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자, 인간배아 대상 첫 게놈편집 실험 ‘논란’

생육불능 인간배아 대상으로 크리스퍼 기법으로 표적유전자 절단-교체

연구진 "기술 아직 미성숙"..유전되는 유전자 변형 안전성-윤리성 논란


이메일 인터뷰: 국내 두 생명과학자의 견해 (글 아래)

00embryo_8cell_wiki.jpg » 8세포기의 인간 배아. 출처/ Wikimedia Commons


‘사람의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교정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안전한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물론 이런 논의가 현실감 있을 정도로 관련 연구가 본격 진행된 건 아니지만, 이런 잠재적 쟁점을 지니고 있는 이른바 ‘게놈 편집(genome editing 또는 gene editing)’ 기법이 생명과학계 현장에서 다시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연구자들이 동물 배아나 인간 성체세포가 아닌 인간 수정란/배아를 대상으로 게놈 편집 기법을 써서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 연구결과를 정식 논문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간배아 게놈 편집의 잠재적 논란을 현실화한 첫 사례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국에서 관련 논문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연구논문은 이미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 3월 한 과학 전문잡지가 ’완벽한 아기 만들기’ 제목의 기사에서 인간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교정하는 게놈 편집 연구가 일부 실험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특히 중국 연구자들이 곧 관련 논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으며, 곧이어 같은 달에는 관련 연구를 하는 저명한 생명과학자 일부가 과학저널 <네이처>에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게놈 편집은 아직 위험성이 크므로 연구중단(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공개적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이언스온의 ‘크리스퍼’ 관련 기사]


‘3세대 유전자 가위’ 주목, 새로운 게놈편집 기법으로 떠올라 (2013. 12. 30)

http://scienceon.hani.co.kr/142544


게놈편집용 실험동물 첫 등장 (2014. 10. 01)

http://scienceon.hani.co.kr/197902


‘인간배아 게놈편집 연구 중지’ 생명공학자들 제안 (2015. 03. 17)

http://scienceon.hani.co.kr/249034


■ 생명윤리심의 거쳐 실험..성과는 미미

00dot.jpg

관심과 논란의 초점이 된 게놈 편집 기법은 '3세대 유전자 가위'로도 불리는 크리스퍼(CRISPR/Cas9) 기법을 말하는데, 이 기법은 기존의 유전자 변형 기술에 비해 매우 간편하게 유전자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다. 크피스퍼 기법은 두 요소로 이뤄진다.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는 크리스퍼(CRISPR)라는 아르엔에이(RNA)와 그렇게 찾은 디엔에이 염기서열 부위를 절단하는 효소(Cas9)가 결합해 특정 유전자 기능을 제거하거나 특정 염기서열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교체할 수 있어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최근 뜨거운 관심사가 되어 왔다.


이번 인간 배아 게놈 편집의 첫 연구는 준쥬황(Junjiu Huang) 등 중국 중산대학(Sun Yat-sen University)의 연구진(공저 16명)이 정자 둘이 난자 하나와 수정해 비정상인 생육불능 수정란 86개를 대상으로 중증빈혈 질환과 관련한 유전자를 대상으로 게놈 편집을 시행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네이처>의 뉴스 보도를 보면, 이 연구 논문은 애초에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투고되었으나 거절되었으며, 이번에 공개접근형의 다른 과학저널인 <단백질과 세포(Protein & Cell)>에 발표되었다.


네이처 뉴스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사전에 연구기관에서 연구윤리심의를 거쳤으며 헬싱키선언에 준하는 절차를 지켜 연구를 시행했으며 생명윤리 문제의 소지를 피해 초기 단계에서만 발생하는 생육불능의 수정란/배아들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떠들썩한 관심과 달리 별다른 실험 성공의 결과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86개 생육불능 수정란/배아를 대상으로 게놈 편집 ‘크리스퍼’ 기법을 사용해 표적 유전자의 일부 염기서열들을 절단해 제거하고 대체물을 집어넣는 작업을 수행한 뒤 배아가 8세포기에 달했을 때 제대로 유전자 절단과 대체가 이루어졌는지 검사하는 실험을 벌였으나. 그중 28개에서만 특정 염기서열 부위 절단이 이뤄졌으며 결국에는 극히 일부에서만 대체 염기서열이 삽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 부위 외에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부위에서도 돌연변이(off-target mutation)가 생성된 것으로 나타나, 연구진은 비의도적 변이의 가능성도 상당한 정도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게놈 편집의 성공율이 낮은 점, 비의도적 돌연변이가 많이 나타난 점이 인간배아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특징인지, 아니면 이번 실험에서 비정상의 생육불능 배아를 사용했기 때문에 비롯한 결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연구진과 네이처는 전했다. 연구진은 네이처 뉴스에서 “우리가 정상 배아에서 이 기법을 쓰려면 100%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연구를 중단했으며 우리는 이 기법이 (현재) 너무 미성숙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논란과 견해

00dot.jpg

이번 인간배아 게놈 편집 연구를 보는 생명과학자들의 시선은 복잡한데 크게 보아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난 3월 <네이처>에 실은 글에서 관련 연구 일시중단(모라토리움)과 공론화를 제안한 과학자들처럼 우선 검증하고 토론하자는 견해가 있다. 현재 기술이 한 개체로 성장하는 출발점이자, 그 유전자 변형이 한 세대에 그치지 않고 이후 세대에 유전될 수 있는 배아 단게에서 사용하는 정도로 안전한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한 윤리적 논란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연구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의 중견 생명과학자는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선 목적에 맞는 기술적 요소가 확보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최소한 인간에 사용하려면,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정확도와 반복 재연성은 과학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그 이후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후 연구가 시작되는 것이 맞다”는 견해를 제시했다(아래 이메일 인터뷰).


이름난 블로거이자 줄기세포 연구자인 폴 크뇌플러(Paul Knoepfler)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논문으로 이런 연구를 보게 된다는 점이 윤리적 관점에서 매우 불편하다”면서도 “이런 연구가 윤리적 관점에서 수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구체적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연구가 실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더 면밀히 읽어야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견해로는 중국 과학자들의 연구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이런 연구 시도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합리적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크리스퍼 기법 연구자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일부 연구자들의 모라토리움 선언만으로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동물 배아를 이용한 연구가 우선되어야 하며 인간 배아만의 특성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면적 금지보다는 합리적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아래 이메일 인터뷰).


현재,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게놈 편집 연구는 이번에 논문을 낸 연구진 외에도 중국에서 적어도 4개 연구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네이처는 보도해 앞으로도 관련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 인터뷰: 국내 두 생명과학자의 견해
 (문장을 극히 일부만 다듬고 거의 그대로 옮깁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교수)

000Q.jpg -이번 중국 과학자의 인간배아 대상의 게놈편집 연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이 분야 연구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000A.jpg “이번 연구는 수많은 종의 동물 배아에서 해왔던 실험을 최초로 인간 배아에 적용해 보았다는 데에 학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 발견된 의외의 결과와 기술적 진전은 없었다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에는 혜택과 위험의 양면이 있게 마련입니다만, 인간을 대상으로 하며, 특히 수정난이나 초기 배아를 대상으로 한 게놈편집이라 후세대에 그대로 유전될 수 있어 인간 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번 사안은 상당히 민감하고도 특별한 듯합니다만, 이런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일지요?

 “연구자들이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치고 헬싱키 선언에 준거하여 실험을 수행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태아 형성이 불가능한 3배수체 배아만 제공 받아 실험에 사용하였다는 사실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 발표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 배아 연구에 대한 합리적 절차와 규정이 마련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비의도적인 부분의 변이도 상당히 많았다는 점도 이번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 중 하나인 듯한데요, 표적에서 벗어난 지점의 돌연변이(off-target mutation)의 문제는 여전히 이 기법의 일반적인 장애물일지요, 아니면 비정상 배아라는 특별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여겨지는지요?

 “비정상 배아여서 off-target mutation 문제가 더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off-target mutation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만 저자들이 최신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이전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초기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즉 (1) Cas9 mRNA 또는 플라즈미드 대신에 Cas9 protein을 사용하는 방법, (2) guide RNA의 5’ 말단에 두 개의 구아님 염기를 붙이는 방법, (3) guide RNA을 17mer까지 줄이는 방법, (4) DNA 한쪽 가닥만 자르는 Cas9 변형체를 한 쌍으로 사용해 이중나선 절단을 일으키는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향후에 이와 관련한 논란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시는지요?

 “일부 연구자들의 모라토리움 선언만으로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치명적 유전자 결함을 지닌 부모들의 입장에서 이 기술은 자녀에게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주지 않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기술적 문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동물 배아를 이용한 연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만 인간 배아만의 특성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면적 금지보다는 합리적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대학의 중견 생명과학 교수

000Q.jpg -이번 중국 과학자의 인간배아 대상의 게놈편집 연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생명과학계 연구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000A.jpg “아직 안정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인간 배아에 사용했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크리스퍼 기술은 사용의 편리성 때문에 유전자 편집(editing)에 큰 영향을 줄 기술인 것은 틀림 없으나 오류 없는(error-free) 재생가능한(reproducible) 기술로 증명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CR도 그 복제의 편리성이 큰 장점이지만 reproduction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중국 실험에서도 보듯이 많은 돌연변이(mutation)을 유발하고 있는 기술이므로 인간이 만들어 질 수 있는 배아에 적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에는 혜택과 위험의 양면이 있게 마련입니다만, 인간을 대상으로 하며 특히 수정난이나 초기배아를 대상으로 한 게놈편집이라 후세대에 그대로 유전될 수 있어 인간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번 사안은 상당히 민감하고도 특별한 듯합니다만, 이런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일지요?

 “우선 목적에 맞는 기술적 요소가 확보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동물이나 인간체세포(somatic human cell)에서도 이 유전자 가위 기법은 오류 없는(error-free) 기술로 증명되지 못하고 많은 돌연변이 유발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모든 세포에서 정확히 디자인한 대로 유전자 대체(gene replace)를 시키지 못하고 많은 이형접합체(heterozygote)의 결과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소한 인간에 사용하려면,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정확도와 반복 재연성은 과학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이후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후 연구가 시작되는 것이 맞겠지요.”

 
-비의도적인 부분의 변이도 상당히 많았다는 점도 이번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 중 하나인 듯한데요, 표적에서 벗어난 지점의 돌연변이(off-target mutation)의 문제는 여전히 이 기법의 일반적인 장애물일지요, 아니면 비정상 배아라는 특별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여겨지는지요?

 “아직 유전자 가위 적용 후 세포 내의 유전자 변이에 대해서 충분한 조사를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즉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아니면 처리 조건에 따라서 어떤 결과를 유도하는지에 대해 게놈 전장 수준(whole genome level)의 조사를 충분하게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모든 것을 떠나서 동물이나 세포주에서도 일반적으로 상당한 주변 돌연변이(bystand mutation)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off-target mutation은 배아에 사용할 수 없는 큰 문제점으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향후에 이와 관련한 논란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시는지요?

 “일단 첫 실험이 진행 보고 되었으니 유사한 시도가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은 단순한 유전자가 아니라 배아에서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정도의 주요한 유전자 치환이라는 명분을 찾을 수 있는 분야에서 이런 시도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영국의 '세 부모로 만들어진 아이'와 같이요...”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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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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