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연구: 수증기 분출로 ‘퍽’ 소리…전분 ‘다리’로 공중제비

[이색연구]

프랑스 연구진, 팝콘의 튀어오름과 음향 연구

“열역학, 파괴역학 등 이용, 바이오역학 풀이”


[ 동영상 https://vimeo.com/117126920 ]


'퍽, 퍼벅, 퍽…'

옥수수 알맹이를 기름 두른 뜨거운 판에 올려 달구면 단단한 알맹이는 튀어오르며 부풀어서 먹기 좋은 팝콘이 된다. 퍽퍽퍽 또는 톡톡톡, 경쾌한 소리와 함께 훌륭한 주전부리 팝콘이 완성된다. 퍽 또는 톡 터지는 팝콘 소리는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튀어오를 대 바닥을 치며 나는 소리일까, 딱딱한 껍질이 파열할 때 나는 소리일까, 아니면…?


이런 사소한 궁금증에 이끌린 프랑스 연구자들이 과학적 실험과 관찰, 해석을 거친 뒤에 번듯한 논문 한 편을 내놓았다. 이 연구를 뭐에 쓸까 하는 물음에 앞서서 소소한 물음을 진지하게 던지며 과학적 방법을 거쳐 확인하려 한 연구자의 태도는 눈길을 끌 법하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연구자 에마누엘 비로(Emmanuel Virot) 등 연구진은 팝콘에 관한 연구결과를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Royal Society Interfac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팝콘: 임계온도, 점프, 소리”라는 제목처럼 논문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팝콘이 터질 때의 임계온도를 측정하고, 팝콘이 튀어오를 때의 거동을 살피며, 마지막으로 팝콘 터지는 소리가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를 관찰하고 해석한 것이다.

00popcorn.jpg » 터지는 팝콘의 모습. 출처/ Wikimedia Commons

00popcorn2.jpg » 팝콘의 다양한 모양들. 출처/ http://emmanuel-virot.weebly.com/popcorn.html

연구자들은 먼저 50차례 실험을 거쳐서 옥수수 알맹이의 크기나 모양과 상관없이 팝콘이 생성되는 임계온도가 "섭씨 180도"라는 결론을 얻었다. 섭씨 170도에서 팝콘의 34퍼센트만이 튀어올랐으며 180도에선 96%가 튀어오르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런 임계온도는 이전에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비슷하게 측정된 바 있다고 한다.


좀 더 독창적인 관찰은 팝콘의 거동이다. 연구자들은 “브레이크 댄스: 팝콘 점프하다”라는 제목의 논문 소절에서 그 관찰 결과를 다뤘다. 연구자들은 옥수수 알맹이 한 알이 뜨거운 판 위에서 튀어올라 490도로 한바퀴 반이나 회전하는 공중제비 장면을 관찰했는데, 이때에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힘은 알맹이의 전분 껍질이 터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다리(leg)’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팝콘은 이런 전분 다리의 도움닫기로 튀어오르는 것이다. 연구진은 팝콘의 튀어오름은 가스 분사로 날아오르는 ‘로켓 효과’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석했다.

00popcorn3.jpg » 달궈진 판 위에서 튀어오르는 팝콘의 모습(초기단계). 출처/ Journal of Royal Society Interface

연구진은 팝콘의 튀어오름을 꼬투리 터트리는 식물(explosive plants)과 비교하고, 근육을 이용해 공중제비 하는 체조선수와도 비교했다. 관찰 결과에 더해 일과 운동, 에너지 계산식을 동원해 분석한 연구진은 “팝콘의 튀어오름은 운동 시스템의 두 범주, 즉 파괴역학(fracture mechanism)을 이용해 꼬투리를 터트리는 식물과 근육을 이용해 뛰어오르는 동물의 중간 쯤에 놓여 있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 꼬투리를 터트리는 식물  http://youtu.be/Jq8SeweobCg ]

[ 터지는 팝콘 https://vimeo.com/117126916 ]


지막으로, 팝콘 터지는 소리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연구자들은 팝콘 소리의 원인을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 추정했다. 먼저 △옥수수 알맹이가 파열할 때 나는 소리이거나 △튀어오를 때 바닥을 치며 내는 소리일 수 있거나, △압축된 수중기가 분사할 때 나는 소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앞엣것 둘은 관찰 과정에서 기각됐다. 연구진은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에서 팝콘 터지는 소리는 팝콘이 튀어오르기 이전에 났으며, 알맹이가 파열되는 순간에도 아무런 소리가 생성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고속촬영 영상과 음향 기록을 동기화 하여 분석한 결과에서, 옥수수 알맹이 안에 있던 물기가 압축됐다가 수증기로 분사되면서 팝콘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전했다.


“그러므로 '퍽(pop)' 소리는 수중기 방출에 의해 일어난다는 가설이 타당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팝콘 안에서 생긴 압력 강하가 빈 공간에 음향가진 효과(exite)를 내어 소리가 나는 것이며 이는 음향공명(acoustic resonator) 현상과 마찬가지다. 이런 시나리오는 화산 음향에, 그리고 샴페인 병마개의 ‘퐁’ 소리에 적용되어 왔던 그런 것이다. 그림(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갑작스런 (음향) 분출은 압축된 수증기의 연속적 방출이 연속적 음향가진 효과(excitation)를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00popcorn4.jpg » 출처 / http://rsif.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12/104/20141247

'팝콘의 과학'을 연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제1저자인 에마누엘 비로(Emmanuel Virot)가 자신의 인터넷 누리집에서 남긴 짧은 글은 이런 연구 동기를 보여준다.


“(팝콘 연구) 프로젝트의 목표: 간단하고 동기유발적인 실험들(교실에서 재현할 수 있다)을 활용해, 우리는 몇 가지 학문적 연구분야들(열역학, 파괴역학, 유체역학...)을 한데 모아서 팝콘의 ‘바이오-역학(bio-mechanics)’을 논하고자 한다.”



  ■ 논문 초록

팝콘은 100분의 몇 초 순간에 터지며, 튀어오르고, ‘퍽(pop)’ 소리를 낸다. 이렇게 관측되는 세 가지가 물리적으로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는 과학 논문들에서 분명하게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거의 모든 팝콘이 퍽 터지는 임계온도인 섭씨 180도가 기본적인 압력용기 시나리오와 일치함을 입증해 보여준다. 우리는 팝콘이 바닥 쪽에 압축된 전분의 ‘다리(leg)’를 이용해 튀어오름을 관찰했다. 그 결과로 볼 때, 팝콘은 ‘파괴역학을 이용해 폭발하는 식물’과 ‘근육을 써서 뛰어오르는 동물’이라는 두 범주의 운동 시스템 중간에 놓여 있다. 우리는 팝콘의 익숙한 ‘퍽’ 소리는, 비디오 기록을 음향 기록과 동기화해 살펴볼 때 수중기 방출에서 비롯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제시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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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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