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좌담] 둘째날: 과학문화와 언론을 비평하다

15일 '친구 블로그 광장' 오픈 기념
파워 블로거들과 사이언스온의 나흘간 이메일 가상좌담(2): 둘째 날
 
[알림] 파워블로거들의 '친구 광장' 15일부터 엽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하신 여러 선생님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뵙게 되니 영광이군요. 평소 선생님들의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는 독자는 아니었지만, 간혹 들러 곁눈질을 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 활발한 활동상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흔한 말로 ‘파워 블로거’로 불리시는 분들의 참여 광장을 오는 15일부터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열게 됐습니다. 광장을 여는 즈음에 여러 선생님들과 ‘과학, 블로그, 그리고 소통’ 등등에 관해 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런 좌담이 실제 한자리에 모여 하는 게 아니고, 또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은 뒤에 그것을 편집해 정리한 것이기에 ‘이메일 가상좌담’으로 부르도록 하지요. 이메일 문답이지만 좌담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모든 말씀은 꼭 경어체와 구어체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참석자 ♦

꼬깔 http://conodont.egloos.com

모기불 http://mogibul.textcube.com

바이오매니아 http://biotechnology.tistory.com

아이추판다 http://nullmodel.egloos.com

byontae http://fiatlux.egloos.com

ExtraD http://extrad.egloos.com/

fischer http://fischer.egloos.com/

puzzlist http://pomp.tistory.com

사회/ 오철우 (사이언스온 운영자,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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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신지요? 어제 가상좌담을 마치고나서 집에 돌아와 곰곰이 되새겨보니, 우리 사회에는 과학을 깊게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기술을 다루는 언론의 방식들을 보더라도, 당장의 성과 위주로 단편적으로 보도하거나 ‘호기심 천국’ 식의 흥미 위주 접근을 하거나, 뭔가 극적인 것을 찾으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과학을 바라보는 우리 과학문화의 현주소이겠지요? 그래서 과학 블로거들은 우리사회의 과학문화 또는 언론보도 경향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fischer]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으로 말씀드리게 됐네요. 먼저 한마디 하겠습니다. 과학에 대한 '상부'의 사고방식 자체가 '돈 좀 주고 사람들 쥐어짜면 황금알 나오는 요술 방망이' 정도 아닌가 의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연구 프로젝트 기안 작성을 하는 연구원들도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대 성과 액수를 부풀리지 않으면 예산을 딸 때 불리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가 '상부의 시각' 때문에 나온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20년 전에는 이런 사고방식이 당연했고 효과적이기도 했습니다만, 남 하는 대로 따라가는 데는 '자발성'과 '창의성'이 별반 필요가 없잖아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런다면 문제가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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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의 사고방식' '상부의 시각'…, 이런 상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계시군요.

 

[fischer] 그렇다고 대중의 이해 수준이 상부보다 전체적으로 낫냐?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야 진화생물학 위주로 포스팅을 하니까, 그 위주로 얘기하지요. 이 분야에서는, 대중의 이해 수준은 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근본적으로 '잘 이해해주는 시각'을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한 마디로 왜 <Why Darwin matters>란 제목까지 달고 책이 나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저는 이 책을 아직 못 읽어보았습니다). 이건 미국 얘기지만, 한국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종교까지 미국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특정 종교 신자들 중 상당수가 진화론을 대하는 태도나 이해하는 정도를 보면 '안습'이 따로 없습니다. 뇌관을 섣불리 건드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사실이 그러니 뭐 어쩌겠습니까.

 

네, 오늘은 그 '뇌관'을 터뜨리면 얘기가 한도끝도 없겠지요. ^ ^; 피셔 님, 말씀 감사합니다. 다시 대화 주제로 돌아와서….

 

[바이오매니아] 과학문화와 관련해서 한가지 더 생각해볼 것은 과학 담론을 주도하는 사람들 중에 비전문가 그룹의 주장을 좀 더 신중하게 스크리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전공쪽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특히 식품이나 보건, 이런 쪽은 좀 심한 주장도 쉽게 보입니다. 저도 과거에 참여연대하고 다른 시민단체 회원이었던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과학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나친 전문가주의도 경계해야 합니다만 말이죠.

 

네, 전문가만이 다 안다는 식의 ‘전문가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전문가’는 존중해야겠지요. 전문가주의를 경계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지한 얼굴 표정을 보니) 퍼즐리스트 님도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군요.

 

pomp[puzzlist]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 과학문화가 있나요?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쓸모없는 분야로 취급되는 학문은 수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수학이 현대 문명의 발전에 기초가 된다고 하지만, 일반인에게야 전혀 와 닿지 않는 얘기일 것이고, 그저 “아무짝에 쓸 데도 없으면서 대학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과목” 쯤으로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 또한 이런 생각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학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기껏해야 입시와 관련해서이고, 놀라운 수학적 발견이 언론에 보도되는 놀라운 일이 가끔 일어나긴 하지만, 이 또한 ‘수학에 대한 기사‘라기보다는 선정적인 관점에서 쓴 ’천재에 대한 기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퍼즐리스트 님의 말씀에 드는 생각인데요, 그러고보니 흔히 과학 기사들은 우주, 진화, 공룡, 생명공학 등등 몇 가지 키워드만을 중심으로 보도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다른 나라의 과학 기사들을 봐도 대체로 비슷하지요. 그러다보니 ‘과학’을 채우는 ‘과학들’의 다양성을 접하기 쉽지 않은 것 같고요. 게대가 퍼즐리스트 님 말씀처럼 ‘놀라운 일’ ‘천재’ 같은 극적인 기삿거리를 위주로 다루고 있고, 또 부정확한 내용도 버젓이 지상파 텔레비전과 종합일간지에 보도하는 일까지 생겨 블로거들의 비판 대상이 자주 되고 있지요. 과학 언론에 대해 하실 말씀들이 많으실 것 같군요.

 

[모기불] 일부 기자를 제외하고는 자기가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 기사를 써야 하는 상당히 가엾은 처지라고 생각합니다.

 

윽, "가없은 처지"라면… @.@, 예상은 했지만, 역시 과학 언론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고 신랄하시군요. 터놓고 얘기해보지요.

 

[fischer]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너무 없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어느 이글루스 사용자가 즐겨 쓰시는 태그가 “오늘도 기자를 까자”일 정도면 말 다 했죠. 후배 중 제가 본 사람 중에 손꼽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 하나 있는데, 이공대 학부를 마치고 기자로 있는 특이한 사례입니다.  그 친구 얘기가 ‘똑똑한 기자는 과학 분야 전문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거긴 늘 찬밥이다“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 친구도 과학 분야에 있지 않습니다. 언론이야 뉴스거리가 돼야 하니까 이해는 갑니다만 씁쓸하지요.

 

[byontae] 선정성이나 과학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의학 쪽으로 넘어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생명이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보를 무책임하게 전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의학 관련 뉴스나 소식들을 접하다보면 이런 극단적인 정보 전달의 예가 더 많아지고, 문제점도 많다고 느끼게 됩니다.

 

네……. -.-;

 

conodont[꼬깔] 언론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좋은 기사와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번역 과정에서의 오류나 지나치게 빠른 보도를 위해 확인이 명확하지 않은 기사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심지어 과학 잡지조차도 가상의 동물이 마치 진짜인 것처럼 특집으로 다뤘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과학문화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과학이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분야를 더욱 어렵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수능의 과학 선택 경향이 물리와 화학을 기피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고요.

 

우리나라 언론매체의 과학보도들만이 특별히 문제인가요? 외국의 과학 보도는 어떻습니까? 어느 분이 한말씀 해주시면….

 

[아이추판다] 음, 과학 보도에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이 특별히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도들이 즐겨 보는 “PHD Comics”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이 만화 2009년 5월18일자(http://www.phdcomics.com/comics/archive.php?comicid=1174)를 보면 과학 뉴스가 보도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부풀려지는지 잘 묘사하고 있는데요, “A와 B가 제한된 조건에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정도의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 “A가 B를 일으킨다”는 식으로 과장되고 나중에는 “A가 사람들을 죽인다”라는 식으로 왜곡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면 미국도 언론 보도에서 과장과 왜곡을 일삼는 건 비일비재한 모양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언론들이 과학 관련 취재를 정확히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해외 과학 소식 기사를 보면 대부분 영어권 언론 보도를 받아쓰는 것 같은데 이 과정에서 한 번 더 부풀려지는 면이 있지요.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현상이라기보다 대중매체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 보도가 부풀려지는 데에는 대중매체의 일반적 속성인 측면도 있겠지요. 알려주신 과학 만화 사이트는 흥미로운 정보입니다, 자주 들러봐야겠어요….

 

[바이오매니아] 과학기술 관련 보도가 선정적인 것이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요. 다만 그 책임은 언론만의 것이 아니고 과학자와 언론의 합작품인데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성과의 전망을 멋지게 보여주고 싶어 하고 언론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때로는 오해 섞인 해석으로 보도하면서 문제가 증폭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의 전문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과학 전 분야의 전문성을 기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라고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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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D] 저는 기사의 전문성과 내용의 충실함은 전문적인 과학 트레이닝을 받은 전문기자의 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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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책임도 있고, 과학자의 책임도 있겠군요. 언론은 과학을 더 잘 알아야 하겠고, 과학자들은 언론을 제대로 된 목적을 갖고서 활용해야겠군요.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하신 퍼즐리스트 님은 정말 하실 말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서 털어놓으시지요. ^ ^

 

[puzzlist] 네…, 과학 분야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본 접근 자세가 조금은 뒤틀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제가 보기에 언론이 과학 분야에 접근하는 방식은 어떤 사실을 설명하여 이해를 돕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그냥 별 관심 없이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몇 년 전에 ‘푸앵카레 추측(Poincare's conjecture)’이 증명되었을 때의 신문 기사들을 보면, 거의 모든 신문에서 거의 똑같은 문장으로 푸앵카레 추측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설명이라는 것이, 그 추측이 무엇인지 아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문장이어서 도대체 누가 이런 엉터리 문장을 썼는지 한심할 지경이었습니다.

 

‘수학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든 수학 기사라면? 글 쓴 기자도 모르고, 제목 뽑는 편집기자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고, 수학자도 모르는 기사가 되겠군요. 제가 그렇게 기사를 쓰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뜨끔 합니다. 하지만 그리 난해한 전문 분야를 기자들이 다 알 수 있을까요? 물론 잘 모르면 ‘나는 이 분야를 자세히 모른다’는 의미를 기사 글 어딘가에 드러내어야 하고,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써서는 안 되고, 그래야 독자들이 기사의 한계를 알고 적절히 판단하면서 기사를 접할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puzzlist] 전문 분야를 잘 모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엉터리 설명을 서로 베껴 쓰는, 언론의 이상한 행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푸앵카레 추측은 100만 달러 상금을 건 클레이 수학 연구소, 수학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필즈 상(Fields medal), 상금을 거부하고 은둔해버린 수학자 등등 일반인의 흥미를 끌 특집기사 1편쯤은 거뜬히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소재였는데, 어느 언론도 이런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피상적 접근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접근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해야겠지요.

또, 이후에 중국 수학자들이 푸앵카레 추측을 완성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역시 증명에 성공했다는 이전 기사와 무엇이 다른지 전혀 비교조차 하지 않은 기사였습니다. 웃기는 사실 하나를 얘기하자면, 그 당시 기사에 중국 수학자인 ‘하버드대학의 추청퉁(丘成桐) 교수’의 발언을 전하였는데, 아무도 하버드대학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았는지, “야우 싱뚱”이라는 광동어 이름을 난데없는 ‘추청퉁’이라는 북경어 이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쯤 되면 자기가 관심도 없으면서 억지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네, 반성합니다. 저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적도 있고, 그래서 블로거들한테 호된 질책과 조롱을 받기도 했던 적이 있지요. 그 정도는 아니어도 취재원은 맞다 하고 블로거들은 틀렸다 하고 주장해서 상당히 어려움을 치른 적도 있는데 바로 꼬깔 님의 블로그 공간에서 그런 일이 있었지요. 꼬깔 님 기억하시죠? (웃음)

 

[꼬깔] 그러게요. :) 오철우 기자님과 만남이 그렇게 되었네요. :) 사실 직접 블로그에 방문해주셔 댓글을 남겨주셔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 그런 포스팅을 하고 나면 그냥 잊혀지고는 했는데 말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고고학 관련 기사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에렉투스로 표기한 것에 대한 지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이에 취재하신 학자께서 주신 의견을 꼼꼼하게 제게 설명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오철우 기자님께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학자분의 의견에 대해서는 제 전공 쪽의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에렉투스의 일종이란 주장이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고생물학적 관점의 기사였다면 좀 더 파고 들고 싶었지만 고고학이었기에 그냥 접었습니다. :) 아무튼, 덕분에 오철우 기자님을 만나 뵙게 된 셈이네요. :)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는 과학동아에 공룡 관련 기사가 내용상 이상해서 지적을 했다가 결국 원본 기사의 오류가 있었음을 밝혔던 적도 있어요. 어쨌든, 이런 부분들이 조금이라도 오류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 언론에 관해서, 조금 더 얘기해보도록 하지요. 과학기자의 처지에서 언론보도의 경향을 변론하자면, 앞서 바이오매니아 님도 그런 견해를 말씀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과학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과학기술 연구분야는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서 전공이 조금만 달라도 ‘이 분야’의 과학자는 ‘저 분야’의 연구 현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갖가지 역사 전통과 연구방법론, 그리고 학문체계를 갖춘 ‘과학들’을 취재해야 하는 기자는 매우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요. 물론 그런 격차를 될수록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겠지만요. 하지만 과학자들도 사회 일반의 관심사에 관심을 기울이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과학 비평자들은 문제가 터질 때에만 언론보도의 문제를 사후에 지적하기보다는 사전에 일상적으로 과학을 균형감 있게 비평하고 이런 비평적 성찰을 사회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제 생각이 너무 과학언론을 감싸는 것으로 들리겠지요? 평가를 받고 싶네요.

 

[꼬깔] 이 부분은 정말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제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많은 과학자가 자연스럽게 대중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대중과 자주 소통하면서 이런 괴리를 없앴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저도 요즘 그래서 기사에 대해서 덜 지적하는 편이랍니다 (웃음). 물론, 심각한 오류는 지적하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바이오매니아] 매우 공감은 하지만 사실 이건 택시 기사에게 서울 시내 교통 체계 만들자고 하는 이야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들이 자기 연구와 학생 교육에만도 벅찬데 사회적 담론까지 이야기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 사실이죠. 그리고 과학은 기본적으로 논문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교정을 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다른 일들은 다 부차적으로 생각합니다. ‘사회 일반의 관심사에 관심을 기울이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면 딴 짓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있죠.

 

과학자들이 직접 소통에 나서는 데엔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

 

[아이추판다] 그렇습니다. 과학자들이 소통하려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습니다. 우선 과학자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땅치 않지요. 대중매체의 지면도 한정되어 있고, 대중서를 쓴다고 해도 잘 팔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학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논문이 아닌 ‘잡문’은 업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과학자 개인으로서는 이런 일에 시간을 많이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최신 과학의 내용을 비전공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식의 문제도 있지만 관점의 문제도 있을 텐데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과학적 지식이라는 게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으로 분명한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언가 ‘과학적 설명’을 요구할 때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결론을 바라거든요. 특히, 정치적 의제와 얽히면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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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저도 비슷한 경험이 많습니다. 큰 사고나 이슈가 터지면 ‘과학적 진실’은 무언지 파헤쳐보라는 얘기를 주변 편집국에서 자주 듣는 편이지요. 도대체 ‘과학적 진실’의 진실이 뭔지… ^ ^;. 과학이 그리 단순하다면 세상만사가 다 과학으로 해결됐을 텐데요, 그렇지 않게 세상만사는 너무 복잡하고 자연현상도 역시 복잡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아이추판다 님, 그렇더라도 여전히 과학자와 대중의 소통은 중요한 과제 아닐까요?

 

[puzzlist] 과학자가 사회 일반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과학자와 일반인을 연결하는 역할이야말로 과학 기자가 할 일 아닐까요? 과학자가 기자를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기자가 과학자를 찾아다니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아이추판다] 저도 과학자들이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과학에서는 논문으로 다른 연구자와 소통하는 게 제일 우선입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과학 지식이란 것은 불완전하기도 하지만, 과학자 자신들도 그 함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지식을 대중에 직접 전파하는 경우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논문은 안 쓰고 텔레비전에 얼굴 비추기 바쁜 과학자는 좀 수상쩍지요.

그래서 오히려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론의 경우 과학 보도를 제대로 하게 만드는 압력이 부족합니다. 과학자의 경우 말도 안되는 소릴 자꾸 논문으로 쓰면 학계에서 매장 당하거든요. 언론에는 이런 자정과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편이 판매부수나 시청률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과 사회의 소통은 과학자나 언론인 같은 특정 집단의 윤리에만 기대어 해결하기는 어렵고 이런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yontae] 아이추판다 님의 말씀에 조금 첨언해보자면, 국외의 경우에는 저명한 과학 저술가들은 실제로 과학자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학자가 아니라는 것이 무조건 단점이 될 수 없는 것이, 보다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정보 전달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폭넓은 리서치를 한 뒤에 저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대중서를 집필하는 데는 과학자보다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사전에 담론을 많이 만들어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면 뭔가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있으면 선정적인 보도가 우선이 된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byontae

 

[ExtraD] 현실적으로 과학자에게 ‘사회 일반의 관심사에 관심을 기울이며 소통하려는 노력’은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그 중요성도 역시 인식하고 있습니다.

 

네, 소통은 여러 채널에서 여러 집단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져야겠고 소통의 부재가 과학자만의 책임도 아니군요. 아이추판다 님이 말씀하신 “소통을 원할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은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제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 더 깊게 얘기하기는 힘들겠지요. 다시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제가 드린 '과학 언론을 위한 변론‘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은 분도 계신데,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계속해주세요.

 

[모기불] 상황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사실관계만은 정확하게 기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mogibul2

 

역시 모기불 님은 간단명료하고도 날카로운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fishcer] 물론 열악한 과학 기자들의 상황에서 여러 분야를 커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저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앙 일간지라는 신문들의 과학 기사에서 해당 분야의 아주 기초적인 사항도 잘못된 내용이 나타난다면 변명을 해주고 싶어도 안 되게 마련이지요. 인터넷에서 사전 검색만 해 보고 기사를 쓰더라도 피할 수 있는 실수가 버젓이 뜬다면 ‘기본적으로 성의가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진짜 전문 분야의 내용에서 실수가 나타난다면 지금 정도로 ‘까이지는’ 않고, 그렇다면 저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이 경우엔 실수를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겠지요). 욕을 먹는 핵심적인 이유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틀린다는 것이고 이것은 '마인드만 바꾸면 충분히 개선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네 좋은 말씀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과학 분야를 취재, 보도할 때에 오늘 들은 여러 귀중한 얘기들을 유념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사이언스온의 ‘친구 블로그 참여광장’ 코너를 기획하면서 이메일을 주고받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누가 요즘 글을 어느 정도로 쓰고, 누가 외국에 나가 있고 등등에 관해 잘 알고 계시더군요. 과학 블로거들끼리는 교류가 있습니까? 평소에 서로의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 글을 남기면서 교류하시는지?

 

[모기불] 종종 들러 글은 읽고 덧글은 남기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없습니다.

 

[puzzlist] 같은 학교에 있어서 인사를 나눈 분도 있지만, 특별히 개인적인 교류가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블로거 분들의 실명도 거의 모릅니다. 그저 RSS로 자주 읽다 보니 아는 정도일 뿐입니다. 다른 분들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traD] 저도 RSS로 등록된 블로그는 흥미로운 글이 있으면 읽곤 하는 수준입니다. 

 

[아이추판다] 다른 분들 블로그는 보고 있고요, 가끔 댓글을 달거나 트랙백을 주고 받기는 합니다. 그 외에 특별히 교류라고 할만한 건 없어요.

 

[바이오매니아] 어떤 의미에서는 온라인을 싫어하고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들 블로그에 방문은 하지만 정보 공유 이외의 글을 남기는 것은 매우 드물고 댓글도 잘 안 달고 트랙백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약간 싸이코 기질이 있을 수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도 저를 그렇게 볼 지도 모르죠. ^^

 

하하, 그럴 리가요.

 

[fischer] 이글루스 ‘과학밸리’ 분위기는 좀 독특해서 직접 모임도 엽니다. 꼬깔 님, 저, byontae 님과 아이추판다 님은 직접 거기서 만나 봬 얼굴과 실명을 모두 알고 있으며, 이글루스를 떠나신 퍼즐리스트 님과 모기불 님도 오래 이글루스에서 서로 리플을 달고 교류했기 때문에 대략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접촉하신 분들 중 이글루스 과학밸리를 거치지 않은 분이라면 바이오매니아 님뿐이군요. 바이오매니아 님 같은 경우는 제가 가끔 블로그를 방문하고, 제 블로그에도 요즘에는 오시는 것 같더군요.좋은 과학 블로그는 한국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대략 알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byontae] 이글루스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과학 밸리에 고정적으로 글을 올리시기도 하고, 이글루스 내에 과학 관련 블로깅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서로 대체로 알고 지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 밸리 모임을 가졌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구요. 하지만 제 전공이나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니라면 둘러보기만 하고 딱히 교류를 가지지는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꼬깔] 사실 이글루스에서 교류는 byontae 님께서 주도해서 과학밸리 모임을 주최했던 것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서로 시공간적인 한계가 있더라고요. 블로그는 자주 방문하지만 아무래도 댓글을 달 수 있는 글이 있고 그렇지 않은 - 제가 잘 모르는 - 주제에 대한 글도 있다보니 규칙적으로 댓글을 달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네, 블로거들은 어떻게 교류하나 내내 궁금했던 점인데, 그러시군요. ‘과학밸리’가 여러 과학 블로거들한테 중요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사이언스온도 그런 역할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과학 블로거들한테 유익한 공간이 되고자 나름대로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못다한 얘기는 내일 다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파워블로거와 사이언스온의 나흘간 이메일 가상좌담]

▶ 첫째날: 첫인사 나누며 과학블로그를 말하다

▶ 둘째날: 과학문화와 언론을 비평하다

▶ 셋째날: '과학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 넷째날: 에피소드, 친구, 사이언스온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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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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