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과학논문들로 돌아본, 합조단 조사결과 쟁점

"버블주기, 기존 방법과 달리 공중음파서 도출"

"흡착물질 성분 분석과정 실험 메뉴얼 안 지켜"


00cheonan1.jpg » 천안함 함수 인양. 크레인이 들어올린 함수를 싣기 위해 바지선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2010.4.24)


리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3월26일로 5주기이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높은 서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은 국내외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 20일 선체 파손 상태와 시뮬레이션, 흡착물질, 그리고 ‘어뢰 추진동력장치(’1번 어뢰‘) 등 증거를 바탕으로 “고폭약 250kg의 북한 어뢰 CHT-02D에 의한 피격’이 천안함 침몰 원인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으며 특히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5년 동안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과학 논문도 국제학술지에 10편 가까이 출판됐다(아래 표와 목록 참조). 일부는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며, 대부분은 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것들이다. 그동안 발표된 과학 논문의 목록을 정리하고, 주요한 쟁점을 간추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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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폭발의 지문' 버블펄스 주기 1.1초의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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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cheonan2.jpg » 천안함 침몰 당시에 기록된 지진파와 공중음파 기록(위), 그리고 버블주기와 폭발량-폭발수심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도표. 출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천안함 피격 사건>(국방부, 2010) 수중폭발의 경우에 폭약량과 폭발수심을 추정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버블주기’의 값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버블주기는 폭발 가스가 물속에서 팽창했다가 수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천안함 사건에서 합조단은 버블주기가 “1.1초”라고 밝혔으나 2012년 논문에서 김소구 지진연구소장 등은 “0.990초”로 관측됐다고 제시했다. 서로 다른 데이터에서 버블주기를 찾았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공중음파 기록을 사용했으며, 김 소장 등은 지진파 기록을 사용했다. 김 소장 등은 여러 분석기법을 활용한 4편 논문을 통해 ‘1970년대에 해군이 설치했다 다 철거하지 못한 티엔티 136kg 육상조정기뢰(LCM)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점 중 하나는 '버블주기를 공중음파 기록에서 구할 수 있느냐'에 모아졌다. 최근 과학저널 <해양학 방법(Methods in Oceanography)>에 네 번째의 공저 논문을 낸 김 소장은 “수중폭발 사건에서 버블 에너지는 물 속에서 많이 소모돼 물 밖에서 음향으로 관측되기 어려운데도 공중음파에서 버블주기를 구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중음파는 충격파가 물과 대기에서 음속돌파를 하며 생긴 음향(소닉붐)이 관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진파와 공중음파 자료를 제공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희일 박사는 “복잡한 매질을 거쳐 기록된 지진파보다 대기를 거쳐 날아온 공중음파가 버블주기를 찾는 데 더 정확한 데이터”라며 “공중음파에 나타난 2개 피크(봉우리) 간격인 1.1초가 버블주기”라고 주장했다. 합조단도 “지진파는 (버블주기 계산에) 다루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00cheonan2_1.jpg » 수중폭발 시뮬레이션의 한 예. 김소구 소장은 "수심 8m와 선박 좌현 방향 5m에서 티엔티 136㎏ 폭약량이 폭발할 때, 관측된 지진파와 비교해 가장 적은 오차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출처/ JMSA 국제 관련 학계에서는 그동안 지진파에서 버블주기를 구하는 방법론을 선보여 왔다. 김 소장은 “공중음파에서 버블주기를 구한 선례는 없다”고 말했다. 핵실험과 인공폭발을 감시하는 법지진학(forensic seismology) 분야에서도 그동안 지진파를 분석해 수중폭발의 버블주기를 구해 왔으며, 특히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Kursk) 호의 수중폭발 사건 때엔 사건현장 부근인 노르웨이, 핀란드와 근처 섬의 지진관측소 지진파를 분석해 버블주기와 폭발량, 폭발수심을 구함으로써 사건 경위를 추적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버블펄스는 ‘수중폭발의 지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중폭발 사건에서 중요한 단서다.


지진파에 나타난 독특한 주파수 패턴에 주목해 침몰 원인이 비폭발의 다른 충격일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는 논문도 출판됐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는 지진파 기록에 특정한 조화 주파수가 있으며 이런 조화 주파수가 잠수함 충돌로 인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흡착물질 데이터 생성과정에 대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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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흡착물질은 인양된 어뢰 추진동력장치(‘1번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바로 그 어뢰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천안함 선체와 1번 어뢰에서 채집한 백색물질과 모의폭발실험에서 채집한 백색물질, 이 셋이 같은 성분임을 밝힌 것이 그 근거였다. 실험실에서 물질 분석 때 자주 쓰는 엑스선 회절(XRD)과 에너지확산분광(EDS)라는 분석법이 이 흡착물질 분석에서 주로 사용됐다.


00cheonan3.jpg » 폭발로 가열된 알루미늄 물질(오른족)과 그렇지 않은 알루미늄 물질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영상과 그 성분을 분석한 데이터. 출처/ '사회속 과학 국제저널' 런데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학 교수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연구원은 제시된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하며 ‘폭발실험 시료의 데이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승헌 교수는 알루미늄 분말을 고온에서 녹였다가 냉각시키는, 유사한 재현 실험을 한 뒤 이를 엑스선 회절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합조단이 폭발재로 제시한 흡착물질이 '완전 비결정질'인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 양 박사와 정기영 안동대 교수가 선체와 어뢰의 백색 흡착물질을 각자 직접 분석해 이 물질이 폭발재로 제시된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수화물 종류의 물질이라는 아주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합조단은 모의 폭발실험에서 얻은 백색 흡착물질의 성분도 선체와 어뢰 흡착물질과 동일함을 보여주는 폭발실험 시료의 에너지확산분광 데이터도 함께 제시했는데, 실제 폭발로 생긴 물질이 수화물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데이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양 박사는 “폭발실험 시료 데이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합조단 쪽은 백색물질 시료에 수분이 함유된 채 분석돼 ‘알루미늄과 산소의 비율’이 다르게 측정됐으며, 모의 폭발실험에서 알루미늄 판재에 붙은 미량의 시료를 판재와 함께 분석하다보니 결정질 알루미늄이 검출됐을 뿐, 결론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합조단은 5월 20일 기자회견 발표에 이어 9월에 책자로 출판한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천안함 피격사건>에서, 흡착물질과 관련한 의문을 해명하는 보강과 보완 실험의 결과를 자세하게 실었다.


분석기를 사용하는 기본 메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는 합조단 조사결과의 신뢰성과 관련해 중요한 논란거리가 되었다. 양 박사는 주사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에너지확산분광(EDS) 분석을 할 때 시료를 사전에 충분히 건조한 다음에 분석하는 게 실험의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합조단의 해명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수분 있는 시료를 바로 분석기에 넣지 못하는 이유는 계속 증발하는 수분 때문에 [분석에 필요한] 진공 환경을 원하는 시간 내에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수분이 많은 시료를 그대로 넣어 원하는 진공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면 전자빔 주사로 발생한 엑스선이 증발 분자들과 충돌해 소멸되기 때문에 원만한 분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의 폭발실험 설계에서 알루미늄 판재를 쓴 점도 알루미늄 폭발재에 대한 정밀한 물질 분석에 혼란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편,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는 1번 글씨가 어뢰 폭발로 연소될 리 없다며 합조단 결론을 뒷받침하는 열역학과 열전달 분석 논문을 2011년 발표했다. 그는 폭발로 생긴 높은 온도가 버블 팽창 때 급격히 떨어지며 그 과정이 순간적이어서 낮아진 온도조차 1번 글씨 부위로 전달되기 어렵다며 “매우 높은 열을 설정하고 계산해도 1번 글씨가 탈 가능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역학의 수치 시뮬레이션이 실제 상황과 다를 수 있고 합조단이 공개한 모의 폭발실험 동영상에서 폭발이 지속되거나 첫 폭발 이후에도 폭약이 연소해 고온 상태를 보여주는 듯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이어진다.


김소구 박사는 “천안함을 다룬 과학 논문이 여러 편 나올 정도이니 이제는 관련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참여해 쟁점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문 목록



[흡착물질]

Seung-Hun Lee and Panseok Yang (2010), “Was the ”Critical Evidence“ presented in the South Korean Official Cheonan Report Fabricated?” aXiv.org [v4] Mon, 28 Jun 2010.


Seung-Hun Lee and Jae-Jung Suh (2013), “South Korean Government’s Failure to Link the Cheonan’s Sinking to North Korea: Incorrect Inference and Fabrication of Scientific Data,”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Science in Society, Volume 4, Issue 1, pp.15-24.


[지진파]

Hong, Tae-Kyung. (2011). “Seismic investigation of the 26 March 2010 sinking of the South Korean naval vessel Cheonanham,” 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 101(4): 1554-1562.


So Gu Kim and Yefim Gitterman (2013), “Underwater Explosion (UWE) Analysis of the ROKS Cheonan Incident,” Pure and Applied Geophysics 170: 547-560. Published On-line: 10 August 2012.


So Gu Kim, Yefim Gitterman, Orlando Camargo Rodriguez (2013), “Estimation of depth and charge weight for a shallow underwater explosion using cut off frequencies and ray-trace modeling,” Science Research 1(6): 75-78.


So Gu Kim (2013), “Forensic Seismology and Boundary Element Method Application vis-?-vis ROKS Cheonan Underwater Explosion,” Journal of Marine Science and Application 12: 422-433.


So Gu Kim, Yefim Gitterman, Orlando Camargo Rodriguez (2014), “Estimating depth and explosive charge weight for an extremely shallow underwater explosion of the ROKS Cheonan sinking in the Yellow Sea,”  Methods in Oceanography Volume 11, December 2014: 29-38.


Hwang Su Kim and Mauro Caresta (2014), “What Really Caused the ROKS Cheonan Warship Sinking?,” Advances in Acoustics and Vibration Volume 2014, Article ID 514346, 10 pages.


[1번 글씨]

Tae-Ho Song (2011), “Thermal analysis on the letter mark spot of the corvette Cheonan-hit torpedo,” Journal of Mechanical Science and Technology 25(4) : 937-943.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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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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