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철사보다 강한 거미줄' 유전자변형 대장균에서 생산

세계 최고 수준 초고분자량 거미 실크 단백질 생산 성공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팀…“방탄복·현수교 지지 케이블 응용 기대”


   

spider silk


강철보다 강한 거미줄을 생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방탄복, 현수교 지지 케이블 등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카이스트)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와 서울대 박영환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27일 유전자 재조합으로 개량한 대장균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분자량 거미 실크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거미는 일곱 가지 실크를 만들어내는데, 긴급상황 때 거미가 타고 내려오는 ‘드래그라인 실크’가 가장 강해 오래 전부터 이를 모사해 방탄복, 낙하산, 인공인대, 콘크리트 건조물 보강재 등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과학자들은 염소 젖으로 생산해보기도 하고 대장균을 이용해 만들어보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거미 실크를 모방하려 했다. 그러나 기존 방법으로는 실제 거미 실크 단백질에는 많이 들어 있는 글리신 아미노산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았다.


sylee$yhpark » 이상엽 교수(왼쪽)와 박영환 교수 이상엽 교수팀은 단백체(프로테옴) 등 세포와 관련한 각종 정보들을 통합해 세포의 상태를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대사공학’을 통해 대장균이 거미 실크 단백질을 생산할 때 글리신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작동 원리를 찾아냈다. 이어 관련 유전자들을 증폭하거나 제거해 대장균의 대사를 재구성한 뒤 대장균으로부터 분자량이 최고 285kDa(킬로달턴)에 이르는 거미 실크 단백질(황금 원형 거미에서 유래)을 합성해냈다. 이는 실제 거미줄의 분자량에 버금가는 것으로, 지금까지 인공합성을 통한 거미 실크 단백질의 분자량은 100~150kDa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대장균이 생산한 거미 실크 단백질을 거미가 엉덩이 쪽에서 거미줄을 자아내는 것을 흉내낸 생체모방 기술로 스피닝 작업을 해 실크 섬유로 만들었다. 박영환 교수팀이 이 실크의 물성을 측정해보니 강도는 508㎫(메가파스칼), 인장탄성률(영률)은 21㎬(기가파스칼)에 이르렀다. 이는 고강도 인조섬유인 케블러에 견줄 만한 것으로,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강도는 물체에 힘을 가해 끊어지는 순간에 가해진 힘을, 인장탄성률은 물체를 잡아당겨서 막 늘어나기 시작하는 시점에 가해진 힘을 말한다. 거미줄이 매우 가느다람에도 파리나 잠자리 등이 날아와 부딪쳐도 잘 끊어지지 않는 것은 인장탄성률이 높기 때문이다. 박영환 교수는 “거미 실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잘 늘어나면서도 강한 큰 심도를 지녔기 때문”이라며 “방탄복이나 인공 인대 등에 이런 특성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 교수는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섬유를 생산하는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26일치(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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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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