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모기 주둥이털 뽑고서 흡혈 흐름 관찰”-동영상

이상준 교수 연구팀, 생체 혈액·수액 흐름의 구조와 속도장 등 관찰분석

살아 있는 생명의 흐름을 실시간 관찰, 순환기 질환 연구와 생체모방 기술에 응용


     

 


컷 모기의 흡혈 동영상을 촬영?

처음에는 암컷 모기가 피를 빨아먹을 때에 피의 흐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한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을 갖게 됐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연구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알아보니, 그의 연구실에서 관찰하는 ‘흐름’은 훨씬 더 다양했습니다. 닭의 유정란 태아의 미세한 동맥 혈관과 심장 내부에 나타나는 흐름을 포착하기도 하고, 대나무 잎 속에서 수액이 흐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기도 했더군요. ‘살아 있는(in vivo)’ 생물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흐름을 관찰했다는 점이 공통적입니다.

mosq » 엑스선으로 촬영한 암컷 모기의 몸 안 구조. 출처: 포스텍 생체유체창의연구단.  

이른바 ‘생체유동’을 연구하는 이상준(사진) 포스텍 교수입니다. 그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생체 유동 관찰을 함으로써 순환기 질환과 관련한 유동 정보를 얻고 거기에서 순환기 질환의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가 생물체의 내부 유동을 연구하는 데엔 또하나의 동기가 있습니다. “생명체의 몸에서 일어나는 유동은 수억년의 세월을 거치며 최적화한 것입니다. 그러니 생체 유동을 연구하면 이런 여러 생체 유동들에서 단서를 얻어 연료전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생체 모방으로 개발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요.”


모기의 흡혈 과정은 어떻게 관찰했나 물어봤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설명이 돌아오는군요. “모기 침에는 털들이 많이 나 있어요. 털이 많으면 침 대롱 안에서 흐르는 피(적혈구)를 관찰할 수 없지요. 그래서 먼저 모기 침 대롱의 털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침 대롱이 투명하게 나타나지요. 그걸 촬영한 겁니다. 1초에 1만장 정도 찍었지요.” 모기를 생존하게 하면서 그 작은 모기의 침 표면에 나 있는 털을 제거하는 진지한 작업을 했을 실험실의 풍경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이런 생체유동 정보가 여러 모로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하니 ‘이게 장난이 아니다’ 싶군요.


모기가 흡혈할 때에는 모기의 머리에 있는 일종의 ‘펌프’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동영상에는 그 펌프의 동작도 상당히 자세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거대한 장치인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엑스선을 쪼여 촬영했다고 합니다. 거대장치에서 만들어진 엑스선이 피를 막 빨아먹고 있는 작은 모기 머리를 투과하며 살아 있는 모기 펌프의 동작을 드러낸 것이지요.LeeSJ2


실제로 모기가 피를 빠는 순간에 일어나는 피의 흐름을 관찰하는 일은 여러 모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네요. 일본의 한 연구자는 모기의 흡혈 유속이 매우 빠른 것에 착안해 흡혈 성능이 뛰어난 마이크로 펌프를 개발하는 일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는데, 흡혈 유동 과정을 관찰하기는 했지만 펌프의 작동 원리는 규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모기의 흡혈 비밀’이겠지요. 모기 펌프가 순환기 질환을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고, 또는 마이크로 펌프 장치를 개발하는 데 어떤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날이 오겠지요.


이 교수께 여쭈어봤습니다. 생물체 안의 흐름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오셨는데, 생명현상에서 ‘흐름’을 무엇으로 풀이할 수 있겠느냐 물었습니다. 그는 “흐름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말하는군요.


“흐름이 활발해야 건강하고, 흐름이 멈추면 죽는 게 생명이지요. 혈액이건 수액이건 몸 안의 생체 유동이 활발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 곤충, 동물과 같은 생명체의 생체 유동을 관찰하다보니 모든 게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치며 최적화했다는 점을 보게 되는데, 특히나 식물의 생체 유동이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물은 몸이 잘리면 흐름이 끊겨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는데, 식물체는 그런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력학적 흐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요. 식물은 땅에 고착해 살면서 위험이 닥쳐도 피하지 못한 채 생존해야 하기에 생체유동 시스템을 훨씬 더 이상적인 형태로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김 교수가 이끄는 생체유체창의연구단에서는 그동안 복잡하고 역동적인 생체 유동 현상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 영상화 기법들을 개발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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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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