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복잡 연결망, 역시 '관계'가 중요해"-네트워크이론
안용열 박사 등 '관계' 중심의 '링크 커뮤니티' 네트워크 모형 '네이처'에 발표
"커뮤니티는 노드의 단순 집합이 아니라 '관계'의 집합 개념으로 이해해야"
단백질, 대사, 인간사회의 '관계'와 '위계' 연결망 설명모형으로 주목
» 신경망, 단백질 작용의 연결망, 그리고 인간사회의 연결망을 이해하는 데에는 연결 점인 노드의 단순한 집합보다는 '관계'를 중심으로 한 집합인 '링크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됐다.
단백질들의 네트워크, 대사물질들의 네트워크, 항공망 네트워크, 온라인의 친교 네트워크 등…. 이 얼마나 복잡한가?
생물유기체나 인간사회에 나타나는 복잡한 연결망을 파악해 자연과 사회의 여러 현상을 이해하려는 접근방법이 바로 물리학의 네트워크 연구다. 이 분야에선 그동안 연결망의 점인 노드, 그리고 이런 노드들이 어떤 위계 질서를 이루며 모인 집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상호관계 연결망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고 한다. 현실과 다르게 실제의 노드 하나는 여러 개의 커뮤니티에 ‘겹쳐’ 속해 있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사회에서 어떤 사람은 가족의 일원이며 회사의 일원이고 동창생 사회의 일원이고 등산모임의 일원이고…, 이런 식으로 하나의 노드는 하나 이상의 그룹이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그러니까 노드나 커뮤니티 하나하나를 중심으로 바라보고선 전체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안용열 박사 등 박사후연구원 3명이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Link communities reveal multiscale complexity in networks")에서 자연과 사회의 복잡 연결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개념과 이론 모형을 제시했다. 이른바 ‘링크’, 즉 관계들이 모인 ‘링크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그 열쇠다.
“예를 들어 사회 연결망에서 노드는 각 사람들이고 링크 커뮤니티는 아무개의 가족 사이의 ‘관계’, 무슨 중학교 동창 사이의 ‘관계’ 이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어요. 어떤 중학교 동창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면 그 중학교 동창들을 알 수 있다는 식이죠.” 논문의 제1저자인 안용열 박사는 사이언스온과 주고받은 트위터 쪽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결국에 개개인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요약할 수 있다”며 “관계를 모임의 기본 단위로 삼는 것만으로도 (네트워크 이론 모형의) 기존 방법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안 박사는 "특정한 일(기능)을 하기 위해 여러 단백질들이 뭉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서로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들이 연결되는 '링크'의 관계를 지닌다"며 "여러 단백질이 함께 붙어 복합체(complex)를 만들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관계’ 중심 네트워크 모형을 써서 생체 대사, 단백질 상호작용, 이동전화 네트워크를 비롯해 모두 11종류의 연결망을 분석했다. 그래서 기존의 다른 네트워크 분석 모형들과 견줄 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었으며, 이것을 <네이처> 논문에 발표했다. 안 박사는 “매우 단순한 방법이지만 링크, 즉 관계를 기본 단위로 생각한다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들의 한계에 대해 논문 저자들은 논문에서 “현실의 여러 네트워크에서는 흔히 겹쳐 있는 커뮤니티가 나타나며 그래서 각 노드는 하나 이상의 집단에 속해 있게 마련인데, 이 때문에 노드들의 전반적인 위계만을 살필 때엔 겹쳐 있는 그룹들 사이의 관계를 포착할 수 없게 된다”며 “링크 커뮤니티의 네트워크 모형은 ‘겹쳐 있음’을 자연스럽게 다 다루면서도 네트워크에 나타나는 위계 질서의 조직화라는 특징도 함께 보여주는 장점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런 네트워크 모형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연과 인간사회의 복잡한 연결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단백질과 단백질의 상호작용, 대사 네트워크 같은 주요한 생물학적 네트워크나 대규모의 사회 네트워크도 위계적으로 조직화된 커뮤니티 구조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폭넓게 ‘겹침’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관계를 기본 단위로 생각하는) ‘링크 커뮤니티’ 모형이 이처럼 동일한 현상의 두 가지 측면을 다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사 네트워크, 단백질 네트워크 등에서 생물학적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이번 연구가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기사 후기
한국 과학자들은 네트워크 이론에서 유달리 강점을 지니는 걸까? 네트워크 이론에서 이제는 주요 개념으로 널리 쓰이는 ‘허브’도 정하웅 카이스트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네이처> 논문(1999)에서 본격 제안돼 확산된 바 있다. 이번에 네트워크 현상에 숨어 있는 새로운 속성으로 발견된 ‘링크 커뮤니티’도 앞으로 네트워크 이론에서 얼마나 널리 받아들여져 쓰일지 눈여겨볼만 하겠다. 일단 노드 자체가 아니라 ‘관계’가 더 중요하고, 그래서 그런 ‘관계’를 단위로 삼아 네트워크를 살펴야 한다는 가설과 입증은 요즘 널리 유행하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개념에서도 확인된 바이기도 해, 과학 모형 이론으로도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2008년에 쓴 네트워크 이론에 관한 기사 한토막이다.
|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