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 먹히는 식물, 그 안에선…방어호르몬 가동 분주

프랑스·영국 등 연구진, 호르몬 생성·확산 영상화

불과 몇분 내 비상체제 가동, 잎에서 뿌리로 전달


[짧은 뉴스]

00wormeatingleaf.jpg » 벌레가 잎사귀를 갉어먹으면, 식물체 내부에선 이에 대응하는 비상체제가 가동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각사각…. 애벌레가 잎사귀를 갉아먹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건 잎사귀 갉아먹는 애벌레의 모습뿐이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식물체 안에선 사실 외부 공격에 반응하는 비상체제가 분주하게 가동한다. 가뭄이나 열 같은 무생물 스트레스나 벌레 공격 같은 생물 스트레스에 반응해 식물체는 호르몬을 분비해 스트레스 대응 체제를 갖춘다는 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으며, ‘자스몬산(jasmonate, jasmonic acid)은 널리 알려진 그런 방어 호르몬 중 하나다.


최근 식물체의 방어 호르몬인 자스몬산이 외부 자극이 있을 때 어떻게 생산되고 확산하며 방어 시그널을 전달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해 그 결과를 보고한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관찰 결과를 보면, 식물은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방어 호르몬을 잎에서 뿌리까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전달하면서 방어 체제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영국 노팅엄대학(University of Nottingham)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방어 호르몬 자스몬산의 생성과 확산의 과정을 영상화하는 기법을 개발해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팅엄대학 보도자료와 발표된 논문의 초록, 그리고 논문 부록자료를 보면, 연구진은 자스몬산의 생성과 확산을 보여주는 특별한 형광 단백질인 이른바 ‘자스9-비너스(‘Jas9-VENUS)’가 발현되는 실험용 유전자 조작 식물(애기장대)을 만들었다. 이 형광 단백질은 자스몬산이 생성되면 점차 사라지는 그런 특성을 지닌다. 즉, 형광이 빛나면 자스몬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형광이 사라지면 자스몬산이 다량으로 생성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벌레가 잎사귀를 갉아먹는 상황을 흉내내어 칼로 잎사귀에 일부러 상처를 냈다. 그러고는 그 다음에 일어나는 자스몬산의 변화 과정을 ‘공초점 레이저스캐닝 현미경’을 이용해 관찰했다. 잎과 뿌리에서 자스몬산의 생성과 분포 변화를 관찰한 결과, 잎에 물리적 손상이 생기자 곧이어 방어 호르몬인 자스몬산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뿌리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에 쓰인 식물체에서는 1분당 1센티미터 정도를 나아가는 속도가 관찰됐다. 자스몬산이 뿌리 끝에 도달하면 더 많은 자스몬산이 만들게 해 외부 공격과 상처에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어 나갔다.



자스몬산은 식물체가 외부 자극의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자스몬 식물에서 처음 발견돼 ‘자스몬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음은 노팅엄대학 보도자료가 전한 공동저자 맬콤 버닛(Malcolm Bennett) 교수의 말이다.


“자스몬산은 단백질분해효소 억제물질(protease inhibitor) 같은 방어 성분을 만들어내도록 촉발해 벌레가 그 식물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식물이 소화할 수 없는 게 되고 벌레는 이제 먹는 일을 멈추게 되죠.”(보도자료)


연구진이 제공한 영상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 외부 자극 이후에 몇 분만에 자스몬산이 다량으로 생성되었으며, 이어 대응 체제 가동을 알리는 신호는 뿌리 끝까지 전달됐다.


이번 연구는 식물이 방어 호르몬 시그널을 전달하며 대응 체제를 갖춘다는 이미 알려진 사실에 바탕을 두되 더 나아가 방어 호르몬 신호의 생성과 전달이 실제 시간과 공간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시각화해 역동적이고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작물의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데에 정량적인 바이오센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논문 초록

자스몬산(jasmonic acid, JA)의 활성태는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체 반응을 조정하는 중심 시그널이지만, 그 공간·시간적 분포를 분석하는 도구는 없었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나타나는 자스몬산 분포의 역동적 변화를 높은 시공간 민감도를 갖추고서 정량화할 수 있는, ‘Jas9-VENUS’라는 자스몬산 인지 바이오센서를 제시한다. 우리는 Jas9-VENUS의 양이 생리활성의 자스몬산 동형체, COI1 공수용체(co-receptor), 기능성 자스 모티프(Jas motif)와 단백분해효소체(proteasome) 활성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우리는 세포 수준에서 자스몬산에 대한 식물체 내(in planta) 반응을 정량적으로로, 역동적으로 분석하는 데 Jas9-VENUS가 쓰임새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쓰임새로는, Jas9-VENUS를 사용해 상처가 발생할 때 잎에서 뿌리로 향하는 사스몬산 시그널의 속도를 규명할 수 있고, 뿌리에서 일어나는 자스몬산 활성의 상이한 두 단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결과는 무생물과 생물이 식물에 가하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나타나는 호르몬 분포를 고해상도 시공간 데이터로 보여주는 Jas9-VENUS 같은 정량적 센서 개발의 가치를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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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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