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년 전 바다고둥의 사라진 무늬 화려한 복원
자외선 쪼이자 사라진 화석이 색소 패턴 드러나
새로운 13종 식별…현생 종엔 없는 방울 무늬도
» 맨 위의 그림에서 맨 윗줄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탈색된 흰 화석 고둥이며, 가운데 줄은 암실의 자외선 빛 아래에서 촬영해 얻은 화석 고둥의 형상이고, 맨 아랫줄은 자외선으로 촬영해 얻은 영상의 명암을 반전해 얻은 결과물이다. 출처/ PLoS ONE, J. Hendricks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바다고둥(Conus 속) 화석에서 사람의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 껍질 무뉘가 자외선 빛 아래서 자태를 드러냈다.
미국 산호세주립대학교 지질학과의 조나선 헨드릭스(Jonathan Hendricks)는 660만 년 전~48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고둥 화석 28종의 껍질 무늬를 비교·분석해 이 가운데 13종의 새로운 종을 찾아내어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 보고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바다고둥 화석들은 껍질의 색소 성분을 잃고서 흰색을 띠어 서로 비슷한 형태만으로는 종 식별을 하기 어려웠으나, 연구자는 여기에 자외선을 비춤으로써 사라진 무늬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개된 논문과 대학 보도자료를 보면, 가시광선을 차단한 암실 또는 상자 안에다 화석 고둥을 놓고서 여기에 자외선(UV)을 비추자, 고둥의 껍질 표면에서 사라진 색소 부분이 형광을 내며 가시광선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라진 무늬가 드러났다. 연구자는 이를 카메라로 촬영하고서 사진의 명암을 반전하는 방식으로 화석 고둥의 사라진 무늬를 복원했다. 위의 영상에서 맨 윗줄은 우리 눈에 비치는 탈색된 하얀색 화석 고둥이며, 가운뎃줄은 자외선 빛 아래에서 촬영해 얻은 화석 고둥의 형상이고, 아랫줄은 자외선으로 촬영해 얻은 영상의 명암을 반전시켜 얻은 결과물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라진 껍질 무늬를 확인함으로써 연구자는 화석 고둥들을 모두 28종으로 분류할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13종의 새로운 종을 찾아냈다.
특히 현생 고둥에서는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는 독특한 무늬도 발견됐다고 연구자는 보고했다. 그는 논문에서 둥근 방울 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무뉘의 바다고둥을 찾아내어 이 새로운 종을 '코누스 카를로타이(Conus carlottae)'라고 명명했다.
» 둥근 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무뉘를 지닌 이 새로운 바다고둥 종 '코누스 카를로타에(Conus carlottae)'. 출처/ PLoS ONE, J. Hendricks
연구자는 논문에서 껍질 색소의 어떤 성분이 자외선에 반응해 형광을 보이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외선 빛을 사용해 고대 껍질의 색깔 패턴을 찾는 방법이 일부 연체동물 화석의 계통분류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테크닉임이 입증되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현생 [연체동물] 껍질에 나타나는 색소화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관련되어 있는지는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헤더가드 등 연구진(Hedegaard et al.)은 근래에 공명 라만 마이크로분광기(resonance Raman microspectrometry)를 사용하여 원뿔고둥 코누스 마르모레우스(Conus marmoreus)를 비롯해 다양한 연체동물의 껍질 색소를 연구했으며 “이 껍질의 색은 아마도 몇 가지 성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적어도 그 중 하나는 폴리엔(polyene)인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논문 저자들은 “색깔, 색소, 분류군(taxon) 사이에 소소한 연관성(trivial relationship)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껍질 색깔 형성에 관여하는 성분을 더욱 잘 이해하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공개된 논문이 실린 사이트에서는 수백만 년 전 화석 고둥 껍질의 복원된 무뉘들을 더 많이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
[논문]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20924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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