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나노 과학자의 설계도면?
■ 한참 전에 <사이언스 온>의 '취재수첩' 방에다, 개구리 위령조각상과 위령비문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취재 중에 인상적으로 보았던 또다른 한 장의 사진이 생각나 여기에 올립니다. 아주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사진이지만, 연구 현장에서 매끈하게 완성된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 거치는 울퉁불퉁한 과정들에서 생겨난 한 장면의 사진입니다. 지난해 취재 중에 사진 저자의 허락을 일찌감치 받아두었으니 올려도 되겠지요.
● 먼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디엔에이(DNA)의 성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디엔에이를 구성하는 물질인 아데닌(A)과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이라는 네 염기는 정해진 끼리끼리 달라붙는 성질을 지니고 있지요. A-T끼리, G-C끼리 ‘상보적으로’ 달라붙는 성질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보성’ 덕분에 디엔에이는 세포분열 때 매우 효율적으로 똑같은 정보의 복제품을 만들어내지요. 그런데 디엔에이의 이런 상보성을 '자기조립' 성질로 이용해 나노 구조물을 만드는 데 쓰려는 색다른 연구들도 나노 과학자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떤 외국의 연구실에서는 디엔에이 조각들을 이리저리 굽히고 펴고 오리고 붙여서 갖가지 나노 구조물을 만드는 이른바 ‘DNA 오리가미(origami: 종이접기의 일본말)’들을 여럿 선보이면서 DNA 나노 구조물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하지요. (* 예전에 제가 쓴 한겨레신문의 과학기사 "DNA는 나노물질 조립 프로그래머"와, 제목이 너무 앞서 나간 것 같긴 하지만 "DNA 컴퓨터 꿈이 아니다"를 참조하세요.)
▲ 각설하고, 아래 사진은 DNA의 상보성을 이용해 DNA 나노 구조물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 성균관대 박성하 교수의 작품(?)입니다. 흔히 나노과학자는 원자나 분자의 기본물질을 하나씩 쌓아올려 구성품을 만들거나 블록을 이리저리 조립해 구조를 구성하는 '건축가'로 자주 비유되는데, 이런 비유가 그냥 생긴 게 아닌 듯합니다. 나노 건축물을 미리 그려본 여러 습작품들이 마치 구조물의 건축자가 그린 설계도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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