 통해 생명을 바라볼까 고민하다가 포스닥 시절에 식물 연구를 택하게 된 것인군요. 두 번째 물음은 식물분자생물학, 식물생리학 이런 게 아주 환원적인 분석이 되면서 식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을 텐데요... 20세기 초반까지 보던 식물에 대한 인식 하고 지금 식물에 대한 인식에서 나타나는 큰 차이를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2) 식물분자생물학, 식물생리학에서 단분자적 분석까지 하게 되면서 식물에 관한 여러 기존 인식들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습니다. 식물분자생물학이 그동안 규명해온 것 가운데에서 “식물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준 주요한 발견들은 무엇이 있을런지요?

 

네 저도 고민을 해봤는데요. 일반인한테 어떻게 전달될지가 사실 애매하긴 한데요. 그냥 아주 초등학생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식물이 심지어 유전자를 가진 생물체라는 것 자체부터... 그전에는 식물 자체를 생물체가 아니라 미생물처럼 다뤘는데 그 점에서 명백하게 유전, 대사 그런 기능들을 가진 생명체라는 부분들이 명백하게 밝혀졌고요.    


그러니까 그 생물체 안에서 변화무쌍한 게 아주 정교하게 돌아간다는 게... 사실 우리가 생물 하면 꿈틀대는 것, 그러니까 동물 중심의 사고가 많은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민감하고 정교한 생명현상이고, 특히 식물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수동적인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대처해나간다는 그런 것들이 명백해지고요, 그 다음에 식물 스스로 간에도, 동물과도 굉장히 많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동물과요?  


네, 자신과, 동종, 다른 식물들, 그리고 동물들과도 굉장히 많은 신호들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간다는... [동물이란 건, 뭐, 곤충들을...?] 네 곤충, 또 척추동물도 마찬가지고요. 자기 포식자나 공생자들 하고도 굉장히 많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는 것들이고요.    


아, 이건 나중에 더 여쭈어봐야겠네요. 재미있는 게 많을 것 같네요.  


아 예. 그 부분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뭐 예전의 메이저한 발견은 광합성 기구인 것 같습니다. 일종의 빛의 공장인데요, 빛을 이용하는 공장인데. 그 공장의 기작들이 많이 밝혀졌고 그거는 뭐 거기에서 노벨상이 많이 나왔어요 노벨상이 네댓 개가 나왔나요.    


광합성의 분자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니까... [네 화학적이고 분자생물학적인 메카니즘들이...] 여기에는 굉장히 단순한 기작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벨상이 네댓 개나 나올 정도로 굉장히 그만큼 복잡하거나, 표면적인 발견 이면에 또 뭐가 있고 뭐가 있고 그런가 보죠.  


기본적으로 그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게... 광합성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산소가 만들어지고요. 그걸 통해서 우리 음식이 만들어지고요. 또 그 자체가 생물에서. 지구 자체가 유지되고 지금 지구 생물체군이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그 화학 공장이라는 게 결국은 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모든 것들은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 자체가 중요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화학적인 여러 반응들, 메커니즘들이 굉장히 놀라운 현상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노벨상 받은, 또 다른 현상은 ‘트랜스포존’이라고 움직이는 유전자들...[아, 이게 식물 분야에서 먼저 나온 겁니까?] 네. 맨 처음에 옥수수 유전학에서... 바바라 매클린톡이라는 분이. 그런 것들이 식물이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발한 유전 활동을 하는 생물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음... 이건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영화 <아바타> 혹시 보셨어요. [네...] 거기에서 식물로 묘사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거대한 생명의 공조, 그러니까 그 하나가 거대 유기체이면서 그 안에서 세세한 유기체들이 살아가는 것이... 신호전달 네트워크? 이런 것이 식물적인 생명관 이런 것과 관련이 있어 보여요.  


아바타에는 식물학적 생명관이 많이 들어 있고요, 또 동양적인 생명관이 많이 들어 있지요. 그리고 그게 완전히 허구는 아니고요, 나름대로 말이 되는 얘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과 식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현재는 대부분 화학적인 신호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게 뭐 전기적 신호가 작용하지 않으란 법도 없을 것 같고... 물론 이건 현재 추정이지만. 그리고 동물과 식물 사이에도 화학적 신호를 이용해서 많이...      

   

# 3. "지구 생명의 출발과 기반은 광합성"

네... 다음 질문도 비슷한 얘기 같은데요.

 

(3) 식물 연구와 식물에 대한 이해가 지구상 생명을 이해하는 데에 어떤 기여를 할까요? 흔히 동물인 인간이 지니는 생명관은 자주 동물적인 것일 텐데요, 그러나 보편적인 생명의 본성을 이해하려면 식물과 미생물도 함께 이해해야 하겠지요? 식물을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얻게 되는 생명의 종합적인 관점이 있을까요?

   

네... 기본적으로 식물 자체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지구상의 생명체가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근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산소, 음식, 에너지, 모든 것이 식물에서 나오고 있고, 그래서 실제적으로 사람을 포함해서 동물들의 진화는 기본적으로 식물에 베이스(근거)를 두고 있고, 그래서 식물과 공진화를 해왔습니다.    


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나요? 식물이 동물에 맞춰 진화해왔다는 것은 예를 들어 아까 말씀하신 포식자에 맞춰 식물이 진화했다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동물이 식물에 베이스를 두고서 공진화를 했다는 것은 사례가 안 떠오르는데요.  


예를 들어서 당장 새들을 생각해보면 새들의 부리 크기라는지 그런 거는 예를 들어서 근처 식물들의 열매에 따라 바뀌게 됩니다. 지금 얘기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의 활동이라든지, 혹은 예를 들어 심지어 사람의 기관의 형태까지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뭐 육식이냐 초식이냐, 초식 중에서도 어떤 것을 먹느냐 등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지요.    


공진화라는 게 주로 음식과 관련됩니까?  


음식이 ... 뭐 음식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 기본적으로 생명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와 매스(물질)의 교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밥 먹는 것도 기본적으로 에너지와 매스를 얻기 위한 방식이고. 그것의 가장 기본이 식물에서 시작하면서 계속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거든요.    


먹이 순환의 출발이 식물에서 시작하는 거네요.  


에너지의 생산이... 그 자체는 기본적으로 광합성에서 시작한 것이고요. 그래서 식물이라고 그러면... 에너지 생산이 미생물도 있으니까 광합성 하는 미세 조류도 있으니까, 그러나 식물 자체도 거기에서 베이스를 한 것이고 식물 자체를 특징짓는 게 광합성이니까. 넓게 얘기하면.      


# 4. 초정밀 영상연구, 물리학 등등 "연구방법의 융합"

네 번째 질문인데요. 이런 게 실제 여기에서 방법론들이 다 시도되고 있습니까?  


(4) 교수님께서는 분자생물학 연구에서 여러 새로운 방법론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 잡지를 보니,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는 분자 유전학적 모델링, 초정밀 영상학, 화학 유전학, 단분자 물리학과 접목을 시도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런 분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융합연구가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

 

네... 나중에 실험실 체험할 때에 학생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겠지요.      


여기에서 “초정밀 영상학”이라는 것은 요새 많이 얘기되는 비주얼라이제이션, 그러니까 시각화를 말하는 것인가요.  


네... 현미경과 비주얼라이제이션인데요. 현미경도 그냥 현미경이 아니라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존의 해상도를 완전히 넘어서는 현미경들을 셋업하고 그걸 활용하고 있고...    


단분자 물리학이라는 건 뭔가요?   


분자 하나하나를... 그러니까 전에는 전체를 앙상블로 여러 개가 많은 상태로 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분자 하나하나의 개별 거동으로부터 어떻게 전체 거동이 나타나는지를 읽어보려는 시도입니다.    


화학적인 건 반응인데, 여기엔 거동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분자들이 상호 어떤 작용하느냐. 에이 분자가 비 분자와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느냐...    


그건 화학적인...  


기본적인 것은 물리화학적인 법칙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아니... 여기에서 물리학이라는 용어를 특별히 쓰셔서...  


아..네... 분자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어떤 속도로 움직이느냐 그런 다이내믹스를 본다는 것이죠.  


다이내믹스, 역학을...  


그런 분자들의 특성 자체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움직일 것이냐 그런 것들도 유전학적으로 진화적으로 선택된 성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경우에...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런 방법을 쓰는 이유는 과학이라는 게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지금 우리 오감이 주는 것을 넘어서서... 그러니까 우리 인식을 확대하는 도구와 관점(view) 주게 됨으로써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서서 제공해 줄 수 있고..

       

# 5. “협업지성이 좋아, 열린 지식이 좋아서...”

이 질문은 연구 내용보다는 연구활동의 스타일에 관한 것일 것 같은데요. 브릭을 세우신 분으로도 알려져 있고 저번에 오픈억세스 잡지도 창간하시고...이게 연구활동과 어떻게 연관되나요?


(5)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여러 말씀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열린 연구”인 것 같습니다. 지금 하시는 현장 연구와 이런 열린 연구의 철학은 어떻게 직접 연관되는 것입니까?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지식을 알아내고 한다면 그것은 사회에 전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상호작용들을 통해서... 더 많은 지능들의 상호작용 자체가 더 많은 지식들을 창출하고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나눈다는 게 일방적으로 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나눔으로써 서로 지식을 키울 수 있는 것 같고요. [흔히 흔히 유행어로 집단지성 이런 걸 말하시는 건가요?] 뭐 꼭 그런 개념은 아니지만 저는 그 자체가 중요한 뭐랄까 지식 추구 방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집단이라는 말 자체가 개인의 사고 자유를 제한될 수 있는 것 같아 거부감이 좀 있습니다. [자유 집단지성? 집단 자유지성?] 네... 자유적인 이성을 가진 [협업지성 이런 건가요?] 네 그게 훨씬 나은 단어이네요.      


# 6. “식물은 환경인식과 대처에 무척 민감하다”

그리고... 이건 간단히 할 질문이 아닌데 일단 질문을 드립니다. 1985년부터 죽 관심을 가져서 그러니까 지금까지 20여년을 식물의 생노병사 메커니즘을 연구해 오신 건데요. 하시면서, 효모가 동물 특성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동물 연구를 해오시고 그래서 식물과 대칭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 연구를 하시면서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 특히 유전자를 활용하는 방식, 이런 게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는지요?  


(6) 분자생물학의 관점에서 동물과 식물이 운영하는 유전자 작동 방식/원리의 차이가 있는지요?

 

네. (질문을 받고서) 고민을 해봤는데요. 아마 제 견해일 겁니다. 완전히 맞다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이나 미생물 식물이나 자기들이 운용하는 도구는 기본적으로 유사한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도구들을 어떻게 서로 끌어다가 연결시키느냐는 부분들은 자연선택에 따라서 (식물과 동물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넘어오게 되면 식물과 동물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식물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고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식이 훨씬 더 민감해야만 됩니다. 자기가 앉은 자리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있고... 그 다음에 사용하는 먹이 자체도 완전히 다르고, 식물은 자가 영양이라 하나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그래서 먹이 자체가 어찌보면 공기이고요... 그 자체에서 굉장히 다른 방식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환경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데에 더 민감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개별 행동으로 보면 동물이 더 민감하지 않나요. 동물이 금방 알아채고 1초 뒤에 반응할 수도 있고 한데... 식물에 대해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식물의 유전자 수준 대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근데 ... 지금 말씀하신 것은 굉장히 동물적인 비유인데요. 초 단위로 반응하고...[아, 그렇습니까?] (함께 웃음). 네. 근데 큰 차이가... 동물은 행동을 이용하지요. 행동을 이용해서 자기 방어를 하거나 먹이를 구하거나 하는데 행동을 많이 이용하는 데 비해서 ...식물은 대사를 이용하지요.    


네. 그래도 반응 시간으로 따지면 동물이 훨씬 더 민감하다고 볼 수 있잖나요.  


반응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서... 예를 들어서 신경 반응 같은 경우는 동물이 훨씬 더 빠르죠. [아, 신경 수준의 반응에서는 동물이 빠르겠지요] 근데 그게 식물에는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모를 따름일 것 같은데. 그리고 움직인다는 단위는 다 상대적인 단위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초고속 카메라로 보면 식물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거든요. .그러니까 (제 말씀은)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른 차이일 것 같습니다.    


아, 네. 그러니까 식물이 안 움직인다는 게 아니고... 시간 척도에 따라 달라 보이겠네요... 그리고 대사를 이용한다는 게 유전자를 쉽게 바꾼다는 건가요?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킨다는.  


그건 아니고요. 실제 생화학적인 반응들, 생리 현상들을 일으킨다는 건데... 예를 들어서...    


그러니까 쓰지 않던 유전자를 온(ON) 시키고, 그런....  


예... 유전자의 활성 조절 측면에서는 (식물이) 훨씬 더 과감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고착 생활을 하다보니까?  


네.. 고착 생활 상태에서 환경을 인식하고 자기 방어를 해야 하고...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가장 많은 종자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아마 대표적인 예가... 식물의 발달이 환경에 따라서 굉장히 급격하게 변합니다. 동물은 발달이나 성장 자체가 영양상태에 따라 형태가 많이 변하지는 않잖아요. 근데 식물은 영양 상태나 외부 정보에 따라 굉장히 크게 변하지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어두운 데서 자란 식물과 빛이 있는 데서 자란 식물의 차이가 그런 대표적인 예일 텐데요.    


그런데 그런 비교도 있잖습니까. 급격하게 변하는 게 ...미생물인 경우에 더 급격하게 변하잖아요... 그래서 인간 중심의 사고로 보면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게 더 고등한 것이고 식물이 더 열등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렇게 서열화하다보면 인간, 식물, 미생물 이런 순으로 서열화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고등하다'는 개념 자체가 생물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고요. 주어진 생태 환경에서 가장 적절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지 어떤 게 고등하다 열등하다 생각하지는 전혀 하지 않고요. 예를 들어 아주 깊은 바닷속에서 인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이죠. 거기에 사는 생물이 거기에서는 고등할 따름이지. 그건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비교이고요. 예를 들어 새로운 행성에 새로운 생명체가 있을 때 거기에서 지배하는 생명체가 동물 형태일지 식물 형태일지 미생물 형태일지... 열린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마 식물을 연구하면서 배운 것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자연 중심의 관점으로 볼 수 있었던 게 저한테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세상을 보는 측면에서.     


# 7. “놀라운 광합성은 여전히 식물연구의 큰 주제”

7번 물음은 이건 너무 큰 물음인 것도 같은데, 지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7) 식물 분야에서 도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크나큰 수수께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네, 그냥 몇 개 정리해보긴 했습니다만. ... 예를 들어서 식물들이 저렇게 각각 개별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식물 전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건 서로 각 기관이 서로 코디네이션을 하거든요.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코니네이션을 [커뮤니케이션?] 네 커뮤니케이션을 자체적으로 해나가는지를 밝히는 것이... [최근에 셀-셀 커뮤니케이션 이런 것도 관심 분야로 떠오르는 것 같은데요] 네. 그렇지요 세포간, 조직간... 예를 들어 아주 최근에 발표된 것을 보면 잎에서 만들어지는 특정 물질이 꽃 기관을 만드는 데 어떤 신호를 줘서 꽃을 만들게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식물이 뿌리, 잎, 꽃 각 기관들이 서로 뭔가 연결이 되어야만 식물 전체로서 경쟁력을 갖게 되는데 지금은 굉장히 일부만 아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큰 문제는 광합성... 광합성 문제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고요. 굉장히 큰 복잡한 공장인데 수십개 단백질들이 모여서 스스로 공장을 만들고 거기에서 거의 100% 효율로 빛을 받아들이고 움직여나가는 과정들인데... 양자역학적인 그런 개념부터 시작해서 화학 반응까지 굉장히 새로운 개념들이 아직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네요] 새로운 양자역학적인 개념으로 새롭게 계산해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그리고 발생학적 가변성에 대한 문제... 환경에 따라서 발달이 형태가 굉장히 변화해나가는 부분들도 하나이고요...여러 가지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교수님의 연구에도 스며들어 있는 주제들인가요.  


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이니까 말씀드리는 거지요. ...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은 아마 기계적인, 식물체의 기계적인 부분들과 유전학적 부분들의 연계 문제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저기 창밖의 나무 잎의 모양이든 재질이든 형태든 하는 부분들이 환경에서 바람이든 비든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는 것들이거든요. 또 유전학적으로 다자인 된 것이고. 그런 부분들의 연계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DNA 수준에서 이게 어떻게 구현해내는가의 문제 그런 건가요?  


네... 우선적으로 기계적으로 저것들이 가진 특성들이 밝혀져야 되고요. [기계적이라는 게 뭔지...] 재료적인 측면, 역학적인 측면... 예를 들어서 가끔 요즘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파리잡이 식물 같은 경우에... 파리잡이가 특정한 물질을 잡는 방식이 굉장히 특이하거든요. 그것들을 역학적으로 계산해내는데 그 역학적인 부분이 결국은 DNA가 코딩한 것이고요. 그런 부분들이 연계가 거의 안 돼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봉숭아 씨 터뜨리는 것 그게 기계적으로 어떻게 얼마만큼 보낼 것이냐 하는 것인데 ...얼마만큼 보내느냐에 따라서 얘들이 유전적으로 다양성이 얼마나 있을 것이냐 아니냐가 결정되거든요. 그 부분도 여전히...    


그러니까 식물들한테서 관찰되는 행동, 거동을 분자유전학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느냐 하는 그런 것을 연구하자는 것인가요.  


네 우리는 움직일 때에 손발을 기계적으로 쓰지 않습니까. 저기에 바람이 불고 지나가지 않습니까. 잎이건 가지이건, 가지의 세기, 각도, 입의 모양 이런 게 디자인 되어 있어야만 서바이브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아직은 많이 연구가 안 돼 있는 부분이라서.    


약간 난해한... 말 자체는 이해가 되는데, 왜 이게 관심사가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태풍이 불고 지나갔는데도 어떻게 견디는가 이건 궁금증을 품을 수 있는데 그걸 유전학적으로 살핀다는 게...  


더 강하면 바람에 떨어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오히려 견디지 못하고. 유연성이나 강도나 재질, 이런 게 유전학적으로 콘트롤 되고 있는 것이니까.    


벌써 시간이... 오늘 교수님의 바쁜 일정을 쪼개느라 인터뷰를 짧게 하고 마쳐야 겠네요. 다음 인터뷰 때엔 시간을 좀 넉넉히 주시지요.  


그렇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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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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