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절 기능 ‘제6의 DNA 염기’?

아데닌 염기가 메틸 분자와 붙어 유전자 조절 새 기능

“박테리아 이어 조말, 선충, 초파리에서도 기능” 주목


"제5,제6 염기"는 후성유전기능 강조하는 수사적 표현

00DNA2.jpg » DNA 모형. 출처/ Wikimedia Commons


물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구성하는 염기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 즉 ATGC 이렇게 넷이다. 네 가지 염기가 서로 어울려 갖가지 유전자 정보를 구성해 생체를 만들고 생리대사를 행한다. 염기는 네 가지이되, 또한 네 가지가 전부는 아니다. 시토신(C) 염기는 똑같아도 거기에 ‘메틸’이라는 작디작은 분자가 달라붙어 ‘메틸-시토신(mC)’이 되면, 이 염기는 아주 다르게 유전자 조절 기능을 행한다는 사실이 후성유전학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이 때문에 후성유전학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메틸-시토신은 이른바 ‘제5의 DNA 염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 메틸-시토신에 이어 '제6의 DNA 염기' 후보로 불릴 만한 ‘메틸-아데닌’ 염기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생물학저널 <셀>의 최근호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후성유전학자 마넬 에스텔러(Manel Esteller)는 ATGC와 더불어 메틸-아데닌(mA)이라는 염기가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뿐 아니라 세포핵을 갖춘 진핵생물에서도 유전자 조절 기능을 행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의 유전학 교수이며 벨리비티게 생의학연구소(IDIBELL)의 후성유전학과 암 생물학 프로그램 책임자이다.


같은 호의 <셀>에는 녹조(클라미도모나스)예쁜꼬마선충,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메틸-아데닌이 특정한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각각 보고하는 3편의 연구논문이 함께 실렸다.


리뷰 논문을 쓴 에스텔러 교수는 벨리비티게 생의학연구소가 낸 보도자료에서 메틸-아데닌이 박테리아에서 보호 기능을 하는 염기로 알려져 왔으며 이번 <셀>의 3편 논문들을 통해 메틸-아데닌이 원시적인 세포뿐 아니라 복잡한 진핵세포에서도 이처럼 “제6의 DNA 염기”로서 기능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박테리아가 자기 보호 기능을 하는 메틸-아데닌을 자기 유전체 안에 갖추고 있음은 수년 전부터 이미 알려졌다. 이 메틸-아데닌은 다른 유기체의 유전 물질이 제몸 안으로 침투하는 걸 막는 기능에 관여한다. 그러나 이는 원시적인 세포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며 매우 정적인(static) 것으로 여겨졌다.” 마넬 에스텔러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셀> 이번 호에서는 인체 세포 같은 진핵세포로 불리는 더 복잡한 세포도 이런 제6의 DNA 염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히는 3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연구들은 조말, 벌레(예쁜꼬마선충), 초파리가 메틸-아데닌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행하며, 그래서 새로운 후성유전학적 표지를 구성한다고 제시한다. 이런 연구는 고감도를 갖춘 분석방법의 발전 덕분에 가능해졌다. 제시된 생물의 유전체 안에 있는 메틸-아데닌의 농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메틸-아데닌은 줄기세포와 초기 발달단계에서 특정한 역할을 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설명했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는 이런 데이터를 확증하는 것이며 인간을 비롯해 포유류도 제6의 DNA 염기를 지니고 있는지 규명하는 일이며 또한 그 역할이 무엇인지 살피는 일이다.” (벨리비티게 생의학연구소 보도자료)


물론 아직은 메틸-아데닌(mA)이 제6의 DNA 염기로서 인정을 받을 만한지는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메틸-아데닌이 메틸-시토신에 이어 또 다른 유전자 조절 기능을 행하는 후성유전학적인 '제6의 DNA 염기'임이 포유류 동물에서도 확인된다면 후성유전학을 좀 더 정교하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후성유전학의 메틸기 염기는, 마치 언어에서 명사는 변함 없으나 형용사 수식어가 붙어 아주 다른 의미의 표현이 되듯이, 디엔에이 염기에 메틸기라는 분자가 붙어 ’DNA 수식(DNA modification)’이 이뤄질 때 유전자를 켜고 끄는 새로운 기능을 행할 수 있기에 후성유전학을 이해하는 데 핵심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성유전학 연구자인 김영준 연세대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연구 논문들과 관련해 “새로운 DNA 수식(modification)이 유전자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인 것은 중요한 의미가 될 듯하다”라며 “후성유전학에서 지금까지는 유전자 발현 조절이 주로 메틸-시토신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에 메틸-아데닌도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새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제5, 제6의 DNA 염기’라는 표현과 관련해 이는 디엔에이의 네 염기 외에 또 다른 염기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디엔에이 염기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형된다는 의미를 담은 “수사학적 표현(레토릭)”으로 이해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 리뷰 논문 초록

 DNA N6-메틸아데닌(N6-methyladenine, 6mA)은 박테리아 안에서 제한효소들을 막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별개의 논문들은 이에 덧붙여 추가적인 기능을 보여주며 단세포 진핵세포 생물 같은 다른 유기체에서도 그 존재가 나타남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새로운 데이터는 6mA가 녹조말, 벌레, 파리에서도 유전자 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잠재적인 ’후성유전학적’ 표지(a potential ‘epigenetic’ mark)로서 6mA를 제시한다.


    ■ 후성유전학 전문가 도움말

:::이메일 인터뷰: 김영준 연세대 교수(생화학)



000Q.jpg 이번 연구논문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섯번째 염기로서 메틸-시토신(mC)이 1980년대에 발견되었고 그것이 유전자 기능을 켜고 끄며(On-Off)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의 주요 염기로 연구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에 뒤이어 메틸-아데닌(mA)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만.


000A.jpg  “셀(Cell) 저널에 함께 실린 리뷰 논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새로운 DNA 수식(modification)이 유전자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인 것이 중요한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DNA modification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후성유전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고 지금까지는 주로 mC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에 mA도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새로운 결과라 할 수 있겠지요.”



mC가 이미 오래 전에 발견되었다면 메틸기와 결합한 다른 염기 종도 발견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한데, 왜 오랜 동안 mA이 발견되지 못하다가 이제야 발견되었을까요?


 “mA도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다만 mA가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입니다. DNA 메틸화(methylation)는 원핵생물(procaryote)에서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의 유전자 발현을 제한하는) 제한도구(restriction tool)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중 mC가 진핵생물(eucaryote)에서 후성 유전 조절 방법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mA는 이번 논문에서 보듯이 진핵생물에서는 매우 적은 양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번에 고감도(highly sensitive) 측정방법이 개발되어 매우 적은 양이라도 의미 있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기 때문에 좋은 논문이 완성된 것이지요,”



mC를 제5의 염기라고 할 수 있는지요? 어찌보면 A T G C의 염기가 변형되어 후성유전체의 작용을 하는 것일 뿐 기본 염기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듯한데요.


 “수사학적인(rhetoric) 표현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염기는 ATCG 4개이고 mC는 C 염기가 나중에 환경적 영향을 받아서 변형되는 것이니까요,”



논문저자들도 이것을 제6의 염기라도 단정하지는 않고 제6의 염기가 될 가능성(possible existence of a sixth DNA base)이라는 표현을 쓰는 듯합니다. 아직은 확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인지요? 조말, 벌레, 파리에서는 제6 염기의 존재를 찾아냈지만 포유류에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해서 이런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도 제6의 염기 등의 표현은 정말로 6개의 염기 존재를 발견했다는 과학적 표현이 아니라 수사적 표현이고, 다만 mC 만큼 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mC만큼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관계가 확고하게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문들에서 mA가 프로모터(promoter)에 주로 존재하며, 일부 유전자의 발현과 연관성이 있으며, mA를 만들거나 없애는 효소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예쁜꼬마선충(C. elegans)에서는 돌연변이에서 mAd의 양이 변하는 것을 보여 주었지만 mA를 후성유전학적 조절 요소(epigenetic regualtory element)로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자세한 조절 기전과 생화학적 작용 기능을 증명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에서 그 존재는 아마 줄기세포에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 같은데 아직 증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mC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비율로 사용되고 있는 도구(tool)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중요성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생명체에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mA의 기능은 특정한 유전자들의 기능만을 조절하는 것인지요?


 “mA는 원핵생물(procaryote)에서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s)로 사용되고, 복제(replication) 등에도 관여한다고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다른 연구 동향들도 있는지요?


 “앞으로도 측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modification이 발견되겠지요. 메틸화(methylation)가 DNA에만 일어날 이유는 없어 보이니까요. 앞으론 우선 RNA modification 연구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RNA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던 다양한 modification들도 DNA에 일어나면 어떤 기능을 한다는 것이 밝혀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