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끌려 함께 도는’ 명왕성과 위성 카론

몸집 큰 위성 중력 영향으로 질량중심 둘레 함께 회전

공개 동영상에선 명왕성 중심으로 재구성해 화질개선


ESO_-_Pluto-Charon_system.jpg » 명왕성과 위성의 상상도. 출처/ Wikimedia Commons  


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으로 공식 분류되기 직전인 2006년 1월에 발사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뉴호라이즌 호가[1], 9년 6개월을 날아가 오는 7월 14일이면 명왕성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접근합니다. 그동안 뉴호라이즌 호가 찍은 명왕성과 그 위성 카론(Charon)의 사진으로 구성한 동영상을 얼마 전 보았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감상하다가 보니, 화면 위쪽에 “Plutocentric View - Image Deconvoled”라는 말이 눈에 띄더군요. 이것에 주목하다가, 혹시라도 이런 우주 영상을 즐기시는 분들한테 작은 도움이 될까 해서, 명왕성과 그 위성인 카론의 공전, 그리고 영상 처리 기법(디콘볼루션)과 관련한 정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Plutocentric”이라는 단어에 관한 겁니다. “Pluto”는 명왕성의 영어 이름이고, 뒤에 붙은 “centric”은 중심(center)을 뜻하는 형용사이니, 둘을 합치면 ‘명왕성 중심적인’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됩니다. 이 동영상이 명왕성을 중심으로 삼아, 그 위성인 카론이 둘레를 도는 동영상으로 구성했다는 의미입니다.


카론은 지름이 명왕성의 절반 정도이고 질량은 명왕성의 12% 정도입니다.[2] 달의 지름이 지구의 약 27%, 질량은 1.25%도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명왕성과 비교할 때 카론 위성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큽니다. 지구도 다른 행성과는 달리 꽤 큰 위성인 달을 거느리고 있는데, 명왕성은 상대적인 크기와 질량이 더 큰 위성인 카론을 거느리는 독특한 시스템이죠. 비록 명왕성의 지름이 우리 달의 3분의 2정도에 불과한 왜행성이긴 하지만요.


[ 동영상 https://youtu.be/cqb4Mbwlj4c ]


loop_bc_final.gif » 명왕성과 카론이 질량중심(X표)을 기준으로 함께 도는 모습. (클릭하면 그림 확대됩니다) 출처/ NASA 론의 질량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크다 보니 두 천체가 도는 모습이 조금 독특합니다. 두 천체가 중력에 이끌려, 돌 때는 질량중심을 가운데 두고 함께 돕니다. 명왕성과 카론의 경우에 이 질량중심을 계산해보면, 그것은 명왕성 중심에서 약 20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명왕성의 반지름이 1184km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 질량중심이 명왕성 밖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론뿐 아니라 명왕성도 이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삼아 돌고 있는 거죠. 상대적으로 유난히 큰 달을 지닌 지구의 경우도 만만치 않습니다. 질량중심이 지구 중심에서 약 4700km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지구와 달의 경우는 질량중심이 지구 내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명왕성과 카론의 질량중심이 명왕성의 내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명왕성도 카론과 마찬가지로 이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삼아 도는 것이 시각적으로 또렷합니다. 아래 NASA의 다른 영상을 보면 실제로 두 천체가 함께 어떻게 도는지 볼 수 있습니다. 명왕성이 중심에 고정되어 있고 카론이 그 주위를 도는 것으로 재구성한 명왕성 중심의(plutocentric) 동영상은 사실 실제 상황과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독특한 공전 현상 때문에 명왕성과 카론을 행성과 위성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함께 도는 ‘이중 왜행성’ 시스템으로 보기도 하죠.


Pluto-Charon_System.gif » 명왕성과 카론이 질량중심(한가운데)을 기준으로 함께 도는 모습. 안쪽에서 도는 것이 명왕성 바깥쪽에서 도는 것이 카론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lutocentric View”라는 표기 옆에 있는 “Image Deconvoled”는 영상 화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성능이 원하는 사진 정밀도를 따라가지 못해 사진이 깨끗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성능 좋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도 초점을 잘 못 맞추거나 카메라가 움직여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는 경우를 경험하곤 합니다.


우주선 뉴호라이즌 호의 카메라도 거의 10년 전에 만든 카메라이기는 해도 당시로선 성능이 아주 좋은 카메라였을 겁니다. 하지만 명왕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찍은 사진은 또렷하게 보이지 않겠죠. 아무리 눈 좋은 사람이라도 몇 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처럼요.


그런데 어떻게 흐려지는가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아주 작은 하얀 점을 멀리서 사진으로 찍었을 때 사진에서는 아주 작은 점이 아니라, 아주 약간이나마 퍼진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 퍼진 모양이 둥글다면 그나마 괜찮은 거고, 카메라가 어떤 이유에서 흔들리게 되면 사진 위의 퍼진 모양이 불규칙한 모양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점 하나가 사진 위에서 어떻게 퍼지는지를 알고 있으면, 이 정보를 이용해 거꾸로 변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작은 점 하나가 어떻게 퍼져 보이는지를 수학적 또는 수치상으로 표한한 것을 ‘피에스에프(PSF: Point Spread Function)’, 풀어서 얘기하면 “점이 어떻게 퍼지는지를 나타낸 함수”라고 부릅니다.[3] 카메라가 어떤 물체의 사진을 찍으면, 물체의 각각의 점이 PSF로 퍼지고 이렇게 퍼진 점들이 모여 물체의 사진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과학이나 공학에서는 콘볼루션(convolution)이라고 부릅니다.[4] PSF에 퍼진 정도가 물체의 크기보다 충분히 작다면 물체는 사진에 또렷하게 찍히지만, PSF에 퍼진 정도가 물체의 크기하고 비슷하거나 더 크면 물체는 사진에 또렷하지 않게 나타납니다.


떻게 퍼지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거꾸로 변환하는 과정인 ‘디콘볼루션(deconvolution)’을 통해 사진이 또렷하지 않은 영상 속의 모양을 원래의 또렷한 모양으로 복원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5] 그런데 이것도 영상에 잡음(noise)이 없을 때의 이야기이지, 잡음이 있다면 디콘볼루션 과정이 좀 더 복잡해집니다. 여기에다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가 어떻게 떨리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PSF를 찾는 과정까지 필요해 디콘볼루션 과정은 더더욱 복잡해집니다. 어쨌든 사진이 또렷하게 나오지 않아도 그 사진을 좀 더 또렷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말입니다.


동영상에 “Image Deconvoled”라는 말이 써 있는 이유도 뉴호라이즌 호가 찍은 원래 사진이 또렷하지 않아 디콘볼루션 과정을 통해 영상을 또렷하게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요즘 과학저널들에 실리는 천체 영상이나 현미경 영상들도 PSF를 측정해 디콘볼루션 과정을 거쳐서 더 또렷한 영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폐쇄회로 티비(CCTV) 영상의 화질 개선에도 쓰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fig2.png » 가우스 함수(Gaussian function) 모양의 PSF을 이용해 콘볼루션과 디콘볼루션을 적용한 예 (시각적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그림입니다).


볼루션(convolution)과 디콘볼루션(deconvolution)의 개념은 영상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됩니다. 특히 수학이나 물리에서도 적용되는데 ‘그린 함수(Green‘s function)’와 ‘충동 반응 함수(Impulse Response Function)’와도 관련됩니다.[6] 둘 다 PSF와 같은 개념입니다. 물리학에서 쓰이는 그린 함수의 한 가지 예는 이렇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질량 주위에는 중력이 생깁니다. 중력의 크기를 정해주는 중력포텐셜이 공간에 분포합니다. 특별히 무한히 작은 질량이 만들어내는 중력포텐셜의 분포를 그린 함수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질량이 어떤 모양으로 퍼져 있다면 그 공간에서 중력포텐셜은 질량이 공간에 퍼져 있는 정도를 표현하는 질량밀도함수를 이 그린함수로 콘볼루션 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간에 중력포텐셜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거꾸로 디콘볼루션을 해서 질량이 공간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도 계산할 수 있겠죠.


[주]


[1] 미국 항공우주국의 뉴호라즌 호(New Horizons) 공식 웹사이트

 https://www.nasa.gov/mission_pages/newhorizons/main/index.html

 NASA’s New Horizons Spacecraft Nears Historic July 14 Encounter with Pluto

 https://www.nasa.gov/press/2015/april/nasa-s-new-horizons-spacecraft-nears-historic-july-14-encounter-with-pluto

[2] 명왕성 https://ko.wikipedia.org/wiki/명왕성

 카론(위성) https://ko.wikipedia.org/wiki/카론_(위성)

[3] Point spread function

 https://en.wikipedia.org/wiki/Point_spread_function

[4] Convolution

 https://en.wikipedia.org/wiki/Convolution

[5] Deconvolution

 https://en.wikipedia.org/wiki/Deconvolution

[6] Green‘s function  https://en.wikipedia.org/wiki/Green%27s_function

 Impulse response https://en.wikipedia.org/wiki/Impulse_response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 이 글은 필자 윤복원 박사가 페이스북(www.facebook.com/bwyoon68)에 올렸던 글을 필자가 다듬고 보완해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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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물리학과 전산재료과학센터 연구원
나노클러스터, 나노촉매 등 나노과학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함께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메일 : bwyoon@gmail.com       트위터 : bw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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