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14… 화이트데이 대신 파이데이 지내요”

고등과학원, 원주율값 발견 기념 '파이데이' 행사 개최

초등학생들 초청 ‘파이를 듣고 이야기하는 체험의 날’로

    13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파이데이'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이 원주율값을 구하기 위한 원통을 굴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 13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파이데이'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이 원주율값을 구하기 위한 원통을 굴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화이트데이요? 몰라요.”   서울 동대문구 홍파초등학교 4학년 배소진(10)양은 13일 ‘놀토’(등교하지 않는 토요일)인데도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파이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배양은 “3월14일이 아인슈타인 생일인 줄은 알았지만 파이데이인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고등과학원이 초등학생 등 70여명을 초청해 ‘화이트데이’ 대신 ‘파이데이’를 보내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기 위해 마련했다. 파이데이는 원 둘레와 지름 사이의 비율인 원주율(π·파이) 값 곧 3.1415926…의 발견을 기리는 행사로 3월14일 오후 1시59분26초에 시작한다. 올해는 14일이 일요일이어서 전날 마련됐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계산과학부 교수)은 “몇 해 전 과학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홍릉초등학교 교장선생님한테 학회 장소 문제를 상의하러 갔는데 과학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또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시더라”며 “지난해부터 과학원 주변의 홍파·홍릉·경희초 학생들을 초청해 파이데이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파이데이' 행사에서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이 과학강연을 하고 있다. » '파이데이’ 행사에서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이 과학강연을 하고 있다.

 

13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파이데이'에 참석한 한 학생이 칠판에 소감을 적고 있다. » '파이데이'에 참석한 한 학생이 칠판에 소감을 적고 있다.  이날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파이데이는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자르투가 처음 만들었는데, 본격적 기념행사는 198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탐험박물관의 물리학자 래리 쇼가 관람객들과 파이를 나눠먹으며 박물관 원형광장을 돌면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파이데이의 확산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영국 옥스퍼드대 등의 수학 전공 학생들이 ‘파이클럽’을 만들어 행사를 하면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원주율의 소숫점 100자리를 외워야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학교들에서 이날 아이들이 집에서 만들어온 파이를 나눠 먹으며 파이와 관련된 수업을 한다. 윤 연구원은 강연 뒤 “아이들의 호응이 무척 높아 즐거웠다”며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호기심만 가져주어도 성공”이라고 했다. 고등과학원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운 아이들은 두번째 강사인 엄재곤 고등과학원 연구원이 ‘때맞춤’(동시성)을 설명하면서 깡통 위 판자에서 제각각 움직이던 6개의 메트로놈이 나중에는 똑같이 움직이게 되는 현상을 보여주자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엄 연구원은 “과학엔 ‘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왜’가 중요하다”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게 과학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 도중 퀴즈를 맞혀 두둑한 선물을 받은 홍릉초등학교 6학년 박정현(12)군은 “신비한 수를 많이 알게 돼 유익하고 재미있었다”며 “어느 한 사람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우주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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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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