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 하는 인공 DNA링 구조물 구현

생물학적 DNA와는 다른 재료소재분야 나노구조물

한국·일본 연구팀, 자기조립과 자기복제 실험 구현


  +   박성하 교수 일문일답 (아래)

00DNAring1.jpg » 자기복제 하는 나노 링들의 증식. 출처/ Nature Nanotechnology, 박성하


명의 기초 물질은 자기복제를 하는 디엔에이(DNA)이다. 디엔에이를 이루는 네 염기인 아데닌(A)은 티민(T)과, 구아닌(G)은 시토신(C)과 짝을 이뤄 결합하는 상보성 덕분에 이중나선의 DNA는 정보를 유전하며 자기복제를 행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생물학적 기능은 하지 않지만 자기복제하는 재료소재로서 DNA 구조물을 구현하는 기법이 제시됐다. 아직은 기초연구 단계에 있다.


00KJH_PSH.jpg » 김정훈 박사(왼쪽)와 박성하 교수. 책임저자인 박성하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와 일본 도호쿠대 사토시 무라타 교수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낸 논문(제1저자 김정훈)에서 고리(링) 모양의 인공 DNA 나노구조물(‘DNA ring’)이 자기복제 하는 현상을 구현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공 물질에서 자기복제를 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여럿 이뤄졌으며, 그 가운데 하나로 DNA의 생물학적 원리를 차용한 인공 DNA 나노구조물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런 연구 분야의 성과이다.


연구진은 이런 자기복제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기본 단위의 구조물로서 일본 연구팀이 이전에 개발한 티(T) 글자 모양의 DNA 조각을 이용했다. T자형의 DNA 조각은 이중나선 구조 중 끝부분을 외가닥으로 남겨 다른 구조물과 결합하거나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T자형 DNA 조각들은 용액 안에서 스스로 조립해 둥근 고리 모양의 ‘DNA 링’ 링구조물을 만든다. 이른바 자기조립이다.


연구진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DNA 링 구조물은 자기복제 과정을 시작하는 씨앗이 된다. 여기에 자기복제 과정을 일으키는 이른바 ‘연료가닥’의 DNA 조각을 넣으면, 이것이 DNA 링 구조물 가운데 외가닥으로 남겨져 상보성 결합을 할 수 있는 부분과 반응해서, 새로운 T자형 DNA 조각을 만들어낸다.


이런 식으로 DNA 링 구조물을 만드는 일종의 ‘벽돌’인 T자형 조각들이 다량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다시 이것들이 자기조립을 이루어 크고 작은 링 구조물들을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증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00DNAring4.jpg » DNA 나노링 구조물의 자기복제 원리와 반응경로. DNA 링에 연료가닥들이 붙어 다른 DNA 링으로 자기복제가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출처/ Nature Nanotechnology, 박성하

박성하 교수는 “나노 링 구조물에서 각 T자형 블록에 외가닥으로 존재하는 부분이 있는데(‘토홀드’라 부름) 이 부분에 연료가닥이 들어가면 외가닥으로 존재하는 영역과 먼저 붙고 나중에 떨어진다”면서 “이러한 반응은 (생물학적 자기복제에 필요한 생분자인) 중합효소가 필요하지 않고 일정한 온도(섭씨 40도 정도)를 유지해주면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실험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학적인 자기복제 기능을 재료소재 차원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의미 있는 성과라고 덧붙였다.


자기복제 하는 인공 DNA 구조물이 생물학적인 유전자 오염을 일으킬 우려나 나노물질의 자기복제 자체에 대한 우려에 관해서, 박 교수는 인공 DNA 구조물이 세포 안에서 기능을 하거나 생물학적인 오염을 일으키기는 어려우며 나노 물질의 자기복제에 대한 통제는 현재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 논문 초록

 생물학은 자기복제기(self-replicating machines)의 수많은 사례를 보여주지만, 그런 복잡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도전으로 남아 있다. 특히 목제블록, 자기시스템, 모듈로봇, 합성분자계 같은 간단한 인공적 자기복제 시스템이 그동안 고안되어 왔지만, 그런 운동학적 자기복제기(kinematic self-replicators)는 이론적인 세포 수준 자기복제의 사례와 비교하면 희귀한 것이다. 이런 원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자기복제를 물리적 매체에다 통합하려 할 때 생기는 크나큰 복잡성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DNA는 분자인식을 통해 자기조립을 이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기복제 시스템의 구성에서 주요한 후보 물질이 된다. 우리 연구진은 DNA T자형 모티프가 자기조립을 거쳐서 링 구조물을 형성하며 토홀드로 매개되는 DNA 가닥 치환 반응을 통해서 자기복제 하도록 설계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링의 고유한 설계 덕분에 시스템을 이루는 집단적 역동은 제어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자기복제라는 범용적 틀 내에서 복제 도식을 분석할 수 있으며 링 구조물의 자기복제성에 대해 정량 계측(quantitative metric)을 도출할 수 있다.


  이메일 인터뷰: 박성하 성균관대 교수

[메일 답장 중에서 글로 설명하기에 너무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독성을 위해 생략했습니다]

 
000Q.jpg DNA 나노공학은 염기 A-T, G-C가 짝을 이뤄 자기조립 하는 성질을 지닌(상보적인) DNA를 이용해 구조를 설계해 유전적 기능을 하지 않는 구조물로서 DNA를 만드는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DNA의 상보적 성질을 이용해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2차원,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시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지요?
000A.jpg “DNA 나노공학 기술은 DNA가 지닌 자기조립과 프로그래밍 기능을 이용하여 마이크론 크기의 구조를 제작하는 기술로 나노미터의 정확성으로 구조물을 제어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입니다. DNA 나노구조물 제작은 초기 설계방법에 따라 형태적으로는 선형, 평면 및 입체 구조물로 조립이 가능하며, 응용 측면에서는 움직임이 수반되는 기계적인 모터와 DNA 나노구조물을 주형으로 한 나노 전자기 소자 및 나노 바이오 소자의 제작도 가능합니다. 또한 몇 개의 DNA 가닥에 인위적인 정보를 입력함으로서 알고리듬을 이용한 패턴 제작도 가능함이 실험적으로 입증된 바 있습니다. DNA는 생물학적인 유전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DNA를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소재로서 사용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는 독특한 기하학적인 구조로 인해 자기복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T자형 DNA 조각을 만든 것이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모든 염기가 상보적 결합을 마쳐, 닫힌 구조인 이중나선 DNA와는 달리 양쪽 끝부분은 외가닥인 채로 상보적 결합을 기다리는, 즉 상보적 반응을 할 수 있는 부위를 갖춘 이중나선 DNA를 만들었으며, 이것이 T자형의 구조로서 여러 개가 모일 때엔 둥근 링 구조물을 스스로 만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T자형 구조물은 일종의 벽돌처럼 구조물을 만드는 단위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 T자형 DNA 블록은 박 교수님 연구팀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인지요?
“잘 설명되었습니다. 그리고 T자형 DNA 빌딩블록은 공동저자에 참여한 도호쿠대학교의 사토시 무라타 교수님과 같은 실험실 쇼고 하마다 박사가 2009년에 발표하였습니다. [Hamada, S. & Murata, S. Substrate-assisted assembly of interconnected single-duplex DNA nanostructures. Angew. Chem. Int. Ed. 48, 6820-6823, Supporting Information (2009)]”


 [중간 생략]

아무튼 DNA 가닥 치환 반응을 거쳐서 링 구조물을 만드는 벽돌인 T자형 블록이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군요. 이런 식으로 ‘연료가닥’과 링 구조물의 상호작용/반응을 거치면서 새로운 T자형 블록들이 많이 생성되며 이것들은 다시 각자 모여 12개짜리 링 구조물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보다 작은 구조물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애초 씨앗 구조물을 빼어닮은 복제 구조물들이 크게 작게 다량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는 증식 과정으로 불립니다. 이런 이해가 맞는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이런 구조물의 자기복제가 이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연의 원리를 밝힌 연구라기보다는 새로운 물질 구조를 다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신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처럼 개발된 특정 구조의 인공 DNA 구조물이 어떤 용도가 있는 것인지요? 자료에서는 “스마트물질로서 응용 가능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스마트 물질이라는 것의 의미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물학적인 자기복제 원리를 물질적인 소재에 설계하여 인공 자기복제기를 만들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DNA는 상보성을 가진 4가지의 염기를 가지고 있고, 염기서열을 어떻게 설계하고, 염기서열의 구획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기본으로, 생물학적인 자기복제기의 기능들(단위개체설정, 성장(신진대사), 그리고 복제)을 인공적으로 설계하여 자기조립 하는 복제기를 개발하였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위와 같이 DNA 분자의 특성을 기반으로, 크기 조절이 가능한 개별체로서의 역할과 신진대사(성장) 및 돌연변이(형태가 원형에서 다른 형태로 나온다든다 하는)가 가능하고, 다음 세대로의 정보 전달이 가능한 DNA 자기복제기를 설계하고, 이를 외부 개입이 아닌 자동적인 반응으로 일어나게 하는 일반화 할 수 있는 인공 DNA 나노복제기 개발이 앞으로의 연구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마트 물질’이라는 말에는 크게 괘념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번에 개발된 DNA 구조물이 유전학적 정보를 담지 않은 물질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이런 DNA 인공구조물이 생물학적 유전자 오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여지는 조금도 없는지요?
“현재 인공생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가 수행 중입니다. 일례로 인공세포막을 만들고 유전정보를 지닌 DNA 유전자(게놈) 가닥을 넣어 복제가 가능하다는 연구가 보고되었습니다 (D.G. Gibson et al., Creation of a Bacterial Cell Controlled by a Chemically Synthesized Genome, Science 329, pp52-56, 2010년). 인공생명까지는 아니지만, 생명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복제 원리를 DNA 분자에 설계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정해 보고자 하는 것으로, 생물학적/의학적 유전적인 오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가 설계한 DNA 자기복제기가 실제로 세포 안에서 활동하고 반응하기에는 세포 안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도 하고요.”


나노물질에 대한 약간은 공상과학적인 두려움 중에는 나노봇의 자기복제 능력이 생겨 나노물질에 대한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요. 이번의 경우에 자기복제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가요?
“이번에 발표된 논문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 자기복제 바이오/나노봇을 바이오 나노물질로 구현하는 것은 제 실험실에서 추구하는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통제 부분과 관련해서 말씀 드리면 (사실 통제가 너무 잘 되어 문제입니다만. 현재 제 연구실에서는 일정 부분 자동으로 자기복제 하는 DNA 나노구조물 제작 관련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물리적인 환경 조절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연구자로서 그 부분(통제 불능)도 상당 부분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최소한 저의 연구에서 통제가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가 종착점이 아니기에, 이번 연구에는 의미와 더불어 한계가 있을 텐데요, 그 의미와 한계를 간략히 정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생물학적인 자기복제 원리를 물질적인 소재에 설계하여 인공 자기복제기를 만들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DNA는 상보성을 가진 4가지의 염기를 가지고 있고, 염기서열을 어떻게 설계하고, 염기서열의 구획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기본으로, 생물학적인 자기복제기의 기능들(단위 개체 설정, 성장/신진대사, 그리고 복제)을 인공적으로 설계하여 자기조립하는 복제기를 개발하였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위와 같이 DNA 분자의 특성을 기반으로, 크기 조절이 가능한 개별체로서의 역할과 신진대사(성장) 및 돌연변이(형태가 원형에서 다른 형태로 나온다든다 하는)가 가능하고, 다음 세대로의 정보 전달이 가능한 DNA 자기복제기를 설계하고, 이를 외부 개입이 아닌 자동적인 반응으로 일어나게 하는 일반화할수 있는 인공 DNA 나노복제기 개발로서 시작점이 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것 같고요,
 실험적 한계를 말한다면, DNA가 바이오 물질인 관계로 구조적인 측면에서 높은 열에 취약한 부분과 설계상의 복잡성, 구조물 변화 반응이 액상에서만 일어남과, 최종 단계에 대한 수율(yield)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만 이런 것들은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공 DNA 구조물 연구가 한때 흥미로운 관심사로 주목받았으나 최근에는 그 관심이 다소 줄어든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 이 분야의 연구동향을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그리고 박 교수님 연구팀의 후속 연구계획은 어떠한지 한말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맞습니다. 인공 DNA 구조물 제작만의 연구는 관심이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이를 이용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이 상당 부분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한 새로운 분야 개척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제 연구실에서는 이번 연구에서 발표한 인공 자기복제기 연구뿐 아니라, DNA 분자와 다양한 기능성 물질과의 접목을 통한 DNA 디스플레이, DNA 발광다이오드, 특이병변인자 인식 DNA 센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론적 모델링과 실험적으로 DNA를 이용한 π값 계산, 음악 작곡 등 대중적으로도 관심을 가질 만한 기초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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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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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겨레 8월7치 <한겨레>의 “미래&과학” 지면에 실렸습니다. 취재 중에 이뤄진 이메일 일문일답들 중 일부를 덧붙여서 웹진용 기사로 사이언스온에도 옮겨 싣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