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킹콘'으로 본 GMO식량산업 -김동광 교수

▶ 다른 글: GMO,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길 (최양도 서울대 교수) ▶ GMO 특집 전체 보기  
GMO를 얘기할 때에는 안전성 논란뿐 아니라 '식량위기'나 '산업화한 농업 시스템' 이야기도 따라붙고는 합니다. 그래서 GMO에 대한 옹호나 거부감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에는 과학적 사실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게 되지요. 그런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 글에서, 김동광 고려대 교수는 GMO가 식품산업에 값싼 원료를 대량공급하고자 개발되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GMO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여러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산업화한 식량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사이언스온
     

이런 시각: GMO 개발과 산업화한 식량 패러다임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

 

 

 

 

흔히 GMO를 둘러싼 논쟁은 인체에 해로운지 여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GM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종 산물로 밥상에 오른 GMO의 안전성에만 눈길을 돌린다면, 정작 GMO가 어떤 맥락에서 생산되고, 현재 전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농업 산업화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그 개발이 과연 누구의 이해관계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간과할 우려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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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작물은

'식품 재료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화 농업체제의 산물

 

세계에서 가장 많이 GM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은 농업 산업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농업과 농촌의 모습은 놀랄만큼 철저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천년 동안 지속되었던 전통적인 농업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고, 가족농이 급속도로 파괴되면서 기업 농업으로 전환되고 있지요. 우리가 상상하던 농업과 농촌의 풍경은 이들 나라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산업화된 농업 체계는 몬산토와 같은 초국적 생명공학 기업, 거대 식품회사, 다국적 외식산업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면서 복잡한 구조를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산업화된 농업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먹거리가 아니라 식제품을 위한 값싼 원자재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전통적인 농촌에서 재배된 먹거리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고도로 분화된 생산구조를 통해 제조된 산물들을 오로지 구매를 통해서만 소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유명한 다국적 외식업체에서 티본 스테이크를 먹거나 맥도날드에서 감자 튀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우리는 점차 산업적 식품 패러다임에 길들여지는 것이지요.

 

농업의 산업화와 성격변화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료와 농약의 집중 투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과도한 단작으로 인한 생물 종 다양성 파괴, 제3 세계의 빈곤 심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GMO의 안전성은 이러한 문제들과 분리되어서 다루어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농업의 산업화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초국적 기업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GMO 역시 그 구조에서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00kingcorn » 다큐멘터리 <킹 콘>.

 

2007년에 만들어진 <킹 콘(King Corn)>이라는 다큐멘터리는 오늘날 GM 작물이 산업화된 농업, 패스트푸드 업체, 초국적 외식산업, 그리고 거대 식품회사들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이 다큐에서 제작자이자 주인공인, 대학을 갓졸업한 두 젊은이 이안 체니(Ian Cheney)와 커티스 엘리스(Curtis Ellis)는 아이오와주 그린 카운티의 옥수수밭 1에이커를 빌려 직접 경작을 하고 자신들이 기른 옥수수가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하면서 오늘날 산업화된 농업의 문제점을 추적하는 흥미로운 시도를 합니다. 이들을 따라서 미국에서 GM 옥수수가 어떻게 개발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봅시다. 

 

두 사람은 처음 농사를 시작하자마자 보조금을 받습니다. 보조금은 1에이커 당 29달러입니다. “정부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은 농장은 하나도 없어”라고 땅을 빌려준 농부는 말합니다. 1973년 농무부 장관 얼 버츠가 기초를 닦은 농업 프로그램의 철학은 농장들이 덩치를 엄청나게 키우거나 그렇지 않으면 밀려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소농을 배제하고 농업을 거대한 곡물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계획이었습니다.

 

이들이 심은 옥수수는 '리버티'라는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지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품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리버티를 뿌리면 이 GM 옥수수를 제외한 모든 식물을 죽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들이 재배하는 것은 산업화된 옥수수입니다. 다시 말해서 수십년 동안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개발된 것이지요.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폴런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출량 증대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개발되었고, 그것은 작물 하나하나가 더 많은 소출을 내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작물들이 가까이 붙어서 자라는 것을 견딜 수 있게 만든 거죠. 이 작물은 일종의 도시형 생물입니다. 덕분에 1에이커 당 200부셀 쯤 소출이 나옵니다. 땅 1에이커에서 5톤이나 되는 옥수수가 나오는 셈이지요.”

 

이 대목에서 유전자 조작기술을 비롯한 생명공학이 산업화된 농업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가 재조합된 옥수수는 기업화된 농업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제공해줍니다. 즉, 기계를 이용해서 강력 제초제를 살포해서 옥수수를 제외하고 녹색을 띤 모든 식물을 박멸시킬 수 있게 해준 것이지요. GM 작물이 영양 증대와 같은 소비자들을 위한 방향보다는 제초제 내성이나 자체 독소 분비를 통한 해충 퇴치 등 사람의 손이 덜 가고 기계를 통한 대량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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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대량생산의 원료가 된 옥수수 사료,

사라지는 '전통적 의미의 식량'

 

그런데 정작 이들이 재배한 옥수수는 전통적인 의미의 식량이 아닙니다. 사람이 먹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원료입니다. 거대한 식품 생산 공정에 필요한 원료이지요. 아이오와주의 거대한 평원에서는 미국 전체를 먹여살릴 만큼 많은 옥수수가 재배되지만, 역설적이게도 농부들은 자신이 직접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하나도 재배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아는 의미에서의 농부가 아닌 셈이지요. 한 농부는 자조적으로 이런 현실을 가리켜서 “미친 짓”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합니다. 1에이커의 옥수수밭에서 만들어진 1만 파운드의 옥수수 중에서 32퍼센트는 외국으로 수출되거나 에탄올을 만드는 재료로 쓰입니다. 490파운드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과 같은 감미료가 되고, 절반이 넘는 5500파운드는 동물의 사료로 쓰여 우리가 소비하는 미국산 쇠고기가 될 것입니다.

 

00cornmount » '산'을 이룬 옥수수 사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옥수수 사료를 먹는 소들이 6개월 이상 살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한 농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옥수수가 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요? 소들을 도살하는 건 잘하는 일입니다. 그런 고기를 만들려고 사료를 줄때 실상은 이미 죽인거니까. 어짜피 6개월 이상 살지 못해요.”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사는 동물이지만, 옥수수가 풀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옥수수의 대량생산은 동물 단백질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입니다. 소를 가두어서 키우면 살이 빨리 찌고 시장에 내다파는 시기도 빨라지지요. 그러려면 소에게 계속 사료를 먹게 해야 하고, 사료값이 싸야 합니다.

 

그런데 옥수수 기반 사료를 오래 먹이면 위에 궤양이 생겨서 병들어 죽게 됩니다. 옥수수처럼 녹말이 많은 곡물을 먹도록 진화하지 않은 소에게 계속 옥수수를 먹이면 옥수수가 산을 많이 만들어내서 산독증에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낮은 농도의 항생제 주사를 놓습니다. 미국에서는 가축들이 전체 항생제의 70%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육된 소고기는 고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고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곡물을 먹인 소에서 나온 티본 스테이크는 포화지방이 9그램 들어있지만, 풀을 먹인 소에서 나온 고기에는 포화지방이 1.3그램에 불과합니다. 햄버거 고기는 고기로 가장한 지방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지요.

 

한편 옥수수는 이른바 옥수수 시럽을 만들어서 서구인들의 먹거리에서 단맛을 내는 원료가 됩니다.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과자나 스낵류를 파는 선반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제품들이 고과당 옥수수 시럽을 재료로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리카도 살바도르(Ricardo Salvador)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옥수수는 높은 생산성 때문에 선택되었지요, 하지만 그 거래에서 우린 영양학적 가치를 잃게 되죠.” 원래 멕시코에서 건너온 옥수수 품종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품종이었지만, 이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량 과정에서 영양가를 포기하고 녹말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월터 윌렛(Walter Willet)은 이렇게 말합니다. “옥수수 시럽은 아무런 영양적 가치도 없습니다.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공허한 칼로리를 높일 뿐이지요.” 이 대목에서도 우리는 오늘날 농업과 생명공학이 무엇을 위해 복무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오로지 산업화된 식품 생산 원료로 생산성 향상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지요.

 

옥수수로 만든 고과당 시럽의 70퍼센트는 콜라와 같은 음료수의 감미료로 소비됩니다. 펩시, 코카 등 상표와 무관하게 모든 탄산음료에는 옥수수 시럽이 들어갑니다. 결국 거대 음료수 회사와 패스트푸드 기업들의 원료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음료가 비만과 당뇨병 등 신진대사 이상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한 농부는 자조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양질의 작물을 재배하는게 아니야. 지금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쓰레기를 키우고 있는거야.”

 

수확을 끝낸 이안과 커티스는 1에이커의 옥수수 농사가 결국 19.92 달러 적자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적자를 메워줍니다. 두 사람에게 땅을 빌려준 농부는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농사를 계속 짓게 하는 것은 갖가지 명목으로 주어지는 정부 보조금이야. 곡물의 값어치가 아니지.” 이 보상금은 최근 30년 동안 생겨난 것이고 값싼 옥수수의 과잉 생산을 보상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오와주 곳곳에 산처럼 쌓여 있는 옥수수는 비만사회를 위한 원재료를 공급해주는 것이지요. 따라서 미국 정부도 산업화된 농업 시스템에서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상금을 지급해서 농부들이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쓰레기”를 계속 생산해서 거대 기업들의 원료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그것이지요. 실제로 몬산토와 같은 거대 기업의 이사나 자문역을 맡았던 사람들이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로 가거나 퇴직 관료들이 몬산토의 고위직에 오르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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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는 농민을 위한 것인가,

다국적 기업을 위한 것인가?

 

흔히 다국적 기업들은 GMO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영양 부족과 기아가 이익만을 좇는 기업들이 야기한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세계의 식량 생산이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고, 식량 안보를 침식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구조라는 것이지요.

 

GMO 개발은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곡물보다는 시장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원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저개발국에 환금 작물만을 단일 경작하도록 권장하겠지요. 이러한 경향은 기업의 힘을 증대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 볼 때 지역 농업의 다양성과 영양분의 질을 감소시키고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작자들의 빈곤 퇴치를 위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 농업이 농부들을 대체시키고 그 대가로 안전과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GM 작물은 전세계에서 날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경향을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GM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현재 GM 작물이 산업화된 농업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역할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 판단을 앞세워 대세를 따르는 것이 자칫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하는 산업화된 식량 패러다임에 예속되어 식량주권을 상실하고, 식품 원료 생산체계에 편입되어 고유한 농업 기반 파괴를 한층 가속화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동광 연구교수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00K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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