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피게놈 실험실 직접 가보니...

 게놈·에피게놈 분석장비 '애지중지'... 실험 또 실험

"여러 방법으로 같은 결과 확인돼야 '사실'이 되죠"

 연세대 게놈연구소 취재후기

 

실험실1 » 배재범 연세대 연구교수가 후성유전물질인 메틸기가 디엔에이 염기에 어떤 패턴으로 붙어 있는지 분석하기에 앞서 가느다란 봉에 디엔에이 가닥을 붙인 실험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지난 1일 오후에 찾아간 연세대 게놈연구소에선 무엇보다 여러 자동 분석장비와 컴퓨터가 주인 행세를 하는 것만 같았다. 디엔에이 염기서열 분석장비는 따로 방을 만들어 최적의 온도·습도로 ‘모셔두었다’. 대용량 서버도 눈에 띈다. 어른 손가락 크기의 작은 기판에다 대략 10억 염기쌍  정도를 한꺼번에 심어 해독할 수 있다고 한다. 배재범 연구교수는 “2주가량이면 사람의 30억쌍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라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이런 첨단장비도 이젠 ‘구형’이 됐지만 여전히 쓸모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작은 방엔 디엔에이에 달라붙어 유전자 작동에 영향을 끼치는 후성유전물질 ‘메틸기’의 서열을 읽는 자동 분석장비가 있었다.


배 교수가 이 장비를 써서 디엔에이에 붙은 메틸기 패턴을 판독하는 실제 과정을 보여주었다. 디엔에이 가닥을 기판에 붙이고, 메틸기가 붙은 염기만을 식별할 수 있게 시료를 처리하는 등의 준비단계도 자동기기의 도움을 빌어 10여분만에 이뤄졌다. 메틸기 해독은 디엔에이 해독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메틸기 분석 과정이 좀더 복잡한 모양이다.


여기에서 분석할 시료는 대부분 실험용 동물들한테서 채취한 것들이다. 박사과정생인 이선민(28)씨는 간암 모델 쥐의 유전체 전체에 메틸기가 어떤 패턴으로 붙어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아침 9시에 실험실에 밤 10시에 실험실을 나서는 게 일상이라 한다. 그는 간암 모델 실험쥐에서 얻은 간 세포에서 디엔에이, 아르엔에이, 단백질 등을 분리 정제해 분석장비에 넘기는 일을 주로 한다. 지난해부터 해온 일이라 이젠 분석할 데이터도 방대해져, 다른 통계·정보처리학 전문가와 함께 연구 중이다.


그는 “데이터를 좀더 모아 올해 말엔 논문 한편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데이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를 논문에 담아야 하기에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 다른 연구팀도 비슷한 주제로 연구할 수 있으니 될수록 빨리 결과를 얻어 논문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험의 출발은 실험쥐 사육실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한 짐승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냄새에 익숙한지 이명섭 연구교수는 별 반응이 없는 게 신기했다. 그는 “여러 질환 유전자를 지닌 실험용 쥐를 사육하면서 유전 형질을 재확인하고 분류해, 실험 단계를 준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실험실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뭐냐고 배 교수한테 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실험에서 얻은 현상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예상한 결과가 나와도 믿지 말아야 해요. 다른 방법으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몇 가지 다른 방법을 써서 같은 결과가 나올 때가 바로 환호할 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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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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