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지구온난화 과학 폄훼 말라" 미국 과학자들 성명

 미국 과학아카데미 소속 과학자 250여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성명 발표

기후게이트 이후 퍼지는 기후변화 회의론에 "'매카시' 같은 정치적 공격 멈추라"

      0b » 자료사진 / 문화방송     이른바 ‘기후게이트’의 여파가 심상찮은 모양이다. ‘과학의 신뢰’ 문제로 확대 해석되기에 이르더니, 이젠 과학자들이 직접 나서 기후변화론에 대한 공격을 “매카시 같은 공격”에 비유하면서 기후과학 연구의 진실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기존의 기후연구 전체가 폄훼되고 있는 데 대한 심각한 우려 표명이다.  
♦ 기후게이트(Climategate)는? 코펜하겐 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2009년 11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기후연구소(CRU)에 있던 1천 건 넘는 전자우편과 문서 파일이 해킹당해 인터넷에 공개된 이래 이어지는 파문을 말한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를 중심으로 “공개된 문서 자료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과장됐음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슷한 시기에, 히말라야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2035년이나 그 이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의 보고서가 과학 논문이 아닌 어떤 잡지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기후게이트는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산업활동이냐 자연현상이냐를 둘러싼 논란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과학의 신뢰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과학자 250여명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7일치의 독자투고 면에 “기후변화와 과학연구 진실성”이라는 제목의 성명 편지를 실었다. 모두 미국과학아카데미 소속 회원으로 중견급 연구자들인 이들은 성명 편지에서 “기후 과학자들한테 쏟아지는 정치적 비난”을 거론하며 기구온난화의 심각성이 외면돼선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편지는 다소 직설적이다.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과학적 탐구 정신”을 위한 게 아니라 “특별한 이해관계나 도그마”에 휩싸여 기후변화론에 대해 정치적 비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냉전시대의 공산주의자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하는 "매카시 같은 공격"이 기후 과학자들한테 가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또한 우리 동료들한테 가해지는 매카시와도 같은 형사기소 위협, 행동 취하기를 피하도록 관심을 돌리려는 정치가들의 과학자 괴롭힘, 과학자들에 관해 퍼지고 있는 노골적인 거짓말들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성명은 정치적 공격이 가해지더라도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유력하고, 포괄적이며 일관된 객관적 증거"가 있고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 과학적 결론을 다섯 가지로 요약해 다시 강조했다. 즉, (1)지구는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며 온난화하고 있다 (2)온실가스 농도 증가는 화석연료 연소와 삼림 파괴 같은 인간 활동 탓이다 (3) 기후변화엔 자연도 역할을 하지만 지금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압도하고 있다 (4)빠른 온난화 속도는 해수면 상승, 수권 순환 변화, 해양 산성화를 초래한다 (5)기후변화는 해안공동체와 도시, 식량과 물 공급, 바다와 민물 생태계, 산림, 산악 고지대 환경 등을 위협한다.   성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후과학이 절대적 확실성을 이룬 연구결과”가 아니며 “과학자들도 실수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진솔하게 인정하면서도 온난화의 증거와 과학적 결론이 지금 무시할 수 없는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사실상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보기에, 기후변화 회의론이 일반 사회에 무책임하게 확산되면서 과학계에도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에 서명한 과학자들이 말하듯이, 기후 과학이 절대적 확실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며(사실 자연 기후의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기후 과학에서 절대적 확실성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며 불가능한 일이다) 일부 연구물에선 데이터 해석의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제 과학자 사회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을 거쳐 검증되고 확인된 '온실가스 농도 증가'와 ‘기후변화 추세’의 연관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후게이트를 계기로, 지구온난화 과학이 그동안 실재 이상의 정치적 담론으로 사용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동안 여러 데이터와 연구방법들을 써서 축적해온 기후 연구성과들을 도매금으로 부정하거나 쉽게 평가절하 하려는 태도는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다.   아래는 우리말로 옮긴 성명의 전문이다.       

♦…♦…♦

 

 기후변화와 과학연구 진실성

 (Climate Change and the Intergrity of Science)

    우리는 최근 일반 과학자와 특히 기후 과학자들한테 정치적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을 접하며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모든 시민들은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과학적 결론에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연계돼 있다. 그래서 과학은 어느 것에 대해 결코  절대적인 증명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행동을 하기 전에 과학자가 절대 확신에 이를 때까지 사회는 기다려야만 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사회가 결코 행동에 나서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기후변화 같은 잠재적 재난의 문제에 대해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행성에 위험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과학적 결론들은 실험실 실험과 자연 관측, 그리고 수학과 컴퓨터의 모델링이 뒷받침하는 기본 법칙을 이해하는 데에서 도출된다. 모든 인간 존재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들도 실수를 한다. 하지만 과학의 과정은 그런 실수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 맞춰 짜여 있다. 이런 과정은 본래 적대적이다. 다시 말해, 과학자들은 오래 전해지는 지혜를 지지해 명성을 얻고 인정받는 게 아니라 과학적 합의가 잘못됐고 [자연현상에 대한] 더 좋은 설명이 있음을 입증해 훨씬 더 큰 명성과 인정을 얻는다. 그것이 갈릴레오, 파스퇴르, 다윈, 아인슈타인이 했던 바이다. 그러나 일부 결론들은 철저하고 심층적으로 시험되고 의문시되고 검토되었을 때에는 ’잘 입증된 이론’의 지위를 얻으며 종종 ’사실’이라고 얘기된다.   예를 들어, 우리 행성은 대략 45억년의 나이를 지니며(지구 기원 이론), 우리 우주가 대략 140억년 전에 단일 사건에서 탄생했으며(우주대폭발 이론), 오늘날 유기체들은 과거 유기체들에서 진화해왔음(진화 이론)을 보여주는 유력한 과학적 증거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과학계에서 압도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도, 여전히 이런 이론들이 잘못됐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명성을 얻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지금 이런 학문의 목록에 들어 있다. 즉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가 의존하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식으로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유력하고, 포괄적이며 일관된 객관적 증거가 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기후 과학에, 더욱 당혹스럽게 기후 과학자들한테 가하는 수많은 공격들은 전형적으로 특별한 이해관계나 도그마에 의해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믿음직하게 증거를 만족시키는 대안의 이론을 제시하려는 정직한 시도가 아니다.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와 기후변화에 대한 다른 과학적 평가들에는, 대량의 포괄적 보고서를 생산하는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관련돼 있는데, 이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통상적인 일부의 실수를 했다. 오류가 지적될 때에 그런 오류는 수정된다. 그러나 최근 사건들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근본 결론을 바꿀만한 오류들은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다.    

(1) 우리 행성은 대기중에 열을 가두는 기체들[온실가스]의 농도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온난화하고 있다. 워싱턴에 나타난 눈 많은 겨울도 이런 사실을 바꾸진 않는다.

 

(2) 지난 세기에 나타난 이런 기체 농도 증가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에서 기인하며, 특히 화석연료 연소와 산림 파괴에 기인한다.

 

(3) 자연의 원인은 지구 기후를 바꾸는 데 언제나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이 일으킨 변화가 그런 [자연의] 원인을 압도하고 있다.

 

(4) 지구온난화는 현생 시기에 전례 없었던 속도로 변화하며 여러 다른 기후 패턴들을 일으킬 것이며, 거기에는 해수면 상승 증가율과 수권 순환의 변화가 포함될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바다를 더욱 산성화하고 있다.

 

(5) 이렇게 복합적 결합하는 기후변화는 해안공동체와 도시, 식량과 물 공급, 바다와 민물 생태계, 산림, 산악 고지대 환경 등등을 위협한다.

 

 

세계의 과학 학회들과 국립아카데미들, 그리고 개인 과학자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으며 얘기되고 있다. 이런 결론들은 통상의 산업 관행을 계속하면 미래 세대들이 마주하게 될 것들에 관해 과학자들이 왜 우려를 표명하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정책결정권자와 일반 대중에 제한 없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포함하는 기후변화의 원인들에 대해 즉시 대처하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우리 동료들에 가해지는 '매카시' 같은 형사기소 위협, 행동에 나서는 것을 피하도록 관심을 돌리려는 정치가들의 과학자 괴롭힘, 과학자들에 관해 퍼지고 있는 노골적 거짓말들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 사회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즉 우리는 과학을 외면하고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는 행운이 뒤따르기만을 바랄 수 있다. 아니면 우리는 공중의 이해관계를 지니고서 지구 기후변화의 위협을 빠르고 실질적으로 줄이려는 행동할 수 있다. 슬기롭고 효과적인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굿뉴스다. 하지만 머뭇거림은 그 선택사항이 돼선 안 된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이언스온의 다른 글]

 ▶ "온난화 태양 탓?" "태양-온난화 시간규모 달라!"

 ▶ "기후변화를 보는 두 시선, 터놓고 얘기해봅시다"

 ▶ "지구가 힘들다는데 우린 대체 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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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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