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차미영 연구원 8천만 트위터 계정 분석
광범한 주제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유력 트위터…'백만 팔로어의 오류' 명명

미국 영화배우 애쉬튼 커처(
사진 왼쪽)와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오른쪽)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워 트위터다. 둘다 팔로어(follower)가 300만명이 넘는다. 광고회사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인물들이다. 당신이 광고주라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가 유행하면서 팔로어 숫자를 늘리기에 집착하는 '폐인'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팔로어의 숫자가 그 트위터가 사회나 트위터계에 끼치는 영향력과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차미영 박사는 트위터의 영향력 측정 연구를 통해 “많은 팔로어를 가진 사람이 인기 있는 트위터일지언정 그들의 영향력과 반드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차 연구원을 이를
‘백만 팔로어의 오류’(The Million Follower Fallacy)라고 이름지었다.
» 차미영 연구원 연구방법은 이랬다. 우선 2006년 이래 모든 트위터들의 자료를 다운로드 받았다. 이를 ‘크롤’(crawl, 벌레 등이 기어가다는 뜻)이라고 표현한다. 8천만명의 계정 가운데 살아 있는 5400만개와, 그 계정에 들어 있는 내용들을 내려받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트위터 5498만1152명, 이들이 팔로어 하거나 팔로잉(following) 한 관계를 나타내는 소셜 팔로어 링크 19억6326만3821개, 트위터들 사이에 오고간 메지시인 트윗 17억5592만5520개. 차 연구원과 동료 두 사람이 두달간 꼬박 내려받아 만들어낸 숫자들이다. 많은 양의 다운로드가 시도되면 서버에서 자동 차단된다. 연구팀은 트위터 회사 쪽에 의뢰해 58개 서버에 대한 접근권과 차단장치가 해제된 아아피 주소(화이트 리스트)를 얻어 작업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서 10건 이상의 트위트를 생성한 ‘활동 중 트위터’만 추려보니 618만9636명이었다. 전체 5400만명의 트위터와 이들 ‘활동 중 트위터’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가 살펴보니, 첫째 가장 팔로어가 많은 사람들은 <시엔엔>, <뉴욕타임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농구선수 샤킬 오닐, 배우 애쉬튼 커처,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었다. 둘째, 가장 재전송(retweet)이 많이 된 경우는 ‘트위터팁’ ‘트위트밈’ 등 콘텐츠 공유 서비스나 <뉴욕타임스>, 유머 사이트 <오니언> 등이었다. 여기에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이며 매킨토시 신봉자인 가이 가와사키도 포함됐다. 셋째, 가장 많이 ‘인용’된 그룹은 유명인사들이었다. 연구팀이 사용한 ‘인용’(mention)은 누군가의 트위트 메시지를 그대로 단순히 재전송하는 경우가 아닌,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경우를 말한다. 연구팀은 먼저 세 그룹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각 그룹별 상위 20명을 추려보니, 세 그룹 모두에 포함된 경우는 단 두 사람뿐이었다. 미국 영화배우 애쉬튼 커처와 힙합가수 퍼프 대디(본명 숀 콤스)였다. 팔로어가 가장 많은 사람은 애쉬튼 커처와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였지만, 애쉬튼 커처의 경우 아이티 구호나 이란 선거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트위터 활동을 하면서 영향력을 쌓은 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단지 팬 등 팔로윙하는 트위터가 많을 뿐 실제 영향력 있는 트위터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차 연구원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 분야에만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가장 영향력이 있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광범위한 주제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음, 세 그룹의 상위 각 100명에서 겹치기 출연을 제외하면 233명이 추려졌다. 이들 가운에 뉴스 공급자와 유명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보통 사용자’들을 분석해보니, 이 경우에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트위트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 영향력 점수를 많이 받았다. 영향력이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을 경우 무작위로 모든 트위터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선별해서 받는 놀력을 기울여야 생겨난다는 것이다.
» 트위터 팔로워 링크(indgree), 재전송(retweet), 인용(mention) 등 그룹별 상위 100명의 분포 교집합을 나타낸 벤다이어그램. (단위=%) 연구팀의 결론은 트위터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팔로어 숫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팔로어 숫자가 많은 사람들이 재전송이나 인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팔로어 숫자만으로는 그 사람의 영향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차미영 연구원은 “연구 결과는 인기있는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전략이 반드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번 연구는 소셜 미디어에서 메시지가 빨리 퍼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갑자기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탐구하는 데 기초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마케팅의 주체가 특정한 다수에게 대량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통 마케팅 방식 대신 소비자에게 직접 홍보행위를 하도록 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마치 특정 인플루엔자에 의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정 정보나 이슈가 생성되고 이것이 바리러스처럼 전파돼 메가 트렌드로 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차미영 연구원은 오는 5월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 인공지능학회(AAAI)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후 논문은 차 연구원을 제1저자로 학회지 <인공지능학회>에 게재된다. 차 연구원은 이번 연구과정에 만난 정교민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와 오는 5월말 결혼한 뒤 정 교수와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의 전파 촉진과 억제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연구원은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와 트위터의 사용을 통해 행복(happiness)이 전파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 소셜 미디어가 가진 심리적 영향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