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의 "심리실험 톺아보기"

심리학은 대중매체와 서적에 단골 메뉴처럼 실린다. 그런데 통제된 실험 조건과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지는 심리실험 결과는 종종 단순화하고 과장되기도 한다. 심리학 연구자인 이고은 님이 심리학을 올바로 보는 방법을 전한다.

사랑에 빠진 이유와 결별의 이유가 같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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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간 ‘콩깍지 사랑’의 방정식은? [2014.11.3]

  닮아서 끌렸을까, 사랑해서 닮았을까 [2015.4.27]


[9] 사랑을 말하는 심리학, 그 세 번째- 사랑의 완성이 결혼인가요?

00love2.jpg » 인생은 아찔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출처/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마 전에 우리나라 중년 여성 158명을 대상으로 ‘후회’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중년 여성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영역은 ‘결혼과 배우자 선택’이었고, 그 다음으로 교육 부족, 자기계발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1] 일생을 통틀어 가장 후회하는 일이 결혼이고, 함께 사는 배우자가 내 일생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느낀다는 결과는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00love6.jpg » 사랑의 완성이 결혼인가요? 출처/ pixabay.com 결혼은 서로 그토록 원해서 했던 선택이지 않았을까? 이리도 후회하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결혼은 두 사람이 합법적으로 공동체를 만드는 하나의 제도일 뿐 그 껍데기가 보장해 주는 것은 별로 없다. 사회의 근간이자 최소 단위인 가정은 내부에서 생김새뿐 아니라, 가치관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야 하고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소설가 최인호는 이런 노력을 두고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신 수도원’이라 표현했다.


흔히 사랑의 완성이라고 여겨지는 결혼, 그러나 그 결혼이 보여주는 현실은 이상과의 괴리가 큰 모양이다. 행복을 위한 유일한 선택도, 사랑의 자명한 진리를 보여주는 제도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혼 관계 안에서 상처 받고 그 상처의 고통으로 신음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 고통의 가해자가 된다. 오히려 삶의 지독한 외로움과 공허함을 가져다주는 상대가 나의 배우자일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랑과 결혼이 인간이 갖는 외로움에 대한 근본적 대안도 결코 되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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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터프츠대학교 화이트하우스(Jeane Whitehouse) 박사는 60쌍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했다.[2] 현재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었던 당시에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 이유를 기억해보게 하고, 살면서 부부가 겪은 여러 가지 갈등들도 되짚어 보게 했다. 그 결과 처음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꼈던 이유, 즉 사랑하게 된 이유와 살면서 겪었던 갈등의 원인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남녀가 처음 사랑을 느끼는 이유와 이후에 둘 사이에 문제를 일으켜 때로는 파경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이유 사이에는 반드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정확하게 같았다. 같은 이유로 사랑에 빠지고 파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00love1.jpg » 결혼은 서로 그토록 원해서 했던 선택이지 않았을까? 출처/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실베이니아대학교의 펨리(Diane Felmlee) 교수는 2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과거에 연인과 헤어진 이유를 조사했다.[3] 지난날 헤어진 연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헤어진 과정은 어땠는지를 조사했다. 특히 상대방을 사랑하기 시작할 때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는지, 상대방의 어떤 점이 싫어서 헤어졌는지도 조사했다. 그 응답은 ‘착했다’ 또는 ‘나한테 참 잘해줬다’와 같은 핵심적 단어와 표현에 따라 분류하였다. 그 결과, 전체의 30퍼센트 이상이 처음 사랑에 빠진 이유와 나중에 헤어진 이유가 같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의 심리학자 파인스(Ayala Malach Pines)는 수백 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권태에 관한 심리 치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에 빠진 결과와 헤어지게 된 결과가 같음을 알아냈다.[4] 처음에 남자의 강인하고 과묵한 성격에 끌렸다는 여자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도통 말을 하지 않아서 짜증나는 남편 때문에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강인한 성품에 끌려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남자는 나중에 아내가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성격 때문에 화가 난다고 말한다.


수백 쌍의 커플에게 처음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꼈던 자질과 나중에 관계를 좀먹는 자질 사이의 연관성을 알려주면 누구나가 놀라며 동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관성을 찾는 것은 커플 사이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서로의 관계를 객관화해서 통찰해 보는 것은 삶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증거와 같다. 서로 관계가 좋을 때는 상대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이기에 모든 특징이 장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연애는 콩깍지가 벗겨져 내 눈앞에서 숨 쉬는 모습만 봐도 짜증이 치미는 그때, 비로소 진짜 연애가 시작된다. 진정한 사랑은 모든 열정이 타고 없어졌을 때 그때 남은 감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익숙해가는 사람, 성숙해가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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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느낀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감정적, 육체적 경험이다. 사랑을 느끼도록 하는 두뇌 속의 전기 작용은 합리적 분별력을 조절하는 대뇌피질이 아닌,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랑의 증상은 가벼운 뇌진탕 증상과 비슷하다. 충격으로 인해 한 동안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한다. 의식이 흐리고 초점이 분명치 않아 그 몽롱함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별것 아닌 것들이 온갖 의미가 부여되어 아주 난감해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주변에 들리는 노랫말들을 온통 자신의 사랑을 향한 이야기인 양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증상은 오래가지 않아야 정상이다. 가벼운 뇌진탕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아야 하듯 사랑의 초기증상도 정상으로 돌아와 익숙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비정상적인 증상이 너무 오래가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람의 모든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상대방이 가진 본질적인 면모를 장점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단점으로 치부할지는 어쩌면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에 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방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세상이고, 흐른 것은 세월이다. 그 세월을 살아내기 위해 애쓴 서로를 향한 노련해진 사랑의 색깔이 변한 것이다. 사랑은 충분히 사유하고, 현명하게 선택하고, 정성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00love3.jpg »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은 결코 누구에게나 마땅한 것이 아니다. 출처/영화 <아무르 (Amour, 2012)>



내 생애 가장 가까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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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명의 기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독일의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이별이 불러오는 여파가 삶의 만족도를 급격히 떨어뜨린다.[5] 실업으로 인한 삶의 만족도 감소 폭과 비교해 볼 경우, 배우자와 이별했을 때의 만족도 저하 폭은 그 2배에 달했다. 결혼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심지어 2.5배만큼이나 삶의 만족도가 저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자와 헤어지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행복지수가 조금씩 다시 올라간다. 또 이 경우, 남편을 잃은 아내보다는 아내를 잃은 남편이 더 오랫동안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들은 아내와 이별한 이후 평균 4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예전 삶의 만족도를 그나마 겨우겨우 회복했지만 아내들의 경우에는 2년 만에 예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흔히들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강하다고 믿고 있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적어도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남편 쪽이 훨씬 더 강하고 이별에 따른 감정 수습 면에서도 남자 쪽이 훨씬 더 느린 것이 기정사실인 듯하다.


남편과 아내는 생애 동안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산다. 개인의 가까운 사회적 관계를 살펴본 국내의 연구결과가 흥미롭다.[6] 이 연구에서는 한국 중년 성인(46세~65세) 315명을 대상으로 이들한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을 생각해보게 했다. 특히, 그 사람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옆에 쓰도록 하고 그 다음 순서로 중요한 사람들을 차례로 써보라고 주문했다.

00love.jpg » 표. 내 생애 가장 가까운 사람 (장휘숙, 2011).

결과에서는 남편과 아내, 즉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은 40대, 50대, 60대 모두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자녀’로 기록한 비율이 제일 높았던 반면에, 남성은 40대, 50대, 60대 모두가 ‘아내’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기록한 비율이 제일 높았다. 중년에 접어든 남성은 아내가 진심으로 중요한 사람이란 것을 알지만, 관심과 배려가 마음과 달리 비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신중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손바닥은 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연구를 통해, 중년 성인이 애착 대상에 대해 지니는 진심을 엿볼 수도 있었다. 애착의 기능은 크게 ‘근접 추구’ 기능, ‘안전한 피난처’ 기능, ‘분리 저항’ 기능, 그리고 ‘안전기지’ 기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7] 각자 개인한테 이런 애착 기능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한 것이다.


설문 참여자들에게 네 가지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은,

“당신은 누구와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가?” (근접추구 기능), 

“기분이 좋지 않거나 힘들 때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가?” (안전한 피난처 기능),

“당신은 누구와 떨어져 있기를 가장 싫어하는가? 떨어져 있는 동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분리저항 기능),

“당신이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안전기지 기능)이다.

각 질문에 대해 반드시 단 한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하였고, 본인과의 관계를 기록하게 하였다.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반드시 더 많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아내가 인정해주는 애정 표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진심을 알아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남성의 경우는 네 가지 질문 모두에 예외 없이 배우자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여성의 경우는 몇몇 질문의 경우만 남편의 이름을 썼다.



삶과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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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여러 가능한 대안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며 산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흐르는 시간을 사는 우리는 ‘후회’라는 필수적인 인지적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후회에 대한 생각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8] 현실 상황보다 더 나은 대안적 상황을 상상하는 상향적(upward) 사고와 반대로 현실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을 상상하는 하향적(downward) 사고이다. 결혼에 대해 이토록 후회하는 이유, 아니 후회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돌이키기 어렵다는 사실과 내가 한 선택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대안적 상황은 상상에 불과할 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혼에 대해 하향적 사고 방식의 후회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큰 일일 뻔했다는 안도감, 이 사람이기에 가능한 행복감. 더 나쁜 상황이 오지 않았음에 대한 감사함. 인생은 아찔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후회는, 만일 과거에 달리 행동했더라면 현재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이다. 그 상상에 부정적인 정서가 추가되면 개인의 신체와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지경에 이른다.[8] 지금의 사람과 불행하다고, 지금의 사랑을 실패한 사람이 지난날에 다른 사람과 만나서 살았던들 행복할 수 있었을까? 성공한 인생을 살았을까?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을 두고 선택이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핑계를 대지 못할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00love5.jpg » 진정한 사랑은 모든 열정이 타고 없어졌을 때 그때 남은 감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출처/pixabay.com 금의 내 모습은 모두 내 선택의 결과일 뿐 정해진 미래 같은 건 없다.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고의 선택을 하는 방법은 그 결정을 최고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이 사람이 내 인생의 최선의 선택이 되고 상대방의 최선이 내가 되는 것은 순전히 삶을 살아내는 서로의 노력에 달렸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은 결코 누구에게나 마땅한 것이 아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당연하면서, 나는 얼마나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을 쏟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사랑은, 오늘도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참아주고 있는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할 바로 그 마음이면 된다.



[주]


[1] 김지혜, 정영숙. (2015). 행위의 수정가능성, 후회 대응 전략과 중년여성의 후회 정서와 주관적 안녕감 간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발달, 28(1), 33-59.

[2] Whitehouse, J. (1981). The role of the initial attracting quality in marriage: Virtues and vices. Journal of marital and family therapy, 7(1), 61-67.

[3] Felmlee, D. H. (1995). Fatal attractions: Affection and disaffection in intimate relationships.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12(2), 295-311.

[4] Pines, A. M. (2005). Falling in love.

[5] Weimann, J., Knabe, A., & Schob, R. (2012). Geld macht doch glucklich: Wo die okonomische Glucksforschung irrt. Schaffer-Poeschel Verlag fur Wirtschaft Steuern Recht.

[6] 장휘숙. (2011). 호위대 모델에 기초한 한국 중년 성인들의 가까운 사회적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발달, 24(1), 1-18.

[7] Hazan, C., & Zeifman, D. (1994). Sex and the psychological tether.

[8] Gilovich, T., Medvec, V. H., & Kahneman, D. (1998). Varieties of regret: A debate and partial resolution. Psychological Review, 105(3), 602.


이고은 부산대 인지심리학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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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원, 인지 및 발달심리학 박사과정
‘한국인의 행복심리 연구단’ 소속 연구원이다. 인간의 시간지각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고, 훗날 세상과 심리학을 연결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심리학자를 꿈꾼다.
이메일 : forgive2020@naver.com       트위터 : @leegon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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