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모형실험으로 사회학이론 반박 ‘눈길’

사회 네트워크 컴퓨터 모형 개발 분석, 사회학저널에 발표

그룹경계 없을때보다 적당히 있을때 오히려 사회통합 효과


00socialnetwork_group2.jpg » 사회연결망은 한 사회에서 새로운 생각과 믿음이 어떻게 확산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최근 연구를 보면, 그룹이 거의 없이 고도로 확산적인 모형(맨왼쪽)이나 너무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고착화한 모형(맨오른쪽)에서는 오히려 생각과 믿음의 확산이 어려우며, 적당하게 다양한 그룹이 존재하는 모형(가운데)에서 오히려 생각과 믿음의 확산, 그리고 사회적 통합이 좀 더 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회물리학과 네트워크과학 분야의 연구들이 전통 사회학의 주제를 다루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연구로서, 사회연결망을 모사하는 컴퓨터 모형 실험을 이용한 결과에 근거해, 기존의 전통 사회학 이론을 반박하는 사회학자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회사 같은 사회조직 안에서 그룹 간의 경계가 적을수록 통합 효과는 더 크다는 기존의 한 사회이론과 달리 적당한 그룹 경계들이 존재할 때엔 오히려 사유의 공유가 쉽게 퍼지는 통합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소속 커뮤니케이션학자인 데이몬 켄톨라(Damon Centola) 교수는 모집단 내부 그룹들 간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통합의 관계를 살피는 컴퓨터 사회연결망 모형을 개발해 모형 실험을 벌였으며 거기에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사회학저널(Amerian Journal of Sociology)>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컴퓨터 모형은 사회학자 블라우(Peter Blau: 1918-2002)와 슈워츠(Joseph Schwartz: 1954- )가 1984년에 제시한 이론에 바탕을 두어 만들어졌다.


대학 보도자료를 보면, 켄톨라가 만든 사회연결망 모형의 기본 개념은 다음과 같다.


“모형에선, 각 개인의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특징들(예를 들어, 젠더, 인종, 종교, 수입, 교육, 정당, 여가활동, 거주지 이웃 등)이 그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가정했다. 한 사회 구조는 여러 가지 특징들이 서로 상호연관성을 맺는(correlated) 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다른 이의 종교, 수입, 교육을 안다면 그 사람이 사는 곳의 이웃이 어떤 사람들일지도 역시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보도자료)


이런 컴퓨터 모형 실험에선, 블라우와 슈워츠의 기존 중심이론을 다시 확인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다른 한편에선 그 이론을 반박하는 다른 결과도 나타났다고 저자는 밝혔다.


‘사회적 차이가 많으면 그룹들 간의 관계는 촉진된다’는 블라우·슈워츠의 중심이론은 모형 실험에서 재확인되었으나, ‘(그룹들 간의 관계가 없는 상태인) 고착화가 줄고 그룹 내부 관계가 약해질 때 사회적 통합은 향상된다’는 또다른 주장은 모형 실험 결과와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음은 논문 내용을 풀어쓴 보도자료의 설명이다.


“직관과 달리, 그는 모집단에 지식 확산을 꾀하기 위해서 그룹 경계들을 깰 때에 결국에는 지식 공유의 효과는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대신에, 그의 연구에선 일정 정도로 그룹 경계가 유지될 때에 오히려 최선의 실천과 복합적 사유가 더 쉽게 모집단에 통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는 일터에서 통합을 증진하기 위해 예컨대 인종친화적 소집단을 없애려는 정책은 실제로는 어떤 생각과 믿음이 회사조직 내에서 공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사회 또는 회사 안에 있는 특정한 관심사와 친밀성으로 존재하는 작은 그룹들이 어느 정도 존재할 때에, 오히려 어떤 사고방식이나 믿음을 공유하는 일이 훨씬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우와 슈워츠의 이론모형에 따르면, 그런 그룹 간 경계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사회 통합은 더 효과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되었으나, 컴퓨터 모형에서는 그 그룹 경계들이 지나치게 줄어들 때에는 오히려 사회 통합의 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논문 저자의 컴퓨터 모형 실험의 결론은 극단의 경우를 피해 적절하게 그룹의 다양성이 존재할 때에 사회 통합 효과가 더 높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듯한 상식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사회학 이론에 바탕을 두어 만든 컴퓨터 모형 실험을 통해서 그 해당 이론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로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논문 결론에서 이런 연구결과가 시민사회운동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이런 결과는 또한 사회운동의 성장, 그리고 시민권리, 환경보호, 젠더차별 같은 이슈에 관한 사회운동의 성장과 사회적 합의 확산에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 한편으로, 사회운동을 이끄는 데에는 관련 모임들 간에 조율된 합의를 이루어 일정한 규모의 참여자를 조직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일단 일정 규모가 형성되면, 뒤이어서 참여 확대 여부는 사회연결망 안의 다양한 집단들(communities)을 가로질러 퍼지는 그 운동에 대한 믿음에 따라 달라진다. 이 논문의 결론으로 보면, 고착화가 너무 작을 때에는 운동의 초기 발판을 모집단 안에 구축할 수 있는, 이해관계 조화를 이룬 통일성 있는(coherent) 그룹들의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집단적 행동을 기획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또한 나의 연구 결과는 고착화가 너무 클 때엔 애초 관련 집단들을 사회연결망의 분절된 영역에 가두어, 그 집단들이 대의명분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동원하기 어렵게 방해하기 때문에 운동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사회운동에서 관심과 참여의 폭넓은 성장은 고착화와 동종친화성의 적정한 수준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적정한 수준은 한 사회 전반에 걸쳐 중첩 집단들과 폭넓은 교량(bridge)을 만들어내며, 초기의 일정 규모 형성(emergence)과 이어서 모집단 내 새로운 믿음의 사회적 강화 확산을 촉진한다.”



  논문 초록

사회적 감화(contagion)에 관한 최근 연구는 네트워크 위상(topology, 位相)이 확산의 동역학에 끼치는 두드러진 효과를 보여주어 왔다. 그렇지만 네트워크 위상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구 구성, 그룹 이질성, 동종친화성(homophil), (관계의 유연성이 적은) 사회적 고착화(consolidation) 같은 개별적이며 구조적인 사회적 특징에서 생겨나는 관계들의 패턴이다. 블라우와 슈워츠를 좇아서, 이 논문 저자는 유대 형성(tie formation)에 대한 사회적, 구조적 제한요소들(constraints)이 사회적 위상들(topologies)을 어떻게 만드는지 탐구하는 사회연결망 형성 모형을 개발했으며, 사회적 확산의 역동(dynamics)에 이런 사회연결망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한쪽의 극단에서는 높은 수준의 고착화(consolidaion)가 규범과 실행의 공유에서 통합(integration)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채 매우 분할적인 집단들(balkanized communities)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블라우와 슈워츠가 제시했듯이, 고착화를 줄이면 소집단들을 가로지르는 일이 더 많아지며, 모집단(population)에 사회적 확산의 역동을 눈에 띄게 향상시킨다. 그렇지만 이 논문에서는, 고착화를 이보다 더 줄여간다면 고도로 상호교차 하는 사회적 연결망이 만들어지며, 그런 연결망은 규범과 실행의 폭넓은 확산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을 밝힌다. 이는 사회적 확산의 성공 여부는 고도의 구조적 고착화를 어느 정도 완화하느냐(moderate to high levels of structural consolidation)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cienceon

트위터   https://twitter.com/SciON_hani

한겨레 스페셜   http://special.hani.co.kr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과학을 위한 행진’ 목소리, 지구촌에 울려퍼지다‘과학을 위한 행진’ 목소리, 지구촌에 울려퍼지다

    뉴스오철우 | 2017. 04. 24

    트럼프의 반환경·반과학 정책 비판국내 광화문에서도 800여 명 모여※ 이 글은 미국 워싱턴 집회를 중심으로 보도된 한겨레 4월24일치 기사에다 국내에서 열린 과학행진 소식을 추가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지구의 날’을 맞은 4월22일(현지시각) 미국...

  • 바다동물 넷 중 셋은 스스로 빛을 낸다바다동물 넷 중 셋은 스스로 빛을 낸다

    뉴스오철우 | 2017. 04. 19

    ※ 이 글은 한겨레 4월19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해파리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바다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바다동물을 촬영한 대량의...

  • 광화문 등 지구촌 500곳, 과학이 행진한다광화문 등 지구촌 500곳, 과학이 행진한다

    뉴스오철우 | 2017. 04. 19

    ※ 이 글은 한겨레 4월19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증거 기반 정책 수립, 열린 과학 커뮤니케이션, 공익에 기여하는 과학 등을 옹호하며 지구촌 과학...

  • 세포 닮은 거대 바이러스, 제4생명인가? 유전자 도둑인가?세포 닮은 거대 바이러스, 제4생명인가? 유전자 도둑인가?

    뉴스오철우 | 2017. 04. 19

    ※ 이 글은 한겨레 4월19일치 ‘사이언스온’ 지면에 실렸습니다. 온라인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세포 닮은 거대 바이러스제4생명? 유전자 도둑?   잇단 발견에 정체 수수께끼  ...

  • 4월22일 지구촌 ‘과학행진’…서울 광화문에서도 열려4월22일 지구촌 ‘과학행진’…서울 광화문에서도 열려

    뉴스오철우 | 2017. 04. 06

    ‘환경, 건강, 안전, 정책들에서 증거기반 과학 역할 지키자’트럼프 정책에 항의 워싱턴DC서 본집회, 세계 480곳 함께왜과학과 과학자, 그리고 증거 기반의 정책 결정이 공격 받고 있습니다. 예산 삭감, 연구자 검열, 데이터 실종, 그리고 정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