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과학고 연구팀, 2억년전 곤충화석 107점 발굴

대전과학고 학생·교사, 충남 보령 아미산지층에서

국내 최고 곤충화석으로 기록될듯…곤충 종 분류 등 정밀연구 필요


대전과학고3사진 왼쪽부터 대전과학고 2년생 김석환군, 남기수 지도교사, 2년생 이재성·오경석군. 지난해 충남 보령지역에서 발견한 중생대 곤충 화석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 오철우

 


학고 교사와 학생들이 충남 보령 지역의 화석 산지에서 2억2천만년 전의 중생대 초기(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살았던 곤충 화석을 다량으로 찾아냈다. 백악기와 쥐라기보다 앞선 지질시대인 트라이아스기의 곤충 화석들이 남한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시기를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 화석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과학고 2년생인 김석환·오경석·이재성(16)군은 남기수 지도교사와 김종헌 공주대 교수의 지도를 받아 고식물 화석이 주로 발굴되는 충남 보령 아미산 지층에서 지난해 8~10월 11차례에 걸쳐 곤충 화석 채집활동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중생대 초기의 유충 화석 94점과 날개 화석 13점을 찾아냈다. 이 일대는 중생대 시기에 커다란 호수가 있던 자리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 활동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고 학생의 연구교육(R&E)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다음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곤충 화석의 일부이다.


화석002 » 아미산지층에서 나온 곤충화석들. 소시목(사진 1, 5, 6), 강도래목(9, 10), 날도래목(12), 하루살이목(9), 잠자리목(2, 7), 매미목(3), 바퀴벌레목(8), 벌목(11). 출처: 대전과학고 연구팀


새로 채집된 화석에는 소시목, 강도래목, 매미목, 잠자리목, 바퀴벌레목, 하루살이목, 벌목 등이다. 남 교사는 “비슷한 곤충 화석들이 나중 시대인 백악기 지층에서 발굴된 바 있으나, 훨씬 더 앞선 중생대 초기 지층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일부 화석은 날개의 맥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이전에 발견된 종들과 확연히 다른 날개 구조를 보여 ‘신종’으로 명명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국내엔 권위 있는 곤충 화석 학자가 없어, 여름께 일본 학자의 도움을 받아 종 분류를 정밀하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 학생들은 “아무것도 눈에 뵈지 않는 곳에서 처음으로 곤충 화석을 찾는 일이 무척 힘들었지만 책에서만 봤던 화석 발굴을 직접 해보면서 신나는 경험을 했다”며 “기회가 닿으면 이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아주 작은 곤충 화석을 찾는 일은 길을 걸으며 바늘을 찾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발굴된 화석들의 학술적 가치는 연구가 더 이뤄져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헌 교수는 “앞으로 일본·중국의 중생대 곤충 화석들과 비교해 동아시아의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곤충과 생태 환경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남 교사는 “보령 지역의 곤충 화석은 중생대의 쥐라기와 백악기를 거쳐 현재로 이어지는 곤충 진화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이어줄만한 귀중한 자료”라며 "정확한 종을 분류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해 정식 연구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고생물학자는 “곤충 화석은 다른 화석들에 비해 비교적 다량으로 발굴되는 데다 대부분 백악기 지층에서 발굴돼 보고된 바 있어 학술적인 의미를 찾으려면 또다른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에서도 비슷한 시기의 곤충 화석들이 발견된 바가 있는데, 이번에 남한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화석이 발견돼 중생대 초기에도 우리나라 전역에 많은 곤충들이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대전 = 글·사진 취재]


화석2 » 이번에 발굴된 곤충 화석의 크기를 100원짜리 주화와 비교해봤다. 이 작고 흐릿한 2억년 전의 흔적을 흙더미 속에서 어떻게 찾아내지? 사진/ 오철우




■ 뉴스 속 한마디



Q. 사이언스 온: 남 선생께서 곤충 화석을 계속 연구해오셨다던데, 곤충 화석 연구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A. 남기수 교사:

“곤충은 동물종 중에서 가장 많은 종이 살았다는 그 규모에 비하면 화석으로 발굴되는 경우가 귀합니다. 큰 동물들처럼 골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집도 작아서. 그러면서도 매우 다양한 종들이 발견되고 있지요. 이런 희귀성과 다양성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큰 동물들은 여러 다른 환경에 쉽게 적응해서 살지만, 곤충들은 독특한 환경에서만 번성하지요. 이런 점에서 다양한 곤충 화석들을 보면, 당시의 환경에 관해 새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Q. 사이언스온: 학생들은 힘든 점 없었는지요?


A. 김석환·이재성군:

“화석을 캐는 일 자체가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또 넓은 산지에 가서 어디를 찾아야 하는지 잘 모를 때엔 허탕을 치기도 일쑤였지요. 몇번을 해보면서 조금씩 경험을 얻었어요. 또 외국서적 한 권을 통째로 번역했는데 고역이었습니다. 곤충 화석의 분류체계와 날개 맥의 형태 특성 등을 다룬 책이었지요. 많은 외국서적들을 쌓아두고, 또 우리가 채집한 화석들을 스케치하고 카메라로 촬영하고, 현미경으로 분석하면서 외국서적들에 있는 분류된 곤충 종들의 그림과 하나하나씩 비교하면서 종을 분류했습니다. 시간만 충분했으면 더 자세히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Q. 사이언스온: 이 손톱만한 화석이 날개 화석이군요. 날개 맥이란 게 어떤 것이지요?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데요.


A. 학생들:

“맨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이리와 보세요. 여기 현미경에 놓고서 보면, 이렇게 날개의 맥들이 보이잖아요. 어렴풋하지만 날개에는 여러 맥들이 갈래를 이루며 길게 나 있는 모습이 나타나지요. 이런 맥들의 모습을 보면 곤충종들을 분류할 수 있어요.”

A. 남 교사:

“특별히 눈길을 끄는 날개 화석이 하나 있습니다. 바퀴벌레의 날개 화석입니다. 흔히 고생대 곤충들은 거의 다 멸종하고 중생대에는 곤충들이 새롭게 시작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래서 고생대 곤충과 중생대 곤충은 완전히 별개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중생대 지층에서 발굴된 것들 중에는 고생대 바퀴벌레의 날개 맥과 너무나 흡사한 바퀴벌레 날개 화석이 있습니다. 혹시, 고생대 곤충들 중에는 일부가 완전 멸종한 게 아니라 중생대에도 명맥을 유지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생각이고 아직 충분히 검증된 얘기는 아닙니다.”


Q. 사이언스온: 이번 화석 발굴·연구를 하면서 어떤 생각들이 들었는지?


A. 세 학생들:

“깊이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조사지역의 중생대 곤충들을 매우 다양하게 찾아낼 수 있어서 뜻깊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2억년 전 중생대 초기에 물에는 어떤 곤충들이 살았고, 육지에는 어떤 곤충들이 살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화석을 보다보면 화석 채집 지역이 중생대에는 큰 호수였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육지곤충들의 화석이 발견되는 것은 물에 떠내려와 퇴적층이 뭍히게 된 것이고, 수서곤충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것은 아마도 어떤 일 때문에 갑자기 뭍히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2억년 전… 감이 안 잡혀요. 그냥 긴 시간이라고 생각되네요.”

“호기심 때문에 한 일인데, 하고 보니까 기회가 닿는다면 이 분야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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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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