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좌담] 첫째날: 첫인사 나누며 과학블로그를 말하다

 15일 '친구 블로그 광장' 오픈 기념
 파워 블로거들과 사이언스온의 나흘간 이메일 가상좌담(1): 첫째 날

 

[알림] 파워블로거들의 '친구 광장' 15일부터 엽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하신 여러 선생님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뵙게 되니 영광이군요. 평소 선생님들의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는 독자는 아니었지만, 간혹 들러 곁눈질을 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 활발한 활동상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흔한 말로 ‘파워 블로거’로 불리시는 분들의 참여 광장을 오는 15일부터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열게 됐습니다. 광장을 여는 즈음에 여러 선생님들과 ‘과학, 블로그, 그리고 소통’ 등등에 관해 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런 좌담이 실제 한자리에 모여 하는 게 아니고, 또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은 뒤에 그것을 편집해 정리한 것이기에 ‘이메일 가상좌담’으로 부르도록 하지요. 이메일 문답이지만 좌담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모든 말씀은 꼭 경어체와 구어체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참석자 ♦

꼬깔    http://conodont.egloos.com

모기불    http://mogibul.textcube.com 

바이오매니아    http://biotechnology.tistory.com 

아이추판다    http://nullmodel.egloos.com 

byontae    http://fiatlux.egloos.com 

ExtraD    http://extrad.egloos.com/ 

fischer    http://fischer.egloos.com/

puzzlist    http://pomp.tistory.com

사회/ 오철우 (사이언스온 운영자,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2 copy  

먼저 참여하신 분들께서 언제부터 왜 이런 블로그를 시작하셨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분인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간은 1분30초 드리겠습니다 (농담 ^ ^;). 답장 메일을 가장 먼저 주신 아이추판다 님부터 말씀해주시지요.

nullmodel » 아이추판다 블로그의 상징 이미지.

  [아이추판다] 저는 인지과학을 전공했고, 이글루스에서 'Null Model'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지과학이라고 하면 생소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인지과학은 마음에 대해 연구하는 융합과학으로 심리학, 언어학, 뇌과학, 인공지능 등을 포함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 전공은 수리심리학(mathematical psychology) 또는 계산적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이라는 분야로, 마음과 뇌의 작동 방식을 수학, 통계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늉 내는 것이죠.

블로그를 시작한 건 2004년 무렵이었어요. 인지과학으로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제가 공부하는 걸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지요. 그러다가 2008년에 이글루스로 블로그를 옮겼습니다. 관심사가 맞는 블로그들이 이글루스에 많았고, 아무래도 같은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다른 블로그들과 소통하기 편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블로그 이름인 Null Model도 통계학 용어에서 따온 것입니다.

 

[모기불]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4년 8월이었습니다. 절친한 후배가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서…. 제 소개를 하자면, 저 모기불은 ‘인생,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사유하기를 즐기며 이 사유의 결과를 틈틈이 기록하는 고품격 과학정보 블로그, ‘모기불통신’을 운영 중입니다.

 

[fischer] 제가 쓴 자기소개 글(http://fischer.hosting.paran.com/myself/myself.htm)을 보시면 저에 대해 대략 아실 것 같습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에 기업체 연구원으로 고분자 연구 분야에서 근무했으며(1995~2008년), 지금은 과학장비 제조업체에서 응용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평소 좌우명은 “과학은 나의 빛”이고, 직업과 연관된 것 외에도 화학과 물리,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취미는 음악과 역사입니다.

fischer2 » fischer 블로그의 상징 그림.

개인 홈페이지를 처음 만든 것은 1999년 ‘라이코스’에 무료 홈페이지 계정이 있다는 것을 들은 다음이었습니다. 웹언어(HTML)를 배운 일이 없기 때문에 하고 싶었는데도 못하고 있다가, 거의 어느 피시에나 마이크로소프트 프론트페이지 에디터(Frontpage Editor)의 구 버전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안 다음에 직접 만들어 보았더니 의외로 쉬웠습니다. 우선 개인 소개, 음악과 만화 분야를 만들고 나서 과학 분야를 어떻게 만들까 하다가 2004년에 홈페이지 방문자 한 분께서 ‘블로긴’이라는 곳을 소개해 주셨지요. 그때 블로그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고 네이버, 엠파스, 블로긴, 이글루스를 다 사용해 보다가 최종적으로 현재의 이글루스로 전부 통합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개인적인 것은 블로긴, 음악 쪽은 엠파스, 만화 쪽은 네이버, 과학 쪽은 이글루스로 나누었는데, 이글루스로 다 합쳐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완전히 잡탕 블로그가 돼버린 문제는 있지요. :-)

 

정말 긴 역사가 있군요. 다음 소개하실 분은….

 

[바이오매니아] 흠흠, 제 차례이군요. 저는 학부에서 식품공학과를 졸업해서 식품생물공학과(석사), 생명공학과(박사), 응용생명공학과(일본 포닥), 생화학/분자생물학과(미국 포닥)를 다니면서 공부했고 지금은 부산 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시작한 것은 1995년쯤이 아닌가 싶은데, 블로그로 갈아탄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전공과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를 하는 목적에 대서는 다음 글을 참조해 주세요. http://biotechnology.tistory.com/260

 

조용히 계신 퍼즐리스트 님, 꼬깔 님도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puzzlist] 언제부터 왜 시작했는지 생각하다가 1분 30초가 지나버렸… ^ ^; 2005년에 이글루스에서 처음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기면서 이글루스에 올렸던 자료 일부가 없어져서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이글루스의 여러 블로그를 구경하다가 나도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원래 수학 퍼즐을 다루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서버 관리 문제로 폐쇄하면서 블로그로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학을 전공하였고, 2009년부터 경남 마산시에 있는 경남대 수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수학 퍼즐에 대한 책 두 권과 수학자에 대한 책 한 권을 썼습니다. 예전에 ‘이글루스 피플’로 선정되었던 글(http://eskimos.egloos.com/2955)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꼬깔] 저는 2003년 10월 엠파스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웹상의, 특히 엠파스 지식거래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던 시절이었고, 지식거래소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분들께서 엠파스 블로그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블로그를 개설하셔 저도 동참한 케이스입니다. 대학교에서 지질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학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강사입니다. 저 역시도 예전에 이글루스에 소개됐던 글(http://eskimos.egloos.com/5104)이 하나 있는데, 그걸 참고하시면 될 듯합니다. 이런 간단한 소개 방법이 있었군요, puzzlist 님!! :)

 

가장 늦게 도착하신 두 분, byontae 님과 ExtraD 님, 어서 오세요. 지금은 자기소개를 하고 있던 중입니다. 언제부터 왜 과학 블로그를 시작하셨는지 말씀해주시고, 아울러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byontae » byontae 블로그의 상징 인물.

[byontae] 사정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저는 지금 “Parasitic Realm of Red Queen; byontae”라는 이름의 기생충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byontae라고 합니다. 학사 때는 분자세포생물을 전공했고 석사로 기생충학을 마쳤습니다. 기생충을 좋아해서 “기덕후”(기생충 오타쿠)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블로거입니다. 지금은 기생충을 찾아 머나먼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 의료보건지원으로 ‘아프리카 어린이 돕는 모임’이라는 엔지오(NGO) 단체와 함께 1년 일정으로 파견 나와 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4년 즈음으로 벌써 5년이 넘어가지만, 본격적으로 기생충 관련 블로그가 된 것은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네요. 처음에는 심심한 유학생활을 어떻게든 타파해보고자 시작했지만, 어쩌다보니 이제는 기생충 전문 블로그가 되어 버렸네요. 이글루스에서 과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과 함께 ‘과학밸리로 대동단결’이라는 모임을 가져보기도 했고 이런저런 일 벌리기를 좋아합니다.

 

머나먼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날아오셨군요. 뜻깊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통신 사정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먼 읍내까지 시외버스 타고 나가 메일 보내주시려고 애써 주신 점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일본에 계신 ExtraD 님도 요즘 바쁜 일이 한꺼번에 몰려 못 오실 줄 알았는데, 와주셔서 너무 반갑습니다.

 

extrad2 » ExtraD 블로그의 최근 화면. [/caption]

[ExtraD] 헉헉, 숨 좀 잠깐 돌리고요…. 다른 일들 때문에 더 성의 있는 답을 준비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고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대학교 연구소에서 입자물리학 이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처음엔 개인적인 용도로 만들었는데 개인적인 관심사가 물리학이다 보니 과학 블로그 성격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ExtraD 님, 이 자리에 참여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네, 한 말씀씩 자기소개를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이추판다 님이 블로그 이름인 ‘Null Model'을 통계학 용어에서 따왔다고 하셨는데, Null Model의 뜻과 아이추판다라는 필명의 뜻이 궁금하군요. 그러고보니 다른 분들도 각자 독특한 블로그 이름과 필명을 쓰시고 계신데, 짧게 작명 풀이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이추판다] 모형(model)은 이론을 방정식처럼 구체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걸 말하지요. 우리는 모형들을 서로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 가릴 수 있을 뿐이지, 하나만 가지고 옳다 그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사에 보면 여러 이론들이 경쟁해서 더 나은 이론이 승리하는 장면들이 반복해서 나오질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연구를 할 때는 비교할만한 경쟁 모형이 없는 경우 많습니다. 그러면 아주 간단한 모형 하나를 허수아비로 만들어가지고, 이 모형하고 비교해봅니다. 이 허수아비 모형을 'null model'이라고 합니다. 'null'은 '텅 비었다', '아무 것도 없다' 이런 뜻이고, 여기에 접미사 -ify를 붙인 'nullify'는 '기각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null model'은 기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아무 것도 없는 허수아비 모형이고, 과학의 모든 모형들이 넘어서야 할 최소한의 통계적 기준인 셈입니다.

아이추판다는 이글루스로 블로그 옮긴 후부터 쓰는 필명입니다. 제가 집먼지 진드기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먼지 많은 곳에 가면 눈 주위가 퀭해지고 재채기를 계속하거든요. 그걸 보고 누가 "판다로 변신했네?"라고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따온 겁니다. 별 뜻은 없네요.

 

[byontae] 블로그 간판인 “Parasitic Realm of Red Queen; byontae”는 유명한 기생충학 관련 이론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기생충이 성의 진화를 불러왔다는 ‘붉은 여왕(Red Queen)’가설은 지금까지 기생충을 바라봤던, 그리고 진화를 바라봤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은 일대 혁명이었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달리더라도 결국은 같은 곳에 머물게 되지. 그러니 어디엔가 도달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는 거야.’ 기생충과 숙주의 끝없는 줄다리기를 가장 잘 표현한 문구라 할 수 있지요. 모든 생물들은 기생충과 이런 끝없는 군비경쟁의 달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간판을 짓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의 경우에는 중학교 시절의 별명이라는 것 이외에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별 의미는 없습니다.

 

블로그 이름이 심오하군요. 그런데 역시 심오한 뜻을 기대했던 필명의 뜻풀이는 허무…. ^ ^ 농담이었습니다, 재미있어요.

 

mogibul2 » 모기불 통신의 상징 그림.

[모기불] 제가 쓰는 모기불은 “세상을 활활 태우는 거센 들불은 못되지만, 성가신 모기들을 쫓아줄 수 있는 모기불 정도는 되자”, 대충 이런 뜻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그렇군요, 의미심장한 말씀으로 들립니다. 다른 분들은….

 

[fischer] ‘fischer’라는 아이디(ID)는 화학자 피셔(Fischer)가 아니라 제가 존경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인 에드윈 피셔(Edwin Fischer, http://fischer.hosting.paran.com/Fischer/FischerK.htm)에서 따왔습니다. 하이텔 시절부터 Fischer로 아이디를 써왔는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다른 서비스에서도 이 아이디를 쓰고 있습니다.

 

[꼬깔] 본래 엠파스에서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과거의 꿈인 별(천문학)과 현재의 꿈인 화석(고생물학)을 나타내고자 ‘별과 화석’이란 제목을 썼는데요, 이글루스로 이사 오면서 '별'을 뜻하는 라틴어 stella와 화석을 뜻하는 라틴어 fossilis로 바꿨습니다.

 

[바이오매니아] 저는 ”바이오맨이야”라는 뜻과 “Bio mania”라는 중의적인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puzzlist] 제 블로그 제목 Pomp On Math & Puzzle은 주제가 수학과 퍼즐이어서 지은 이름입니다. 여기서 POMP라는 단어는 블로그 제목의 각 단어 머리글자를 모은 것(acronym)입니다. GNU가 “Gnu’s Not Unix의 acronym”인 것과 마찬가지죠. 필명인 puzzlist는 puzzle과 관련된 단어 가운데 사람들이 선점하지 않은 걸 찾다보니 만들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제목의 pomp를 아이디로 쓰기도 하는데, 네 글자라고 너무 짧다는 데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puzzlist라는 노골적인(?) 아이디를 쓰고 있습니다.

 

 

 

네, 듣고보니 블로그 역사도 다양하고 하시는 일도 다양한 분들이시군요. 분야도 기생충학부터 인지과학, 생명공학까지 다양하고요. 각설하고, 예전에 과학 블로그에 관해 취재해본 적이 있습니다. 보니까 영어권에서는 매우 활발하더군요. 제가 미국 미네소타대학 생물학 교수로 계신 파워블로거 한분과 이메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한 달 방문건수가 100만을 기록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과학 블로그들이 영어권에선 활발한데 국내에선 침체돼 있지요? 현재 과학 블로그들의 현주소를 짚어주시고, 과학기술 논문 수로도 세계 10위권대 앞자리에 있는 나리에서 왜 이처럼 과학 블로그가 침체돼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한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아이추판다] 영어권과 한국어권의 블로그를 방문자 수만 가지고 일 대 일로 비교해서 과학 블로그가 침체되어 있다고 하기는 곤란합니다. 영어 쓰는 사람은 전세계에 십 수 억명이지만, 한국어 쓰는 사람은 몇 천만 명밖에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블로그 수도, 독자 수도 훨씬 적을 수밖에 없어요. 여기 오신 블로거들도 한 달 방문자가 많을 때엔 몇 만 명 이상 될 텐데, 그 정도면 인구비례로 따져서 영어권에서 100만 명 오는 블로그에 뒤지지 않습니다.

 

[puzzlist] 저도 국내의 과학 블로그를 영어권과 단순히 그 규모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블로그는 저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 많지만, 영어권 사용자가 한국어로 된 제 블로그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영어권에서 과학 블로그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데는 ‘규모의 경제’도 꽤 작용할 것 같습니다. 운영하는 사람도 많고, 방문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 달 방문자가 몇 만 명이라니 저 같은 ‘듣보잡’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숫자네요.

 

[바이오매니아] 제 짧은 외국 경험을 비춰 보면 외국에도 블로그가 그렇게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과학 블로그도 사실 찾아보면 그 수가 적은 편은 아니라고 보이는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기엔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네요, 단순비교는 어렵겠군요.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과학 블로그는 다른 분야의 블로그들에 비해 그리 눈에 잘 띄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biomania2 » 바이오매니아 블로그의 최근 첫 화면 일부.

[아이추판다] 앞에서 제가 영어권과 한국어권의 블로그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 과학 블로그 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다면, 특별히 과학 블로그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길다는 노동시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 블로그도 어쨌거나 일종의 여가 활동인데, 여가 시간이 없으니 활발히 하기 어렵지요.

 

[모기불] 아마 다들 연구하느라고 바빠서?

 

[바이오매니아] 소위 학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블로그는 사실 시간낭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돈도 안 되고, 논문도 안 되고, 명예가 오는 것도 아니죠. 대학에서도 점점 교양 과학 수업이 인기가 없어지는 추세인데 온라인은 더할 수밖에요.

 

한국에서 살다보면 노동시간이 길고, 또 바쁘게 돌아가는 연구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전문연구자들은 일종의 여가활동인 과학 블로그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말씀들은 인상적이군요.

 

[puzzlist] 어떤 분야의 블로그들이 얼마나 활발한지 그 활성화 정도를 비교하려면,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다른 분야 블로그들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과학 분야 블로그가 다른 분야에 비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일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말 나온 김에 퍼즐리스트 님이 한말씀 더 해주시지요.

 

pomp » puzzlist 블로그의 상징물 'POMP'.

[puzzlist] 글쎄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우리 사회에 과학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생각해 보고, 스스로 발견하는 경험 대신에 주어진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과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블로거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진성(?) 방문자’가 없다면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과학자 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저변이랄 수 있는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한, 논문 실적과 블로그 실적의 괴리는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fischer] 퍼즐리스트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 블로그는 한 달에 1만 들어오면 많은데…. 전 항상 인터넷에서 제 위치를 '듣보잡'이라 합니다. 제가 과학 테마를 고수하는 한은 듣보잡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이글루스의 여러 밸리 중 과학밸리가 가장 일상 방문자 수가 적을 겁니다.

과학에 일상적으로 관심을 두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고요. 사실 과학은 어렵습니다. ‘쉽게 설명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취업 시장에서 영어 시험은 신경 쓰지만 과학 시험은 없잖아요? 하나 더 꼽자면 무엇보다 한국 네티즌 대다수가 ‘인터넷은 들어가서 노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아요. 한국에서 구글이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점에서도 대략 짐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byontae]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블로그의 활성화나 규모의 문제를 떠나 과학 블로그가 아직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마치 침체된 듯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다는…. 국외의 경우에는 유명 신문에서 과학 칼럼을 연재하던 사람들이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고, 교양과학 서적 저자들도 블로그를 적극 운영하는 경우들이 많지요. 또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저널들에서도 전문적인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나 <뉴 사이언티스트> 같은 일반 과학잡지들도 다양한 필진들을 포섭해 자체적으로 십수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블로그 자체가 충분한 신빙성과 권위를 지니고 대접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conodont » 꼬깔의 고생물 블로그에 올라 있는 상징물 '꼬깔루스'.

[꼬깔] 우리 과학 블로그들이, 영미권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많은 과학자가 대중과 소통하는 채널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traD님처럼 말입니다. :)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요. 고생물과 관련해서는 영국의 Darren Naish 같은 과학자가 블로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새로운 논문에 대한 소개를 해주곤 합니다. 이런 문화가 우리에게도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문가들이 블로그에 적극 참여해 다양한 지식의 교류와 담론의 생성을 이끄는 문화가 아쉽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에서 전문연구자들이 블로그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닌 듯하고요. 꼬깔 님의 칭찬을 받으신 ExtraD 님은 우리의 과학 블로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traD] (머쓱) 아무래도 언어 문제가 크겠지요. 하지만 연예정보, 시사정보 혹은 아이티(IT) 신제품 소개 등을 주로 다루는 매우 활발한 한국어 사용 블로그들도 많이 있는 걸로 보아, 그게 다는 아닐 것 같군요. 개인적으론 블로그에 쏟을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해 아쉽습니다.

 

 

 

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과학 블로거 선생님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서로 아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은 일단 첫 인사를 나누셨으니 조금 더 깊은 얘기는 내일 다시 만나 나누도록 하지요. 내일 뵙겠습니다.

 

 

[파워블로거와 사이언스온의 나흘간 이메일 가상좌담]

▶ 첫째날: 첫인사 나누며 과학블로그를 말하다

▶ 둘째날: 과학문화와 언론을 비평하다

▶ 셋째날: '과학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 넷째날: 에피소드, 친구, 사이언스온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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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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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의학 넘나드는 물리박사, 알츠하이머 조기진단법 탐색생물·의학 넘나드는 물리박사, 알츠하이머 조기진단법 탐색

    심층이근영 | 2013. 01. 08

    미래과학의 산실, 융합연구 현장을 가다 (2) 2011년부터 고등학생들은 ‘융합과학’ 교과서로 과학을 공부한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엄격하게 구분된 개념 위주로 공부해온 학생들은 낯설고 어렵게 느끼기도 하지만 우주·자연·생명에 대한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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