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치매의 신경경로 좇아, 뇌 단백질체 지도 그릴터"

[인터뷰]
 

 알츠하이머 질환 뇌의 '단백질 분포 지도' 작성 나선

'인간 뇌 프로테옴 프로젝트' 의장 박영목 박사  

        16 » 3월 말에 열린 '인간 뇌 프로테옴 프로젝트(HBPP)' 국제워크숍의 주요 참가자들. 출처: HBPP   “저는 단백질 연구가 왜 중요한지 얘기할 때 호랑나비와 애벌레의 비유를 자주 씁니다. 호랑나비 날개는 화려하지만, 그 유전자는 애벌레의 유전자와 똑같지요. 유전자가 같더라도 애벌레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호랑나비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다르다는 겁니다. 유전자 연구만으로는 호랑나비와 애벌레의 차이를 다 알기 힘들기에, 그래서 단백질 연구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질환들도 유전자 발현의 결과물인 단백질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요. 그래서 신약 개발에서 단백질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고요.”   인간 뇌 속에 어떤 단백질들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파악하는 ‘인간 뇌 단백질체 지도’를 그리겠다고 나선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의 의장인 박영목 박사(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뇌 전체의 단백질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를 처음으로 그리면, 뇌 질환 연구와 뇌 연구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 뇌 프로테옴(단백질체) 프로젝트(HBPP)' 의장인 그는 지난 3월30~31일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캠퍼스에서 국제워크숍을 열어, 뇌 단백질 분석방법의 ‘표준’을 정하고 브라질 인간뇌조직은행(Brazil Ageing Brain Bank)에서 연구용 뇌조직 시료를 공급받기로 하는 등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내어 오는 9월께부터 연구활동을 정식으로 착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뇌 전체의 단백질체 분포를 다 조사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기에, 일단 향후 2년 동안 정상인과 알츠하이머 질환자가 남긴 뇌를 비교해 대뇌의 깊숙한 곳에 있는 '기저핵' 부위를 중심으로 단백질체 지도를 그리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단백질 분석방법으로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개발한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비교정량 분석법을 표준으로 쓰기로 합의됐다. 박 박사는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속도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단백질체 분석 속도도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며 그렇게 된다면 훨씬 방대하고 복잡한 단백질체 지도를 그리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뇌 프로테옴(단백질체) 프로젝트는 더 큰 연구기구인 '세계 인간 프로테옴 기구(HUPO)' 산하에 2003년 신설됐으며 현재 11개국 20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박 박사는 지난 2006년에 처음으로 사람 뇌에서 1500여 종의 단백질을 식별(동정)해내어 논문으로 발표했으며, 지난해 1월부터 이 프로젝트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간추린 것이다.

    요즘에 뇌 지도를 그리려는 제안이나 연구활동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뇌의 신경세포 연결망 전체를 지도로 그리자는 ’커넥톰(connectome)’에 관한 국제학술회의가 얼마 전에 국내에서 열린 데 이어, 이번엔 뇌 단백질체 지도를 그리자는 프로젝트가 출범하는군요. 어떻게 준비되고 있습니까?   박영목2 » HBPP 의장 박영목 박사. “우리 프로젝트는 이전에 없던 데이터를 새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세계 인간 프로테옴 기구(HUPO·휴포)에서 뇌 단백질체 연구가 시범 공동시업으로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으니 이 얘기가 나온 지 7년만에 가동하게 되는군요. 뇌 연구가 지금까지 늦게 나아가고 있는 데에는 연구용 뇌조직 확보의 어려움도 한몫 했지요. 그런데 브라질에서 지난 2003년 만들어진 뇌조직 뱅크가 활발한 활동을 펴면서 올해부터는 해마다 400개 이상씩의 조직을 갖춰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HUPO와 브라질 뇌조직 은행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뇌 연구에 큰 진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도'라 하는데 지도에는 무엇이 담기게 되지요?   “뇌에 단백질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궁극적으로는 이것을 보여주는 지도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뇌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뇌세포들이 있는데, 거기에서 어떤 단백질이 주로 발현되는지 파악하는 일은 사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지요.”   뇌세포마다 다르게 주로 발현되는 단백질을 일일이 다 파악하는 게 가능한지요? 또 사람마다 다를 텐데요.   "지금 기준으로는 그걸 다 하기는 힘들지요. 하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처음 시작할 때에도 (그 엄청난 염기서열을 다 해독할 수 있느냐며)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하지요. 하지만 진행하다보니 10년이 지나면서 염기서열 분석 속도는 엄청나게 발전했지요. 흔히 첨단기술은 1년에 2배의 속도로 빨라진다 하는데, 그렇게 보면 3년이면 10배가량 빨라지고 10년이면 1000배가량 빨라지는 겁니다. 실제로 게놈 분석 기술이 그랬지요. 단백질체 분석에도 지금은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크나큰 속도 향상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도 세포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직 수준에서는 단백질체 지도를 그리는 게 가능합니다. 완벽하진 못해도 우선 거칠게라도 지도를 만들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그러면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향후 2년 동안 1차사업으로, 대뇌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기저핵이라는 부위를 먼저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기억, 감정조절 등 중요한 뇌 기능을 맡는 곳이라 생물학적으로도 중요하고, 치매 질환이 거기에서 초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치매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위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후엔 분석하고 논문을 써서 향후 2년 안에 결과물을 발표할 예정이고요. 지금으로선 흥미로운 연구논문이 나올 걸로 기대합니다.”   왜 단백질에 주목하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저는 단백질 연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할 때에 호랑나비와 애벌레의 비유를 자주 씁니다. 호랑나비 날개는 화려하지만, 그 유전자는 애벌레의 유전자와 똑같지요. 그렇지만 유전자가 같더라도 애벌레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호랑나비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다르지요. 유전자 연구만으로는 호랑나비와 애벌레의 차이를 알기 힘들기에, 그래서 단백질 연구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병도 유전자의 발현 결과물인 단백질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요. 효소도 단백질이고 근육도 단백질이며 질환 연구에서 중요한 수용체들도 단백질이고 뇌 연구에서 중요한 이온채널통로도 단백질이잖습니까? 세포 안의 단백질 구성이 달라지면 세포의 수용체가 바뀌고, 이온채널이 바뀌고 결국에는 세포의 기능이 바뀌게 되니, 유전자 발현의 결과물인 단백질을 연구하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요”   브라질이 뇌 연구의 중요한 파트너로 떠올랐군요.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는 장기기증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뇌조직 은행이 다른 몇몇 나라에도 있기는 하지만, 브라질만큼 장기기증 시스템이 잘 돼 많은 사람들이 기증하고 법적으로 혜택도 받는 나라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장기기증자의 병력도 잘 기록돼 뇌 연구를 하는 데 아주 귀중한 시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브라질 뇌조직은행은 대학 안에 설치된 기구인데, 제약사 같은 영리단체에는 시료를 주지 않으며 비영리 연구단체에만 제한적으로 시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필요한 사람의 뇌조직 시료는 브라질 뇌조직은행의 은행장인 레아 그린버그 교수가 공급을 하기로 했는데, 알츠하이머 병을 앓다 숨진 남녀 50~70살의 뇌와 대조군(정상인)의 뇌 시료를 1년에 약 400건가량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치매 질환을 다 다루기는 힘들겠지요?   “치매도 병인에 따라 70여 가지로 분류됩니다. 그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게 알츠하이머이지요. 그래서 그것부터 할 예정니다. 단백질체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질환의 근본 원인이 더 밝혀지면  다른 질환의 원인을 연구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정상인과 알츠하이머 질환 병력자가 남긴 뇌의 단백질 차이를 보여주는 지도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자기공명영상(MRI)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등이 보여주는 뇌 구조 영상들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비교해서 설명해주신다면?   “MRI나 PET 같은 장비는 뇌 구조를 영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억이 처리되는 과정에 관한 영상을 보면 기억이 어느 경로를 지나가며 일어나는지 보여주지요. 이런 기존의 연구들 덕분에 뇌 기능이 어떤 신경 경로를 따라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지요. 우리는 이런 신경 경로에 나타나는 단백질체의 차이를 비교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뇌 영상이 ’물리학적 지도’였다고 본다면, 우리가 하려는 것은 ’생화학적 지도’라고 볼 수 있지요. 신경의 길을 따라 어떤 단백질, 어떤 화합물이 존재하는지 보려는 것입니다.”   질량분석법을 ‘표준’으로 정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쓰게 되는지 궁급합니다.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겠지만….   “단백질을 연구하는 데 쓰는 첨단장비가 질량분석기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개발한, '감도'가 매우 뛰어난 질량분석기를 주로 쓸 예정이고요. 가장 큰 장점은 어떤 분자이든지 달톤(Dalton: 분자량의 단위, 1달톤은 수소원자 1개의 질량)을 수소점 네째 자리까지 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굉장히 다양한 단백질들을 분류하고 다시 작은 크기로 잘게 자르고, 그런 다음에 레이저를 쏘아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물질인) 아미노산을 하나씩 떨어뜨립니다. 하나씩 떨어져나오는 아미노산의 무게를 확인하면 어떤 아미노산인지 식별할 수 있지요. 이런 식으로 하면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의 서열을 알 수 있고, 이게 어떤 단백질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단백질은 대략 300~4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의 단백질을 모두 분석하는 데엔 현재 2시간가량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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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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