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시공간 휘게하는 중력파의 실체는 뭔가요?

 

한국중력파연구단, 국제공동연구(LSC) 공식참여 계기로 전문연구자한테 물어봤습니다! 

"중력파가 검출되면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에 뭐가 달라지나요?"  

 

 

ligo3 » 블랙홀 2개가 병합하면서 생기는 중력파의 확산을 그린 상상도.

 

  “1916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예측됐던 중력파는 100년이 다 되도록 아직 실제 검출된 적이 없습니다. 조만간 중력파의 증거가 확실히 검출될 것이고, 마침내 일반상대성 이론의 중력파도 검증될 날이 올 겁니다.”(강궁원 박사)   중력이 변동을 일으킬 때 생겨나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며 퍼져나가는 중력파를 지상에서 검출하려는 국제 공동연구에 한국 연구단도 공식 참여하게 됐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의 연구책임자인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23일 “지난 3월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아카디아에서 열린 중력파 국제공동연구 연례총회(‘2010 LSC-VIRGO’)에서 국제공동연구단인 ‘라이고 과학협력단(LSC)과 한국 연구단 사이에 연구협력 양해각서가 공식 체결됐다”고 전해왔다. 이로써 한국도 국제 공동의 중력파 검출 연구에 공식 참여해 중력파 검출 실험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구인력과 자원 등을 교류할 수 있게 됐다.   LSC는 미국의 중력파 검출 장치인 라이고(LIGO)와 독일·영국의 ‘지오(GEO)600’ 검출기를 이용해 중력파 검출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의 공동연구협의체로 현재 세계 11개국 7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연구 참여기금은 따로 없으나 각자가 연구과제를 자신의 연구비로 수행해야 한다. 협력단 쪽은 “미국·독일·영국이 주도하는 LSC와 이탈리아·프랑스의 중력파 검출 실험인 ‘버고’(VIRGO) 사이에 체결된 협약에 따라, 한국은 자동으로 라이고-버고 협력연구팀(LVC)의 일원으로도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LIGO » 중력파 검출 연구의 상호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장면. 왼쪽부터 라이고 대변인인 데이비드 라이츠 플로리다대 교수, 라이고 소장인 제이 막스 칼텍 교수,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연구책임자인 이형목 서울대 교수. 사진 제공: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     ◆     ◆

 

중력파의 실체가 뭔지, 왜 중력파 검출 연구를 하는지 등에 관해 한국연구단의 강궁원 박사한테 자세히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이언스온: ‘중력파’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 실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중력이라는 힘을 만드는 어떤 원천입니까? 아니면 중력에서 파생돼 나오는 어떤 파장을 말하는 건가요?

 

강궁원 » 강궁원 박사.

강궁원: 중력은 시공간을 변화시키지요. 일반상대성 이론이 말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정지된 질량의 물체에서 시공간은 이미 변화된 것입니다. 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요. 그게 움직일 때에, 가속운동을 할 때에 변화된 시공간은 다른 시공간으로 또 다시 변화하게 됩니다. 그런 변화의 흐름이 퍼져나가는 게 바로 중력파입니다.  

온: 정지한 물체에서는 중력파가 나오지 않습니까?

 

강: 그렇지요. 전하가 가속운동을 할 때에 전자기파가 나오듯이, 마찬가지로 정적인 상태에서는 시공간의 휘어짐도 정지된 것이므로 중력파는 나오지 않습니다. 물질의 분포가 변화할 때, 즉 중력이 변화할 때에 시공간의 휘어짐에 변화가 생기고 중력파가 생기는 것이지요.

 

온: 등속운동 때에도 중력파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

 

강: 전자도 등속운동을 한다면 그 때에는 전자기파가 발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온: 결국에 시공간 휘어짐의 정도가 퍼져나가는 것이 중력파라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시공간 휘어짐 파’라고 부르지 않고 중력파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지요?

 

강: 전자기파든 중력파든 어떤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중력파는 질량, 중력과 관련돼 있지요. 질량 사이에서 작용하는 것이 중력인데, 그런 중력이 휘게 만드는 시공간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 중력파라 부르게 된 것 같습니다.

 

온: 중력파가 검출된 적이 있습니까?

 

강: 중력파는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는데, 그것을 검출하려면 매우 정밀한 감도의 검출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지상에 갖춰진 검출장비의 정밀도로는 100년에 한 두 개 정도로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고 보지요. 라이고(LIGO) 검출 장치는 2002년부터 가동해 8년째 중력파의 증거를 찾고 있는데, 아직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감도(정밀도)가 10배로 향상된 차세대 라이고 검출장비가 가동하게 됩니다. 감도가 10배가 된다는 것은 거리상으로 볼 때에 지금 검출 거리의 10배가 늘어나는 것이고, 부피로 보면 1000배가 늘어나는 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는 중력파의 발생원이 훨씬 더 많아지게 됨을 뜻합니다. 지금보다 1000배는 늘어나는 셈이고, 그렇게 되면 1년에 10개가량의 중력파가 검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온: 중력파는 무엇으로 검출하나요? 물질도 아니고, 어떤 신호가 중력파의 존재를 입증하게 됩니까?

 

강: 실제 신호는 빛의 간섭무늬입니다. 레이저 빛을 기역(ㄱ) 자 모양의 중심에서 직각의 두 방향으로 쏘아보낸 뒤에 저 끝에 있는 거울에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한 곳에 모아 간섭무늬를 살핍니다. 반사돼 돌아오는 빛이 날아온 거리가 달라지면 빛의 간섭무늬 현상이 일어나지요. 그렇다면 빛이 날아간 거리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되고, 그것은 다시 빛이 날아가는 경로에서 시공간의 휘어짐을 일으킨 중력파가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라이고 검출장비에서는 직각의 두 방향으로 4km 거리에 떨어진 거울에 빛을 쏜 뒤에 반사돼 돌아오는 빛이 날어온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ligo2 » 미국 핸포드와 리빙스톤에 있는 중력파 검출 시설 라이고(LIGO)의 전경(그림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과 검출 장치의 기본 설계도면(아래 왼쪽). 두 갈래로 쏜 빛이 반사돼 돌아올 때 생기는 간섭무늬를 정밀 관측하기 위한 두 팔 모양(ㄱ 자 모양)의 시설 구조가 눈에 두드러진다. 오른쪽 위 그림은 블랙홀 2개가 병합될 때 생기는 중력파의 확산을 그린 상상도이다.

 

온: 빛이 날아가는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없도록 진공 상태에서 쏘겠군요. 그렇더라도 중력파 아닌 다른 요소가 개입했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습니까?

 

강: 네. 진공에서 실험이 이뤄집니다. 끝에 거울을 달고 레이저 빛이 날아갔다가 반사돼 돌아오는 거리를 측정하게 되지요. 그 길이 변화는 매우 작습니다. 예를 들어 10~20메가파섹(파섹은 천문학의 거리 단위, 1파섹은 대략 3.26광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중성자별 2개가 병합하면서 강력한 중력파가 생길 때 그 중력파는 10의 마이너스 21승 정도의 거리 변화를 일으킵니다. 지구 직경에 변화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원자도 아니고 핵자 하나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정도이지요. 그 정도로 중력파는 매우 미약한 신호입니다. 그것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기술도 놀라운 것이지요.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작은 시공간의 변화를 관측해내려면 여러 노이즈(잡신호)를 제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진이나 거울의 미세한 열적 요동 같은 신호들도 다 파악해서, 관측 데이터를 보정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요.

 

온: 그런 잡신호를 제거하려면 우주 공간에서 실험하는 게 훨씬 좋겠군요?

 

강: 그게 바로 리사(LISA) 플랜인데, 아직은 요원한 계획입니다.

 

온: 중력파가 실제 존재하느냐를 둘러싸고 과학계에선 논란은 없는지요?

 

강: 과학계에서 그런 논란은 없습니다. 1974~1982년 헐스와 테일러라는 과학자들이 중력파의 간접 증거를 증명해보인 적이 있지요. 중성자 별 2개가 서로 마주보며 공전하는 쌍성계가 오랜 동안 관측됐는데, 공전궤도가 점점 줄어들며 주기의 변화가 나타났지요. 두 과학자는 중력파 발산에 의해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공전 주기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가정을 하고 그런 변화가 예측대로 일어나는지 관측했는데, 모든 변화가 일반상대성이 예측하는 이론치로 완벽하게 설명이 됐습니다. 중력파가 간접 증명됐다고 보고 있지요. 이들은 이 업적으로 199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온: 한국 연구단이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하기로 했는데요, 참여지분의 출연기금은 없는지요?

 

강: 그런 건 없고 대신에 각자 연구팀들이 무엇을 하겠다고 약정하고 각자의 연구비로 그 연구를 수행하게 되지요. 한국 연구단은 주로 블랙홀이나 중성자 별들의 쌍성계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분석하는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온: 중력파가 검출되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요?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변화가 생기나요

 

강: 일차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다시 증명되는 것이 되겠지요.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 이론을 제시할 때부터 중력파의 존재는 예측돼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출된 적이 없지요. 전자기파는 이미 오래 전에 검출돼 전하가 흔들릴 때 에너지가 전파된다는 사실이 입증됐지만, 중력파는 그렇지 못했지요. 100년이 다 됐는데도 검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력파의 검출은 크나큰 의미를 지니는 과학적 성과가 될 겁니다.

두번째로 중력파 천문학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광학현미경으로 많은 발견이 이뤄졌고 전자기파에 의한 전파망원경으로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는 성과가 이뤄졌습니다. 엑스선과 감마선 망원경은 우주에는 격렬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중력파 천문학이 생기면 또다시 우리는 우주에 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겁니다. 우주의 수많은 중력파들을 보게 될 거고요.

 

온: 그림이 하나(이 글의 맨 위) 있군요. 어떤 개념도 같은데요 뭔지요.

 

강: 블랙홀 2개가 서로 마주보고 공전하다고 병합할 때 강력한 중력파가 나오는 모습을 상상해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시공간 휘어짐의 요동을 보여주고 있군요.

 

강: 아참, 이건 너무 먼 얘기 같아서 말씀드리기에도 망설여지는데요. 자연계에는 기본 힘이 네가지 있지요. 그중에서 미시 거리에서 작용하는 힘 두 가지(약력, 강력)가 있고 먼 거리에서 작용하는 힘이 두 가지(전자기력, 중력) 있지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중력입니다. 자연이 허용한 힘 가운데 절반을 쓰고 있지 못한 것이지요. 중력파의 존재와 그 특성을 알게 되면 새로운 중력파 문명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찌보면 전자기파 문명으로 볼 수 있잖습니까. 전자기파 핸드폰이 아니라 중력파 핸드폰도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온: 흥미진진한 상상이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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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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