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GMO 안전성 과연 문제없나 -하정철 박사
GMO는 안심하고 먹을 만큼 과연 안전한가? 하정철 박사는 GMO가 건강과 환경에 위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결과들을 제시합니다.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안전성 심사평가 체제가 이런 건강과 환경의 안전성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네 밥상에는 불확실한 실험이 아니라 무엇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하정철 박사가 제시하는 GMO 안전성의 쟁점과 그 근거들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사이언스온 |
GMO 안전성 과연 문제없나?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기술위원
유전자변형 농산물(GMOs: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 지 15년 이상이 흘렀지만 GMO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으며 쉽게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의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수용도 또한 여전히 낮고 향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듯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특별히 까다롭거나 새로운 과학기술에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선택의 여지없이 매일 먹을 수밖에 없는 식품인 데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안전성 관련 뉴스가 외신을 타고 심심찮게 전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GMO의 안전성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GMO를 통해 누가 가장 많은 이익을 얻고 있나’를 곰곰이 한번 따져 볼 필요성도 있습니다.
GMO 문제에 대한 이해당사자는 크게 GMO를 만들어낸 외국의 생명공학회사, 이들의 종자를 사서 심고 농사짓는 농부, 그 농산물을 식품으로 소비하는 소비자 등 크게 3자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GMO 종자를 심어 농사지으면 농사짓기도 편하고 수확량도 늘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15년의 통계결과를 보면 이는 신기루 같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GMO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전에는 별 걱정 없이 먹던 식품을 이제는 불안해하며 표시사항까지 일일이 챙겨가며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일거리만 더 늘어났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이해당사자는 GMO 종자와 농약을 세트로 팔아 수익을 얻고 있는 외국의 생명공학회사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앞으로 닥쳐 올 식량위기를 거론하며 GMO 찬성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다른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GMO를 수출하여 큰 이익을 얻고 있는 농산물 수출국이 아니기에 국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콩과 옥수수 같은 대부분의 GMO 작물을 수입하는 입장인데도 수출국과 외국 생명공학회사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식량난과 기아문제는 한국사회와는 달나라만큼이나 동떨어진 화두이고 우리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비만해결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GMO 문제는 누가 앞장서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소비자 개개인의 먹거리 문제이므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객관적인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표시제도의 실시를 통해 소비자가 취사선택 가능하도록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육종'과 '유전자변형',
무엇이 다른가?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란 '인위적으로 유용한 유전자(예컨대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추위 등에 강한 형질)를 분리 또는 재조합해서 목적하는 특성을 갖도록 한 농(수)산물'을 뜻합니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함유된 식품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이라 부르고 언론과 환경단체에서는 유전자조작식품이라고 불러 용어조차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도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종래의 육종기술과 유전자변형을 이용한 품종개량은 유용한 유전자를 재조합시켜 원하는 성질을 갖도록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때문에 동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식물ㆍ동물ㆍ박테리아ㆍ바이러스의 디엔에이(DNA)는 모두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동일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일면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한 주장은 생명체(organism)의 유전과 관련된 물질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게놈(유전체)이 항상 일정하고 정적이며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표현형을 단순히 결정된다는 유전자결정론적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유전자들은 상당히 협력적이고 유동적이며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표현형을 나타냅니다. 즉 생명체의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마치 잘 조련된 오케스트라처럼 협연하며, 환경에 맞춰 정교하고 세련된 댄스를 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식물 같은 복잡한 생물체는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표현형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거의 없고 너무나 많은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개체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고 어떤 유전자가 다른 종에게로 전달될 경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 육종방법은 근연관계에 있는 종들을 서로 교배하여 실제 재배ㆍ생리환경 조건에서여러 세대를 걸친 선별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생물학적으로 교배가 가능한 두 품종은 유전적 바탕(genetic background) 하에서 원하는 특성과 그 특성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 안정적으로 발현하도록 재조합된 개체의 선별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자연적으로는 교배가 불가능한 이종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삽입시켜 GMO 작물을 만드는 절차는 필연적으로 '유전적 불안전성'을 증가시킵니다. 식물체 안에 목적유전자를 도입(형질전환, transformation)하기 위해서 토양미생물인 아그로박테리움(agrobacterium)의 감염기작을 이용하는데, 목적하는 유전자가 도입된 세포는 매우 적은 비율로 나타나며, 도입되지 못한 식물세포와 혼재하게 됩니다. 목적하는 유전자가 삽입된 식물체는 재분화 조직배양을 통해 선별하게 되는데 조직배양을 통해서도 높은 빈도의 체세포 변이(somaclonal variation)가 발생합니다. 이는 해당세포가 식물 내부의 생리적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유전자변형 작물의 게놈에 삽입된 DNA의 위치는 개발자가 통제할 수 없고 무작위적이어서 기존 유전자의 구조를 혼란시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염색체의 재배열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또한 목적유전자를 실어 나르는 운반체(vector)는 게놈에 삽입된 이후 바깥으로 나가거나 다시 다른 장소로 삽입될 잠재적 가능성을 가집니다. 대부분의 운반체의 구성물은 고도로 짜 맞추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며 자체적인 재조합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와 함께 목적유전자의 발현이 잘되도록 함께 삽입한 바이러스에서 가져온 강력한 프로모터(promoter)는 주변의 비활성 유전자의 예기치 않은 발현을 초래하여 생리적 시스템에 불안전성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변형 작물의 불안전성은 세대를 거침에 따라 품질관리와 추적관리를 어렵게 할 수도 있고 설사 처음에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해당 유전자가 이후 게놈 속의 다른 위치로 옮겨가게 되면 그 특성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GMO 안전성 우려들
1994년 유전자변형 토마토가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도 유전자변형 작물의 안전성 문제는 대륙별, 국가별, 이해관계자, 과학자간에 따라 의견이 상이하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GM 작물에 대해 세계적으로 팽팽한 찬반 논쟁의 중심에 있는 핵심 쟁점 사항은 인체 안전성과 환경위해성 여부 문제입니다.
먼저 인체에 대한 안전성 문제입니다.
GM 작물의 인체 안전성 문제는 첫째, 새로운 독성물질 생성 가능성, 둘째,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셋째, 필수 영양성분의 변화 유발 가능성, 넷째, 항생제 내성 문제 유발 가능성, 다섯째 유전자재조합 식품을 섭취했을 때의 장기적 영향을 들 수 있습니다.
물론, GM 작물을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서는 각국마다 안전성 평가를 사전에 거치고 있습니다. 안전성 평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 개념입니다. 실질적 동등성이란 유전자변형 작물의 숙주와 유전자재조합체 그리고 공여체의 유전자 산물과 신규 유전자 산물이 몇몇 선택된 주요 생화학적 구성 성분에서 기존 작물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들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는 GM 식품·식품첨가물 안전성 평가에 관한 유일한 과학적 해석이 아니며 일부 분자생물학자, 유전학자, 식품과학자, 의학자와 독성학자들은 설사 실질적 동등성 개념이 제한된 범위에서 나름대로 유용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안전성 평가의 원칙으로 삼기에는 그 과학적 근거가 매우 미약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전자재조합 기술의 사용 자체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야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따라서 안전성평가 과정에서 그와 같은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질적 동등성' 개념에 의존하는 한, 이미 알려진 독소의 함량 변화 등 몇몇 선택된 구성 성분에서 나타나는 명백한 표현형(phenotype)의 변화만이 확인될 수 있을 뿐이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은 제대로 고려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①유전자재조합 기술에 의해 직·간접으로 야기된 생화학적 차이가 매우 적은 규모로 일어나는 경우, ②외래 유전자의 삽입이 숙주의 물질 대사를 교란함으로써 새로운 독소나 알레르겐이 생산돼 숙주에 축적될 가능성, ③강한 프로모터(promoter)가 접합된 재조합 유전자가 숙주에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발현되지 않고 있던 독소 유전자 주변에 삽입되어 의도하지 않았던 독성이 유발될 가능성(pleiotropic 효과, 다면발현효과), ④소화과정 중 숙주세포에서 분리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장내 박테리아에 전이될 가능성 또는 다른 GM 식품 처리 과정에서 유출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DNA가 인체 내 박테리아에 전이될 가능성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매우 불완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삽입하고자 하는 특정 형질(예컨대 제초제 저항성, 병충해 저항성 등)을 지닌 외래 유전자가 숙주의 전체 유전자 중 어느 부위에 삽입되었고 삽입된 숙주의 유전자 부위가 생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개발회사뿐만 아니라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서는 그 누구도 알 지 못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1989년 일본 기업 쇼와덴코(Showa Denko)에서 유전자재조합 박테리아를 이용해 생산한 트립토판(tryptophan)을 섭취한 북미의 일부 사람들이 호산구근육통(Eosinophila-myalgia) 증후군에 걸려 오한과 근육통에 시달리다 37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잠재적 위험에 놓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실질적 동등성' 개념이 안전성 평가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고 이후에 고압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로 분석한 결과, 제품의 99.6%가 순수 트립토판이었으며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여겨지는 독소는 전체 질량의 0.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독소가 유전자재조합 과정의 부산물인지 아니면 이와 무관한 단순한 불순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가 존재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제품의 위해성은 '실질적 동등성' 개념에 입각한 안전성평가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독성 유발과 관련해 가장 많은 논란이 된 사례는 1998년 유전자변형 감자의 독성을 제기한 영국 로웨트 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의 연구결과입니다. 푸스타이 박사는 병충해에 저항성을 지니는 스노드롭(수선화과)의 렉틴(lectin)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변형 감자를 이용해 식이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일반감자에 렉틴 단백질을 첨가해 먹인 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유전자변형 감자를 먹인 실험쥐에서만 면역계 손상과 장기 크기의 변화가 관찰되었으며, 그는 이는 예기치 못한 독성의 발현이 그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푸스타이 박사의 실험결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했다는 등의 반론과, 재연 실험을 통해 결과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의 재반론 등이 이어져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되었습니다. 동일한 영양분을 급여한 대조군에서는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영양실조를 주장한 반론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목적유전자가 삽입된 감자세포를 선별한 뒤 재분화 조직배양 때에 다른 유전자들의 변이가 발생했거나 강력한 프로모터에 의한 다면발현 효과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목적유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성분만을 운반체(vector)에 넣어 유전자변형 작물을 만든 뒤 안전성을 재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학자들의 의견은 다른 GM 작물의 안전성 평가에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어쨌건 생물학 분야에 50년간, 식물생리학 연구에 20년 이상 종사하며 12권의 저서와 300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발표한 권위 있는 과학자인 푸스타이 박사는 이 사건으로 로웨트연구소에서 해고되고 맙니다. 이후에도 그는 학술 강연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추가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미국의 한 생명공학회사가 로웨트연구소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던 사실도 추후에 밝혀집니다.
2005년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몬산토사가 유럽식품안전청에 제출한 GM 옥수수인 Mon863의 동물실험 자료를 독일에서 법정 투쟁 끝에 얻어내 공개한 바가 있는데 당시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Mon863을 먹인 쥐와 보통 옥수수를 먹인 쥐들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안전성의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프랑스 깡(Caen)대학의 질레스 에릭 세랄리니(Gilles Eric Seralini) 교수는 몬산토의 생체안전성 실험 결과를 통계적으로 재분석하여 그 연구결과를 <환경오염과 독성학(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이란 학술잡지에 발표합니다. 그 주요내용은 ”몬산토사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옥수수(Mon863)를 90일간 쥐에게 먹인 결과 간과 신장에 유독한 증세를 드러냈으며, 성별에 따라 체중의 차이도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Mon863 옥수수는 유럽연합(EU)에서 2006년 1월부터는 식용으로 승인을 받았고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멕시코, 필리핀, 미국 등에서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개발회사의 자료에서도 안전성의 문제점이 노출된 품종이 각국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여 시판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안전성 평가체계에 문제점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안전성 평가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안전성 심사가 개발사가 제출한 서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여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평가위원 다수가 유전자변형 작물의 개발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 전직 식품의약품안전청(FDA), 농림부(USDA) 고위관료 출신들이 거대 생명공학회사에서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회전문 인사'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학자들이 GMO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려는 경우에는, 연구비를 지원받기가 쉽지 않고 어렵게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명망 있는 학술잡지들이 기업의 자금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 게재되기조차 힘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말라테아타 등(Malateata et al)은 연구결과(2002, 2003, 2008년)통해 GM 콩을 먹인 쥐의 경우 간세포 핵에 변이가 발생하며 간의 무게가 줄어들고, 간세포의 대사단백질,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한 단백질이 과다 발현하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들은 GM 콩을 먹였을 때 간세포가 독성물질로 인지하여 물질 대사를 급속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부 장기에 국한된 변화나 미세한 생화학적 변동도 현행의 안전성평가 방법을 통해서는 확인 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또한 국내외의 안전성 평가 절차를 보면, 숙주와 공여체 삽입 DNA, 유전자 산물,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에 식품에 이용된 역사, 이미 알려진 염기 배열, 독소 및 알레르겐에 대한 정보 등에 근거해 다룰 뿐, 유전자재조합 과정에 의해 예기치 못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삽입 DNA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에 의한 유전자 산물이 알려진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가공ㆍ조리 및 소화 과정에서 분해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식물세포는 형질전환 효율이 매우 낮아 극소수의 세포에서만 목적하는 외래유전자 도입이 이루어지며 세포에서의 발현률 또한 매우 낮습니다. 수백만 개의 세포 중 형질전환 세포만 찾아내기 위해서 통상 항생제 내성유전자를 목적하는 형질의 유전자와 같이 삽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항생제 내성유전자가 식품으로부터 생태계의 병원균에 전달되어 항생제 내성 병원균이 발생할 개연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GM 작물로부터 bla 유전자가 자연환경의 병원균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하여 노바티스사 Bt 옥수수의 승인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또한 최근 많은 과학자들의 논문에 의하면, GM 사료를 먹인 양이나 돼지의 장, 인간의 소화환경에 대한 모의실험(simulation test)에서, 또 인간의 장내와 배변, GM 작물 재배지의 토양미생물, 심지어 젖소에서 짜낸 우유에서도 GM 유전자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검출되었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는 영국 뉴캐슬 대학의 연구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실험 지원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하였는데 첫 번째 그룹은 소장의 끝부분이 절제되어 인공항문 시술을 한 7명의 지원자였고, 두 번째 그룹은 대장까지 소화기능을 할 수 있는 12명의 일반인 지원자였습니다. 실험 지원자들에게 GM 콩이 포함된 버거와 밀크세이크를 제공한 시험을 해보니, 소장까지 소화가 가능한 7명의 지원자에서는 GM 콩에 삽입된 EPSPS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나 대장까지 소화가 가능한 12명의 지원자에서는 EPSPS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과는 인위적으로 삽입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와 목적유전자가 소장까지는 분해되지 않고 전달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소장까지만 소화가 가능한 인공항문 시술자 7명 중 3명의 소장 내 미생물에서 시험전후 모두 EPSPS 유전자가 검출되었는데 이들 3명의 경우는 실험 이전에 장기간에 걸쳐 유전자변형 식품에 노출되어 장내미생물로 유전자 전이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유전자변형 작물에 삽입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인체의 소장까지는 분해되지 않고 전달이 되며 소장 내 세균이나 병원성 세균에 전달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장내 세균이나 병원성 세균에 다양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전이되어 내성을 획득한다면 정작 사람이 큰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항생제 치료가 듣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위해성 문제도 중요합니다.
지구의 생태계는 무려 45억년 동안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부작용과 희생을 치르면서 조절되어 왔습니다. 유전자조작 기술이 끼치는 환경에 대한 위험성은 자연에서 이뤄지는 장기간의 변화를 단지 몇 개월 내지 몇 년이라는 극히 짧은 시간에 인공으로 이루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농작물은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병충해에 적응하고 그 지역의 풍토에 맞게 진화하면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와 공생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시험 재배와 검증 기간은 길어야 6개월에서 2~3년을 넘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좁은 면적에서 실험한 결과만을 가지고 오랜 기간 동안 상업적으로 재배했을 때 나타날 부작용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1990년대 중반 GM 작물이 상업화 된 이후에 각국의 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논문을 통해 GM 작물의 환경위해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살충제에 내성을 가지는 'Bt 옥수수'는 모너크(Monarch) 나비 유충과 잠자리, 무당벌레 등 익충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논문을 통해 정설로 밝혀졌고, 오히려 Bt옥수수의 내성 유전자가 방재 대상인 병충해로 전달되어 유전자변형의 도입효과 사라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0년 독일 예나대학 연구팀에서는 유전자변형 유채의 꽃가루를 먹은 벌의 장 속에서 유전자조작 DNA가 검출됨으로서 GMO 속의 유전자가 이를 섭취한 동물과 사람에게 전이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이 같은 종의 잡초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시켜 제초제 저항성을 갖는 '수퍼 잡초'를 양산해 낸다는 스노우 박사의 “수퍼 잡초론”은 미국의 생명공학자와 유전자조작 생명공학 회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미국 동부 델라웨어주에서 2000년 처음 발견된 이후, 2003년 제초제 내성 GM 작물 경작지에서 비슷한 내성을 지닌 수퍼 잡초가 메릴랜드주, 캘리포니아주, 테네시주 서부와 중서부 옥수수 곡창지대인 인디애나주와 오하이오주로까지 확산된 사실이 미국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GM 작물을 개발하는 생명공학회사와 GMO를 찬성하는 일부 학자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첫번째 논리는 GMO를 통해 농작물의 수확량은 크게 증가할 것이고 세계 인구 증가와 식량문제 해결에 공헌할 기술이란 점, 두 번째 논리는 제초제저항성 작물과 병충해저항성 작물은 제초제와 살충제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환경에 기여할 것이란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GM 작물과 기존의 작물을 비교할 때 제초제ㆍ살충제의 사용은 줄어들지 않았고 수확량조차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00년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 발표된 연구논문 결과에 의하면, 미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비교해보니 7개 권역에서는 GM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살충제 사용이 똑같았으며, 수확량의 경우에도 18개 권역으로 나눠 분석해보면 12개 권역에서 증가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6년 미국 코넬대 앤더슨 교수팀도 GM 작물과 일반 농산물의 농약사용량은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충저항성 GM 작물을 재배할 경우, 초기 몇 년은 농약 살포 량이 감소하지만 7년 이후에는 일반작물과 똑같은 양의 농약을 살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해충저항성 GM 종자의 재배기간이 늘어날수록 해충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농약에 대한 내성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9년 프랑스 노라(Nora) 등은 GM콩과 세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제초제인 글라이포세이트를 농약사용 권장량 이하 농도로 희석하여 사람의 태반, 배아, 신생아 탯줄 세포와 반응해본 결과 24시간 이내에 괴사한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 제초제의 주요성분인 글라이포세이트만 반응시킬 때보다 주요 대사산물인 AMPA(aminomethylphosphonic acid)나 보조제로 첨가되는 POEA(polyethoxylated tallowamine)의 존재 하에 상호 반응할 때 독성이 훨씬 강해지므로 제품 허가시 주성분인 글라이포세이트의 안전성만을 심사평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안전성 심사와 허용기준치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GM 작물만이 아니라 GM 작물의 재배면적 확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제초제의 심각한 안전성 문제까지 제기됨에 따라 GMO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는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습니다.
국제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이 2008년 발간한 보고서 <누가 GM 작물로 이익을 얻었을까?(Who benefits from GM crops?)>에 따르면, 제초제저항성 GM 콩의 재배에 쓰이는 제초제의 사용량이 지난 10여년 사이에 150%가량 늘어났는데 이는 제초제 내성 GM 작물의 재배가 늘어나면서 주변의 잡초 역시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GM 작물이 식량문제 해결에도, 제3세계 농민의 빈곤 탈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GM 작물의 재배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재배지의 70% 이상이 미국과 아르헨티나에 집중돼 아프리카 같은 곳의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대부분 부유한 나라의 동물사료나 바이오연료 제조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GM 면화가 처음 도입되던 2002년에는 생산농가가 3,229곳이나 됐지만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자 2007년에는 853곳으로 줄어들었으며 GM 콩의 생산 능력은 일반 콩에 비해 오히려 5~10% 낮아 생산량 증가에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다국적 생명공학 회사의 수익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몬산토의 경우 2007년 주가가 140% 올랐으며 2008년 1분기 순이익 역시 2억5천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맺음말:
우리 밥상은 불확실한 실험보다 안전성을 우선으로
우리는 지난 시절에 디디티(DDT)처럼 '꿈의 화학제품'으로 불리던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가장 위험한 발명품의 대명사로 탈바꿈하는 사례를 많이 지켜봐 왔습니다. 식품의 예로 들면, 동물성 포화지방은 해롭고 식물성 불포화지방은 무조건 몸에 좋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식물성 불포화지방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여 마가린처럼 딱딱하게 만들면 트랜스지방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몇 십 년이 흐른 지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마가린에 밥도 참 많이 비벼먹었는데 말이죠. 소는 하등동물이고 인간은 고등동물이라 종간의 높은 장벽이 존재해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도 인간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농림부장관은 친구의 딸과 함께 직접 TV에 출연해 시식도 하고 안전하다고 홍보까지 했지만 결국 인간광우병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데리고 다니던 친구의 딸도 광우병으로 숨졌습니다.
2000년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금방 생명의 신비를 다 풀어낼 것 같은 착각에 빠졌지만 현재 우리가 아는 건 단지 유전자의 염기서열 순서뿐입니다. 그 순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 인간의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백지 수준입니다. 이런 우리가 식물체의 DNA를 건드리고 농산물을 만들어 식품으로 먹으려는 건 유치원생이 수술대에 선 것과 같이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물론 특정인의 생명을 구하는 의학이나 산업 분야에서는 그와 같은 무모한 도전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하루 세 번 중 한 번만 걸러도 힘이 드는 우리네 밥상은 불확실한 실험이나 도전보다는 안전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하정철 박사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기술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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