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대의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박사우울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많은 대학원생이 흔히 겪는 우울한 증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박사우울증’을 앓는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삶을 소설 형식에 담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 이해하며 보듬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카이스트 박사과정 김창대 님이 씁니다.

“당신, 지금 몇 시야?”

연재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Ⅱ


mainpic-s2e09.jpg » 삽화 / 박종애 님이 그려주셨습니다.


[지난 줄거리]

권대성 교수가 학교를 옮기게 됐다. 고민 끝에 석사 1년차와 박사 1년차 학생들은 연구실을 옮기기로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좀 더 힘겨운 대학원 생활을 지속한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길영과 정원에게 마이크로(MICRO)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자고 제안한다. 길영은 준상과 팀을 이뤄 논문 제출에 성공했지만, 보영과 함께한 정원은 마지막 순간에 발견된 에러 때문에 제출마저 실패한다. 논문 마감일, 권대성 교수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불 꺼진 방안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말한다. “당신, 지금 몇 시야?”
  




#9.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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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숨막힐 때가 있다. 얼마나 광활하면 도시의 모든 휘황찬란함을 다 받아내고도 어두운가. 어둠에 짓눌려 있노라면 별빛이 쏟아진다. 저들은 얼마나 밝기에 이 어둠을 뚫고 내게 비추는가.


권 교수는 밝은 거실에서 불 꺼진 안방에 있는 아내를 보고 있다. 방안은 어두웠다. 그 안에서 아내의 두 눈만 반짝인다. 반짝임이 날카롭다. 숨이 막혔다.

“지금 몇 시냐고!”

권 교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애 깨겠어.”

“허이구. 언제부터 그렇게 애들을 끔찍이 챙기셨디야. 그런 분이 이 시간에 들어오셔? 응?”

“내가 오늘 늦는다고 말했잖아. 논문 제출 있다고.”

“그놈의 논문 제출은 1년에 300번쯤은 있나 보지?”

애들은 친정에 맡겨놓은 것 같았다. 자신 있게 큰 소리 내는 걸 보면. 아예 작정하고 싸우겠다는 건가. 저녁도 거른 권 교수는 현기증마저 나려 했다.

“왜 그래? 알 만한 사람이.”

권 교수와 아내는 미국 유학 중에 만났다. 박사과정 동기였다. 논문에 대한 걱정을 나누며 친해졌다. 논문 쓰는 서로를 챙겨주다 관계가 발전했다. 그러다 결혼했다. 아내가 대학원에 안 다녀본 사람이라면, 작금의 상황은 남편의 책임이다. 15년 동안 이해시키지 못한 거니까. 하지만 아내도 같은 분야 박사다. 권 교수는 아내가 날이 갈수록 ‘여자’가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순간 끔찍한 정적이 돌았다. 어둠보다 무거운. 진공보다 고요한.

“알긴 뭘 알아? 나 다 까먹었어. 논문 제출이 뭔지, 논문이 뭔지도 하나도 생각 안 나. 왜? 박사씩이나 되는 아내가 이해를 못 해주니까 서운해?”

아차, 싶었다. 권 교수는 장기전을 준비했다. 적어도 오늘은 소파에서 자야할 것 같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같은 해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나란히 근처 회사로 취직을 했다. 이때만 해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러다 남편이 꿈꾸는 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는 남편의 꿈이었다. 아내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같이 들어왔다. 교수로 부임하면 굉장히 바쁘다. 그러니 자신이 한 달 정도 쉬면서 자리를 잘 잡아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 연구소 자리를 알아보려 했다.


그런데 덜컥 아이가 생겨버렸다. 입사하자마자 출산휴가부터 써야하는 사람을 누가 받아주겠는가? 게다가 입덧이 심해 면접 보는 것조차 무리였다. 입덧이 잦아들 때쯤부터는 짬짬이 논문을 봤다. 연구 동향이라도 파악해두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자마자 2년이 날아갔다. 취직은커녕 논문도 못 봤다. 아이 곁을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남편에게 뭘 바랄 수도 없었다. 주말에도 같이 저녁 먹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아이가 예뻐서 좋았다.


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3년이나 쉰 사람을 어느 연구소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3년이면 강산이 바뀐다. 녹슨 지식만 가진 사람을 누가 뽑겠는가. ‘여성 과학자 우대전형’에도 지원해 보았다. 갓 박사를 받은, 아이는커녕 결혼도 먼 젊은 여자들만 뽑혔다.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1년쯤 하니 다시 감을 찾았다. 하지만 ‘4년이나 쉰 사람’이 됐을 뿐이었다. 흔히 보수와 진보의 정치 싸움 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한다. 남자와 여자의 직업 싸움은 평평한 곳에서 한다. 때론 여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여주기도 한다. 다만 골대가 한쪽에만 있을 뿐이다. 남자와 똑같이 일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였다. 집에만 있는 건 견디기 힘들었다. 닥치는 대로 취직을 했다. 연구소이긴 했다. 사무직일 뿐. 해외파 박사는 사라졌다. 청춘이 지워졌다. 40대 워킹맘만 남았다.



러니 아내가 남편 말에 열 뻗칠 만도 하다. 남편도 그 부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하다. 평소엔 안 그랬기 때문이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건 늘상 있는 일, 그때마다 고생했다며 토닥여주던 아내다. 그런 배려 때문에 남편은 더 미안했다. 아빠노릇 제대로 못하는 것도 미안했다.


사실 그래서다. 한겨레 대학교로 옮기기로 한 것이. 아내에게도 더 잘해주고 싶고 아이에게도 더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어서다. 꿈꾸는 대학교에 있는 동안은 꿈도 못 꿀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적 압박도 적고 수업 시수도 적은 한겨레 대학교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다. 이번에 무리해서라도 논문을 내려고 한 것이. 권 교수만 바라보던 학생들이다. 떠나기 전에 논문 실적이라도 꼭 하나 만들고 주고 싶었다. 그래야 어딜 가더라도 내보일 게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올해까지만 좀 참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을 내팽개치는 건 아내도 싫어할 것 아닌가. 그러니 이 모든 게 아내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권 교수는 짜증이 났다.

“당신, 아직도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는 거야?”

드디어 나왔다. 끝판왕. 그걸 알았으면 지금 컴퓨터 연구를 하고 있겠는가. 이미 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일 텐데. 젊었을 땐 끝판왕을 깨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끝판왕을 깨고 나니 다시 1판으로 돌아가더라. 에너지가 다 떨어져서 게임이 끝나는 편이 빨랐다.


열 받아 차오른 숨을 일거에 뱉었다. 후. 그래, 또 저러다 말겠지. 늦어도 내일 오후엔 아이를 데려올 것이고, 월드컵 앞의 대한민국처럼 하나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남편이 답할 차례였다. 하지만 도무지 언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 보너스판의 시작이다.


저녁을 거른 남편은 배가 고팠다. 너무 고팠다. 그렇다고 우는 아내를 두고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엄마 생각이 났다. 매섭게 싸우다가도 밥 때 되면 밥상은 차려놓고 들어가 버리시곤 했는데. 결혼 15년차.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주방을 돌아봤다.


이상하다. 식탁 위에 뭐가 많다. 그릇도 많고 전기 그릴도 올라와 있다. 애가 친정에 간 게 아니라 방에 있나? 심지어 초도 있다. 저건 케이크인가? 남편이 주방으로 향한 건 척수반사였다.


세 발자국 쯤 뗐을까? 한 줄기 강풍이 느껴졌다. 아내였다. 순식간에 식탁으로 왔다. 그리고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갔다. 음식이 담긴 채였다.

“왜 그래!”

 남편은 아내를 붙잡았다. 아내는 기어이 음식을 싱크대로 부었다. 파스타 면발이 개수대에 처박혔다. 그릇을 버려두고 다시 식탁으로 가려 했다. 남편은 아내의 어깨를 더 세게 붙들었다.

 “왜 그래!”

 “놔! 이거 놔!”

 “말로 좀 해! 말로! 왜 그러는 거냐니까!”

 “당신은 이거 먹을 자격 없어! 다 버릴 거야!”

 “알았어. 안 먹으면 될 거 아냐.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아내는 단전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남편이, 정말, 모르는구나. 알, 리가, 없구나. 청춘을 지워버린 아내. 이제 중년을 지워버릴 차례일까. 아내는 든 것 없는 이불처럼 내려앉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 남편의 시냅스 하나에 자극이 들어왔다. 논문 마감일이 며칠이었더라? 8월 3일이었지? 그런데 우리나라로 치면 8월 4일이었던 것이고.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었어?”

아내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X 됐다. 남편은 서른 살 이후로 한 번도 안 썼던 표현이 떠올랐다. 그제야 식탁 위의 케이크가 보였다. ‘Anniversary’라고 쓰여 있는 장식이 보였다.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보쌈이 혼재하는 상차림도 보였다. 빌어야 한다. 빌어야 한다.



혼 첫날밤, 남편은 약속했다. 결혼기념일은 자기가 근사한 요리를 차려주기로. 거창한 것 약속하면 못 지킬까봐 그런다며,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했다. 물론 ‘근사한’까지는 못 지킨 적도 많다. 중국집 탕수육이 메인 요리인 적도 있다. 하지만, 지난 14년간 빼먹은 적은 없었다. 밥 먹고 다시 야근을 하러 갈지언정, 꼭 꽃 한 송이와 요리 재료를 사들고 집에 들렀다.


하지만 오늘은 권 교수의 논문 마감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아내가 직접 ‘근사한’ 요리를 차려놓은 것이다. 요리하는 시간까지 논문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사들고 온 재료는 내일 요리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남편을 응원하고 싶었다.


죄인은 내려앉은 아내 옆으로 무릎을 꿇었다. 어깨를 감쌌다. 나오는 대로 빌었다.

“여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응? 내가 논문 마감 때문에…. 그래서 오늘을 8월 3일인 걸로만 생각했어. 알잖아, 논문마감 시간이 우리나라 시간대가 아닌 거. 결혼기념일이 8월 4일인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 근데 내가 다른 나라 시간대로 살고 있었다니까. 정말, 미안해. 미안해.”

그렇다고 너무 ‘미안해’만 반복해도 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자들이 이것에 대해 써놓은 논문은 없을까? 국문학 논문을 찾아봐야 하나?

“엄마는 왜 지금 애를 보고 있는 건데! 엄마한텐 뭐라고 말하냐고! 이게 다 뭐야! 뭐냐고!”

아내는 결혼기념일의 오붓한 저녁을 위해 아이까지 친정에 맡겨놓은 것이다. 남편은 후회했다. 아내가 화를 내면 그냥 빌기나 할 걸. 당연히 화날 짓을 했으니 화를 냈겠지. 아까 큰소리는 왜 쳤을까? 남편은 신혼 첫날밤의 약속마저 후회할 뻔했다.

“여보, 내가 어떡하면 용서해줄래? 지금 우리 드라이브라도 갈까? 자기 강변 드라이브하는 거 좋아하잖아. 아니면, 심야영화라도 보러 갈래? 그 뭐야, 당신 좋아하는 류승범이 영화 안 나왔어? 야, 케이크도 정말 예쁜 거 샀네. 이거 촛불 붙이자. 응? 간만에 내가 노래도 불러줄까? 프러포즈 때 불러준 노래 있잖아.”

“필요 없어!”

아내는 방으로 휙 들어가버렸다. 쾅, 문 닫는 소리에 이어, 잠그는 소리도 났다.


남편은 급히 접시에 보쌈 몇 조각을 담았다. 그리고 문 앞으로 갔다. 급히 입에 넣고 소리 내어 먹으며 말했다.

“여보, 이 보쌈 당신이 만들었어? 이야, 진짜 기가 막힌데. 당신 보쌈은 역시 최고야! 여보, 그냥 회사 그만 두고 보쌈집이나 차리자. 완전 대박 날 거 같아! 나도 교수 그만두지 뭐. 우리 같이 보쌈집 하면서 꼭 붙어서 살자, 응?”

“조용해!!!! 조용하라고!!!!”



카로운 목소리에 창이 떨렸다. 남편은 모를 것이다. 청춘 시절을 포기하고 잡은 직장을 그만두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청춘시절과 맞바꾼 남편의 교수자리를 그만두겠다는 건 또 어떤 느낌인지.


아내가 계속 운다. 남편은 자신을 잘못을 재보았다. 첫째, 결혼기념일을 잊고 늦게 들어온 것. 둘째, 잘못을 빨리 못 깨닫고 큰 소리 몇 번 친 것. 셋째, 그게 하필 자신을 배려해서 아내가 근사한 저녁을 차린 날인 것. 조금 전에 날린 독설은 당연히 목록에 없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엔 대처법을 생각했다. 첫째,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의 감정이 정리되기까지. 둘째, 내일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휴전 상태는 될 것이다. 가끔 국지전은 벌어지더라도. 셋째, 빽 사준 지가 오래된 것 같으니 빽을 하나 사주자. 이번만큼은 잔소리를 꾹 참고 비싼 걸로.


남편 배가 소리를 낸다. 진공을 못 견뎌 공기라도 꿀꺽이는 것이다. 남편은 밥이나 먹기로 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조용하라고도 했으니까. 이왕 열심히 만들어 놓은 거, 잘 먹기나 하면 점수를 좀 만회할까도 싶었다.


들고 있던 보쌈 접시를 마저 비웠다. 오늘 내놓은 김치는 장모님 손맛이다. 사큼하고[1] 아삭한 게 보쌈에 딱이다. 파스타도 먹어보았다. 원래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데 이번 파스타는 괜찮다. 어떻게 만든 걸까? 금세 비웠다. 떡갈비도 있다. 한 입 베어 물자 양념 밴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젤리보다 부드럽고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하다. 다 식은 떡갈비가 이렇게 맛있다니. 혼자 먹는 밥상이 아니었다. 음식과 내가 하나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배가 부르고 나니 그제야 씻고 싶어졌다. 옷은 죄다 안방에 있다. 속옷 갈아입기를 포기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화장실 앞에 속옷과 잠옷이 던져져 있다. 아내가 꺼내줬나 보다. 조용히 갈아입었다. 식탁을 대충 정리했다. 소파로 가서 누웠다. 텔레비전을 틀까 하다가 눈치가 보여 말았다.


‘아, 참, 인생 한 번 빡세다. 교수자리 한 번 옮기기도 참 빡세다. 그래도 오늘 논문을 하나만 내서 망정이지, 정원이 논문까지 냈으면 얼마나 더 정신이 없었을까. 정원이도 빨리 논문 만들어서 졸업시켜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보영인 또 어떻게 졸업시켜야 할지. 그나저나 아내는 정말 어떡하지. 오래갈 것 같은데…. 장모님 얼굴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안 그래도 나 때문에 저 사람 커리어 끊겨서 나 싫어하시는데. 그나저나 이번 주말엔 애하고도 시간을 좀 보내야 할 텐데. 맞다, 근데 수업 계획서가 오늘까지였나? 휴. 주말 되기 전에 다 끝낼 수 있을까?’



교수는 수업계획서 제출 일정을 보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새로 온 메일이 쌓여 있다. 교수회의 공지가 와 있다. 교과과정 개편 같은 쓸데없는 공지도 여러 개 와 있다. 한 학부생이 가을 학기에 졸업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 한 학생은 다음 학기에 열릴 수업에 대해 문의했다. 정길이가 실험 결과라며 엑셀 파일을 보내왔다. 국현이는 연구실 엠티를 가겠다며 허락을 구한다. 한겨레 대학교에서 서류를 몇 개 보내달라고 한다. 한숨이 나왔다. 내일도 한동안 메일 답장이나 하고 있어야겠다.


문득 한 메일 제목이 크게 다가왔다. 심사위원을 맡은 학회에서 온 것이다. 논문 리뷰를 제출해 달라는 것이다. 나흘 남았단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정확히 주말까지다. 아빠 노릇은 개뿔, 논문 리뷰에 주말을 바쳐야겠다.


정말, 다들 못 잡아먹어 안달 난 것 같다. 권 교수는 피곤마저 가셨다.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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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큼하다: 상큼보단 날카롭고 새큼보단 부드러운 맛을 뜻합니다. 제가 생각해낸 말이에요. 사전에 없어요.



   작가의 말

1. 가끔 학생들에게 이 소설을 언급하셨다는 교수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며 응원해주는 카이스트 교수님도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이번 이야기를 헌정합니다.


이 소설에서 교수님들에 대해 좀 비판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적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학생들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시며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때론 학생들이 너무 완벽한 모습을 바란다는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도 인간인데 말이죠. 서로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이 그 계기가 되길 바라는 건 과욕이겠죠….


물론, 제 지도교수님은 완벽합니다. ^^


2. 자녀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여성분들에게 감히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커리어를 위해 출산을 포기해야 했던 모든 여성분들에게 감히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자녀와 커리어를 위해 자신을 포기해야 했던 여성분들에게 감히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성이 인간의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 이 표현은 제 친구의 말을 빌려 사용한 것입니다. '시즌2' 제4화 작가의 말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고요. 문학계에 표절이 화두라, 엄격하게 출처를 표시합니다.


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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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20대를 공대에서 보내고 30대도 공대에서 맞이한 전산학도. 그리고 소설 쓰는 사람. 무언가를 고찰하여 글로 표현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용감한 작가들> 회원이며 페이스북 페이지 <글 쓰는 김창대>를 운영 중이다. https://www.facebook.com/holypsychowrites
이메일 : holypsy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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