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측우기 덕분에 세계최장 221년 강우기록 살펴보니

 1777-1997년 최장 기록에서 건조-습윤의 반복 40년-60년 주기 도드라져

"동아시아에선 여름 강우 패턴 비슷.. 20세기 들어 주기 점차 짧아지는 특징"

00rain.jpg » 조선 세종 때 강우 측량용으로 처음 만들어진 '측우기'. 


조선 세종 때 처음 만들어진 측우기의 측량기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우 기록이다. 이동규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그동안 인도의 130여 년 기록이 긴 주기를 보여주는 강우 자료로 널리 알려졌는데, 측우기 자료를 쓰면 거의 2배나 되는 세계 최장의 강우 기록을 얻을 수 있다”며 “이미 이런 자료의 중요성을 알리는 연구논문이 몇차례 국제학계에 소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측우기 기록에 현대 관측자료를 더해 지난 220년 동안 한반도에 비가 얼마나 어떻게 왔는지 그 변화의 패턴을 살피는 연구논문이 새로 나왔다. 이 교수 연구팀과 김춘지·강현석 국립기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국제 학술지(Adances in Atmospheric Science)에 낸 논문에서,1) 지난 221년(1777~1997년)의 강우 기록을 분석해보니 거기에는 40년과 60년의 주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강우 주기로는 이보다 짧은 여러 학설들이 제시돼왔는데,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긴 221년의 기록을 분석해 40년과 60년이라는 장주기의 패턴을 보여주었다는 데 이번 논문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에는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장기 변동성을 분석하기 위해 221년 동안(1777∼1997)의 서울 지역 강수 자료와 중국 문헌의 기록, 그리고 146년 동안(1854∼1999)의 해수면 온도 자료를 이용했다. 서울 강수 자료 중에서 1777~1907년 자료는 조선시대 측우기로 관측됐으며 1908∼1997년 자료는 현대식 우량계로 관측됐다. 중국의 우기지표로는 그 해의 기후를 극심한 우기, 우기, 보통, 건기, 극심한 건기 등 다섯가지로 분류해 960년부터 기록된 중국문헌 자료로부터 복원한 자료를 이용했다.  


이 교수는 “북태평양·남인도양의 해수면 온도와 중국 문헌에 기록된 습윤 지표들과도 비교했는데, 대체로 일치하는 주기 패턴을 보여주었다”며 “이는 측우기 기록이 상당한 의미를 지님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김춘지 연구원은 “공간적으로는 중국의 남부와 한반도(남한)는 상관관계가 높아 양쯔강 부근에 비가 많이 오면 남한에도 비가 많이 오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살펴보니 221년 동안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건조한 시기와 습윤한 시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주기들 가운데 우세한 주기는 주로 약 40년과 6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분석에선 20세기 들어 동아시아의 여름철 강우 변동 주기가 60년에서 40년으로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주기로 미래의 강우 패턴을 예측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과거 데이터를 미래 예측에 곧바로 응용하는 데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최근의 기후변화에는 인간활동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강우 패턴을 자연적 주기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더 많은 강우 주기 연구가 이뤄지면 이런 정보들이 강우 예측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뉴스 속 한마디  


Q. 사이언스온:

너무 도전적인 질문처럼 들리실 것 같습니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과거 221년의 강우기록에서 40년 주기, 60년 주기의 패턴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기후는 예측이 매우 어려운데, 이런 주기를 찾는 게 어떤 현실적 의미가 있을런지요? 이번 연구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A. 이동규 서울대 교수:

“이전의 여러 연구들에서 강우의 짧은 주기 패턴을 보여주는 여러 결과물들이 발표돼 왔지요. 하지만 대부분 짧은 주기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인도에 130여 년의 강우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분석 대상으로 삼는 데이터들이 충분한 기간에 걸쳐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조선시대 측우기의 기록을 이용하면 200년이 훨씬 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기간의 강우 패턴을 살필 수 있는 데이터를 얻게 됩니다. 측우기의 강우 기록은 정량적으로 긴 강우 주기를 살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그 기록의 중요성은 인정받고 있고요. 이번 연구는 그런 측우기 강우 기록을 이용해 221년이라는 매우 긴 기간을 대상으로 강우 패턴을 살펴보았으며 거기에서 40년 주기, 60년 주기라는 긴 주기의 특성을 찾아낸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인위적 기후변화를 많이 얘기합니다. 하지만 자연적 주기는 잘 모릅니다. 자연적 주기에 대해선 이해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자연적 주기에 관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지요. 과거 기록과 현재의 관측을 통해 이런 연구들이 더 많이 이뤄지면 자연적 주기에서 벗어난 인간활동의 영향도 좀더 쉽게 식별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주기성만으로 기후를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런 주기 패턴의 연구들은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데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 사이언스온:

논문에는 우리 강우 기록들과 다른 지역의 여러 데이터들의 비교도 많이 이뤄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비교되었는지요?  


A. 이동규 교수:

“북태평양과 남인도양의 해수면 온도와 강우 패턴을 비교해보았습니다. 해수면 온도 변화와 한반도 강우 변화에는 상당히 높은 상관성이 나타났습니다. 또 중국 남부의 습도 기록과도 관련성이 뚜렷하게 나타났지요. 여름철 몬순 기후가 시작하는 인도양과 중국 남부, 한반도의 강우 기록에서 조화로운 관계가 나타난다는 특징이 보였습니다.”  



Q. 사이언스온:

달리 말하면, 측우기의 강우 기록이 상당히 정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간접적인 근거도 되겠군요?     


A. 이동규 교수: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정량적으로 강우량을 기록한 것으로는 측우기의 정량적 기록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장 오래된 것이며 그 기록의 중요성은 이미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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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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