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좌담] 셋째날: ‘과학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15일 '친구 블로그 광장' 오픈 기념
파워 블로거들과 사이언스온의 나흘간 이메일 가상좌담(3): 셋째 날
 

 [알림] 파워블로거들의 '친구 광장' 15일부터 엽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하신 여러 선생님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뵙게 되니 영광이군요. 평소 선생님들의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는 독자는 아니었지만, 간혹 들러 곁눈질을 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 활발한 활동상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흔한 말로 ‘파워 블로거’로 불리시는 분들의 참여 광장을 오는 15일부터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열게 됐습니다. 광장을 여는 즈음에 여러 선생님들과 ‘과학, 블로그, 그리고 소통’ 등등에 관해 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런 좌담이 실제 한자리에 모여 하는 게 아니고, 또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은 뒤에 그것을 편집해 정리한 것이기에 ‘이메일 가상좌담’으로 부르도록 하지요. 이메일 문답이지만 좌담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모든 말씀은 꼭 경어체와 구어체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참석자 ♦

꼬깔 http://conodont.egloos.com

모기불 http://mogibul.textcube.com

바이오매니아 http://biotechnology.tistory.com

아이추판다 http://nullmodel.egloos.com

byontae http://fiatlux.egloos.com

ExtraD http://extrad.egloos.com/

fischer http://fischer.egloos.com/

puzzlist http://pomp.tistory.com

사회/ 오철우 (사이언스온 운영자,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23 copy

 

어제 대담 분위기는 너무 뜨거웠습니다. 과학 보도의 현주소에 대해 그리 하실 말씀이 많으시다는 걸 알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분위기를 가라앉히시고 시작하지요.

 

흠흠, 이번 대담에 쓸 질문을 준비하면서 트위터에서 궁금하신 질문을 모아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팔로어가 몇 분 안 계셔서 그런지 별로 질문이 모아지지 않았네요. 하지만 제게 전해진 질문 하나는 던져야겠네요. "대중이 과학적으로 무지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봐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보면, 과학과 사회를 보는 기본 관점을 대충 알 수 있을 거라는 뜻의 의미심장한 말씀과 함께 질문을 주셨지요. 한말씀 부탁드릴게요.

 

[아이추판다] 글쎄요, 어려운 질문이군요. 이건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겠지요.

 

네~, 인지과학 하시는 아이추판다 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시려고 하시는군요. "기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운을 떼신 걸로 보아 진지한 답변이 예상됩니다. ^ ^

 

[아이추판다] 일단, 과학이라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새로운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만 그 뿌리에 있는 인지 과정은 인류의 본성에 이미 담겨 있는 것이지요. 기독교의 <성경>처럼 고대에 작성된 문서를 보아도, 아주 원초적인 과학적 논리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를테면 성경에서 엘리야라는 인물이 야훼가 진짜 신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신의 예언자들과 대결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대결의 논리가 현대 과학의 대조군 실험 절차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고대인들도 과학적 사고와 비슷한 사고를 할 줄은 알았다는 거지요. 이런 점에서 보면 과학이 새로운 사고방식이기는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걸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nullmodel

그 다음은 지식의 문제일 텐데요, 대중이 과학을 어디까지 알아야하는지 그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국민 공통 교육과정’이라는 게 있어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배우는 내용은 누구나 똑같이 배웁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까지는 의무교육이니까, 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9년 동안 배우는 내용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똑같이 배워야하는 내용이지요. 이 정도 범위라면 세부적인 건 몰라도 대충은 알지들 않을까 싶은데요, 미국에는 아직도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든지 신이 지금 모습 그대로 6천 년 전에 모든 생물을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만 한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뒤에 하신 교육과정 말씀은 너무 싱겁네요, 하시려던 말씀이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요?

 

[아이추판다] 아, 예…, 그런데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은 과학의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논란이 많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대운하는 모두 상당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대중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중학교까지 배우는 지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만이 아니라 모든 지식을 대중들이 다 알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전문가나 언론, 또는 정부가 적절히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런 지식들이 적절히 제공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현재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대중은 현안이 되는 과학기술에 대해 모를 수 있고, 그래서 전문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씀은 새겨들을만 하네요. 다른 선생님들도 ‘대중은 과학에 무지한가’ 이런 물음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모기불] 누구나 자기 분야가 아닌 것은 무지한 것이 정상입니다.

 

[바이오매니아] 글쎄요. 모든 사람이 과학을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저도 모르는 분야가 많은데….

 

[byontae] ‘과학’에 대해 무지한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과학적 혹은 합리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도 기생충에 대해서는 부끄럽지는 않을 만큼 알고 있습니다만 물리학 관련으로는 중학생보다 지식수준이 나을까 싶네요. 줄이자면 모기불 님의 말씀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conodont

 

'과학'보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

 

[꼬깔] 어떤 분야이든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아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무지하다, 그렇지 않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puzzlist] 대중은 당연히 평균적인 수준일 테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중은 언제나 과학적으로 무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과학만이 아니라, 어떤 학문, 어떤 분야이든 대중은 언제나 해당 분야 전문가보다 무지합니다. 아무렴 대중이 전문가보다 더 잘 알 수 있겠습니까? 문제가 되는 것은 ‘대중이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이겠습니다만, 솔직히 제 생각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은 과학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도 사회에 스펙터클한 일이 많아서 그런지 과학처럼 극적인 변화가 많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ExtraD] LHC(거대 강입자 충돌기)가 영화와 공상과학소설의 소재가 된 것이 대중적 과학 이해의 한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지’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신에 과학 문명의 혜택에 비해서 그 가치에 대체로 무관심하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문명에서 이미 공기와 같은 존재니까요.

 

extrad

 

대체로 비슷한 생각들이시군요. 대중이 현대 과학에 무지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그러면서도 과학의 사고방식에 익숙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그런 생각들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과학 지식 또는 사고방식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 과학자와 대중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요? 

 

pomp[puzzlist] 저는 과학자가 대중을 향해 취할 자세는 ‘가르침’이 아니라 ‘알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지한 대중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대중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제 블로그는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끼리나 볼만한 내용이어서 대중을 향한 블로그라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사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항상 대중을 의식한 글을 써야 한다면 너무 피곤한 일이겠지요.

 

[fischer] 과학의 대중화에 대해서는 저는 제 또 다른 취미 중 하나인 ‘고전음악의 대중화’와 생각이 비슷한데, ‘과학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익숙하게 만들어야지, 흥미를 끌만한 사항 몇 개만 (만화나 기타 형대로) 집중적으로 알리는 것은 진정한 대중화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fischer2일반 대중의 과학 지식은 긴 시간 단위로 보면 많이 나아졌으며, 제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요즘 어린 세대들의 환경은 좋은 정보가 넘칩니다. 만화나 기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미디어로 과학적 정보를 대단히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질’이 좋아졌다고 과학에 대한 올바른 태도까지 쉽게 익힌다는 말은 아니며, 그리고 ‘이상한 것을 쉽게 믿는’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생물학 쪽에서 말하자면, 창조론이나 ‘자연적인 것이 무조건 좋다’는 사고방식이 판을 치겠지만 말입니다. 창조론은 특정 종교 관련 경향만 제외한다면(제외하기에는 좀 규모가 크고 심각하기는 하지만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자연주의’ 경향은 좀 심각합니다. 천연 물질이라면 뭐든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인간의 자연적 생활’에 대한 근거 없는 낭만적 태도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지요. 현대인은 자연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소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셔 님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말씀을 해주셨네요. 뭐든지 무조건 따르는 것은 좋지 않고, 그래서 맹목적인 자연주의도 지나침을 낳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준비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과학"은 "사용된다"고 합니다.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과학을 사용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과학을 사용하고, 대중은 대중대로 과학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보다 "과학은 어떻게 사용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 그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아니면 과학을 남용, 오용되는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fischer] ‘과학적 사고’에서 사실(또는 현실)과 엄격한 정합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고, 그리고 관심 분야에 제대로 맞는 과학 연구 결과가 없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 자리’를 벗어나 다른 자리에 응용하더라도 제대로 적용했는지는 충분히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합의가 과학의 전부는 아니지만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로는 충분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편이 옳았구나’를 차차 알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에서 사실과 엄격한 정합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씀이 흥미롭게 들리는군요. 흔히 과학적 사고는 곧바로 사실과 정합성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우리 과학문화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이오매니아 님?

 

biomania3

 

[바이오매니아] 음, 과학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라는 물음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합니다. 과학이 어떻게 사용되는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짚자면, 이 사회의 과학이 점점 자본에 종속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젠 연구실에서 혼자 뚝딱뚝딱 해서 연구가 되는 시대는 지났고 거대한 자본과 많은 두뇌가 집약되어야 좋은 결과들이 나옵니다. 연구업적 평가에서 인문계 교수님들이 잘 이해를 못하는 것이 대체 왜 이공계 논문에는 저자가 여럿이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단독으로 논문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누군가의 연구비를 받지 않고 연구를 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돈을 대는 단체와 기관의 쓰임에 복종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학자들의 연구는 다 기업과 정부 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도 하는데 결국 이런 것이 사회적 소통을 어렵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과학 블로그에도 우려스러운 점이 꽤 있는데, 지나친 자기중심성 또는 은연중에 과학만능주의 냄새를 풍기는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조금 더 열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mogibul2모기불] 얘기가 너무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과학이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것은 맥락에 따라 판단될 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칼은 음식을 요리할 때도 사용되고 사람을 찌를 때도 사용되고 뭔가를 묶은 끈을 자를 때도 사용되지만, 칼을 만드는 사람은 그저 좋은 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웬만한 품질의 칼을 싼 가격에 만들기 위해 연구할 뿐이지요. 과학도 다들 제 나름의 용도에 따라 사용될 뿐입니다.

 

“제 나름의 용도”가 제대로 된 것인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겠군요. 바이오매니아 님께서 블로그에 관해서도 잠시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면 말 나온 김에 과학 블로그들에서는 ‘과학’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byontae] 저 같은 경우, 제 블로그에서 과학은 기생충을 홍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과학이지요.

 

byontae

 

[ExtraD] 제 블로그에서는 과학자의 삶과 현재 진행 중인 과학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솔직히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특성상 ‘사용’이라는 용어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puzzlist] ’사용된다’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라는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더 중요한 물음은 ‘과학을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은 무엇인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과학을 소재로 사용하는 과학 블로그는 경제적,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실을 전달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가장 순수하게 과학을 사용하는 곳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이것은 블로그라는 것이 어떤 단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거리가 먼, 일개인이 가볍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fischer] 과학 블로그에서 과학이 오용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저는 방문자들의 양식을 믿는 편인데, 항상 그렇듯이 경계선은 명확하지 않으며 ‘거의 제대로 잘 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틀립니다. ExtraD 님 같은 ‘업계인’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좀 안전할 것이고, 저처럼 아마추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좀 신뢰도가 떨어지겠지요. 그래도 과학이라는 공통의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과학을 전공한 방문자라도 토론을 거쳐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고 봅니다. 단 이글루스의 과학밸리 분위기가 독특한 편이기 때문에 제가 너무 과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의 장점 중 하나가 자기오류 수정 기능인데, 최소한 이글루스 안에서는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아이추판다] 저는 블로그에서 과학이 사용되는 방식보다는, 과학을 위해 블로그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 수월할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 보통 ‘과학 블로그’라고 하면 과학 저널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게 기존 과학의 성과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블로그라는 기술에는 좀 더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사고방식이자 학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활동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활동으로서 과학에 매체의 역할은 중요해요. “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논문이 실리는 곳이 학술지들이기 때문에, 학술지들이 과학 활동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척 큽니다. 그런데 기존의 학술지 시스템에는 장점도 많습니다만, 한계도 많이 있어요. 동료심사와 같은 절차는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의 수준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시켜주는 기능도 합니다만,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순발력이 떨어지거든요. 또, 학술지마다 다루는 주제에 범위가 있다보니까 여러 학문의 경계에 걸쳐있는 논문은 실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전통적인 학술지에 보조적인 매체로 활용하는 시도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유명한 학술지에서는 빨리 발표해야 하는 논문의 경우 인터넷판으로 먼저 공개하기도 하고요, 수학이나 물리학 쪽에서는 논문을 학술지에 싣기 전에 ‘arXiv’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황우석 사태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처럼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과학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브릭(BRIC) 같은 사이트에서 생물학자들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니까 아이추판다 님이 하시고자 하는 말씀의 요지는…?

 

[아이추판다] 아, 네. 이런 점들을 보면, 블로그도 단순히 기존의 과학적 성과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발표하거나 과학적 논쟁을 진행하는 매체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냐는 겁니다. 해외 블로그 중에 보면 전문적인 학술지에 실리기는 좀 애매모호하지만, 그 자체로 무척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아마추어 과학자들도 있지만 직업적인 과학자들도 있고요. 한국에도 과학 블로그는 아닙니다만, ‘초록불의 잡학다식(http://orumi.egloos.com)'이라는 유명한 블로그가 있지요.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초록불 님은 유사역사학의 황당무계한 여러 주장들을 역사적 근거를 들어 일일이 논파하고 있는데요, 무척 중요하고 가치가 높은 작업입니다만 학술지에 싣기도 그렇다고 대중매체에 싣기도 애매하지요. 과학 연구도 이런 식으로 블로그를 활용해서 공개하고 토론할 수 있을 겁니다.

 

꼬깔 님은 이 주제에 관해서는 조용하시군요.

 

[꼬깔] 다른 분께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경청하고 있습니다. :)

   아아, 얘기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신호군요. 죄송! 모임을 정리할 때가 됐나 봅니다.

  

무거운 주제에 대해 오늘 흥미롭고도 진지하신 말씀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파워 블로거들이 글만 잘 쓰시는 게 아니라 말씀도 잘 하시는군요. 오늘 자리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지요. 내일 마지막 모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모임 뒤에는 애프터 모임 있다는 것 잊지 마시고, 시간 꼭 비워두세요.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파워블로거와 사이언스온의 나흘간 이메일 가상좌담]

▶ 첫째날: 첫인사 나누며 과학블로그를 말하다

▶ 둘째날: 과학문화와 언론을 비평하다

▶ 셋째날: '과학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 넷째날: 에피소드, 친구, 사이언스온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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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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