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전자빔의 미시구조 관측한계 넘는 시도, 두 가지

스웨덴 연구진: 엑스선으로 ‘비결정 구조’ 바이러스 3D영상화

일본 연구진: ‘살아 있는’ 곤충을 전자현미경 고진공에서 관찰


00xray_mimivirus2.jpg » 왼쪽: 연구진은 강하고 순간적인 엑스선 레이저 빔에 노출된 개별 바이러스체에서 나오는 무작위 방향성의 엑스선 회절 패턴 198개를 얻었다(아래 그림 참조). 이를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일치된 방향성을 지닌 회절 패턴 데이터로 바꾼 다음, 다시 198개 데이터를 종합해 하나의 3차원 패턴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오른쪽: 이렇게 해서 얻은 미미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전자밀도) 그림이다. 공간분해능 125나노미터. 출처/ PNAS, T. Ekeberg et al.


1.

엑스(X)선은 실험실에서 분자의 구조를 밝히는 좋은 관측 도구로 쓰이고 있다.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결정’ 구조의 분자에 엑스선을 쏘아 거기에서 나오는 회절양상을 통해서 미시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선을 분자 시료에 쏘면 원자들의 전자구름에서 같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데 이런 전자기파들이 서로 간섭해 ‘회절’이라는 독특한 패턴의 신호를 만들어내며, 이 신호를 검출해 분석하면 분자의 구조·모양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디엔에이(DNA) 구조가 관측됐으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 3차원 접힘 구조도 파악되고 있다.


런데 반복적인 회절 패턴을 이용하는 ‘엑스선 결정학’ 방법엔 큰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결정질 시료에만 이런 분석법이 통한다는 것이었다. 비결정질 물질에선 회절 신호가 상쇄되어 그 구조를 들여다볼 도리가 없었다.


엑스선 결정학의 아킬레스 건은 그 이름에 담겨 있다. 결정학은 복합분자의 정밀하고 아름다운 구조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것은 분자들이 완벽한 결정, 상대적으로 큰 결정 안에 정렬되어 있을 때에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막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막 단백질")처럼 중요한 많은 분자들은 [엑스선으로 관측하기 위해] 결정으로 만들 수가 없다 (출처: 미국물리학회 <피직스(Physics)>)


최근에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엑스선 회절 방법으로 관측할 수 없던 비결정 바이러스 개체의 3차원 구조를 엑스선으로 처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눈길을 끈다. 미시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얻을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진(Tomas Ekeberg 등)은 최근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낸 논문에서 엑스선 회절 방식보다 더욱 강한 엑스선 레이저를 쏘아 거대 미미바이러스(mimivirus)의 3차원 구조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00xray_mimivirus1.jpg » 엑스선 레이저 빔에 노출된 개별 바이러스체에서 나온 회절 패턴들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PNAS, T. Ekeberg et al.

구진은 강한 엑스선 레이저를 쏘아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결정 시료에선 많은 신호들이 검출되지만 비결정 개별 시료에선 그렇지 않은 약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몇 펨토 초(femto second)로 순간적인 엑스선-자유전자-레이저(XFEL) 빔에다 많은 바이러스 시료들을 뿌려, 개별 바이러스체에서 나오는 회절 신호를 검출했다. 198개의 회절신호를 수집한 다음에, 이런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바이러스들이 놓인 방향을 규명할 수학적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바이러스 개개의 상대적 방향성을 찾아냈으며, 다시 이를 바탕으로 한 가지 방향성으로 일치하는 회절 패턴을 만들어냈다. 미미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는 이렇게 다단계의 과정을 통해서 도출되었다.


엑스선의 세기가 높아 시료의 애초 구조가 파괴되었으나, 다행히 엑스선 회절 신호는 시료 구조가 파괴되기 직전에 시료를 떠난 것이기에 시료의 3차원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엔 영향을 끼치지 않는 다는 것도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나 미미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 영상이 생물학 연구에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그다지 주목할 만큼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이번 관측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생물학적 현상을 발견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엑스선으로 미미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관측해냈다는 것이 왜 여러 과학매체들이 주목하는 성과로 눈길을 끄는 걸까? (사이언스 보도)


이번 측정은 125 나노미터의 공간분해능을 갖춘 바이러스 영상을 보여준다. 그 자체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가 아니다. 이 실험은 놀랍고 새로운 생물학적 통찰을 보여주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그런 점이 여기에서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연구진은 수백 개의 개별 샘플들에서 잡음신호 섞인 회절 데이터를 얻어 한데 모으는 게 가능하며, 그 모든 것의 상대적 방향성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고, 다시 그 데이터를 조합해 하나의 완벽하고 일치적인 3차원 회절 패턴으로 만드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런식으로 3차원 구조가 도출될 수 있었다. (출처: 미국물리학회 <피직스(Physics)>)


새 관측 기법이 과학계 현장에서 당장 활약할 것 같지는 않다. 연구진도 논문에서 밝히듯이 현재로선 이런 관측기법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술검증용 연구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험적 관측 기법을 더 안정화하고, 또한 해상도를 더 높여야 하며, 다른 관측기법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를 더 높여야 하는 과제들을 통과한 이후에야 이 새로운 관측기법은 실험실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문 초록

우리는 엑스선-자유전자-레이저(XFEL)로 얻은 회절 패턴을 사용하여 거대 미미바이러스 입자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 기술검증용(proof-of-concept) 영상을 제시한다. 이 3차원 영상을 얻는 데에는 다수의 2차원 패턴을 내적 일치를 이루는 하나의 푸리에 체적(Fourier volume)으로 조합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개별 입자는 엑스선 펄스에 노출될 때에 무작위로 방향을 지니고 있으며, 그 각각의 상대적 방향성은 회절 데이터로부터 얻어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른 연구진이 이미 개발해 발표한] 확장-최대화-압축 알고리즘(the expand, maximize and compress algorithm)을 개량하여 이번 일을 이뤄냈으며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우리 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2. 

다른 관측 도구인 전자현미경에서도 그동안 구현하기 힘들었던 전자현미경 관측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성과가 전해졌다. 전자현미경에서는 다른 잡음신호가 생기지 않도록 시료의 물기를 제거하고 고진공 상태에 놓고서 관측하는데, 이처럼 시료들이 놓이는 환경 때문에 살아 있는 생물체를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한계를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전했다.


무기물에 대한 최초의 주사 전자현미경(SEM) 관측이 1935년에 수행된 이후에, 곧 생물학적 관측이 뒤를 이었으며 많은 유기체의 세부 구조가 상세하게 연구되었다. SEM은 초점을 맞춘 전자빔을 사용해 샘플을 탐사함으로써 영상을 생성하기 때문에, 샘플들이 놓이는 공간에는 전자 산란을 막기 위해 고진공(high vacuum)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샘플은 관측 전에 일상적으로 고정(fixation)과 탈수(dehydration)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유기체 물질의 대략 70-80%는 물이며, 물은 고진공에서 빠르게 증발해 뒤이어 구조파괴와 붕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전통적 SEM 관측을 위해 생물학적 샘플을 안정화하려면 화학적 고정(chemical fixation), 탈수, 그리고 임계점 건조(critical point drying) 같은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비전도성 물질은 전통적 SEM에서 영상화할 수 없다.” (출처: 논문)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는 주목할 만한 시도가 지난 2013년 있었다. 일본 하마마츠대학교 연구진(Yasuharu Takaku 등)은 이른바 ‘나노옷(나노수트)’로 불리는 물질을 관측하려는 생물체의 표피에 얇게 발라 이 생물체가 현미경 관찰이 이뤄지는 고진공 환경에서도 꽤 오랜 동안 생존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결과는 당시에 과학저널 <미국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으며, 여러 매체들이 이를 흥미로운 뉴스로 전했다.(네이처 보도)

00SEM_insect.jpg »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살아 있는 곤충과 곤충의 세부 기관들에 대한 관측 영상들 (위 왼쪽은 광학현미경 관측 영상). 출처/ 영국 왕립학회 회보 B, Yasuharu Takaku et al.

근에 이 연구진은 일종의 실험실 세정제 등으로 만든 보호막 물질 ('트윈 20/Tween 20'으로 명명)과 관측 기법을 이용해 관찰 대상인 살아 있는 벌레가 전자현미경의 고진공 환경과 전자빔 노출에서도 생존함을 다시 확인해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회보 B>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들이 사용한 보호막은 벌레의 수분 손실을 막아주면서 몸에는 손상을 끼치지 않았으며 벌레는 상당한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영국 케미컬뉴스 보도).


  논문 초록

넓은 연구 영역에서 쓰임새가 극히 많기는 하지만 전계방출형 주사전자현미경(FE-SEM)은 살아 있는 유기체를 관찰하는 데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최근에 ‘나노옷(나노수트, NanoSuit)’이라고 명명한 얇은 외막을 만드는 단순한 표피 변형으로 SEM의 고진공(10^5 ~ 10^7 Pa)에서 유기체가 생존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이 논문은 더 나아가 나노수트라는 표피보호물(surface-shield)의 보호 속성을  탐구한다. 우리는 ‘Tween 20’의 적정 농도로 생성된 나노수트가 SEM 영상화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유기체 표피의 원형을 신뢰할 만하게 잘 보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또한 유기체가 전도물질로 코팅되지 않았는데도 살아 있는 동안에 정전기적 부하(charging)가 나타나지는 않음을 확인했다. 이런 연구결론은 살아 있는 유기체가 스스로 전기 전도성을 지니고 있거나 아니면 정전기적 부하를 막는 표피의 어떤 속성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노수트는 진공 하에서 전하가 없는 상태를 연장시켜 주며 생존시간을 늘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발견들은 FE-SEM에서 살아 있는 유기체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더욱 정교한 관찰 방법의 개발에 고무적인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해외에서 관련 연구를 하시는 지구물리학자와 국내 생물학자께서 기사를 감수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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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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