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 정보 전달 ‘가족성 용종증’ 유발 유전자 제거
원광대 이성희 박사팀, '네이처 메디슨'에 논문 게재
» 가족성 용종증 환자의 장에 용종이 발생한 모습.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이라는 유전적 질병이 있다. 유전성 대장암 가족력 있는 사람한테서 25살 전후에 대장에 용종(폴립)이 생겨나는 병이다. 일찍 발견해 제거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많아져 40대쯤 되면 용종이 수백개까지 늘어난다. 이런 경우에는 거의 모두 대장암으로 발달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질병이다. 현재까지 암이 발생하면 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밖에 치료법이 없다. 가족성 용종증은 7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이 질환에 의한 대장암은 전체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광대 약학대학 약품연구소 이성희 박사 연구팀은 13일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이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장내세균이라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암으로 발전하는 작동 과정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 이성희 박사 가족성 용종증에 의한 대장암이 유전적 결함의 단독 원인이 아니라 외부 환경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3년 전 미국 예일대팀에 의해 밝혀져 <사이언스>에 보고됐다. 과학저널에는 ‘현상’만이 아니라 그 현상의 발생 원인이나 기전까지 밝힌 논문이라야 게재되는 게 일반적인데 예일대팀의 논문은 현상 자체가 특이해 채택된 경우다. 이성희 박사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분자생물학적 측면에서 그 기전을 밝혀내고, 가족성 용종증에 의한 대장암 발생을 예방하고 수술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단서를 제공했다. 논문은 약학 분야 유명 저널인 <네이처 메디슨> 9일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예일대팀은 암억제 유전자인 ‘에이피시’(Apc)를 변형시켜 사람의 ‘가족성 용종증’과 유사하게 형질전환한 모델 쥐에서 ‘미드88’(Myd88)이라는 유전자를 제거해 암 발현이 억제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미드88은 장내 세균의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전달 체계의 중간단계에 있는 유전자다. 장내 세균은 장 상피세포에 존재하면서 암 등 질병의 원인인 염증성 장 질환(IBD)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생체항상성’(생물학적 평형상태)을 유지해주는 기능도 한다. 이성희 박사 연구팀은 장내 세균의 상태 정보가 ‘티엘아르’(TLR) 수용체를 통해 미드88로 전달되고 이것이 신호조절인산화효소 ‘얼크’(ERK)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밝혀냈다. 대장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시믹’(C-Myc) 유전자 단백질로, 반감기가 짧아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얼크 효소가 활성화되면 시믹이 인산화되면서 안정화돼 분해가 억제되고 이로 인해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미드88을 제거해 얼크의 활성화를 막자 실험쥐들의 생존율이 높아졌다. 또 얼크 저해제인 화합물(PD0325901)을 실험쥐에게 투여했을 때도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성희 박사는 “임상시험을 통해 얼크 저해제가 인체 안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가족성 용종증에 의한 암 환자에게 외과수술 외의 대안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박사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약대 연구원 시절 이번 연구를 진행했으며, 남편인 서검석 원광대 의대 소화기내과 부교수도 동물실험 과정에 참여해 논문 공동저자로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